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하선고(何仙姑)는 이철괴(李鐵拐)와 헤어진 후 혼자 형산(衡山) 석실(石室)에서 100년 넘게 수련했다. 현녀(玄女)는 그녀가 전심전력으로 부지런히 수련하는 것을 알고 다시 친히 강림하여 그에게 대도(大道)를 가르쳤다. 이 가르침을 받은 선고는 갑자기 지식이 올라가고 진보가 갈수록 빨라졌다.
현녀가 떠날 때, 또 신장(神將)을 부르는 법을 전수해 위험하거나 급한 일이 있으면 그들에게 와서 호위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산의 토지(土地)는 노년의 여신(女神)이었다. 선고의 용모가 매우 아름답고, 수지(修持)가 매우 근면한 것을 보고 게다가 같은 여자였기 때문에 더욱 친밀해져서, 그 이후로 종종 석실의 선고를 방문해 천조(天曹) 및 지부(地府)의 이야기와 금단묘도(金丹妙道)의 지극한 이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곤 했다.
매번 토지가 이해되지 않은 곳이 있을 때면 선고는 반드시 전수자를 선택해 일부를 지시(指示)해 토지 할멈을 기쁘게 하고, 오체투지(五體投地)하게 했다. 선고는 여인의 몸이었기에 깊은 산속에 있었지만 도제는 하나도 받지 않았다. 예전에 근처 동굴에 많은 남녀 요정이 와서 소란을 피웠는데, 모두 선고가 법술로 쫓아냈다. 그중에는 그녀의 도행에 탄복하여 남아서 모시겠다고 한 자들도 있었으나 선고는 모두 좋은 말로 물리쳤다. 토지 할멈을 만나고부터 두 명의 귀졸(鬼卒)이 공사(公私)의 일을 도맡아 했는데, 매번 선고가 일이 있을 때마다 토지는 반드시 두 귀졸을 시켜 대신 하게 했다. 선고도 그녀의 후의(厚意)를 깊이 느끼고 있었다.
이날 선고는 마침 저녁 공부를 끝내고 동굴 밖으로 나가 달 구경을 하다가 외로이 서 있는 산봉우리의 큰 바위 위에서 머리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마음이 탁 트였다. 문득 산 뒤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삽시간에 하늘과 땅이 어두워지고 달빛이 빛을 잃었다.
선고가 깜짝 놀라 말했다.
“이 바람은 마치 맹호 같구나. 혹시 밖에서 새로 온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찌 여태껏 들은 적도 없고, 토지에게 들은 적도 없단 말인가?”
그래서 검을 뽑아 산을 앞뒤로 둘러보았지만, 조금도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선고는 매우 의아해했다.
그녀는 세심한 사람이라, 기왕 의심 가는 점이 있으니 어찌 가만둘리가 있겠는가, 하물며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이 있고 맹수가 산 아래 주민들을 습격할까 봐 심히 염려했다. 스스로 신선이 되려고 도를 닦는데 어찌 위험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언덕을 한 걸음씩 내려가서 소리가 난 곳을 찾으려 했다. 계속 찾아갔는데, 뜻밖에 아직 반 리도 되지 않았는데, 또 엉엉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선고가 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보니, 괴성은 들리지 않고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대고(大姑 아가씨에 대한 존칭)께선 여기서 뭘 하십니까? 아마 그 얼축(孼畜)의 일 때문일 겁니다.”
선고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바로 친구인 토지 할멈이었다.
선고가 급히 말했다: “토지여, 당신이 맡은 직책이 뭔가요? 산속에 이런 괴물이 있으면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빨리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토지가 웃으며 말했다.
“알고 보니 대고께선 아직 이 일을 모르시는군요. 이게 무슨 짐승인지 아시나요? 평범한 호랑이, 표범, 승냥이와 같은 물건일까요? 저같은 소신(小神)이 비록 땅을 지킬 책무는 있지만, 원래 요괴를 제거할 재주가 없으니 당연히 그것을 관할할 수 없습니다. 대고로 말하자면, 비록 삼분(三分)의 선법(仙法)을 배웠고 또 두터운 바람은 존재하지만, 이 괴물을 제거하시려면 아직 삼오백 년은 더 있어야 할겁니다!”
말을 마치고는 연신 선고에게 예의를 표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니 절대 노여워하지 마세요.“
선고도 웃으며 말했다.
