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화룡진인은 그 대나무 밧줄이 수련 성취된 신룡(神龍)을 이끌어 이전의 지시에 따라 법신(法身)을 아주 가늘고 아주 가늘게 변화시켜 미리 정한 그 갑문(閘門)을 통과하도록 했다. 만약 뚫고 지나가면 그럼 도를 닦아 공(功)을 이룬 것으로 삼지만, 뚫고 지나가지 못하면 모든 공(功)이 수포로 돌아가 날카로운 칼끝에 목숨마저 잃을 수 있다. 이는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는 모두 화룡진인이 수도하려는 생명의 담력을 시험하려는 것으로 그들이 열심히 노력하도록 격려하려는 의도일 뿐이라 말한다. 사실 이 갑문은, 진심으로 수도하는 생명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껏 그의 생명을 해친 적이 없다. 반대로 사술(邪術)을 연마한 수중 요마(妖魔)들이 물 위로 올라와 사람들을 해치려면 반드시 이 갑문을 거쳐야 한다. 갑문이 일단 닫히면 목숨을 보존할 수 없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문이 생긴 이후 수많은 악마(惡魔)들이 제거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그 요물(妖物)들은 갑문의 칼날이 대단하고 또 이 갑문을 통하지 않으면 물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깨닫고 사념(邪念)을 죽이고 조용히 정과(正果)를 닦았다. 이것은 모두 화룡진인이 갑문을 설치한 공이다.
각설하고 대나무 밧줄 용은 도행(道行)이 두루 원만해 당시 한 번에 빠져나갔고 상처도 전혀 없었다. 과연 그는 신통(神通)이 광대했고 담대하고 마음도 굳셌다. 설사 이런 능력이 없다 해도 진인이 또 어찌 그를 사지로 몰아넣겠는가! 비록 이상적인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치가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다른 전설에서는 이 갑문은 단지 용을 죽이기 위한 기구가 아니며 그야말로 용을 맞이해 하늘에 올라가게 하는 사다리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들 이 갑문을 영룡갑(迎龍閘)이라 불렀다. 영룡갑의 입구를 간단히 갑구(閘口)라 했다. 이 갑구와 영룡갑은 원래 다 칠리롱에 있었지만 나중에 와전되어 전당강 하구로 전해졌다. 필경 잘못 전해진 것이지만 이를 고증할 방법은 없다.
화룡진인은 구름 끝에 서서 용이 갑문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보며, 속으로 몹시 기뻐하며 급히 손을 뻗어 용을 부르자 용이 단번에 올라왔다.
진인이 분부했다.
“너는 수백 년 동안 고생스레 수련해 공행(功行)이 8~9할 정도 도달했느니라. 이제 마땅히 사람 몸으로 전생(轉生)해 칙령을 받고 하늘에 올라가 열선(列仙)의 반열에 오를 때가 되었다.”
그 용은 끊임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진인은 두 손으로 용 머리를 감싸며 이마를 한번 눌러 용주(龍珠)를 찾았다. 또 소매를 한번 펼쳐 그의 이 둔한 몸뚱이를 원래 그가 오랫동안 숨어 있던 복룡담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산을 옮기는 구결을 외워 큰 산을 옮겨오자 용신(龍身)이 눌려 가루가 되었다.
그때부터 수심이 만(萬) 장이나 되던 복룡담이 곧 높은 산으로 변했다. 세월이 오래 흐르면서 산세가 기울어져 비스듬히 강으로 흘러내렸다. 산속의 모래와 자갈이 강 속으로 날아가고, 산 근처가 얕은 여울로 되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칠리롱이라 불리는 곳이다. 지금도 근처 사람들은 여전히 이 오래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흘렀고 전설도 달라져서 사람마다 하는 말이 다 다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용의 몸은 이렇게 눌렸지만, 용의 신혼(神魂)은 문득 큰 입을 벌려 진인이 손에 쥐고 있던 용주를 향해 진인의 몸을 휘감았다. 진인은 손에 용주를 받쳐 들었고 큰 용이 몸을 감으니 완전히 용의 혼을 이끄는 깃발처럼 되었다. 용 몸이 이미 산 아래 눌린 것을 보고 손바닥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고개를 숙이니 그 용의 혼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깊은 담을 돌아보는 것을 보았다.
진인이 즉시 손을 뻗어 그의 니환(泥丸)을 한번 두드리며 엄하게 말했다.
