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화룡 진인은 박쥐가 장차 옥제(玉帝)를 보좌할 팔선(八仙) 중 하나라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 그랬군, 나는 정말 몰랐네.”
표묘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다시 노룡(老龍)이 재앙을 일으킨 일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원래 그 박쥐는 문미진인(文美真人)의 교화를 받았고 관구(灌口) 백성들에게 큰 공을 세워 천 년 동안 그들의 향불을 받으면 장래에 빨리 사람 몸으로 전생할 수 있었고 앞길이 원대(遠大)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관구의 크고 작은 토지신들을 불러 그들에게 관구 백성들에게 그의 사당을 세워 제사를 모시면 공덕(功德)에 대한 숭고한 보답을 표현하는 것이 또한 일종의 선(善)한 인연에 대한 좋은 과보가 있다고 전하게 했습니다.
관구 백성들은 토지신의 지시를 받아 과연 집집마다 박쥐 사당을 짓는데 열정적으로 참여했죠. 지방이라 비록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나름 체제가 장엄했습니다. 백성들은 또 토지신의 명령을 받들어 이 사당을 지었기 때문에 박쥐에 대해 몹시 존중했고 모두들 그를 복덕정신(福德正神)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박쥐를 뜻하는 복(蝠)과 복(福)의 발음이 같기 때문인데 아울러 그가 영원히 복을 주길 희망했습니다. 나중에 관구 일대 천리에 경사스런 일이 있거나 또는 매년 명절이 되면 집집마다 오복(五蝠 박쥐 5마리) 또는 구복(九蝠 박쥐 9마리) 그림을 걸어 널리 복을 받는 의미를 취했습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이 물건이 비록 작은 동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못 영성(靈性)이 통해서 경건한 마음으로 그를 모시기만 하면 누구나 뚜렷한 보응을 받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사당의 향불도 아주 왕성해졌습니다. 이 박쥐는 오랫동안 인간 세상의 향 연기에 노출되어 사람 형상[人形]으로 변할 수 있었고 시골에 나타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유지할 수는 없어서 7일이나 10일 정도 지나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는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아주 신중해서, 평상시에는 함부로 사당을 떠나지 않았는데 혹여 시비를 일으켜 천신(天神)의 견책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겁수(劫數)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 마땅히 재앙을 당해야 했고 요행으로 피할 수 있는 이치란 없습니다. 이 박쥐가 어쩐 일인지 제 제자[노룡]와 갑자기 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둘 다 의리를 중시하고 덕(德)을 숭상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잘 어울렸고 매우 친밀했습니다. 이 노룡(老龍)이 매번 해상에 올라와 모친의 무덤에 성묘하러 갈 때마다 반드시 박쥐 사당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박쥐는 비록 물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가끔 사람의 모습을 하고 혼자 해변을 걸으며 평화(平和)의 이름을 부르곤 했습니다. 그럼 노룡이 나와서 함께 놀곤 했죠. 둘은 아주 막역했습니다.
본래 이런 것은 평범한 일이라 원래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바다에 다른 늙은 교룡(蛟龍)이 하나 나타났는데 비록 수련한 세월은 노룡보다 늦었지만 요법(妖法 요사한 법)을 배워 오히려 노룡의 아래가 아니었습니다. 이 교룡은 제가 노룡을 제도했고 오래지 않아 정과(正果)를 이룬다는 말을 듣고는 속으로 심하게 불평했습니다.
어느 날 노룡이 사람 몸으로 변해 그 박쥐 사당을 지나가다 들어가 보았습니다. 가서 보니 사당 안에 단지 거대한 새 한 마리만 있는 것을 보고 무슨 내력인지 몰랐지만 서방 여래(如來) 정수리 위의 공작(孔雀)으로 착각해 급히 가서 절을 올렸습니다. 밖에 나와 원주민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쥐가 변한 박쥐임을 알게 되었죠. 그는 또 원주민들에게 사당을 세운 원인을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이를 알고는 미칠 듯이 화를 냈습다. 즉시 주문을 외워 신을 불렀는데 이 지방의 수많은 토지신들을 한데 불러 모으고 그들을 꾸짖었습니다.
