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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선득도전(八仙得道傳)》 제6회: 구슬을 빼앗으려 두 용이 다투고 상계를 어지럽히니 옥제가 인재를 구하다

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비룡은 그 도동(道童)이 겨우 십대 모습인 것을 보고 그를 ‘젊은 오라버니’라 부른 것은 그래도 자신이 예의를 많이 차렸다고 생각했다. 뜻밖에도 이 일이 도동의 화를 건드렸고, 자신의 나이가 비룡의 최초 조상에 해당한단 말을 들었다. 이렇게 되자 비룡이 잠시 멍해졌지만 갑자기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젊은 오라버니 그 말을 나를 대신해서 한 말이라면 그런대로 나쁘지 않네요. 당신은 내가 당신 초대 조상 할머니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나요? 하하. 이건 정말 가소롭군요!”

비룡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자신이 대나무 밧줄에서 사람 몸으로 수련 성취된 것을 계산한 것인데 용체(龍體)로 되는 데만 적어도 2천 년이 걸렸으니 확실히 보통 인류에 비하면 17~8대(代)보다 길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도동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비룡처럼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원래 이렇게 위아래도 모르고 진퇴를 모르는 미친 여자가 있구나. 가지 말고 내 창을 한번 받아봐라. 어디 네 조상의 법보(法寶)를 시험해 보자!“

말을 하면서 이미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비룡의 얼굴을 향해 찔러왔다. 비룡도 도동의 공격을 보자 더는 양보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 대항했다.

두 사람은 원래 산기슭 큰 길가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일단 한수를 겨뤄보자 쌍방은 상대의 무게를 느끼고 둘 다 깜짝 놀랐다. 감히 적을 경시하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공격했다. 앞뒤로 20여 차례 회합하자 오히려 도동(道童)의 살성(殺性)을 일으켰고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이 꼬마 요괴야, 조상의 보물을 봐라!”

비룡이 보니 원래 한 알의 붉은 구슬이 공중에서 굴러왔다.

순간, 만 갈래 붉은빛이 비룡을 향해 달려들더니 붉은빛이 비룡의 몸을 에워쌌다. 비룡은 단지 온몸이 불에 타는 듯한 느낌만 받았다. 점점 더 뜨거워졌고 더는 참을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크게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놈, 감히 조상 할머니를 기쁘게 하려 왔느냐! 네게 보물이 있다면 설마 다른 사람은 보물이 없겠느냐?” 이렇게 말을 하면서 입에서 구슬을 뱉어 내자 삽시간에 온 하늘에 금빛이 가득 찼다. 붉은빛과 서로 싸우다 온 하늘이 완전히 금빛과 붉은빛으로 가득 찼고 번쩍이면서 오고 갔다.

이때 마침 정오였지만 그 강렬한 햇빛조차 일찌감치 두 빛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많은 백성들이 너무 무서워서 감히 나오지 못하고 문을 꼭 닫아 걸고는 집 안에 숨었다. 비룡과 도동은 1시진(時辰 2시간)이나 싸웠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저 붉은 구슬이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내 용단(龍丹)과 같은 힘을 지닌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비룡은 이에 생각했다.

“법술(法術)을 사용해 저 구슬을 빼앗는 것이 낫겠다. 하나는 저 도동을 제거할 수 있고, 둘째로 내 용구슬(龍珠)이 짝이 생기면 노는 게 재미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몰래 진언(真言 주문)을 외우며 붉은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과연 붉은 구슬이 주문에 반응해 자기 손에 떨어졌고 붉은빛이 점차 흩어졌다.

비룡이 막 기뻐하고 있는데 문득 자신이 발산한 금빛 역시 한 가닥 비단실처럼 변하더니 점차 보이지 않게 된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용단 역시 이미 도동의 수중에 있는 것을 보았다. 우습게도 두 사람이 서로 구슬을 교환한 것이다. 비록 승부를 가지진 못했지만 원래 물건에는 각기 주인이 있는 법이라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다. 그 둘은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꾸면 모름지기 이는 본인의 정기혼백(精氣魂魄)으로 연마해 완성한 보배임을 알아야 한다. 그들 본인에게 있어, 사람이 바로 단(丹)이고 단이 바로 사람이며 크기의 변화와 지휘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만약 사람이 바뀌면 어찌 이런 효력이 있겠는가? 이때 두 사람은 모두 괴로워하면서 원망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먼저 화를 낸 것은 도동이었다. 그가 몸을 한번 흔들자 한 마리 큰 용으로 변신했는데 머리에서 꼬리까지 30리가 넘었고 검은 두 눈으로 비룡을 바라보며 시뻘겋고 큰 입을 벌리고는 흥분해서 비룡에게 덤벼들었다. 비룡은 이제야 도동이 원래 같은 동도(同道)임을 알았고 몸을 돌려 도동 옆에서 지면으로 빠져나왔다. 원래 역시 한 마리 극히 큰 진룡(真龍)이었다. 두 용이 서로 마주 보면서 서로 선회하니 파란 하늘이 밝아졌다 어두워졌고, 안개가 흩어지고 구름이 날았다.

