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철괴 선생은 하선고에게 “그때 나는 이 일로 인해 마음이 매우 불안했고, 혼이 곤륜을 향해서 조사님에게 청하여 만리장성을 세우는 공이 한때는 해로우나 이로움이 만세에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진나라의 운수가 오래가지 않아 하늘이 버리려고 그의 손을 빌어 이렇게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을 알았다. 백성이 받는 재앙은 심각하니 당연히 불쌍하지만, 이런 큰 일을 거치지 않으면 천하가 속히 혼란해질 수 없고, 진정한 주인은 일어설 수 없으며, 인민은 물불의 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이 재앙을 피할 수 없으니 산발적으로 고통을 받는 것보다 이 재앙을 성을 쌓는 것으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는가? 재앙이 끝나면 성이 완성되고 폭군의 악이 가득차서 인민은 곤경에서 벗어나니 정말 교묘한 조화가 아닌가. 사람을 해치는 것으로 정말 사람을 구하는데, 얼마나 묘한가? 나는 가르침을 부탁하고 경성에 돌아왔을 때, 장방이 또 구도를 애원하여, 나는 그의 마음을 보고 계책을 썼다. 마침 조정이 도처에서 인부를 끌고 갈 때여서, 공무를 만들어 그의 집에 출장을 가서, 장방이 이미 끌려갔다는 편지를 대신 보내 그들 가족에 대한 생각을 끊어버리게 했다.”
선고는 이 말을 듣고 또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어쩐지 내가 그날 직접 비가를 방문하자 나를 보고 그런 이상한 표정을 지었구나, 알고 보니 그들은 겁이 많아서, 또 다른 사람에게 재앙이 닥칠까 봐 머리를 움츠리고 감히 나서서 시비를 일으키지 못했군요. 그럼 사형, 지금 장방은 어디에 있습니까?”
철괴는 “지금 장성이 이미 착공되었고, 기한 내에 완공해야 한다고 하니, 많은 인부들이 필요할 것이다, 대략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 북쪽의 어느 불쌍한 여자가 시집갈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쩌다 나쁜 사람의 눈에 띄어 그녀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조정에 알렸다, 그 무도한 황제는 그녀를 비빈으로 받아들이려고 성지를 내렸다. 여자가 뜻을 굽히지 않자, 진나라 황제가 매우 노하여, 그녀의 남편의 이름을 명단에 올려 성을 쌓게 하였다. 불쌍하게도 이 사람은 또 문약한 몸인데, 어떻게 이런 힘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진황은 일부러 그를 괴롭히기로 했다. 단지 그를 죽일 죄목이 없기 때문에 징발 문서를 보냈다. 핑게거리가 있었다면 진작에 그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의 목숨은 결국 다른 장정들보다 위험했다, 다른 사람은 기력도 있고 일을 할 수 있지만 아무도 대항하지 않았으며 나중에 완공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첫째는 고생스런 노동을 할 힘이 없고, 둘째는 상대방이 너무 커서, 그곳에 가면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일에 부지런하지 않다는 네 글자만 가지고, 아침저녁으로 욕하고 때려 그를 죽고도 남음이 있게 할 수 있다. 정말 기개와 재주가 있는 여자로서 그녀는 남편이 떠나면 반드시 살아돌아올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한편 조정에서는 매일 사람을 시켜 그녀를 권하고 유혹하여 그녀가 마음을 돌려 어려운 남편을 버리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황제의 비가 되라고 하였다.
그 여자는 남편의 일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목숨을 보전할 방법을 생각하여야 했다. 입궁을 원하는 척하며 다만 직접 남편을 북방으로 배웅하여 부부의 의리를 다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를 설득하는 관리들이 그녀를 대신하여 이 혼군에게 보고하여 허락을 얻었다. 여자는 시댁의 신임을 얻기 위해 남편의 집에 직접 가서 시부모와 남편에게 그날 바로 남편과 대충 혼인을 맺어 달라고 청한 후에야 동행하여 길을 떠나겠다고 했다. 하나는 먼길 가는데 남녀가 함께하는 의심을 피할 수 있고 둘째는 사람들이 그녀가 변심하고 개가한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시댁에서는 그녀의 정절이 성실함을 느끼고 모든 것을 그녀에게 승낙하였다. 결혼한 다음 날 남편과 함께 길을 떠났다. 도중에 그녀는 장래 궁중의 사람이기 때문에 길을 가는 중에 사람들의 보호를 받았다.
