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연(了緣)
【정견망】
사부님이 계시면 곧 심성을 수련하고 이를 통해 마성을 제거하고 불성을 가지(加持)해 미혹을 타파할 법(法)이 있게 된다.
보리조사(菩提祖師)를 보자마자 원숭이는 즉시 절을 올리고 자신이 찾아온 뜻을 밝힌다. 10여 년간 도처를 찾아다니며 숱한 고생 끝에 마침내 자신의 미혹을 풀고 수련을 지도할 수 있는 사부를 찾았으니 급히 사부님으로 모신다.
조사가 성명(姓名)을 묻자 원숭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성깔(性)이 없습니다. 누가 저를 욕해도 화내지 않고 때려도 역시 성내지 않고 단지 예의를 지킬 뿐입니다. 그러니 평생 성질을 낸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은 이후 천궁(天宮)에서 소란을 피울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무런 능력도 없을 때 원숭이의 심성과 능력이 있을 때 원숭이의 심성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그런데 왜 수련하지 않을 때는 욕망도 없고 구함도 없다가, 수련하고 나서 법(法)도 없고 하늘도 없게 변해, 각 로(路)의 신선들조차 다 안중에 없고, 심지어 옥제(玉帝)의 자리마저 차지하려 했는가? 대체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와 자아를 느슨히 만들어 오만방자하게 했는가?
천성(天性)이 순수하고 선량한 것을 보면 원숭이는 아마 내원이 아주 높았을 것이다. 부모도 없고 하늘이 낳고 땅이 길렀으니 누구도 그의 근원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복선은 이 원숭이가 사명을 띠고 왔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데,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지(未知)란 공포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무량한 변수도 가져온다. 왜냐하면 그것을 모른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것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것 중에서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통제는커녕 대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다음 1초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다음 1초에 얼마나 많은 천재인화(天災人禍)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를 통해 보자면 미지의 것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는 미래에 대해 예상치 못한 변수 및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공포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이를 무시하는 사람은 일종의 도박을 하는 것으로 다음 1초의 재앙이 자신과 무관하고, 재앙은 모두 남의 일이고 좋은 일은 다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는 하늘(上蒼)의 자비를 무시하고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성(神性)을 각성하고 사악(邪惡)을 멀리하는 것이다.
원숭이는 내원이 높고 세속에서 오염된 것이 적었기 때문에 천성이 순수하고 선량했다. 하지만 일단 수련을 시작하면 모든 인과(因果)를 다 매듭지어야만 승화해서 떠날 수 있다. 팔계의 말로 하자면 “그것을 결산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신성(神性)이 시방세계를 진동시킬 때 진동되는 것은 불도신(佛道神)만이 아니다, 우주에는 상생상극의 이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방세계 속에는 층층 대응하는 마계(魔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불도신(佛道神)의 진동을 기쁨이라 한다면, 주로 각자(覺者)가 되돌아오는 것을 기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계(魔界)의 진동은 격정인데, 두 손을 불끈 쥐는 흥분으로, 아무리 큰 원수와 아무리 큰 원한이라도 참을 필요가 없다. 시기(時機)가 무르익기만 하면, 경중과 완급을 따지지 않는데, 오직 수련하려 한다면 누구도 채무를 지고 원만할 수 없다. 그러면 그것은 거리낌 없이 소란을 피우고 빚을 받을 수 있는데, 빚을 받는 것은 이치가 있으니, 매 분(分)마다 마성을 방출해 수련인의 사람 마음의 집착을 팽창시킬 수 있는데, 일념(一念)이 바르지 못하면 곧 요괴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도 무슨 요마귀괴(妖魔鬼怪)를 건드렸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 근원을 추적해 보자면, 우리가 층층(層層) 아래로 걸어 내려올 때 우리가 거친 곳은 신계(神界)만이 아니라 마계(魔界)도 있다. 오직 상생상극의 이치가 존재하기만 하면, 부처가 얼마나 높으면 마도 그만한 높이로 존재한다. 부처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마(魔)도 있어야 하는데,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아무리 빨리 지나간다 해도, 한번 지나가는 사이에 물들게 마련이며, 어느 정도 인과(因果)에 물들게 마련이다. 하물며 때로는 잠시 머물며 마의 무리[魔衆] 속에 섞여 살아야 하고, 심지어 어떤 이는 마계(魔界)에서 잘 섞여 지내고, 한 무리 형제들을 모아 산채를 세우고 봉기를 일으켜, 아예 마의 두목을 무너뜨리고 자신이 마왕이 된다.
하하! 재미있지만 이런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다 겪은 적이 있다, 어쩌면 나도 이런 일을 했을지 모른다. 내게도 욱하는 성질이 좀 있어서 때로 마성이 아주 커진다. 그래서 가정 모순에 빠져 여러 해, 크게 화를 내면 간(肝)이 아팠다. 아이고! 정말 한 마디로는 다 말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데, 모난 곳이 있다면 전부 다듬어야 한다. 다행히 사부님께서 우리 대신 대부분의 업력을 감당하셨고 얼마 남지 않은 고만큼으로 심성을 닦는데 사용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정말 넘기기 쉽지 않다.
마성의 근원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며, 법리적으로는 명백하지만 제거하기란 역시 어렵다. 우리가 내려올 때 층층 오염되었으니, 되돌아 닦을 때도 층층 정화(淨化)해야 하는데 즉 층층 구도해야 한다. 오직 수련 원만할 수만 있다면 다 별일 아닌데, 선연(善緣)이든 악연(惡緣)이든, 인연을 맺었다면 다 구도 받을 기연(機緣)이다.
하지만 필경 마(魔)는 마인지라, 얌전하게 서서 우리가 구해주길 기다리지 않고, 즉시 뛰쳐나와 빚을 받으려 한다. 우리가 수련해 올라가면 그것이 빚을 받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련은 엄숙한 것으로 일념(一念)이 바르지 못하면 곧 떨어져 내려가는데, 능력이 생기기도 전에 먼저 떨어져 내려간다. 이 길에서 얼마나 많은 검은 벽돌들이 우리를 치려 기다리는지 모른다. 그러니 사부님의 말씀에 따르면 손해보지 않으니, 분초를 다퉈가며 용맹정진하는 것만이 마땅하다.
믿지 못하겠다면 저 원숭이를 보자. 보리조사를 스승으로 모시자마자 원래 은신처[화과산]에 뭇 마(魔)들에게 끝장났다. 수련해서 능력이 커질수록 화과산 각 로(路)의 마왕들이 갈수록 더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작은 과시심 때문에 보리조사에 의해 산에서 쫓겨났고, 이렇게 되자 쟁투심이 심하게 팽창되었고, 결국 천궁을 소란스럽게 만들어, 오행산 아래에 500년 동안 눌려 있어야 했다. 500년이 지나고 나서야 모난 부분이 조금 닦이고 정념(正念)이 생기자 당승(唐僧)에 의해 풀려난 것이다.
이를 통해 본성이 순진하고 선량하다는 선천적인 장점은 자신이 닦아낸 것이 아니라 단지 근기가 좀 좋을 뿐임을 알 수 있다. 수련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뭇 마들이 굴에서 나오는데, 당신의 심성이 아무리 좋다 해도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오직 구구(九九) 81난(難) 속에서 심성을 연마해야만 비로소 원만의 길에서 착실하게 걸어갈 수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49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