“너는 아직도 저 비루하고 곰팡이 핀 대나무 밧줄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냐?“
이 말을 들은 용혼은 서둘러 진인을 따랐고, 진인 손바닥에 잡은 보주를 입으로 물고 굽이굽이 느릿느릿 300여 리를 가자 비로소 날이 밝았다. 시골 사람들은 원래 일찍 일어난다.
진인이 구름을 아래로 향하며 강가에서 빨래하던 한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얼축(孼畜 못된 짐승)아, 강가에 있는 저 아가씨가 보이느냐? 이 여자는 이미 시집갈 나이가 되었고 이곳의 효녀(孝女)란다. 내 너를 그녀의 뱃속에 보내면 그녀가 감응해 임신할 것이다. 이는 마치 조사께서 옥녀(玉女)의 몸에 들어가신 것과 같다. 하나는 네 법신을 더럽히지 않고 둘째 네 출신이 일반인들과 다름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것이다. 또한 네가 고생스레 수련해서 이런 기연(機緣)이 온 것으로 칠 수 있느니라. 내 다시 너를 구도하러 올 것이다. 잘 가거라.”
말을 마치곤 용주를 들어 그 여자를 향해 던졌다. 갑자기 공중에서 벼락이 치더니 한 차례 금빛이 직접 여자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강가에서 혼절했다.
진인이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호수춘(胡秀春)은 듣거라. 네 순수한 효를 생각해 이 신룡(神龍)을 네 딸로 보내니 잘 기르면 장차 절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수춘은 혼미한 가운데 진인의 분부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다 정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마침 붉은 태양이 눈앞에 빛나고 있었다. 많은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 모여 하늘에서 들린 천둥소리가 무슨 일인지 의론이 분분했다. 그러다 수춘이 옷을 손에 들고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모두 달려와서 그녀에게 물었다.
“천둥소리를 들었니?”
이 말을 들은 수춘은 당황해서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모두가 그녀의 안색이 달라진 것을 보고 말했다.
“큰일났다. 분명히 큰 번개에 놀랐나봐! 빨리 그녀를 돌려보냅시다!”
그래서 몇몇 부인들이 다가와 수춘을 도와 부축하고 끌어당겨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버지 호 씨와 어머니 심(沈) 씨는 마침 수춘이 빨래하러 나갔다 돌아오지 않았는데 천둥소리를 듣고는 그녀가 놀랄까 두려워 막 강가로 찾으러 나가려 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딸을 데려오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당혹스러웠다. 수춘이 집에 돌아오니 곧 정신이 돌아왔다. 부모님이 놀라실까 두려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했고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또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방금 천둥소리가 났는데 만 갈래 금빛이 소녀 뱃속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소녀는 너무 놀라 기절했습니다. 다행히 언니들이 저를 집에 보내주니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호 씨 부부는 딸의 말솜씨가 좋고 평소와 다름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답답했던 마음이 풀어졌다. 서둘러 사람들을 안으로 불러 앉혀 차를 대접했다. 여러 사람들이 또 한동안 아무런 이유 없이 천둥이 치는 것은 이상한 징조가 틀림없다고 논의하다 각자 흩어졌다.
수춘은 선인(仙人)이 분부한 말을 감히 부모님께 알지 못했다. 단지 그날부터 뱃속에서 때때로 진동을 느꼈는데 마치 어떤 물건이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좀 당황스러웠지만 선인의 말씀이니 틀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부모님께서는 마침 아이가 태어나길 고대 하셨으니 이번에 내가 시집가지 않고 아들 노릇을 하리라 맹세한들 그저 부모님을 위로할 뿐이다. 필경 딸일 텐데 어떻게 제사를 물려줄 수 있을까? 이번 생이 끝나면 우리 부모님의 혈통도 끝나게 될 테니 어쨌든 바르게 처리할 수는 없겠구나. 지금 선인의 말씀에 따르면 남편에게 시집가지 않고도 임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이가 딸이라 해도 성장해서 좋은 사위를 만나면 역시 대를 이을 수 있을 거야. 조상의 혈맥(血脈)이 내게서 끊기는 것이 아니니 서로 좋은 일이 아닌가! 다만 다른 사람들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나도 그들에게 진상을 말할 순 없다. 장차 아이를 낳으면 이웃들 사이에 분명 말이 많을 거야. 그때 내가 해명하지 못하면 또 수치스런 사람이 될 거야.’