이 여자도 미래의 황비라는 신분을 내세워 가는 곳마다 남편을 보호했다. 이 부부는 지금 이미 곤경에 처해 있어서, 나는 그들이 이미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짐작했지만, 우리 도인중의 한사람은 그녀의 절개와 고결함을 불쌍히 여겨 하늘을 거슬러 일을 하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지금 유주에서 궁중 사람들과 맞서고 있다, 사실 이것은 어쨌든 무익한 일이다. 나는 도우를 생각하니 그를 구하지 않을 수 없고, 여자의 절개와 충성에 감동하여 그녀를 위해 세상에 기념을 남겨두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여자의 생혼을 받아들여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기를 기다려, 선연이 있다면 기회를 보아 키우고 싶었다. 이 일은 내가 지금 또 장방을 보내 처리하도록 하였으나, 그의 도법이 부족하여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까 두렵다. 때가 오면 나는 친히 사매와 함께 한 번 다녀오려고 한다.”
그러자 선고는 듣고 기뻐했다: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더니 우리가 제도해 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사형, 제발 저를 데려가 주세요, 혼자만 가지 말고요.” 철괴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권(阿權)이 원하면 놀러 갈 수 있고, 동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종리권이 같이 갈 수 있다는 말에 벌써 기뻐서 말이 안 나왔다. 선고가 물었다. “진나라 황제가 이렇게 잔인하고 포학한데, 사형이 이런 도술을 써서 단번에 해결하여 백성들을 위해 재난을 제거하지 않고 하필이면 구차하게, 고생스럽게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철괴선생은 앙천대소하며, “사매가 여러 해 동안 수도를 했는데, 겁수의 이치도 모르느냐. 대부분의 겁수는 면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겁수가 조금만 작게 거두거나,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결코 해낼 수 없다. 진황은 천성이 잔인해서 당연히 좋은 일을 하지 않지만, 이것은 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대로 말해서, 그도 재난에 대응하여 태어났을 뿐이고, 겁수를 대신하여 운행하는 사자使者가 되었을 뿐이다. 그는 황제의 존귀함으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은 어떻겠는가?”
선고는 듣고 활짝 깨달았다. 이때부터 철괴는 종리권을 가르치는데 전념했고, 선고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점을 하나하나 지적해 주었는데, 다행히 선고는 본래 어느 정도 수준이 있었고 종리권은 묵은 인연도 있어서 가르치기 매우 쉬웠다, 며칠 지나지 않아 모두 실질적인 공부를 얻었다.
이날 철괴선생이 두 사람에게 불쑥 말했다.
“비장방이 곧 올 것이니 권이 마중 나가거라.”
종리권은 “제자는 비장방을 알지 못하고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데 어찌 맞이하겠습니까.”
철괴선생이 야단쳤다:
“이렇게 말이 많냐. 내가 가라고 했으면 너는 빨리 가면 되지, 더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
종리권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답답하게 집을 나서며 생각했다: 비장방이 북으로 갔다는 사부님의 말을 들었으니 반드시 남쪽으로 올 테니 나는 북으로 가서 맞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북으로 가는 길도 많은데 어느 길로 갔는지 모르니 어쩌란 말인가.
잠시 망설이다가 문득 스승님의 헛소리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상관하지 않고 나는 하늘만 보고 점을 치고, 지금 가는 길대로 북쪽으로 곧장 가면 된다. 그는 마음을 정하고 경로를 결정하여 북방으로 향해 걸었다. 오후부터 저녁까지 걸어가자 날이 어두워지고 앞에 큰 산이 길을 막고 있으니 앞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산을 넘어야 한다. 종리권은 어쨌든 아이의 심성이었다, 이 산이 얼마나 높고, 길이 얼마나 먼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두 발에 의존하여 이 봉우리를 넘는데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 게다가 몸에 건량도 가지고 있지 않고, 배고픈데 어디서 먹을 것을 찾을 것인가, 그리고, 몸에 병기도 한 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만약 짐승과 마주친다면 두 주먹에만 의지하여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그는 생각지도 않고 용기를 내어 한 걸음씩 산으로 올라갔다.