이는 하계(下界) 중생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집집마다 문을 닫아걸고 향을 피우며 절을 올렸다. 이 쌍룡의 사나운 대결은 각자 자신이 수련한 대단(大丹)을 잃게 했다. 세상에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두 용이 구슬을 빼앗았다고 하는데 바로 이 일을 말한다.

두 용은 하루 종일 목숨을 걸고 힘들게 싸우며 끝까지 버티다 보니 싸울수록 더 높이 올라갔다. 이미 중계(中界)를 넘어 천상(天上)에 도달하려 했다. 이때 마침 옥제(玉帝 옥황대제)가 영소전(靈霄殿)에 올라와 많은 선관(仙官)들과 천조(天曹 하늘 관아)의 공사(公事)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먼저 금빛과 붉은빛 두 갈래 빛이 은하수까지 직접 솟구쳐 기이하게 생각하는데 잠시 후 두 빛이 점차 흩어지더니 문득 또 한 가닥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옥제가 더 의심스러워 뭇 신선들에게 물으셨다.

“이는 무슨 징조인가? 왜 또 이런 냄새가 나는가? 짐은 한 하늘의 주[一天之主]로 삼계 진선(真仙)들을 통치하는데 어찌 이런 요사한 기가 보전(寶殿)까지 올라올 수 있는가? 경(卿) 등은 빨리 조사해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신속히 보고하고 장수를 파견해 주륙(誅戮)하라.”

태백금성(太白金星) 이장경(李長庚)이 앞으로 나아가 부복하고는 자신이 가서 요인(妖人 요사한 사람)을 조사해 즉시 알리겠노라고 하자 옥제가 윤허했다.

이장경이 옥지(玉旨 옥제의 칙지)를 받들어 남천문(南天門)을 나가 구름을 젖히고 아래를 한번 바라보니 두 마리 얼룡(孼龍 못된 용)이 격렬하게 싸우면서 비늘이 떨어지고 머리가 깨져 피가 흘렀다. 서로 상대방을 혼절시키려 할 뿐 아래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다 보니 도리어 점점 위로 올라가며 떠들썩해졌고 줄곧 남천문 밖까지 도달했다.

이장경이 급히 검을 겨누며 소리쳤다.

“몹쓸 짐승(孼畜)들이 무례하기 그지 없구나! 고개를 들어 이곳이 어디인지 보거라! 너희들이 이렇게 방자한 것을 용납할 수 있겠느냐! 썩 내려가지 못할까!”

이 말을 들은 두 용은 깜짝 놀랐다. 각자 손을 멈추고 주위를 바라보니 한 노도(老道)가 구름 끝에 서서 큰 소리로 꾸짖는 것이 보였다. 두 용은 본래 천정(天庭)에 가본 적이 없었고 구름과 안개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경루(瓊樓)와 옥우(玉宇)를 보긴 했지만 단지 그저 무슨 왕국이 있는 곳이라 여기고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장경의 말이 무례한 것을 보고는 둘 다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늙은 종놈아, 감히 멋대로 무례하게 사람을 욕하느냐. 우리가 싸우면 싸우는 것이지 네가 무슨 상관이냐! 왜 이런 쓸데없는 일에 나서는 것이냐? 좋다, 네가 이왕 헛소리를 했으니 우리가 일단 네놈부터 처리하고 나서 다시 승부를 겨뤄야겠다.”

두 용은 장경의 해명도 기다리지 않고 함께 남천문을 향해 날아왔다. 이장경이 겁이 나서 몸을 돌려 급히 보전(寶殿 영소보전)으로 달려가 이렇게 아뢰었다.

“하계의 두 마리 요사한 용이 반란을 일으켜 지금 폐하를 죽이려 보전으로 옵니다! 폐하께서는 빨리 군사를 내보내 방어하게 하소서.”