그녀는 매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5, 6개월이 지나자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 수춘은 너무 초조했지만 궁지에 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진작에 근심에 빠져 병에 걸렸고 잘 먹지 못하자, 얼굴이 누렇게 뜨고 몸도 야위었다. 팔다리에 힘이 없었고 각종 병이 나타났는데 임신부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때 부모님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하지만 수춘은 낮에는 집에서 일하고 저녁이면 어머니와 같이 잤기 때문에 당연히 부정한 관계는 없었다. 그래서 부부는 또 그녀가 창병(脹病 배가 부풀어 오르는 질환)에 걸린 게 아닐까 의심했다. 심 부인도 늘 딸에게 자세히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수춘은 그날 천둥소리가 들린 후 이런 병이 생겼다고만 말했고 감히 선인의 말은 꺼낼 수 없었다. 임신 10월이 다 되어가자 배가 부풀어 올랐고 모두들 그녀가 임신했다고 단정했다. 딸을 철석같이 믿었던 부모님을 제외하고 그녀의 친척, 친구, 이웃들 모두 듣기 싫은 말을 했다. 수춘도 이런 소문을 듣고는 너무 부끄러워서 감히 집 밖으로 한 발도 나갈 수 없었다.
출산 시기가 다가오는 것을 본 수춘은 더는 이 일을 숨길 수 없다고 여겨 모친에게 선인이 당시 분부한 말을 상세히 알려드렸다. 심 부인이 듣고는 놀랍고 또 기뻐서 서둘러 남편에게 이 일을 알렸다.
호 씨는 독서인이라 노군(老君)께서 옥녀의 뱃속에 들어가 탄생한 일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하에는 원래 신기한 일이 많소. 정말 수아(秀兒 딸에 대한 애칭) 말이 맞다면 대개 이런 아이들은 대근기(大根基)를 지닌 사람일 것이오. 또 옥녀가 노군을 낳을 때 옆구리로 나왔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된다면 어디 가서 노련한 산파를 찾겠소?”
그러자 심 부인이 기쁘게 말했다.
“정말 선인이 아기를 내려주셨다면 틀림없이 선인이 와서 돌봐주실 텐데 두려울 게 뭐 있겠어요? 게다가 딸아이는 아직 어리고 수줍음이 많은데 남편 없이 임신하는 것은 또 세상에서 아주 드문 일입니다. 당신이 하늘 꽃이 땅에 떨어진다고 말하면 누가 우리를 믿겠습니까! 또 앞으로 수춘이가 어떻게 사람들 얼굴을 보겠습니까?”
호 씨가 말했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지금은 다만 당신과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만 이 원인을 말할 수밖에. 우리 집이 지금껏 남에게 죄를 지은 적이 없고 그들도 수아의 명예를 훼손할 증거가 없을 것이오.”
심 씨도 옳다고 했다. 그래서 부부는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며칠 만에 이 소식이 마을 전체에 퍼졌다. 어떤 사람은 믿고 어떤 사람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또 이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노력을 기울이는 이도 없었다. 또 수춘을 의심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간통한 사람을 찾지 못해 또 감히 비판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느 정도 의심을 품었다.
드디어 수춘이 출산할 날이 되었다. 보통 임산부라면 산통을 느끼기 시작할 때면 뭔가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수춘은 복부에서 가슴으로 무언가가 누르는 듯했고 위쪽으로 통증을 느꼈다. 호 씨 부부는 어쩔 수 없이 마을에서 경험이 있는 산파를 청해 왜 진통이 위로 올라가는지 이유를 물었다.
산파도 무슨 원인인지 알 수 없으니 그저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께서 선태(仙胎)를 얻으셨으니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겠지요. 저도 잘 모릅니다!”
필경 부친인 호 씨가 좀 아는 게 있어서 산모가 왜 이렇게 이상한 출산을 하는지 이유조차 모르니 분명 아이를 잘 받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옆구리로 나온다면 대체 어디서 이렇게 큰 구멍이 있단 말인가?
부인에게 이 말을 하자 심 부인은 더욱 겁을 먹었다. 수춘은 아침부터 정오까지 진통이 점점 더 심해졌고, 다만 그 물건이 이미 가슴을 누르는 듯한 느낌만 들었다. 이 진통은 그녀를 정말 지치게 했다. 또 이를 갈다가 현기증이 났으며 거의 실신할 뻔했다. 호 씨 부부는 그저 간절히 신불(神佛)께 빌고 하늘을 향해 향안(香案)을 세우고, 태아를 보내준 그 신선께 경건하게 빨리 도와주십사 간절히 청할 뿐이었다. 막 이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문득 밖에서 누군가 판을 두드리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난산 전문 괴태(怪胎 이상한 태) 전문.“
호 씨가 이 말을 듣고는 기뻐서 말했다.