“왜 이런 작은 곤충을 이렇게 큰 모형으로 만들고 백성들이 집집마다 향불을 올리게 하느냐? 오늘 내가 여래 부처님 정수리의 공작으로 착각해서 또 그에게 큰절을 올렸지만 그 축생(畜生)이 감히 높은 단상 위에 홀로 앉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으니 정말 악독하구나. 나 교룡은 천지(天地)와 나이가 같고 무상(無上)의 도법(道法)을 수련 성취해 나를 관할하시는 이랑신과 내가 존경하는 몇 분 선불(仙佛)을 제외하면 일찍이 하류(下流)의 그런 신선들에게는 따스한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다. 뜻밖에 이런 작은 짐승 앞에서 이렇게 고통을 받을 줄은 몰랐다. 어찌 이런 일이 있는가! 긴말 필요 없다. 너희들은 사흘 안에 이 사당을 허물고 이 작은 짐승을 경계 밖으로 쫓아내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 만약 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먼저 너희들의 다리를 부러뜨린 다음 다시 불을 질러 그 쥐의 소굴을 태워버릴 것이다.”
토지신들은 교룡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또 박쥐의 내력이 만만치 않음을 똑똑히 알았기에 정말 난처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교룡이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 설마 내 도력이 작은 쥐만도 못하다고 보느냐? 설마 쥐는 두렵고 나는 두렵지 않단 말이냐? 좋다! 좋아! 기왕에 너희들이 이렇게 나를 무시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너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없다.”
말을 하면서 그는 수염으로 단련한 삼첨양인도(三尖兩刃刀 끝이 3개에 칼날이 2개인 칼)를 꺼냈다. 칼을 꺼내자마자 만 갈래의 차가운 빛이 사람들의 얼굴을 강타했습니다. 교룡은 무력을 사용하려는 의도로 칼날을 들며 화난 표정을 지었습니다. 토지신들은 놀라서 전전긍긍하며 몸을 움츠리며 끊임없이 외쳤습니다.
“대왕님, 화를 가라앉히시고 상황을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게 해주소서.”
교룡이 칼을 빼들고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말해봐라! 빨리!”
토지신들은 교룡이 이치를 따지지 않는 것을 보고 서로 상의했습니다. 그중 일부 영민한 이들은 물속의 왕인 용(龍)을 떠올렸습니다. 물속의 온갖 생물은 모두 그의 지휘를 받는데 듣자 하니 이 박쥐는 또 관구의 노룡과 사이가 아주 좋다고 하니 노룡의 유명세를 빌려 그를 한번 놀라게 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 했습니다.
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대왕님 굳이 위엄을 보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 박쥐가 어찌 대왕님의 상대가 되겠습니까? 토지신들도 그의 부림을 받고 있지만 몹시 불복합니다. 하지만 그의 조사(祖師)인 문미진인은 큰 법력(法力)을 지닌 상선(上仙)이시고 최근에는 또 관구 용왕과 사이가 아주 좋아서 서로 막역하게 오고 간다고 합니다. 토지신들은 본래 존명(尊命)을 받들어 그의 사당을 철거하고 그를 산으로 쫓아내려 했지만 문미진인 등이 대왕께서 저희의 주인이 되신 걸 알기에 저희들도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관구 용신(龍神)이 지척에 있는지라 자기 친구가 곤경에 처했다는 말을 들으면 반드시 와서 도울 것입니다. 그는 수족(水族)의 왕이라 세력이 아주 커서 만일 화가 나서 법신(法身)을 조금만 움직여도 바다를 뒤집고 산을 옮길 수 있으니 음양(陰陽) 양계(兩界)가 모두 안전하지 못할 겁니다. 그때 저희들은 죽어 마땅하겠지만 대왕님과 현지 백성들도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토지신들은 이 몇 마디 말을 아주 잘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교룡의 분노를 건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말을 들은 교룡은 오히려 더 심하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리가 너무 커서 심지어 관구 고산(高山)마저 흔들렸습니다. 토지신들은 너무 무서워서 감히 머리를 내밀지 못하고 모두 땅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교룡은 더는 그들을 찾지 않았고 화가 나서 사당 안에 들어가 박쥐 신상(神像)을 박살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사당을 무너뜨렸습니다.