옥제가 깜짝 놀라 말했다.

“어떤 요사한 용이란 말인가? 어찌하여 줄곧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느냐? 지금 누구를 보내 요괴를 제거해야 하는가?”

아직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보전 앞에 한가락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사리를 모르는 두 마리 얼룡(孼龍)이 정말로 난동을 부리며 함께 외쳤다.

“빨리 늙은 영감을 바치면 너희 일국(一國)의 성명(性命)은 살려주겠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法을 일으켜 순식간에 너희 나라 전부를 익사시켜 버릴 것이다.”

옥제가 이 말을 듣고는 당황해서 말했다.

“요사한 용들이 이미 왔으니 빨리 천문(天門)의 각 장수들에게 관문을 막게 하고 짐의 조카인 이랑(二郞)을 불러와 속히 천병(天兵)을 이끌고 가서 요괴를 제압하게 하라.”

이장경은 급히 옥지를 받들어 관구(灌口)에 이랑을 부르러 가고, 이곳에 있던 등(鄧), 신(辛), 장(張), 도(陶) 네 장수가 각각 무기를 들고 와 두 용과 싸웠다. 두 용은 크게 화가 나서 온몸의 신력(神力)을 다해 머리로는 궁궐을 들이받고, 꼬리로는 천문(天門)을 치며 몸을 한번 비틀어 네 장수를 몇천 리 밖으로 쳐냈다. 옥제와 많은 선관들이 너무 당황해 재빨리 뒷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용이 이미 궁궐 모퉁이를 쳐서 무너뜨린 뒤였다. 대전에 있던 많은 기물(器物)들이 맞아서 부서지고 찢어졌다. 두 용은 여전히 그 영감을 찾아내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옥제가 진노해서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짐은 상천의 주(上天之主)이자 삼계(三界)의 문무(文武) 만선(萬仙)을 통할하는데 지금 요사한 용이 반란을 일으켜 뜻밖에 보전을 공격해 궁전을 훼손함에도 고민을 나눌 사람 하나 없구나. 이 어찌 부끄럽고 수치스런 일이 아닌가!”

이 한 마디에 시종하던 선관들이 모두 얼굴을 붉히고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 바깥의 두 용은 점점 더 사나워졌고 마침내 후전(後殿)으로 날아오려 했다.

옥제 주변에 있던 팔대(八大) 선관(仙官)이 대전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 두 용들은 어디서 왔느냐? 어떻게 도(道)를 얻었느냐? 무슨 일로 천정(天庭)까지 왔느냐? 빨리 한 가지씩 해명해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곳은 바로 옥제께서 거처하시는 통명전(通明殿)이니 너희들의 이런 망동을 어찌 용납할 수 있겠느냐? 지금 옥제께서 너희들이 수행하기 쉽지 않음을 불쌍히 여기시어 잘못을 회개한다면 그래도 사정을 봐줄 수 있다! 만약 계속 함부로 날뛰다 천병(天兵)이 도착해 뼈가 가루로 되면 천년 공행(功行)이 헛되지 않겠느냐?”

두 용이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곳이 바로 천조영부(天曹靈府)임을 알았다. 이 재앙은 정말 큰일인데, 사람의 언어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둘이 함께 말했다.

“이번에 어떻게 발단했고 어떻게 서로 싸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도(老道)가 아무런 까닭없이 욕을 하자 화가 나서 둘이 힘을 합쳐 노도를 붙잡아 동해에 가라앉혀 물고기와 새우의 밥이 되게 하려 했습니다. 노도가 이곳에 들어와서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으로 화가 솟구쳐 이런 사단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옥제의 대전인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이미 죄를 알았으니 앞으로는 함부로 굴지 않겠습니다. 대선(大仙)께서 저희를 대신해 옥제께 모르고 한 짓이니 용서해달라고 청해주십시오. 큰 죄를 저질렀으니 사면해 주십시오.”

하지만 자신의 내력과 수도(修道)한 연대 숨어서 수련한 곳은 말하려 하지 않았다. 선관이 듣고는 마음이 풀려 돌아가서 옥제께 아뢰었다.

옥제가 말했다.

“무릇 수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사부가 있을 터이니 두 짐승의 사부가 누구인가? 다시 가서 물어보라. 짐이 그들의 사부를 찾아내 응분의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팔선관(八仙官)이 이 뜻을 전하러 다시 왔을 때 두 용은 이미 하늘에 죄를 지었음을 알고 더는 머물 수 없어 이미 하계로 도망쳤다.