“당신 같은 할멈들은 간계를 잘 부리는데 뭐 나무랄 게 있겠는가. 모두 세상 밖의 사람이고 모두 세상을 구할 마음이 있으니 누구나 능력이 있다면 최선을 다 할거야, 능력이 같지 않으니 모두 의논해서 결국 얼축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보고만 있진 않을 거야, 모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가장하며 그만인가? 무슨 책임이고 아니고, 나무랄 것이건 아니건, 그건 전부 우스개 소리야. 지금은 한쪽에 내버려두고, 시간 나면 다들 가서 웃고 떠들어. 우선 토지에게 물어보겠네, 이 얼축은 대체 어떤 종류이고, 어디서 그런 재주가 났는가? 당신 말대로라면, 그것은 짐승류가 아니라 그야말로 법력이 고강한 요정일 텐데, 왜 여태껏 내게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는가?”
토지는 그녀가 이렇게 열심인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여 급히 선고의 손을 잡고 산간 토지묘(土地廟 토지를 모시는 사당) 안으로 걸어갔다. 귀졸(鬼卒)이 와서 차를 바치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앉았다.
선고가 다시 이 일을 묻자 토지가 탄식하며 말했다.
“선고께서 어찌 아시겠습니까. 이 산 주변 천여 리에는 원래 여우, 오소리, 늑대, 토끼 같은 해롭지 않은 짐승만 있을 뿐, 범과 표범도 보기 드물고 요괴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누가 알았겠습니까. 최근 삼일 안에 갑자기 신우(神牛) 한 마리가 찾아왔습니다, 푸른색에 반짝이는 뿔이 달렸고, 변신을 잘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호랑이 같아서 산악이 진동하고, 새들도 그 소리를 들으면 멀리 날아갑니다. 그저께 밤에 이 산에 와서 어제 하루 동안 산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오늘 오후 산 아래 오대호(吳大戶 오 씨성의 부잣집)가 사당에 나타나 향을 피우고 괘를 뽑으며 말하길, 오대호의 부인이 갑자기 요물에 홀렸고 또 요사한 바람으로 오대호를 데려갔는데 생사존망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귀졸(鬼卒)을 파견해 조사하게 하자 귀졸이 돌아와서 보고했는데 내용이 이랬습니다. 그날 밤 대호가 마침 아내, 첩들과 크게 가족 잔치를 열고 있는데 갑자기 괴이한 바람이 한바탕 불더니 등불이 다 꺼졌답니다. 부녀자들이 놀라 달아나다 갈 곳이 없자 모두 뒷방으로 도망쳐 숨었습니다. 오대호는 그래도 남자이니 대담하게 가족들에게 빨리 불을 켜고 그릇을 치우라고 명령했습니다. 뜻밖에도 가족들이 등불을 켜자, 갑자기 마당에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옷을 입은 두 명의 오대호가 뒤엉켜 있었습니다. 하나는 요괴가 가장한 것으로 가족들에게 쫓아내라고 했고, 다른 하나도 마찬가지로 요괴가 자신의 모습으로 변해 나쁜 짓을 하려는 것이니, 가족들에게 빨리 때려서 쫓아내라고 외쳤습니다.