원래 기연(機緣)이 없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 이때 마침 박쥐는 또 해구(海口)로 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둘 다 도인(道人) 모습으로 변신해 꽃과 나무가 있는 해안을 한가하게 산책하고 있었죠. 한창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박쥐는 문득 공중에서 한가닥 전율을 느꼈고 이어서 머리가 어지러워졌습니다. 순식간에 몸과 마음이 심하게 흔들려 노룡에게 말했습니다.
“사형(師兄), 지금 소제(小弟)의 몸이 몹시 불편해서 마치 심장이 밖으로 나온 것처럼 아주 불안합니다. 제 사당에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노룡이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사형은 정말 의심이 많고 소심하시네요. 사형의 마음씨가 자비롭고 덕이 두터운데 이 지역 백성 누군들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설령 요마귀괴(妖魔鬼怪)가 사형을 질투한다 해도 사형과 소제가 막역한 사이임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습니까! 이 일대에서 소제의 위명(威名)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사형을 괴롭힌다면 곧 소제를 괴롭힌 것과 같으니 소제가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날씨가 좋지 않아 사형께서 일시적으로 무슨 기(氣)를 받으신 것 같습니다. 우리 수도(修道)하는 사람은 사생(死生) 두 글자조차 우리를 다스릴 수 없는데 하물며 작디작은 병쯤이야 금방 좋아질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형께선 절대 이렇게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우리 수도인의 기개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박쥐가 듣고 말했습니다.
“도형께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소제는 사존(師尊)의 명을 받들어 이곳에서 향불을 받고 있는데 당시 사존께서 친히 당부하시길 원래 천년의 기간을 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추산해보면 얼추 비슷합니다. 때문에 연일 마음이 불안한 것은 뭔가 뜻밖의 일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소제는 원래 세상의 녹(祿)이나 지위를 탐하는 사람이 아닌데 하물며 향 연기가 비록 가득하니 마침 산으로 돌아가 사존을 따라 다시 성명(性命)에 공력을 들여 하루 빨리 사람 몸으로 전생해 대도(大道)를 이뤄야 합니다. 눈앞의 이런 허영(虛榮) 따위는 조금도 미련이 없습니다. 다만 천년 근신을 해야 하는데 한순간의 방심으로 사당의 하인들이 무슨 문제를 일으켜 주인이 죄를 받을까 두려운데 이것이 첫 번째 큰일입니다.
둘째, 소제는 도형과 잠시 헤어져 반드시 가야 합니다. 서로 정이 깊어 일단 헤어지려니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이것이 또 다른 일입니다. 방금 잘 걷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몸이 한번 떨렸는데,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예전에 홍수가 나서 중원에서 이곳까지 수천 리를 떠내려왔어도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만약 병을 말한다면 우리 수도인에게는 더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여기에는 반드시 어떤 도리가 있을 겁니다. 다만 우리의 도력(道力)이 너무 얕아서 그 일을 미리 알지 못할 뿐입니다. 제 생각에 시간이 이미 늦었으니 소제가 잠시 도형과 작별하고 어찌 된 일인지 한번 가서 봐야겠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다면 내일 다시 와서 도형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노룡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만 끄덕이며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가 겁이 많다고 비웃었습니다. 막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몇몇 토지신들이 급히 달려와 두 사람에게 예를 올리고는 박쥐에게 말했습니다.