옥제가 다시 대전에 나와 각급 선관들을 불러 이번 일의 뒤처리와 체포에 관한 일을 상의했다. 이때 이장경이 데려온 관구이랑(灌口二郎)이 모든 장병들을 이끌고 와서 명령에 복종하며 이렇게 아뢰었다.

“미천한 신(微臣)의 지배하에 요괴가 된 노룡(老龍)이 있습니다. 며칠 전 갑자기 요술(妖術)을 써서 토산을 옮겨 관구의 바다를 눌러 물을 땅으로 바꾸고 천지조화(天地造化)의 공(功)을 빼앗아 갔습니다. 막 병사를 보내 잡으려 하자 마침 미리 도망쳤습니다. 지금 얼룡을 체포하라는 조서를 받자오니 아마도 관구의 요괴가 아닌가 합니다!”

옥제가 보니 절로 위로가 되었다. 즉시 본부의 천병(天兵)을 이끌고 하계에 내려가 역도를 토벌하게 했다. 이랑이 성지를 받들어 떠났다.

옥제는 궁궐 모퉁이가 무너지고, 기둥이 기울어진 것을 보았다. 이곳의 많은 기물들은 모두 구주(九州)와 사해(四海)의 보물들인데 그것들에 의해 엉망이 된 것을 보자 마음이 불편했다.

이장경에게 물었다.

“짐은 제천(諸天 여러 하늘)의 주(主)이자 만선(萬仙)의 영수(領袖)이다. 천정(天庭)에는 출중하고 법술에 정통한 많은 인사들이 있는데 어찌하여 이 두 요괴가 무인지경으로 제멋대로 횡행하게 한단 말이냐? 설마 조정에 가득 찬 선리(仙吏)들이 모두 저 작은 두 요괴를 따라잡지 못한단 말이냐?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하계의 축생(畜生)이 능력이 조금 생기면 모두 멋대로 행동하며 법의 기율을 보지 못하고 심지어 짐의 이 통명보전(通明寶殿)마저 어느 날 요사한 사람이나 마귀들에게 깡그리 훼손되어 깨진 기왓장조차 남지 않을 것이니 그럼 또 어떤 꼴이 되겠느냐! 이 삼계 위에서 옥제도 유명무실해져서 필요 없지 않겠느냐? 경 등은 옥우(玉宇)의 깨끗함과 천정(天庭)의 편안을 지킬 무슨 방법이 있는지 보고 각자 품은 뜻을 감추지 말고 솔직히 말해보도록 하라.”

그러자 오직 이장경만이 앞줄에 나와 아뢰었다.

“다스림이 오래되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겁난(劫難)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어지러움을 다스리고 위기를 안정시킴에 모두 정수(定數)가 있습니다. 미천한 신이 전에 팔경궁(八景宮)에서 노군(老君)과 원시천존이 겁난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올해 통명전에 마땅히 작은 재변(災變)이 있을 거라 하셨습니다. 미천한 신의 생각으로, 상제(上帝)께서는 만선(萬仙)을 이끌고 겁운(劫運)을 주관하시니 설령 재변이 있다해도 어찌 도명(道明)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두 선장(仙長)의 말씀이 어리석다고 여겼습니다. 의심스런 일이 없어야 하기에 더는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뜻밖에 오늘 이런 요사한 용의 재앙이 있고 나서야 과연 두 신선의 말씀이 응험함을 알았습니다. 겁운의 이치는 비록 대성(大聖)과 상선(上仙)이 그 이유를 똑똑히 알지라도 피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이 또 듣자하니 노군께서 머지 않아 하계에 홍수의 큰 재앙이 일어나 억만이 넘는 사람과 가축이 수몰된다 예언하셨습니다.

다행히 천운에 따라 성인(聖人)께서 이미 인간 세상에 태어나셨습니다. 머지않아 하계 성주(聖主)의 명을 받아 수보(首輔 재상)가 되어 장차 치수(治水)의 일을 실행해 물과 육지 양계(兩界)가 새롭게 경계를 정하게 될 것입니다. 육상의 일은 절로 인군(人君)이 다스리는 이치가 있을 것이며 수중의 일은 모름지기 술(術)과 재능을 지닌 두 용신(龍神)을 얻어 바야흐로 제어하고 다스릴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대제자 화룡(火龍)과 표묘(縹緲) 두 진인을 파견해 두 마리 진룡(真龍)을 제도해 물밑에서 잠복해 소환에 응할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아뢰었다.