“우리 아이가 마침 괴태이고 이 사람은 괴태를 전문으로 받는다고 하니 이 어찌 기묘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겠소! 우리 딸의 효심이 정말로 하늘을 감동 시켜 하늘이 아이를 구해줄 신선을 파견해 주셨을 것이오.”
심 부인도 기뻐하며 서둘러 나가보았다. 원래 다리를 저는 검고 늙은 도고(道姑 나이 많은 여 도사)가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는데 이미 수십 걸음 멀어졌다.
심 부인이 필사적으로 쫓아가 선고에게 애원하며 살려달라고 했다.
“선고님 제 딸의 목숨을 구해주세요!“
도고가 물었다.
”일반적인 난산인가요 아님 괴태(怪胎)를 품었나요? 가령 엉덩이가 먼저 나오거나 연꽃 받침으로 태어나는 등은 정상 출산입니다. 나는 방외인(方外人)이라 부정(不淨)한 것은 하지 않으니 맡을 수 없습니다. 만약 무슨 괴태라면 그래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심 부인이 서둘러 말했다.
“바로 괴태입니다! 정말 기이하고 괴상한 괴태입니다. 사부님 빨리 가셔야 합니다. 너무 늦으면 죽을지 몰라요!“
도고가 웃으며 말했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은 참외가 익으면 떨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런 것인데 왜 이리 조급하십니까? 어쨌든 빈도(貧道)는 오늘 강 하류에서 이곳에 막 왔고 아직 일을 개시하지도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당신들 이런 괴태를 만났네요. 이것도 다 인연이라 할 수 있으니 같이 가봅시다.“
이렇게 절룩이며 몸을 돌려서 걸어갔다. 심 부인은 그가 걷지 못할까 봐 두려웠는데 속으로는 그녀를 좀 도와주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도고는 걸음이 아주 느렸음에도 불구하고 심 부인이 죽어라 따라잡아도 여전히 몇 걸음 차이가 났다. 심 부인 집에 도착하자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아주 당당하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심 부인은 뒤를 따른 후에야 비로소 도고가 정말 이인(異人)임을 알았다. 그녀에게 막 딸이 오랫동안 산통이 있어서 정말 견디기 힘들었노라고 말하려 했다. 뜻밖에도 도고는 들으려 하지 않고 단지 “내가 영애를 볼 때까지 기다리세요!”라고 했다.
심 부인이 그녀를 막 방으로 데려가자마자 안에서 수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파 죽겠어요!”
심 부인이 이 말을 듣고 이미 마음이 찢어져 도고는 개의치 않고 먼저 방에 들어가 수춘을 바라보니 두 눈이 위로 뒤집히고 두 다리를 꼿꼿이 뻗은 채 한 가닥 망혼(亡魂)이 이미 막 몸에서 나오려 했다. 심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외쳤다.
“수춘아 내 딸아, 왜 우리를 버리고 가느냐? 아, 내 아이야,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다니!”
이렇게 한바탕 울어대자, 밖에 있던 호 씨와 친척과 이웃들이 일제히 방안으로 몰려왔다. 도고는 뒤로 밀려나 다가갈 수 없었다. 호 씨가 마음이 상해 있는데 문득 도고가 수춘의 시신을 보고 그저 냉소하는 것을 보았다.
호 씨가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은 양심이 없군요. 남들은 사람이 죽어서 상심하고 있는데 여기서 여전히 웃고 있으니 그러고도 양심이 있다 할 수 있습니까!”
도고가 심하게 비웃었다.
“당신들이 나를 불러와서는 또 아무런 조언도 구하지 않고 나를 이렇게 냉대하면서 사람이 죽었다고 함부로 울어대니 이런 행동이 더 가소롭지 않습니까?”
호 씨가 대답하기도 전에 심 부인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수춘을 내려놓고는 침상에서 뛰어 내려와 여러 사람들을 물리치고 도고 앞으로 갔다.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슬픔에 목이 메어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의 이런 모습을 본 호 씨도 어쩔 수 없이 다가와 애원했다.
도고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이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 빈도가 기왕 이곳에 왔고 방금 말씀했다시피 소저와 인연이 있습니다. 따님의 명이 경각에 달했는데 어찌 수수방관할 수 있겠습니까!“
즉시 그는 깨끗한 물 한 사발을 가져다 수춘의 시신에 뿌리게 하고는 외쳤다.
