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이랑신(二郎神)은 많은 천병천장(天兵天將)들을 이끌고 두 용을 추격했다. 상계(上界)와 중계(中界)를 지나 줄곧 하계(下界)까지 추격했다. 구름을 멈추고 혜안(慧眼)을 운용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두 용이 이미 동해에 들어가 막 물속으로 숨으려 했다. 이랑신은 급히 물을 고정시키는 정수결(定水訣)을 사용해 아래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러자 물이 마치 구리와 철로 만들어진 것처럼 해빙(海氷)과 합해졌다. 두 용이 내려가지 못하자, 위를 올려다보고는 신장(神將)의 법력(法力)임을 알았다. 두 용이 일제히 화를 내며 각각 사람 몸으로 변해 보검(寶劍)을 들고 날아가 직접 이랑을 공격했다. 이랑은 당황하지 않고 화극(畫戟)을 펼쳐 두 용과 맞서 싸웠다. 스무 차례의 싸움 끝에 두 용은 점점 지탱할 수 없었고, 비룡이 먼저 원래 몸을 드러내고 동쪽으로 도망갔고 다른 용도 뒤따라 도망쳤다.
이랑이 포기하지 않고 병사들과 장수들을 이끌고 힘겹게 추격했다. 그들이 그리 멀지 않은 것을 보고 이랑은 소매에서 두 개의 신탄(神彈)을 꺼내 한 손에 하나씩 두 용을 향해 손으로 쳐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갈래 금빛이 두 용의 머리에 맞아 “쾅”하는 소리가 들렸고 두 용의 머리가 약간 떨어졌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며 머리가 아파서 하마터면 구름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이랑이 놀라서 말했다.
“나의 이 신탄은 요괴든 사람이든 맞기만 하면 죽지 않는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이 두 용은 나의 이 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들이 수련을 이미 오래해서 도행이 좀 있어서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 비검(飛劍)을 사용해 자르고 저들이 어떻게 견디는지 보자.”
이렇게 생각하며 입을 벌리자 갑자기 한 갈래 백광(白光 흰 빛)이 두 용의 머리로 날아갔고 서늘한 냉기에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빛이 나올 때 두 용은 몸을 떨며 견딜 수 없음을 알았다. 말하자면 너무 늦는데, 그 시간은 만 배 이상 빨랐고, 그 검광(劍光 검에서 나오는 빛)이 용신(龍身)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이 갑자기 한층 붉은 빛이 일어나, 이랑의 검광이 20리 이상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붉은 빛 속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랑은 멈추시오, 이 두 짐승은 천조(天條 하늘의 법)를 어긴 죄인이니 앞으로 저절로 보응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들을 사용할 데가 있으니 이랑께선 부디 늦추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랑 앞에 두 선인(仙人)이 우뚝 서 있었다.
이랑은 급히 검광을 거두고 두 손을 올려 예를 갖춰 말했다.
“화룡, 표묘 두 진인께선 어디서 오시는지요? 어찌하여 오늘 저 두 짐승을 죽여선 안 된다고 하시는지요!”
화룡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와서 시비를 말하는 자가 바로 시비하는 사람’입니다. 이랑은 아직 우리와 저 두 짐승 사이의 큰 연분을 모르십니다. 표묘 사제가 저 얼축(孼畜) 때문에 이미 당신이 다스리는 관구에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이랑이 문득 말했다. “아. 이 짐승이 바로 관구 지방의 그 요사한 용이로군요? 듣자 하니 어떤 선인(仙人)께서 그를 제도하러 세상에 나오셨다고 하는데 표묘 도형(道兄)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도 참 오지랖이 넓으시군요. 두 분은 저들이 관구의 산을 옮기고 바다를 덮은 일을 아십니까? 저들이 천궁에서 큰 소란을 피워 옥제(玉帝)를 놀라게 한 일도 아시는지요? 지금 옥제께서 크게 노하시어 소제(小弟)를 이곳에 파견해 잡아다 처벌하라 하셨는데 두 분께선 어찌 그런 요청을 하십니까?”
표묘와 화룡이 모두 웃으며 말했다.
“두 짐승이 비록 대담하긴 하지만 여태 천정(天庭)에 가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통명전으로 가는 길을 알겠습니까? 이 일은 이미 우리가 아는데 이장경이 재앙을 일으켰습니다! 본래 영부(靈府)는 존엄한데 어찌 짐승 따위가 이렇게 멋대로 굴게 했겠습니까? 하나는 역시 정수(定數)가 시킨 것이고 둘째는 장차 저절로 보응이 있을 겁니다. 지금은 아직 많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우리 조사(祖師)께서 주관하신 것이니 설사 옥제가 앞에 계신다해도 그 어르신이 절대 존신(尊神 존귀한 신. 여기서는 노자를 가리킴)을 난처하게 하진 못하실 겁니다.”