“두 용은 하나는 암컷이고 하나는 수컷입니다. 또 혼인의 연분이 있어 장차 부부가 되어 용의 자손을 길러내 동남서북, 크고 작은 내외 각 바다의 주인이 되어 인군(人君)을 보조하고 상천의 명을 받아 사해의 평안을 지킬 것입니다. 그럼 요정이 자취를 감추고 곤충과 물고기도 각자 살게 될 것입니다. 이 일은 대단히 중대한데 말씀하신 이 두 마리 괴이한 짐승이 이런 능력이 있다고 하시니 세간의 평범한 용이라면 도행(道行)이 없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단단한 껍질이 있다 해도 중계(中界)와 상계(上界)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미천한 신의 생각으로 이 일의 발단을 알려면 우선 노군조사를 찾아 뵙고 여쭤봐야 분명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옥제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그 두 용이 기왕 노군의 제자가 제도를 받아 치수(治水)의 조칙을 기다린다면 마땅히 공손하고 조심하며 부름에 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마땅하오. 어찌 이리 함부로 행동할 수 있단 말이오? 설령 겁수(劫數)가 미리 정해졌다 해도 두 용이 이렇게 큰 죄를 지고 어찌 다시 기용할 수 있겠는가? 어찌 천상 여러 신선들이 짐의 상벌이 분명하지 못하다고 비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경이 다시 아뢰었다.

“노군께선 뭇 신선의 조상이시고, 화룡과 표묘 두 진인은 상계의 금선이니 그들은 반드시 이속의 인과를 알고 있을 겁니다. 미천한 신이 가서 똑똑히 알아본 후에 다시 아뢰겠습니다.”

옥제가 청을 허락하고 신속히 가도록 했다. 또 말씀하셨다.

“다스림과 혼란, 안전과 위기는 비록 겁운(劫運)과 관련이 있지만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결국 마땅히 제왕의 몫이오. 짐이 좌우에서 보필하는 신하들을 보니 대부분 변화에 대처하는 재주가 부족하오. 앞으로 인재를 양성해 현사(賢士 어진 선비)를 임용하고자 하니 경은 짐을 대신해 노군께 여쭙고 재주와 덕을 갖춘 이런 선인이 있으면 천거해서 위기에 대비할 수 있게 하되 일시적으로 그런 사람을 구할 수 없으면 마땅히 어떻게 배양해야 하는지 세심한 지도를 부탁드린다고 청해보시오.”

이장경이 명령을 받들어 대전을 나서 구름을 타고 팔경궁에 도착했다. 구름에서 내리니 궁전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통명전과는 달리 아주 그윽하고 고요하며 비할 바 없이 장엄했다. 궁궐 밖에는 기이한 꽃과 식물, 기이한 새와 다채로운 새들이 있어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장경은 옥지를 받들고 왔기 때문에 감히 풍경을 볼 여유가 없어 서둘러 궁문을 향해 나아갔다.

궁전 앞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백학동자(白鶴童子)가 그를 맞이하러 나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사께서 이미 당신이 오실 줄 아셨습니다.”

장경이 꾸짖으며 말했다.

“못된 짐승아(孼畜), 무례하게 굴지 말고 빨리 가서 내가 조사님을 뵙고 싶다고 청하거라!”

동자는 장경이 자신을 못된 짐승이라 욕하는 것을 보고는 돌아서서 웃으며 말했다.

“뻔뻔한 영감탱이야, 당신이 남을 못된 짐승이라 욕해 큰 손실을 입히고 그저 도망쳐 숨는 바람에 심지어 옥제까지 연루되어 편안치 못하게 했소. 이제 막 편안해졌는데 또 감히 이곳에 와서 사람을 욕하는군! 좋아요! 당신도 체면이 있으니 스스로 들어가서 조사님을 뵈세요. 나 같은 못된 짐승이 굳이 당신을 대신해 통보할 필요가 있겠어요?”

말을 마친 후 화가 나서는 바위 위에 앉아 새들을 불렀다. 소리가 나자마자 온갖 새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빨강, 녹색, 검정, 흰색, 다양한 크기에 암수가 뒤섞여 ​​큰 무리를 지어 날아오더니 일제히 동자를 에워싸고 큰 원을 만들었다. 동자가 움직일 때마다 새들이 떼를 지어 그를 따라다니며 에워쌌다. 동자는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으며 더는 이장경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장경이 한번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 아이가 이렇게 이치가 없구나. 지금 마침 그의 도움이 필요하니 사과하지 않을 수 없구나. 조사님을 뵙고 돌아와서 다시 말해야겠다.”