한참을 걸었더니,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비록 달빛은 있었지만, 바람은 세고 구름이 짙게 끼어 약간의 빛만이 구름 사이로 비쳐들 뿐이었고, 산의 나무들도 분간할 수 없었고, 동서남북의 방향도 더더욱 알아볼 수 없었다. 종리권은 여기까지 와서야 조금 못미친다고 느꼈지만, 그는 매우 단단한 소영웅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위험과 고난을 겪었어도 단 한 번도 아프다고 외치지 않았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도 않았다. 이때 신선 사부를 모셨고, 사부님에 대한 믿음이 매우 확고하여,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사부님은 절대 자기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의 조그만 몸이 혼자 황폐한 산속에 있으면서 고개를 들어보면 별과 달도 어두웠고, 곁눈으로 보면 깊은 산의 빽빽한 숲이며 더욱 난감한 것은 멀리서 여우가 울부짖고 늑대가 울고 괴상한 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뿐이었는데 들리는 소리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처량하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종리권은 한 번 듣고는 “아버지께서 산중에 억울한 귀신이 얼마나 많은데 모두 범과 표범에게 잡아먹힌 귀신이라고 하셨다”며 “아버지가 본 것들은 그 모양이 아주 이상하고 무섭다고 하셨다. 내가 돌아다닌 곳이 적어서, 어떻게 생긴 것인지 본 적이 없는데, 오늘 들은 것은 아마 대개 이런 물건일 것이다, 오히려 그를 보면 내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래 배가 고팠는데, 이제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찾아 걸어서 산간 평지에 이르니 달빛이 갑자기 밝아지고 교교한 달빛 아래서 어떤 물건이 산발하고 맨발인 채 사람의 몸을 가졌으나 둥글고 짐승같이 두 발을 묶고 똑바로 서서 달빛을 향하여 절을 그치지 않고 하고 있었다. 종리권이 생각했다: 소리내던 것이 아마 이 물건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가 이렇게 달에 절을 하는데, 설마 무슨 단을 닦고 무슨 법을 연마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이렇게 못생긴 것이 무슨 선인이 되려고 생각하는 것은 웃기지 않는가? 우습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소리는 별것 아니었지만, 그 괴물은 놀라서 몇 번 펄쩍 껑충껑충 뛰었다. 종리권은 그가 또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기 위해 큰 아름드리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나무틈 사이로 엿보니 괴물이 사방으로 한참을 마구 뒤지더니 한번은 얼굴을 종리권 쪽으로 향했다. 이때 달빛도 더 밝아져 그 괴물의 얼굴을 분명히 볼 수 있었는데, 기괴할 뿐만 아니라 매우 무서웠다. 알고 보니 괴물은 분명 사람 모양인데도 온 얼굴에 흰 털이 자랐고 검푸른 구슬 같은 눈으로 이쪽을 몇 번 쳐다보는데 담이 산처럼 큰 종리권마저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괴물은 아무도 찾지 못하자, 돌아서서 다시 그의 일을 하러 갔다. 종리권은 정말 장난기가 심해서 문득 생각했다: 이 괴물의 검은 눈이 이렇게 기이하니, 그것을 파내어 누나에게 주면, 오히려 귀걸이로 달아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또 하하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웃자 일이 잘못되었다, 그 괴물은 매우 똑똑히 들었고,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옆으로 돌아서서 이쪽으로 뛰어왔다. 그의 움직임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단지 검은 솜뭉치가 질풍에 휩쓸린 말려오는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나무를 뛰어넘어 두 개의 굳은 밀랍 같은 팔을 벌려 종리권을 끌어안았다. 종리권은 그가 가까워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얼굴(尊容)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온 얼굴에 선혈이 흘러내리는데 그 악취는 견디기 힘들었고. 혀는 한척이나 내밀어 마치 세속에 전해지는 목매달아 죽은 귀신과 흡사했다. 종리권(鐘離權)은 본래 몸을 부르르 떨었는데 괴물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크게 노하여 야단쳤다:
“너는 무슨 귀신이냐? 어찌 감히 이 도련님을 습격하느냐?”
