대법제자
【정견망】
《서유기》에서 오공은 한번 곤두박질치면 10만 8천 리를 날아갈 수 있는데 여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는 줄곧 사람들이 토론해 온 초점이 되었다. 후인들은 사람의 기점에서 서서 여래가 오공을 속였다고 하는데 사실 이것은 오해다. 나중 취경(取經) 속에서 오공도 점차 이 점을 깨닫게 된다.
1. 오공과 내기하는 여래
불조(佛祖)가 말씀하셨다.
“네가 장생술과 둔갑술 외에 또 무슨 재주가 있기에 감히 이 아름다운 천궁(天宮 하늘 궁궐)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냐?”
대성(大聖 오공)이 말했다.
“재주야 많지! 나는 일흔두 가지 둔갑술에 만겁(萬劫) 동안 장생불로할 수 있지. 근두운을
타면 단번에 십 만 팔 천 리를 날 수도 있다고. 이래도 하늘 자리[天位]에 앉을 수 없단 말이냐?”
불조가 말했다.
“내 너와 내기를 하나 하자. 만약 네게 재주가 있어서 근두운을 타고 내 오른쪽 손바닥을 벗어날 수 있다면 네가 이긴 걸로 쳐서 더는 병사를 동원해 힘들게 싸우거나 하지 않고 옥제(玉帝)더러 서방에 와서 사시게 하고 이 궁전을 네게 양도하마. 하지만 만약 손바닥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넌 다시 하계(下界)로 내려가 요괴로 살면서 또 몇 겁을 수행한 후에야 다시 겨뤄볼 수 있을 것이다.”
대성이 듣고는 속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 여래는 아주 멍청하군! 이 손 어르신으로 말하면 근두운을 타면 단번에 십만팔천 리를 날아가는데 사방 한자도 안되는 그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할 리 없지.”
이에 얼른 이렇게 대답했다.
“기와 이렇게 말했으니 약속을 지킬 수 있겠소?”
불조가 말했다.
“아무렴, 할 수 있지!”
그리고는 오른손을 펴니 딱 연 잎만한 크기였다.
2. 오공 오행산에 눌리다
또 체통 없게 첫 번째 기둥 아래 오줌을 한번 갈기고 근두운을 돌려 원래 장소로 돌아와서는 여래손바닥 안에 서서 말했다.
“나는 벌써 다녀왔수다. 당신은 옥제더러 천궁을 내게 넘기라고 하시지.”
여래가 호통을 쳤다.
“너 이 오줌싸개 원숭이 녀석아! 너는 내 손바닥을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느니라.”
대성이 말했다.
“모르는 소리, 내가 하늘 끝까지 가보니까 살색 기둥 다섯 개가 푸른 하늘을 떠받치고 있기에 거기다 표시까지 해두고 왔으니, 네가 나랑 같이 가서 확인해 볼 테냐?”
여래가 말했다.
“갈 필요도 없다. 아래를 내려다보거라.”
대성이 화안금정으로 고개를 숙여보니 원래 불조의 오른손 손가락에 “제천대성 이곳에 와 노닐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엄지 손가락에 원숭이 지린내가 좀 있었다.
대성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렇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럴 수가! 이 글자는 내가 하늘을 떠받친 기둥에 쓴 것인데 어떻게 저 자의 손가락에 있을 수 있지? 설마 점을 치지 않고도 앞일을 내다보는 법술(法術)이 있단 말인가? 절대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다시 한번 다녀와야겠다.”
대단한 대성이 급히 몸을 돌이켜 다시 뛰쳐나가려 하자 불조께서 손을 뒤집어 탁 내리쳐 원숭이 왕을 서천문(西天門) 밖으로 밀어낸 뒤 다섯 손가락으로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다섯 개의 이어진 산을 만들어 ‘오행산(五行山)’이라 고쳐 부르고 가볍게 그를 눌러놓았다.
3. 본래 손바닥 안에 있는데 어찌 뛰쳐나감을 말하리
티베트 불교 회화 중에 온 세상이 다 신(神)의 신체 속에 있는 표현형식이 있는데 사실 이는 하나의 진상(真相)이다. 마치 여래의 천국은 모두 여래의 신체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누구의 뱃속에 있는가? 들어보면 불가사의하지만 생각해 보면 또한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다. 만약 우리 지구가 우리보다 큰 어떤 사람의 하나의 세포라면 우리는 모두 그의 뱃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 왜 심지어 관음보살마저도 육이미후의 존재를 모르는가? 왜냐하면 보살은 그곳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인체 세포가 인체를 떠나면 곧 죽어버리기 때문에 인체를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가(佛家)에서는 “출가인은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여래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니 그 말씀은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사람이 사람의 기점에 서서 진상을 볼 수 없을 따름이다. 오공이 여래의 손바닥에 들어오면 손바닥이 오공의 신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아마도 여래께서 오공을 붙잡기 위해 작게 변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주: 《서유기》 제7회에서 인용.
[역주: 다른 공간에서는 사물의 크기가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있어서 우리 인류 공간과는 크기 개념이 다르다. 여래불이나 보살 손오공 등이 모두 같은 크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의 기점에 서서 생각한 것으로 다른 공간에서는 크기가 달라질 수 있으며 층차가 높을수록 더 커질 수도 있고 더 작아질 수도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499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