“존신(尊神)께선 사당에 무슨 변고가 있었는지 아십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깜짝 놀란 박쥐는 눈을 크게 떴고 노룡조차 놀라서 급히 물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어떤 요인(妖人)이 그의 사당에 왔느냐? 아니면 그의 시종들이 밖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냐?”
그제야 토지신들이 전후 사정을 상세히 보고했다.
노룡이 화를 내며 말했다.
“못된 요축(妖畜 요사한 짐승)이구나. 그것은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른단 말이냐? 좋다! 사형은 잠시 물러나 계세요. 보아 하니 제가 이 요괴를 처리해야 하겠습니다.
첫째, 사형의 분을 풀어드리고,
둘째, 그가 이곳 백성들을 해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고,
셋째, 그더러 노룡의 능력을 알려주고 다시 또 헛소리를 하는지 보려고 합니다.”
이 박쥐는 원래 분수를 아주 잘 지키는 물건인데 하물며 장차 향불이 가득하면 조만간 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물며 이런 기회가 있으니 마침 이를 기회로 삼아 사당을 수습하고 돌아가서 사존의 가르침을 따르려 했습니다. 구태여 남과 다툴 필요가 있는가! 생각했죠. 그러나 노룡은 이런 식견이 없었습니다. 그는 원래 몹시 조급한 사나이라 박쥐에게 몇마디 당부한 다음 그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즉시 원래 모습을 드러내 하늘로 올라가 잠시 몸을 움직이자 벌써 박쥐 사당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이때 교룡은 우상(偶像)을 부수고도 아직 분노가 가라앉지 않아 여전히 그곳에서 멋대로 지껄이며 사람들을 욕하고 있었습니다. 말하는 도중에 또 노룡에 대해서도 몇 마디 했습니다. 노룡은 화를 참을 수 없어 공중에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 요마(妖魔)야, 무례하게 굴지 마라! 네 할애비가 이곳에 계신다!”
교룡은 이때 노룡이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속으로 깜짝 놀라 서둘러 본 모습을 드러내더니 구름을 타고 올라가 삼첨양인도를 들고는 노룡과 싸웠습니다. 이 용은 몸이 대단히 커서 머리를 한번 치면 마치 태산이 누르는 것 같았고 꼬리를 한번 흔들면 마치 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리는 비바람처럼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반면 교룡은 몸이 민첩해서 위아래로 분노를 떨치면 신귀(神鬼 신과 귀신)가 두려움에 떨었고 좌우로 한번 날뛰면 천지(天地)가 근심에 싸일 정도 였습니다.
쌍방의 세력과 힘이 비슷해서 장시간 싸웠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었습니다. 노룡이 화가 나서 갑자기 영단(靈丹)을 토해내더니 만개의 화구(火球)로 변화시켜 교룡을 에워싸게 했습니다. 교룡은 원래 물속의 맹수라 물을 사용하는 데 익숙합니다. 불기운(火勢)을 보자마자 수극화(水克火)를 이용해 대응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노룡의 단은 해와 달의 정기로 만들어졌고 토해낸 것은 노룡 자신의 삼매진화(三昧真火)라 평범한 물의 힘으로는 끌 수 없음을 몰랐죠. 교룡은 안간힘을 다해 절반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신단(神丹)을 없애려 했습니다. 결국 도리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불의 위력만 더 키웠고 수많은 사람들과 농경지에 불펼요한 피해만 입혔습니다. 교룡은 감당할 수 없음을 알고 작은 미꾸라지로 변신해 파도 속에 몸을 숨기더니 깊은 웅덩이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노룡이 한참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자 자신도 모르게 화가 크게 폭발했습니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 가지 야만적인 방법을 사용했는데 먼 곳에서 몇 개의 큰 산을 옮겨다 바닷속에 던져넣어 교룡을 눌러 죽이려 했습니다.