이랑이 또 말했다.
“또 제가 다스리는 바다가 그것에 의해 평지로 메워졌는데 이 물은 백성들의 식량과 관련이 있고 또 통제 작용이 있습니다. 지금 절반 이상을 잃었지만 그래도 많은 백성을 죽이진 않았더군요.”
표묘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 일은 더 쉽습니다. 머지않아 하계에 극히 큰 수재(水災 물난리)가 있을 텐데 치수(治水)의 성인(聖人 역주: 대우를 말함)께서 이미 세상에 나오셨습니다. 장차 빈도(貧道)들이 반드시 그분께 청해 남은 바다를 두 배로 깊게 해서 깊이로 좁은 것을 보충해 수량에는 차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 메워진 땅을 또 백성들의 논밭으로 삼는다면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랑이 웃으며 말했다.
“기왕에 그렇다면 저는 병력을 거둬 하늘로 돌아가 철수하고 가르침에 따르겠습니다! 두 도형 과 사조(師祖)께서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하신다면 제가 벌을 받습니다.”
두 신선이 웃으며 말했다.
“농담입니다! 농담! 존사(尊師)께서 보시기에 우리 사도(師徒)가 그렇게 미덥지 못한가요?”
이랑이 크게 웃으며 병력을 철수시켰다.
두 신선이 구름으로 내려와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 두 괴물 때문에 우리 책임이 더 무거워졌군.”
화룡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 제자는 그래도 괜찮아서 성질도 그리 사납지 않으니 필경 암컷이 수컷보다 성격이 좀 낫네. 자네에게 물어봄세, 자네가 기왕에 제자를 동해로 데려왔으면, 조용히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을 짝 지워 바다 속으로 보냈어야지 어찌하여 해변에 남겨 두어 두 짐승이 서로 알아보지 못해 이렇게 큰 일을 일으키게 했는가! 사제, 이것은 자네의 책임일세!”
표묘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사형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양심이 없으신 겁니다. 저는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당신을 찾아 뵙고 가는 김에 형님 제자가 전당강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고 사훈(師訓 사부의 가르침)을 위배한 일을 알려드리려 했습니다. 왜 도리어 제 탓을 하십니까!”
화룡 진인이 또 웃으며 말했다.
“됐네! 됐어! 자네는 자기 제자도 통제하지 못하면서 관구 지방에서 그렇게 큰 일이 났는데도 여전히 한가하게 나 대신 이런 일을 주시한단 말인가!”
표묘 진인이 오히려 탄식하며 말했다.
“이 일을 말씀하시니 어쨌든 정말 안타깝습니다. 제 제자는 사람의 영(靈)과 용단(龍丹)이 섞여서 성품이 매우 곧고 또 효성이 지극합니다. 전에 우리는 서쪽 구름에서 한번 만났고 그때 저는 그를 바다 밑바닥에 가두고 숨어서 공행(功行)을 수련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효심이 지극해서 매년 어머니 생일이 되면 서생으로 변해 축하하러 갔답니다. 나중에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또 그곳에 가서 울면서 제사를 지내고 모친의 시신을 관구 남서쪽 산기슭에 묻고는 매번 명절이면 무덤에 가서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것은 본래 그의 효심이라 물밑에서 떠난 것을 알았지만 차마 비난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킬 줄 누가 알았습니까? 사형께선 방금 제 제자가 관구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이번 일의 내막은 잘 아시겠지요?”
화룡 진인이 고개를 젓더니 웃으며 말했다.
“나는 듣기만 했을 뿐, 대체 어찌 된 일인지는 여전히 똑똑히 모르네. 자네가 말해주겠는가?”
표묘 진인이 또 탄식하며 말했다. “만약 천수(天數)로 말하자면 제 제자의 관구 일과 사형 제자의 전단강 일은 꼭 미리 정해진 수(數)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수가 미리 결정되었다면 설령 지존인 옥제께서 두 짐승에게 화를 내신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물며 사형과 저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사형은 전에 사조(師祖)께서 3천 년 안에 8대 금선(金仙)을 차례로 세상에 내보내 도(道)를 이뤄 옥제를 보필할 신하가 되게 하신다는 말씀을 들어보셨죠.