불쌍한 한 집안의 남녀들은 하나같이 놀라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을 멍하니 뜬 채 서로 쳐다보았지만, 누구도 어느 쪽이 진짜 주인이고 어느 쪽이 요정이 변한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진짜와 가짜가 한참을 싸우더니, 둘 다 너무 지쳤으니 들어가서 좀 쉬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더 곤란해졌습니다. 부호에게 비록 많은 희첩과 부인이 있다지만, 누가 이 요괴와 함께 자고 싶겠습니까? 모두 논의하여 진위를 떠나 당분간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아야 정절을 지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나오자마자 또 한바탕 이상한 바람이 불어서 온 정원의 등불이 완전히 꺼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요괴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러 낭자들은 겁내지 마라, 나는 여인과 동침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오늘은 갈 테니 남편과 너희는 즐겁게 지내고 내일 다시 그를 찾아오겠다.’ 그 말에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요정이 도법(道法)이 있으니 자연히 색을 탐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돌아가겠다고 하니 분명 거짓이 아닐 것이며 집에 남은 사람은 당연히 진짜 오대호일 것이다.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등불을 켜자, 과연 한 명의 오대호만이 축 늘어져 있는데 매우 피곤한 모습으로 방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어떻게 괴롭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들구나 힘들어’라고 하면서 자고 싶다고만 할 뿐, 다른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중은 그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이 부호가 여전히 가짜라고 의심했고, 진짜 부호는 요괴에게 어디로 끌려갔는지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수는 이 사람이 진짜 부호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비록 안색이 변하긴 했지만 이는 너무 고생한 까닭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 의심하는 자는 감히 공개적으로 의심할 수도 없었고, 의심하지 않는 사람은 더 말할 필요 없었으니, 모두가 그를 부축해 부인의 방에 데려가 자게 했습니다. 부호의 아내는 원래 충실한 사람이라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어서 부호의 잠자리 시중을 들었습니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아아! 망했다. 알고 보니 그 부호가 음흉하고 이상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소신(小神)이 하대고(何大姑) 앞에서 말하기가 좀 불편한데 부호의 많은 처첩들이 이 부호에게 고통을 많이 당했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생각해보면 평소의 부호라면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폐해의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이 부호가 틀림없이 요괴임을 알았습니다. 모두가 욕을 당하고도 말하지 않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진짜 부호가 도대체 그의 사술(邪術)에 의해 어디로 빨려갔는지, 목숨은 붙어 있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모두 그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울며 불며 한 차례 회의를 했고, 마침내 사람을 토지묘에 보내 소신에게 그들을 위해 그들의 주인의 행방과 요괴의 출처, 퇴치 방법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불쌍한 소신은 지위가 본산에 있어 평소에 법을 준수하고 공무를 섬기며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만 했으니 언제 요괴를 굴복시키고 요괴를 항복시키는 능력을 배웠겠습니까?
그들의 부탁을 받고도 당시 내가 이런 일을 상관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더 상심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대충 통용되는 서명을 건성으로 해주면서 귀졸을 보내 조사하게 했습니다. 귀신이 돌아왔을 때, 산 뒤에 있는 천인갱(千人坑 천 명을 묻을 수 있는 구덩이)을 지나갔는데, 그곳은 마을 사람들이 시체를 버리는 곳이었고, 그곳에 한 사람이 술에 취한 듯 혼수상태로 나무 아래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곳은 원래 고혼야귀(孤魂野鬼)가 많고 음기가 매우 심해서 평소에 인적이 드문 곳이었습니다. 귀졸도 영리해서, 어떻게 이곳에서 마음대로 쉴 수 있겠느냐, 게다가 이 사람은 옷차림이 매우 사치스러워서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무리와는 달라, 당시 반드시 요괴에게 잡혀간 진짜 오대호가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야귀(野鬼)를 찾아 수소문했습니다. 이 귀신이 말하기를 이 사람이 간 것은 바로 어젯밤 그 괴상한 바람이 두 번 불기 시작한 후 반나절이 지나서였다고 했습니다. 산 사람처럼 보이지만 말을 할 수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만약 우리 도(道)에 새로 들어온 것이라 하자니 양기가 아직 끊어지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의 몸 옆 백 보 안에 뜨거운 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우리는 아직 가까이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사람은 틀림없이 높은 신분과 세력이 있는 귀한 사람이며 일반 백성이라면 기혈이 강하여 완전히 깨어날 수 있을 텐데 그런 기세도 없었습니다.
이런 말에 비추어 보면, 이 사람은 틀림없이 오대호일 것입니다, 부호는 사람이 꽤 좋았기 때문에 이 산 앞뒤 백여 곳의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우두머리로 모셨습니다. 마을의 대사를 다른 사람이 해결할 수 없을 때, 그가 한마디만 하면, 누구든지,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의 신분은 마치 작은 국왕과 비슷한데, 말하자면 아주 큰 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많은 마을에는 전부 농사를 짓는 평민들로 가득한데, 오대호 외에 누가 ‘귀인’이라는 두 글자와 어울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귀졸은 그를 오대호라 단정했고, 소신도 그가 진짜 오대호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밤이 되어 막 오대호 처첩들의 꿈에 현몽하여 징조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본 군(郡) 성황(城隍) 나으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본산에 현재 서쪽에서 온 신우가 있는데, 대선(大仙)께서 타는 것으로, 곧 선인이 와서 거두실ㄹ 것이다. 이 물건은 아직 육근이 깨끗하지 않고 야성이 강해 기왕 속세에 왔으니 반드시 백성을 해칠 것이다. 반드시 우리 등 백여 명의 토지들이 일제히 주의를 기울여 신우가 있는 곳을 보면 즉시 각 관할 지역 백성들에게 알리고, 모두 능욕당하거나 생명의 위험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서 방비라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지시를 받고 문득 깨달았지만, 이상한 것은 성황님의 영성으로 어찌 신우가 장난을 치는 것을 알 수 있으면서, 신우의 주인이 도대체 어떤 신선이고 어떤 동부(洞府)에 사시는지 알지 못하니, 설마 그 어르신도 꺼리는 점이 있어 분명히 말씀하기가 불편하신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토지가 여기까지 말하자 선고가 말했다.