표묘 진인이 여기까지 말하자 화룡 진인도 절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원래 자네 제자는 정말 거칠고 대담하지만 어리석은 용일세 그려. 정말 관구를 육지로 만들면 교룡을 눌러 죽일 수는 있다 해도 설마 자기 처소까지 없앨 생각이었단 말인가? 바다를 메우고 나면 스승인 자네가 가서 그를 동해로 데려올 것이니 자기 둥지도 필요 없다고 여겼단 말인가?”
표묘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가 야만적이고 어리석은 법력(法力)이라 한 겁니다! 그가 이렇게 하자 정말로 교룡을 바다 밑에 눌렀지만 하마터면 자신의 성명(性命)도 보존하지 못할뻔했습니다. 원래 이곳은 이랑(二郞)의 통치하에 있는데 상계, 중계, 하계의 일을 모두 그가 다스렸습니다. 이때 그는 이미 용과 교룡이 싸워 백성들이 거주지가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듣고 대군을 이끌고 진압하러 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걸음 늦었고 바다는 절반 이상 이미 노룡에 의해 메꿔졌습니다.
이랑이 크게 분노해서 말했습니다.
“악독한 교룡이 압사당한 것은 큰 허물이 아니지만, 지금 노룡이 저지른 죄는 교룡보다 크지 않은가? 이 일을 엄밀히 따지지 않으면 장차 창해(滄海)가 뽕나무밭으로 변해 수시로 변화할 때 심지어 내 주권(主權)조차 없어질 것이다.”
이에 노룡을 수색해 붙잡아서 데려오라고 명령했습니다. 노룡도 죽어서는 안 되기에 이랑의 병사들의 왔다는 말을 듣자 일찌감치 경계를 벗어나 제게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큰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정말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요!”
화룡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말하자면 우리 둘 다 동병상련일세. 조사(祖師)께서 이렇게 힘든 일을 우리 둘에게 맡기셨슨데 두 얼축(孼畜) 모두 이렇게 멋대로 하는 성격이라 스스로 문제를 일으켜 장래의 보응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니 이 역시 자업자득이라 할 것이네. 하지만 자네와 나는 스승으로서 필경 두 도제(徒弟)를 통제하지 못했고 사형제들이 알게 했으니 또 정말 부끄럽구먼!”
표묘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울러 그 대나무 밧줄 용이 재앙을 일으킨 상황을 상세히 물어보자 화룡 진인이 그에게 알려주었다.
또 웃으면서 말했다.
“본래 그들이 사부의 명령을 어겼으니 마땅히 엄한 징계를 받아야만 우리 문하(門下)의 규율이 근엄함을 알 수 있을 것이야! 지금 마침 그들을 쓸 때가 되었으니 일단 그들을 한번 겁을 준 후 세주(世主 세상의 주)를 보좌해 장차 공(功)으로 허물을 줄이게 해야겠네.”
표묘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하계(下界)의 군왕(君王)들이 걸핏하면 권술(權術)을 말하지 않습니까! 사형과 나는 신선이니 마땅히 예(禮)로 사람을 대해야 하며 진심으로 물건을 다스려야지 어찌 이런 사술(詐術 속임수)을 쓸 수 있단 말씀입니까!”
화룡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을 일러 임기응변이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두 짐승이 머리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직책을 수행하게 할 수 있겠는가!”
표묘 진인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임기응변이든 아니든, 제가 알기에 오직 진심으로 물건을 다스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어서 거짓말로 사람을 속일 뿐입니다.”
화룡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네와 나는 사부로서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저 한번 임기응변을 해보지 않을 수 없네.”
두 신선이 말을 마치고는 서로 크게 웃었다.
잠시 후 바다로 간 화룡 진인이 용을 부르는 결(訣)을 만들자 소환에 응한 호비룡이 소녀로 변신해 바다에서 나왔다. 사존을 뵙자 수치심과 후회가 뒤섞여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눈물을 비처럼 흘렸다. 표묘 진인도 평화를 소환했다. 두 사부는 검을 잡고 수면 위에 앉았는데, 파도가 일렁이는 곳은 도처가 다 황금 연꽃이 되어 두 신선을 에워싸니 모습이 대단히 장엄했다.