그래서 한 발 나아가 사과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우님(老弟), 웃음은 웃음이고 놀이는 놀이지만, 진지한 건 진지한 것이네. 자네는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른단 말인가? 바로 옥제의 칙지로 조사께 가르침을 청하러 온 것일세. 만약 성지를 어기면 나만 힘들어질 뿐 아니라 조사께서 아시면 아우님도 좋지 않을 걸세. 형제여 더는 놀리지 말고 빨리 내가 왔다고 통보해 주게.”

동자가 듣고는 “쳇”하면서 말했다.

“옥제를 들먹이며 사람을 겁주지 말아요. 우리 여기서는 조사님만 알 뿐이고, 당신이 하늘보다 큰 체면이 있어도 조사님을 뵈려면 여전히 내 말을 들어줘야 해요. 내가 통보하지 않으면 설사 옥제께서 직접 오신다 해도 조사님을 뵐 수 없어요. 당신같은 영감이야 말할 나위도 없어요.”

장경이 웃으며 말했다.

“얘야,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구나. 네가 이렇게 게으른 걸 조사께서 아시면 벌을 받지 않겠느냐? 하지만 지금은 어쨌든 내가 부탁하러 왔고 또 너를 상대할 시간도 없구나. 사과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니?”

이렇게 말하면서 정말로 소년에게 허리를 숙였다.

동자가 비로소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봐요. 쓸모 없이 겁을 주자마자 이런 꼴이라니. 당신이 너무 불쌍해 보이니 대신 통보해줄께요!”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자 뭇 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는 곧 안으로 깡총대며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나와서는 장경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영감! 조사께서 들여보내라 하십니다!”

장경이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공경하게 동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노군을 뵙고는 절을 올렸다.

노군이 그에게 일어나라 하시면서 웃으며 말했다.

“저 두 얼룡의 일 때문에 조사하러 왔는가?”

장경이 절을 하고 일어나 옥제의 칙령을 전했다.

노군이 다시 다시 웃으며 말했다.

“이 두 얼룡을 말하자면 내가 사람을 보내 장차 그들을 구도하게 한 것이다. 처음 사람 몸을 얻어 곧 열선의 반열에 드는 것은 본래 나의 특수한 은총이었다. 그러나 야성(野性)을 다스리지 못해 예의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천부(天府)에 가본 적이 없으니 영소전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자네가 말다툼을 하다 그들의 분노를 건드려 이런 큰 재앙을 일으켰구나. 비록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수(數)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옥제께서 이번에 한 차례 분노와 놀람을 겪으신 것도 마땅히 작은 겁수(劫數)로 보아야 한다. 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오히려 그들을 이용해 공을 세우게 할 때이니 잠시 내버려두거라. 그들이 지은 죄에 대해서는 장차 보응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미리 말할 수 없으니 돌아가 옥제께 전하거라!”

장경은 또 옥제께서 두 용이 사단을 일으켰지만 천부의 여러 신선들 중 아무도 제압할 사람이 없어 성심(聖心)이 기쁘지 않으니 조사께서 문하에 덕행(德行)이 있고 신도(神道)를 행할 수 있는 대선(大仙)을 파견해 하늘의 정사를 돕고 천정(天庭)을 수호하게 할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노군께서 웃으며 말했다.

“내 문하의 여러 신선들은 각자 임무가 있고 또 옥제와는 인연이 없으니 어찌 그를 보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옥제 신변에 도덕과 재능이 있는 인사가 드문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이미 그를 위해 정해 놓은 바가 있으니 3천 년 안에 8대 금선(金仙)을 거둘 것이다. 그중에는 이미 세상에 나온 이도 있지만 아직 사람 몸[人身]을 이루지 못했으니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내가 사람을 파견해 거두고 정과(正果)를 이루게 할 것이다. 너희들은 모름지기 언제 어디서나 늘 내 지시에 따라야 한다. 혹 천부(天府)에 소속되거나 또는 세간(世間)에 있을 지라도 그들을 도와 잇따라 도를 이루게 해야 한다. 또한 너희들의 극히 큰 공과(功果)가 될 것이다.”

장경은 머리를 숙여 감사드렸다. 노군과 작별한 후 천궁으로 돌아와 노군의 말을 전했다.

뒷일이 어떻게 될지 알고 싶다면 다음 회를 보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