이 한 소리에 자신의 간이 커졌다. 그 괴물은 회오리바람을 만난 듯 자기도 모르게 열 걸음이나 물러섰다. 종리권는 갈수록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가 얼마나 여유로운지, 그 괴물이 더럽고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그와 맨손으로 맞섰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물러날 때를 틈타 서둘러 나뭇가지를 하나 꺾었다, 두 번째 쳐들어오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나뭇가지로 쓸어갔다. 그 괴물은 이미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종리권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르르 괴성을 질렀는데 방금 들은 것과는 다른 일반적인 소리였다.
종리권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에야 말로 귀신을 볼수 있으니 행운이다.”
한마디도 채 끝나기 전에 그 귀신은 이미 몸을 돌려 달아났다. 종리권의 다리 공력도 보통 사람과 남달랐고, 축지법만큼 빠르지는 않았지만, 그 귀신이 굴러 달아나는 것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삽시간에 작은 산 꼭대기까지 뒤쫓아 거리가 그리 멀리 떨지 않은 것을 보고 나뭇가지를 들어 귀신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굉음은 들렸는데 이 귀신은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악취도 사라졌다.
잠시 후, 문득 앞의 나무 아래에 그것이 또 나타났는데, 여전히 그 모양으로 그를 보고 무릎을 꿇고 자신을 향해 뭐라 외치며 있는대로 절을 하는 것을 보았다. 종리권은 웃으며
“너는 사람 같지도 않고 귀신 같지도 않은 이 괴상한 놈인데, 죽을까 두려워하느냐? 네가 두려워하는 것을 알기에 나도 반드시 너와 함께 지낼 필요는 없지만, 네가 나를 출구로 인도해 줄 수 있느냐, 나는 북쪽으로 가고 싶은데 네가 나를 데리고 갈 수 있다면, 너에게 매우 감사할 것이다, 앞으로 내가 사부님의 가르침을 얻어 도를 깨달아 신선이 될 수 있다면, 반드시 너를 데리고 와서 좋은 것을 가르쳐 주겠다.”
그 괴물은 마치 그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갑자기 굴러와서 종리권 곁에 엎드려 머리를 땅에 부딪치며 꽥꽥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일어나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굴러갔다. 종리권이 그를 따라갔더니 한밤중에 괴물은 똑바로 서서 손을 뻗어 세 번 북쪽을 가리킨 후 돌이켜 다시 그에게 절을 했다. 종리권은 “날이 밝아오는데, 너는 귀신이라 빛을 볼 수 없어서 급히 돌아가야 하는구나, 그런건가?” 그 괴물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종리권도 그를 불쌍히 여겨 위로하며, ”넌 가봐라. 내가 앞으로 한 치의 진보가 있다면 오늘 네가 이끌어 준 공로를 잊지 않겠지만, 너는 스스로 충직하고 선량한 귀신이 되어 백성들을 놀라게 하거나 나그네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 네 물건이 도대체 귀신인지 요괴인지, 너는 말을 할 수도 없고, 나도 알 수도 없다, 다만 이름을 지어야 한다, 앞으로 내가 너를 찾으러 올 때 이 산봉우리에서 달빛이 뜰 때 세 번을 계속 외치면 너는 나를 만나러 나와야 한다,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일을 그르치면 너 자신의 불행이니 나와 무관하다. 너와 내가 이 달 밤에 황폐한 산에서 만났으니, 내가 너를 위해 산월아라고 이름을 지어주마, 잘 기억해. 돌아가라! 나도 서둘러 길을 재촉해서 가야한다. 인가가 있는 곳을 찾아서, 밥을 얻어먹고, 좀 배불리 먹어야 걷기 편할 것 같아!”
그 괴물이 듣더니 갑자기 그의 옷을 잡아 당겼다. 종리권은 웃었다:
“설마 나 대신 간식이라도 준비했냐. “
괴물이 듣더니 과연 고개를 끄덕였다. 종리권은 매우 기뻤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너무 좋다, 네가 빨리 나 대신 해다오. 나는 여기서 너를 기다리겠다.”
그 괴물은 날아갈 듯이 달려갔다. 종리권은 “이 귀신 같은 거 보니 재미있다.”
그래서 혼자 산속을 한참을 왕래하다보니 새벽이 점점 가까워졌다. 달빛은 검은 구름 속으로 숨고, 산 근처의 경치가 보이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머뭇거리던 중 와르르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 웃으며 말했다.