두 용은 바다 위에 엎드려 스스로 지은 죄를 알기에 감히 고개도 쳐들지 못했다.
두 스승이 외쳤다.
“너희 둘은 죄를 아느냐?”
비룡은 여전히 흐느끼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평화는 좀 성격이 강해서 고개를 들고는 교룡이 멋대로 한 일에 대해 하소연했다.
표묘 진인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직도 대꾸를 하다니 무슨 뜻인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 평화를 겁주자 다시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는 화룡 진인에게 탄식하며 말했다.
“그들의 본심을 말하자면, 그래도 나쁘거나 악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짓을 보면 모두 지나침이 있으니 이것은 그들의 큰 죄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또 천궁(天宮)에서 큰 소란을 피웠으니 우리 둘이 따라잡지 않았더라면 너희들의 성명은 벌써 끝장났을 것이다! 너희는 작은 법술(法術)을 믿고 세상 천하에 너희보다 강한 이가 없다고 여기나보구나! 구주(九州) 만국(萬國), 삼계의 도해(島海 섬과 바다)에 얼마나 많은 유덕지사(有德之師)들이 있는지, 그들 중 어느 한 분도 너희보다 강함을 어찌 알겠느냐! 법력(法力)을 믿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자는 언젠가 반드시 법술(法術)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다.
법술이란 이 물건은 너희 자신을 방어하거나 또는 세상을 구하며 사람을 구하라고 준 것이지 남을 괴롭히고 기율을 어기며 위에 대들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다. 전에 우리가 너희를 제도할 때 뭐라고 당부했느냐? 너희들은 왜 사부의 말을 거역하고 이렇게 큰 재앙을 저지른 것이냐? 선가(仙家)의 규율(規律)에 따르자면 너희 둘은 안하무인으로 사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멋대로 행동한 죄가 있으니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너희가 직접 말해보거라! 이제 우리를 보았으니 마땅히 어떤 처분을 받아야겠느냐?”
비룡은 원래 충직하고 온후한 성격이라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인정하는 외에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화룡 진인이 웃으며 평화에게 말했다.
“네 뜻은 어떠하냐?”
평화는 오히려 정색을 하며 말했다.
“사백(師伯)님과 사부님께서 저희 둘을 사랑하지 않으셨다면 오늘 저희를 구하러 오시지 않았을 겁니다! 기왕에 저희를 구해주셨으니 저희가 아직 죽을 죄를 지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처분하시든 두 분 사존께서는 권술이 있으시고, 늘 저희 둘의 앞길을 생각하실 터이니 저희가 설사 죽는다 해도 사존들의 은혜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상입니다.”
이 몇 마디 말은 아주 적절했다. 인자한 화룡진인이 먼저 웃으며 일어났다. 표묘 진인도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기왕 죄를 알았으니 앞으로는 조심해야 하며 진지하게 공무(公務)를 받들어야 한다. 앞으로는 함부로 굴지 않을 수 있겠느냐?”
두 용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두터운 사존의 은혜를 받들겠습니다! 저희 둘이 또 다시 법을 믿고 함부로 군다면 차라지 사존의 비검(飛劍)에 죽고자 합니다!”
두 사부가 이 말을 듣고는 일제히 일어나 그들 앞에서 그들의 출신에 대해 다시 이야기했다. 두 용은 각자 자기 사존 곁에 서서 공손히 명령에 따랐다. 두 사부가 두 용에게 사형 사매가 만나는 예를 가르치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할 때 갑자기 북동쪽에서 화려한 구름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두 신선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저 월하노인(月下老人)이 여기에 와서 뭘 하려는 거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월하(月下)가 구름에서 내려와 바다 위에서 두 신선을 만났다.
이 노인이 여기에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 회를 보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