그 중 일찍이 세상에 나왔지만 아직 사람이 되지 못한 이가 있는데 바로 천지가 개벽된 이래 존재한 한 마리 쥐입니다. 이 쥐가 세상에 나온 이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른 평범한 쥐들과 달리 사람의 기물(器物)을 손상시키지 않고 북두칠성에 절을 하며 수련에 정진해왔습니다. 비록 자그마한 동물이지만 이미 불괴(不壞)의 몸을 성취했고 줄곧 4~5천 년이 되자 마침 삼황(三皇)의 치세 때 그 지방이 수재를 당해 사람과 가축이며 농민들이 무수히 떠내려갔습니다.
이 쥐도 중원에서 표류하다 서토(西土)로 갔는데 바로 지금 항구 지방입니다. 그는 수도(修道)를 오래해 법신(法身)이 견실(堅實)했기 때문에 인해 비록 거대한 물결 속에서 3~4천 리를 표류하긴 했지만 여전히 성명(性命)을 보존했습니다. 관구는 본래 지대가 아주 낮은 육지였지만 그때 수재 이후 물이 고여 거대한 웅덩이가 되었고 이로부터 망망한 천 리에 달하는 내해(內海)가 되었습니다. 처음 홍수가 닥쳤을 때 인구가 2,000명이 넘는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높은 지대로 피난을 갔습니다. 한 지방을 지났는데 양쪽이 높이 솟고 중간에 폭이 3길 정도 되는 강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곳은 평소에도 수심이 깊은 곳인데 이때는 홍수가 나서 더 말할 나위도 없었고 아무도 물을 건널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원래 외나무 다리가 하나 있어서 겨우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뜻밖에도 사람은 많고 다리는 썩어서 모두들 다투어 건너려고 힘을 많이 쓰자 “뚝”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가 두 개로 부러졌고 선두를 다투던 사람들이 모두 물에 빠져 갑자기 파도에 쓸려가면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랐습니다. 당시 물의 기세가 더 거세져서 물이 많을수록 위험이 더 커져서 언덕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져 울부짖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때 그 쥐도 사람들 속에 끼어 있었는데 사람들을 따라 물을 건너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리가 부러져서 사람들이 울부짖는 것을 보니 상황이 아주 비참했죠. 그는 또 선근(善根)이 아주 두터워서 자신의 위험은 잊은 채 오직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을 구해서 살릴 수 있을지만 생각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홀연히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다리가 끊어진 곳으로 날아가 살펴보니 다리가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니라 중간이 아직 연결되어 있었는데 다만 물속에 잠겨 있어서 사람이 건널 수 없었죠.
그 쥐는 거대한 몸과 큰 힘을 지녔는데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용감하게 물속을 헤엄쳐 부러진 다리의 나머지 절반 위로 올라가 잠시 공력을 들이자 반대편에 도달했습니다. 쥐가 강변에 도착해 뒤를 돌아보니 이쪽 사람들에게 “찍찍” 외쳤는데 마치 “낙담하지 마세요 내가 반드시 방법을 찾아 구하겠습니다!” 라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큰 쥐가 이미 끊어진 다리를 따라 이미 강을 건너간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의아해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죽지 않으려 바쁘다 보니 아무도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그가 이렇게 외치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좀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어떤 노련한 사람이 강 건너편을 향해 크게 외쳤습니다.
“쥐 형님[鼠哥], 당신이 위험에서 탈출한 것은 기쁘지만 우리 많은 사람들이 이 강을 건널 방법이 없으니 유감입니다. 쥐 형님은 이미 반대편 강변에 도착했으니 우리를 구할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지요? 만약 우리가 강을 건너 성명을 보존할 수 있다면, 모두들 당신의 큰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당신을 위해 사당를 짓고 공경한 마음으로 당신을 모시며 당신의 대덕(大德)에 감사드릴 겁니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말한 사람도 마음속으로 무의미한 생각일 뿐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알겠어요! 쥐가 이 말을 듣더니 연신 몸을 돌려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완전히 이해했다는 뜻이죠. 여러 사람들이 보고는 더 기이하게 여기고는 모두 말했습니다.
“이 큰 쥐를 보세요, 정말 도행(道行)이 좀 있습니다. 어쨌든 모두 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니 그냥 잠시 서서 그가 어떻게 하는지 봅시다.”