“그가 어렵게 왔구나.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풍이 발아래 휘몰아쳐 고개를 숙여보니 까만 털이 수북한 것이 발 옆에 엎드려 있는 게 아닌가. 종리권이 물었다.
“친구야, 네가 내 대신 간식을 갖다준다고 했는데, 그래?”
그 괴물은 여전히 꾸륵꾸륵 소리를 몇 번 질렀는데, 털이 복슬복슬한 검은 손이 물건을 들어 종리권 손에 주었다. 알고 보니 보리떡 두 개가 이미 굳어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물이 든 대나무 통을 들고 있었다.
종리권은 기뻐하며 말했다.
“너 정말 힘들었겠구나. 너와 내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그렇지 않다면, 이 근방에 누가 있는지 말해 줄 수 있겠니? “
그 괴물이 고개를 마구 흔들고 두 손을 넓게 벌렸다, 그것은 마을은 있지만 가까이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종리권도 그의 의도를 알고 그에게 몇 마디 더 묻고 싶었지만, 그 괴물은 더욱 말이 없이 몸을 돌려 머리를 조아리며 쏜살같이 가버렸다. 종리권은 탄식했다.
”그는 귀신인데 어떻게 빛을 볼 수 있겠느냐. 나는 하필이면 이렇게 재미도 모르고, 이미 그의 덕을 보았는데, 또 그와 계속 얽혀 있어서, 만일 그가 시각을 놓치게 된다면, 어찌 나의 죄가 아니겠는가? ”
독자 여러분들, 무릇 인생의 능력은 항상 한계가 있다, 종리권이 매우 강하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걸었더니,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서 자연히 버틸 수가 없었다. 물과 떡을 얻으니, 진작에 걱정했던 일을 잊어버리고 스스로 큰 바위를 골라 앉아서 그 떡과 물을 모두 마셨다. 날이 채 밝지 않은 것을 보고는 웃으며, ”이 검은 귀신이 밤새도록 나를 괴롭혔는데, 아직 날이 밝지 않았으니 잠시 쉬었다 가자.”
몸을 눕히고 큰 바위 위에서 쿨쿨 잠이 들었다.
대개 어린아이들은 잠이 가장 깊어 일단 잠이 깊이들면 그를 밀치고 때려도 잠깐 동안은 깨지 못한다. 종리권이 이렇게 잠이 들자 이 날이 저물 때까지 충분히 잤다. 날이 저물 무렵이 되어 다시 어두워지자 그제서야 몸을 떼구르르 뒤척이며 일어나 앉았다. 손으로 눈을 닦고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어째서 나는 하루 종일 잤을까? 이건 정말 일을 그르쳤군, 만약 그 비장방을 기다리지 못한다면, 돌아가서 어떻게 사부님을 뵐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다. 막 헤매고 있는데 갑자기 일진의 광풍이 불더니 삽시간에 모래와 돌이 날아오는데 그 기세를 막을 수 없었다.
종리권은 어려서부터 이 들짐승들과 어울렸기에,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것을 보자마자 이 바람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고, 반드시 범과 표범이 침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웃었다.
”이런 짐승들은 너무 운이 없구나. 만약 내가 한 시진 일찍 내가 여기에서 자고 있을 때 왔다면, 열 개의 몸이라도 다 씹어 먹었을 텐데, 기어이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려서 왔으니 그는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감히 크게 의기양양하지 못하고, 급히 정신을 가다듬고, 돌멩이를 움켜쥐고, 맹수가 올 때를 대비해서 그의 두 눈을 먼저 상하게 하려했다. 그것은 그의 조상들에게서 전해 내려온 백보척탄지법으로 백발백중이었다. 종리권은 줄곧 담이 몸보다 컸고, 범과 표범은 그의 눈에 띄지 않았으며 이렇게 사전에 경계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도 자신이 손님 속에 있어서 방심하고 수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일은 예측하기 매우 어려워서 조심할수록 뜻밖의 재난도 이 조심할 때 발생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종리권은 한참을 기다리다 문득 등뒤에서 훅 하는 소리를 듣고 급히 뒤를 돌아보았을 때, 작은 몸이 이미 뒤에 있는 물건에 실려 구름 위로 안개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갔다.
목숨이 어떨지 모르지만, 다음 회를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