“아마 성황은 바로 정직한 봉신(封神)이지만, 당신과 마찬가지로 토지를 지키고 백성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을 뿐, 요괴를 제압할 재주는 없는가 보군. 미래의 일을 추산하는데 있어서 변화의 기미를 분명히 관찰하는 것은 상계(上界) 금선(金仙)의 대도(大道)다, 보통 신들은 이런 도행(道行)이 없다. 게다가 하늘에는 신선이 너무 많아서 한동안 조사하기도 쉽지 않을 거야. 내가 보기에, 이 성황야가 이것들을 알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자네와 나는 눈앞의 작은 일들조차도 잘 판단하기 어렵지 않은가!”
토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조금도 틀리지 않아요. 저는 본래 정해진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또 이 법지(法旨)를 받들어, 즉시 직접 사당을 나가서 본산의 각 토지와 함께 모여 대중들에게 알릴 방법을 상의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제가 직접 오대호 집에 가서 현몽했습니다. 또 오씨 집에서 나와서 일부러 그 천인갱에 가서 진짜 오대호를 보았습니다. 오대호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 나무뿌리에 홀로 기대어 마치 잠든 것 같았습니다. 나는 또 어떤 짐승이 그의 생명을 해칠까 봐 특별히 데려간 귀졸을 그곳에 남겨서 그를 호위하는 책임을 맡겼습니다. 다행히 그는 그저 혼미하기만 했으며, 굶주림과 추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오가 집안의 모든 꿈이 같으니, 자연히 그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때면 저의 책임도 다한 셈이 되고, 제 양심도 편안해질 것입니다.”
선고가 듣고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귀졸은 맹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맹수도 귀졸을 볼 수 없으니, 유명(幽朋 저승과 이승)이 길이 다르니 어떻게 이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가?”
토지가 웃으며 말했다.
“이 층차의 일은 잘 모르실 겁니다. 제가 그 당시에도 이미 그렇게 보고 이 귀졸을 보내 보호하게 한 것입니다. 그가 귀신이므로 천인갱의 많은 여우 귀신, 토끼 귀신, 들귀신, 억울한 귀신과 모두 같은 도(道)에 속합니다. 만일 뜻밖의 일이 있어, 그들이 짐승류를 막아내지 못하면 연합하여 그들의 귀신 계략과 술법으로 힘을 모아, 모두 일어나 짐승류의 눈을 단단히 가리고, 그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여전히 부호의 곁으로 달려가지 못하며 귀신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귀타장(鬼打牆 귀신이 담을 쌓는다는 의미)이라 합니다.”
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하선고도 분명히 알아듣고 미소 지었다.
“알고 보니 귀타장이라는 일이 정말 있었군. 하지만 이 벽을 어떻게 치는지는 몰랐네, 오늘 네 말을 듣고 보니 알겠다. 하지만 귀타장을 하는 사람은 분명 차단된 사람이 음기가 세고 양기가 쇠약해져서 시체처럼 거의 다 죽어가고 시체가 남은 기운에 머물러야 이런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만약 강하고 기가 성한 사람을 만나면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이빨로 물어뜯고 피를 뿌려 귀신의 몸이 닿으면 불에 덴 것처럼 매우 고통스럽다. 심지어는 귀신의 몸이 소멸되고 혼을 잃어버리는 자도 있다는데. 이 말이 사실인가?”
토지가 말했다.