“저 완고한 용이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언제까지 기다리느냐!”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수춘의 눈이 움직이고 입이 열리며 팔다리가 모두 움직였다.
후 씨 부부는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우리 딸이 살아났구나!”
사람들이 모두 참 괴이한 일이라고 했다. 뜻밖에도 수춘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구역질을 하더니 “왝”하는 소리와 함께 육구(肉球)를 토해 바닥에 떨어뜨렸다. 소리가 맑고 투명해서 마치 금속 같았다. 처음에는 겨우 총알만 했는데 도고가 물을 한 모금 뿌리자 크기가 열 배로 커졌다. 의아해하는 순간 마치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큰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육구가 두 개로 갈라졌고, 안에서 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 영롱한 얼굴을 가진 여자 아이가 뛰쳐나왔다. 입에는 겨자씨만큼 작고 반짝이는 구슬을 물고 있었다. 도고가 서둘러 앞으로 가더니 작은 구슬을 꺼내 입에 넣더니 목을 움직여 꿀꺽 삼켜버렸다. 호 씨 부부와 여러 사람들이 보고 깜짝 놀랐다. 막 소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뜻밖에도 침대에 누워 있던 산모가 큰 소리로 말했다.
“배가 고프니 빨리 먹을 걸 좀 갖다줘요!”
심 부인이 이때 너무 좋아서 거의 수춘을 잊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는 급히 딸에게 달려가서 물었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니?”
수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혀 없어요. 그저 배가 너무 고프니 어머니, 빨리 밥 좀 주세요.”
심 부인이 급히 물었다.
“출산 후 몸이 허약한데 어떻게 밥을 먹니?”
수춘이 대답하지 않았는데 도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상관없어요! 상관없어! 배가 고프면 당연히 밥을 먹어야죠. 아가씨뿐만 아니라 빈도도 그렇고, 피로연 음식을 즐겨봅시다.”
심 부인은 도고가 이렇게 말하자 자연히 마음이 놓였다. 이에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달라고 하는 한편 갈라진 육구도 치워달라고 했다. 도고가 급히 중지시키며 말했다.
“당신들은 이 물건을 만지면 안 됩니다. 빈도가 당신들을 대신해서 안치할 곳을 찾아보리다!”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보니 침대 옆에 나무로 만든 쌀통이 하나 있었다. 이에 쌀을 쏟아버리고 두 개로 갈라진 육구를 집어 두 손을 합치자 여전히 원형의 물건으로 변했다. 합체된 곳은 천의무봉이라 마치 아무런 흔적도 없는 것 같았다. 이에 자신의 입에서 3치 길이의 금침(金針)을 꺼내어 육구를 향해 연속 일곱 번 찔러 7개의 구멍을 만들어 나무 통안에 넣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 물건이 장차 큰 쓸모가 있으니 무엇을 원하든 아이가 취하려 하면 곧 얻을 수 있으니 반드시 잘 보존하시오.”
심 부인이 아기를 잘 감싸 수춘의 베개 옆에 두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야 모두들 밖에 나와서 자리에 앉았다.
후 노인이 물었다.
“도고께서 계신 암자는 어디에 있는지요? 법명(法名)은 무엇입니까?”
도고가 웃으며 말했다.
“출가인을 뭐라 부르든 그것은 사람들 마음이고 본래 무슨 이름이 필요 없습니다. 시주께서 저를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인연이 없으면 만나기 어렵고 인연이 있다 해도 언젠가는 헤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머무는 거처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약 정해진 거처가 있다면 어쨌든 시주님들처럼 집에서 복을 받으면 그만이니 구태여 동분서주하며 이리저리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현리(玄理)가 가득한 것을 본 호 씨가 자신도 모르게 엄숙하게 경의가 생겨 물었다.
“딸아이가 남편 없이 임신을 해서 입으로 태아를 낳고 또 알에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흉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고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신선도 아닌데 어찌 이런 이치를 알겠습니까? 하지만 시주님께서 마음씨가 좋으시고 아가씨도 순결한 효녀이니 하느님께선 저렇게 자비하시니 설마 집안을 망치고 재산을 탕진하며 가문의 기풍을 파괴하라고 보낼 리가 있겠습니까?“
후 씨가 감사드렸다.
잠시 후 심 부인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소식(素食)과 술을 차린 식탁을 내와 도고를 청해 마음껏 먹게 했다. 도고도 사양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차린 음식을 깨끗이 비우고는 고맙다고 말하더니 문을 나서 급히 떠났다. 호 씨 부부가 서둘러 배웅하러 나갔다. 문 밖을 나가보니 도고의 종적이 보이지 않았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심 부인이 남편을 탓했다.