쥐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날아갈 듯이 빨리 갔다. 또 어디선가 아주 긴 나무를 구해와 이빨로 갉은 후 물속으로 끊어진 다리로 가져가 연결 시켰다. 사람들은 그제야 그가 정말 자신들을 구하러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환호하며 감사하다고 했는데 산과 계곡이 흔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나무 하나로는 아직 도움이 되지 못했다.
쥐를 보니 다시 군중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여전히 반대편으로 헤엄쳐 가서는 사람들에게 몇 번 외친 후 아까처럼 날아가듯이 사라졌습니다. 잠시 후 또 나무 하나를 끌어왔는데 앞서 가져온 나무와 비슷한 길이였고 전처럼 다리를 이어 강을 건넜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이미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그를 도왔습니다. 먼저 통나무 두 개를 끌고 가서 원래 있던 다리의 말뚝에 고정시켰습니다. 쥐는 또 저쪽 강변에서 신력(神力)을 사용해 둑 아래에 입으로 두 개의 큰 구멍을 뚫어 두 통나무 끝을 구멍에 밀어 넣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두 개의 통나무로 만들어진 다리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부축하며 한 사람씩 다리를 건넜고 몇 시진이 걸려서야 모두 다리를 건넜습니다.
공교롭게도 상류에서 큰물이 내려와 연속으로 몇 차례 큰 파도가 일더니 쥐를 쳐서 구르게 했습니다. 삽시간에 수백 리 밖으로 표류했고 공익을 위해 열심히 했던 쥐는 그만 숨이 끊어졌습니다. 그는 필경 작은 동물이라 여러 차례 피로에 이미 기력이 고갈되었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이죠.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이 뒤집어졌고 온몸에 힘이 빠져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큰 나뭇가지를 죽어라 붙잡고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어지러워서 제대로 설 수 없었고 때굴때굴 굴러 다시 물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100길 깊은 못에 빠졌습니다. 이 쥐는 곧 정신을 잃었고 마치 죽은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는데, 자신이 큰 바위 위에 마비된 채 누워 있었고 옆에는 한 도동(道童)이 그에게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축생이 깨어났구나! 빨리 은사(恩師)님께 절을 올려라.”
쥐는 속으로 분명히 알았습니다. 반드시 저 선인이 나를 구해 저 깊은 물 속에서 이 높은 산 위로 데려오셨을 것이다. 도동의 말을 듣자마자 마음속으로 더 명백해졌고 급히 몸을 일으켜 도동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러자 도동이 그에게 손짓하더니 웃으며 말했죠.
“나와 함께 은사님을 뵈러 가자.”
쥐가 그를 따라서 가니 화살 몇 대 날아갈 거리에 과연 산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굴 속에는 한 노선(老仙 노 신선)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수진양성(修眞養性)했죠. 쥐는 도동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거 노신선께 참배 드렸고 속으로 정말 감격했는데 너무 고마워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노신선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너는 비록 이류(異類)이지만 유독 하늘의 두터움을 얻어 이런 선근(善根)을 지니고 있어 그렇게 큰 공행을 닦았구나. 그래서 내가 역사를 보내 너를 구해 산으로 데려온 것이다. 지금은 네가 강물에 빠져 죽은 지 이미 125일이 지났다.”
쥐가 이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러자 노선이 다시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수천 년간 수련했음에도 정과(正果)를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체마저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을 가련히 여긴다. 이는 네 출신이 너무 낮고 진선(真仙)을 뵐 연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다시 땅을 파고 들어가 살 필요는 없고 내 동부(洞府)에서 수위(守衛)동자가 되거라. 내 너에게 천천히 진결(眞訣)을 얻게 하고 법술(法術)을 전수해 환골탈태시켜 먼저 인도(人道)를 이룰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천년이나 이천 년이 지나면 선체(仙體)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쥐는 명을 받들어 머리를 천 번이나 조아렸습니다.
노신선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기왕에 이곳에서 역할을 맡자면 그래도 원래 모습을 바꿔야 다른 사형제들이 너를 무시하지 않겠구나. 너는 오랫동안 물속에 있었으니 아마 배가 고플 것이다. 동자야! 그를 데리고 뒷산 복숭아나무로 데려가 잘 익은 복숭아를 두 개를 따서 배고픔을 달래주거라. 그리고 나서 내게 데려 오너라!”
동자가 명령에 따라 그를 뒷산으로 데려갔습니다. 과연 많은 과일 나무들이 있었고, 그 가운데 커다란 복숭아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고 있었죠.
동자가 웃으며 말했어요.