“어찌 진실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은 그 들귀신들이 오대호의 몸에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그의 기가 대단하여 두려워서라는 귀신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이것은 인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짐승이라면 심령(心靈)의 기혈이 사람보다 훨씬 못하니, 그가 아무리 강건해도 귀신이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제가 보낸 귀졸은, 그가 내 사당에서 여러 해 동안 복역한 것이 마치 평범한 사람이 관아에 봉직하는 것과 같아 그의 지적 수단도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그가 지휘를 맡았기 때문에, 비록 요정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부호의 육신을 지키기에는 넉넉하니, 그를 위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의심이 드는 것은 성황 나으리가 말하기를, 반드시 선인이 와서 요괴를 물리친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틀이 지나도록 강림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오 씨 집안 식구들이 이 물건 때문에 많이 피해를 입었으니, 만약 오늘 선인이 인간 세상에 오지 않는다면, 내일 부호가 집에 돌아가면, 목숨은 반드시 요괴의 손에 맡겨야 할 텐데, 이것은 오히려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이때 저도 마침 당신의 동부에 가려고 모두들 방법을 의논하고 있었는데, 마침 공교롭게 오셨군요.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이미 대고께서 남의 환난을 구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공교롭게도 저의 범위 내의 일이기도 합니다, 대고께서 더욱 힘을 내어 도와주시면 자애로운 의리를 볼 수 있겠습니다!”
선고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비록 그 신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말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조금 과장된 것 같군. 오대호가 아직 집에 오기전에 내가 너와 함께 가서 이것을 제거할 수 있다면, 그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놈이 정말 능력이 있어서 우리가 그를 이길 수 없다면, 아닌게 아니라 어려움을 알고 물러나면 그의 독수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지가 흔쾌히 말했다.
“응당 받들겠습니다.”
선고가 말했다.
“사람을 구하는 것은 불을 끄는 것과 같아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왕 가려면 즉시 가자. 여기서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토지는 그 말에 따라 선고와 함께 구름을 타고 삽시간에 오대호의 집에 도착했다. 토지는 선고에게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래에 검은 안개가 짙게 끼어 있고 지린내가 납니다. 여기가 바로 오씨 댁입니다. 그 늙은 소가 지금 이곳에서 설치고 있습니다.”
선고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과연 아주 짙은 검은 기운이 저택을 덮고 있었는데, 지린내가 코를 찔렀고, 거의 메스꺼울 정도였다. 급히 몸에서 약병을 꺼내 약 몇 개를 쏟아 토지와 함께 코로 들이마시니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다.
선고는 토지에게 당부했다.
“토지는 여기에 있으시오. 내 잠시 알아볼 테니.”
토지가 “조심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선고는 “알겠소”라고 외치며 오가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내실에서 생황 음악의 소리와 남녀가 웃고 떠들며 추잡하게 노는 소리가 선고의 귀에 들려왔다. 선고는 늙은 소가 여기서 놀고 있는 것을 알고 화가 나서 용기를 내어 보검을 믿고 원내로 들어갔다. 가짜 오대호가 벌거벗은 여자 두 명을 양손에 안고 술 마시고 노는 모습이 매우 외설스러웠다. 또한 10여 명의 여자들도 역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왕래하며 응대하고 있었는데 얼굴은 웃는 척하지만 얼굴에는 근심과 분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고는 보자마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방비하지 않은 기회를 틈타 검으로 베려고 했는데, 뜻밖에 가짜 오대호가 벌써 보고는 갑자기 껄껄 웃으며 여자를 밀어내고 벌거벗은 채로 뒤쫓아 나와 연신 소리질렀다.
“미인은 어디서 왔느냐? 빨리 우리랑 술 한잔 하러 가자!”
다급해진 선고는 얼굴이 귀까지 빨개지고 검을 날렸는데, 그가 죽었는지 살았지는 더더욱 볼 겨를이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 뜻밖에도 이 녀석은 정말 대단했다. 검의 빛을 피하더니 입에서 푸른 연기를 뿜어내었다. 선고가 막 몸을 공중으로 날려 푸른 연기를 피하려 했는데, 문득 한 가닥 비린내가 느껴지며, 곧 기절하여 땅에 곤두박질쳤다.
가짜 오대호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사람을 시켜서 선고를 부축해 들어가게 했다.
“이 여자와 즐겁게 놀아보자!”
선고의 성명이 어떻게 될지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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