”이 도고는 선인이 틀림없습니다. 어찌하여 제가 몇 가지 물어볼 수 있게 잠시 더 잡아두지 않으셨어요?“
호 씨가 웃으며 말했다.
“선인이 어찌 우리 집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겠소? 당신도 보다시피 그녀는 대문을 나오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소. 급히 갈 곳이 있는 모양인데 우리가 잡는다고 소용이 있겠소?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는 비록 딸이지만 어쨌든 정말 운이 좋으니 다른 집 아들보다 더 낫소. 그러니 이런 기이한 내력이 있었던 것이오. 또 선인이 아이를 받으러 왔소. 우리는 그저 선인의 분부에 따라 이 아이를 잘 키우기만 하면 앞으로 복이 무궁할 것인데 구태여 선인을 귀찮게 할 필요가 있겠소.”
심 부인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노부부와 수춘은 이 아이를 마치 손안에 든 명주(明珠)처럼 정말 소중하게 여겼다. 이 아이도 대단해서 한 달 후 말을 할 수 있었다. 호 씨는 아이 이름을 ‘비룡(飛龍)’라 지었고 직접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쳤다. 아이는 열 살도 되기 전에 이미 많은 것을 배웠다.
호 씨는 자신의 나이가 많아 아이를 마을에 있는 사숙(私塾)에 보내 공부를 시켰다. 사숙에는 7, 8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모두 7, 8살쯤 되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그녀와 큰 차이가 났을 뿐만 아니라 인품이나 성정 모든 면에서 그녀와 비교할 수 없었다. 또 매사에 그녀와 비교되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그녀를 질투했다.
게다가 선생님도 비룡의 뛰어난 인품과 학습 능력은 다른 사람들이 미치지 못한다고 칭찬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더 질투하고 미워했다. 그들은 종종 서로 짜고 비룡을 괴롭혔다. 하지만 비룡은 어머니의 가르침을 확고히 지켜 오직 학업에만 집중했고 다른 일에서는 늘 남들에게 양보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모두 평안하고 무사했다.
어느 날, 마침 일이 생기려 했는지 비룡이 숙제를 일찍 마치고 조용히 책상에 앉아 선생님이 수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한 친구가 제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몇 구절을 써달라고 했다. 비룡은 선생님이 알까 두려워서 감히 허락하지 못했다. 그 학생은 처음에는 비룡이 나약하다고 무시하며 처음에는 비룡을 욕했다. 아무 반응이 없자 나중에 비룡의 모친인 수춘을 멋대로 욕했다. 비룡은 엄마만 있고 아버지는 없는데 엄마가 결혼도 하지 않고 임신했으니 사생아가 분명한데 무슨 사숙에 다닐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비룡은 매우 효순하고 예의 바른 아이인데 어찌 자기 일 때문에 어머니를 욕되게 할 수 있겠는가? 당시에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수업이 끝난 후 울면서 선생님께 더는 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이유를 물었지만 비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조부모님과 모친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혼자 통곡만 했다.
후 씨 부부가 놀랍고 또 의심스러워 급히 물었다.
“얘야, 누가 또 너를 괴롭혔니? 빨리 말해보거라! 우리가 너를 대신해 네 갚아줄께.”
비룡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두 분께선 의심하지 마세요. 이건 말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손녀는 죽어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사숙에는 절대로 가지 않겠습니다!”
호 씨가 아무런 단서도 없어 당혹해하고 있는데 마침 선생님이 찾아와 역시 이 일에 대해 물었다. 모두들 원인을 몰라 구름이나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비룡이 더는 사숙에 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세워 잠시 그렇게 하도록 했다.
그러다 몇 달 후에야 그녀의 친구들이 말을 퍼뜨려 어찌 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비룡을 헐뜯던 친구가 비룡이 휴학하고 다시는 나오지 않자 헛소리를 더 심하게 퍼뜨렸다. 수춘이 정말 바람을 피웠다면서 멋대로 이름을 날조해 비룡의 간부(奸夫)라 했고 비룡은 두 사람의 사생아라고 했다.
이 일이 폭로되자 엄마와 딸 모두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때문에 공부도 중단했다. 이렇게 함부로 하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진실로 믿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말이 호 씨 부부의 귀에도 들어왔다. 심 부인이 이를 수춘에게 말하자 수춘은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후 일이 어떻게 될지는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1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