“너는 이렇게 몸이 가벼우니 혼자 올라가서 잘 익은 것 두 개를 따서 뱃속에 넣고 내려오거라! 절대 욕심내지 말아라. 많이 먹어서 내일 창자가 상해 설사해도 나와는 상관없다.”
쥐는 시키는 대로 정말 나무 위로 올라가 붉고 통통한 복숭아 두 개를 따서 먹었습니다. 막 내려오는데 문득 양쪽 늑골 부위가 가려워서 앞발로 한참을 긁었습니다. 긁을수록 더 가렵고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죠. 동시에 가려운 곳에서 마치 뭔가 몸안에서 뚫고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당황한 쥐는 곧장 아래로 내려가 동자에게 가르침을 받으려 했습니다. 갑자기 가려운 곳에서 두 날개가 나오더니 펄럭이는데 아주 가벼웠습니다. 아울러 온몸의 힘이 마치 이 날개 위에 모인 것 같았죠. 이 쥐는 필경 아주 총명해서 이미 스승님이 자신의 형태를 바꿔준다고 하신 의미를 깨달았고 속으로 아주 기뻤습니다. 곧 시험 삼아 그는 날개를 펼쳐보니 과연 공기의 도움으로 땅으로 땅으로 날아 내려갔습니다.
오히려 동자가 깜짝 놀라 웃으며 말했습니다.
“쥐야 네가, 어쩜 모습이 이렇게 변했니?” 이에 그를 다시 동부로 데려갔어요. 신선이 보니 쥐가 날벌레로 변한 것을 보고 흐뭇하게 허허 웃으며 이름을 박쥐[蝙蝠]로 바꿔주었습니다.
표묘 진인이 여기까지 말을 하자 화룡 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나도 조금은 알고 있네. 지금까지 쥐 일족 중에 박쥐로 변한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그의 일파(一派)일세.”
표묘가 웃으며 말했다.
“사형도 원래 좀 아시는군요. 그때 이후 이 박쥐는 늘 그 노신선을 따라다니며 도를 듣고 가르침을 받아 정성껏 배웠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600~700년이 지나자 뜻밖에도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온갖 날벌레와 짐승으로 변할 수 있지만 아직 사람으로 변하지는 못합니다. 사형께선 이 신선이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화룡 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듣자하니 문미(門美) 진인이 쥐를 도제로 삼았다고 하더니 아마도 그일 것이다.”
표묘가 웃으며 말했다.
“누가 아니랍니까? 그는 원시천존의 대제자로 본래 이런 이류(異類)들을 도제(徒弟)로 받았습니다. 종전에도 이일 때문에 많은 시비를 불러일으켜 우리 조사께서 여러 번 충고하신 후로 훨씬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화룡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방금 자네 제자가 소란을 피운 이야기를 하다 왜 갑자기 무슨 쥐와 박쥐로 화제가 옮겨갔는가. 설마 이런 것들이 자네 제자와 무슨 분쟁이라도 있는가?”
표묘가 말했다.
“당연합니다.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제가 어찌 아무 연고 없이 연루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속담에서 말하는 ‘잇따라 일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화룡 진인이 또 말했다.
“자네 방금 이 작은 박쥐를 말했는데 장차 또 아주 큰 조우(遭遇)가 있을 거라고 말했는데 대체 어떤 생의 일인가? 나는 아직 모르겠네.”
표묘 진인이 말했다.
“사형이나 제가 과거와 미래 일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기껏해야 백 년을 넘지 못합니다. 백년 이후는 그리 정확하지 않습니다. 오직 조사님과 원시천존 두 분만이 미래의 예측할 수 없는 기틀과 과거의 무궁한 일을 아십니다. 그분들이 일찍이 장차 옥제를 보좌할 8분의 상선(上仙)있을 것이며, 우리는 한 팀이니 오직 그들을 보살피고 이끌어야 합니다. 그들이 세속을 벗어나 신선이 되고 천부(天府)에 올라 열선의 반열에 서게 할 책임이 있으며 한 명이라도 빠져선 안 됩니다. 또 말씀하시길 그들 중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오는 것은 쥐라고 하셨는데 그의 수명이 우리보다 길다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도(正道)에서 신선이 되자면 앞으로 3~5천년이 걸린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비춰보면 바로 그 박쥐가 아니겠습니까? 이 말씀을 하신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선반(仙班)에서 아는 이들도 많지만 사형께서 모르신다니 이게 더 이상합니다.”
화룡 진인이 또 어떤 말을 할지 다음 회를 보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