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악(仰岳)
【정견망】
마제천(馬蹄泉)과 거마하(拒馬河)의 전설

요나라 대장 한창(韓昌)이 양연소(楊延昭)에게 세 발 화살 거리를 양보하겠다고 했으나, 양연소가 겨우 두 발만 쏘았음에도 한창은 약속을 어기고 다시 싸움을 벌였다. 한창의 무술 초식은 이미 양연소에게 완전히 간파당해 몇 합 만에 패배했고, 결국 병사들을 이끌고 서남쪽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양연소는 병사들을 이끌고 맹렬히 추격했다. 한창은 싸우면서 도망치기를 수십 리 계속하다가 마침내 황량하고 험준한 산악 지대에 다다랐다. 양연소 역시 군사들을 이끌고 뒤쫓아 들어갔으나, 한창의 속도가 워낙 빨라 얼마 지나지 않아 종적을 감췄다.
양연소가 사방을 살펴보니, 이곳은 온통 메마른 산봉우리였고, 태양은 특히나 사나워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들고 수원(水源)도 거의 없었다. 이때 송나라 병사들은 모두 목이 말랐고, 휴대하던 식수도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양연소는 병사들에게 말에서 내려 잠시 휴식을 취하라고 명령하고, 사람을 보내 물을 찾게 했다. 오직 단신으로 요나라 군대의 습격을 경계하며 무장한 채 말 위에 있었다. 이때 산봉우리에서 갑자기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터져 들려왔다. 바로 한창의 웃음이었다!
“하하하! 양육랑(楊六郎)! 이곳이 바로 유명한 ‘사곡 황산(死谷荒山)’으로, 몇 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풀과 나무가 자라기 어렵고, 수원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이번엔 네 인마(人馬)들이 목마름과 굶주림으로 여기서 죽을 것이다!”

양연소가 고개를 들어 보니, 한창이 의기양양하게 산봉우리에 서 있었고, 주변의 요나라 군사들은 이미 산을 내려와 그들을 포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초조했다. 요나라 군대가 정말로 공격해 온다면, 자신의 군사들과 말들이 목이 말라 싸우기 어려울 텐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이때, 양연소가 탄 백마가 갑자기 혼자 빙빙 돌기 시작했다. 양연소는 깜짝 놀랐다. 이 영특한 백마가 왜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걸까? 말은 곧장 큰 돌 앞에 멈춰 서더니, 말굽으로 돌 위를 쉴 새 없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말이 계속 돌을 파헤치자, 곧 구덩이가 파였고, 갑자기 그 구덩이에서 샘물이 솟아 나왔다. 그러자 말은 더 이상 파헤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말은 강 속의 용신(龍神)이 변화한 생명이라 어디에 수원(水源)이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양연소는 이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군사들에게 물을 마시게 했고, 모두가 충분히 마신 후에야 자신도 마셨다. 이 샘물은 매우 시원하고 맑아, 병사들이 마시니 온몸이 상쾌해지며 전투력이 즉시 회복되었다. 양연소는 이때 묘안을 하나 떠올렸습니다. 그는 일부 병사들을 측면에 매복하게 하고, 자신은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돌 근처에 앉거나 누워 일부러 기력이 다해서 쉬는 척 가장했다.
이때 한창은 송나라 군사들이 목이 말라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전군에 명령하여 일제히 달려들어 일망타진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양연소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갑자기 옆에 매복했던 송나라 군사들이 뛰쳐나왔고, 양연소와 병사들도 일제히 벌떡 일어나 전마에 올라타 요나라 군대를 향해 돌격했다. 이로 인해 한창의 부대는 또다시 크게 패했고, 한창은 남은 병사들을 이끌고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양연소는 군대를 이끌고 뒤에서 추격했고, 이 길을 따라 또 수십 리를 추격하여 마침내 내원현(淶源縣) 성 밖에 이르렀다. 이때 양연소는 거대한 요나라 기병대가 현성(縣城) 옆의 산골짜기 길을 따라 동남쪽으로 진군하는 것을 보았는데, 최소 5만 명으로, 자형관(紫荊關 역주: 하북성 이현 만지장성에 위치한 관문으로 거용관과 도마관 사이에 있다.)을 탈취할 준비를 하는 듯했다. 그는 크게 놀랐다. 이것은 사실 소태후(蕭太后)의 계략으로, 한창을 선봉으로 보내 양연소를 견제하려 한 것이다.
바로 이때, 한창이 다시 대규모 요나라 군대를 이끌고 양연소를 향해 공격해 왔다. 이곳에 양연소를 붙잡아 두려는 속셈인 듯했다. 양연소가 한창을 상대하는 것은 충분했지만, 소태후의 대군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바로 그때, 양연소가 탄 백마가 갑자기 길게 울더니, 공중으로 솟아올라 양연소를 태우고 북동쪽으로 날아갔다. 날아가다가 마침내 한 호수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돌 위에 멈췄다. 이때 말이 네 다리에 힘을 주어 아래로 힘껏 내딛자, 이 거대한 돌이 산산조각 났고, “콰르릉” 하는 몇 차례 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말은 물줄기를 따라 하늘로 솟아올라 양연소를 태우고 옆에 있는 산봉우리로 달려갔다.
양연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대한 물이 황하가 터진 듯이 맹렬하게 요나라 군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은 마치 사나운 호랑이처럼 기세가 아주 사나워 선두의 요나라 병사들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이 물줄기는 강물처럼 곧바로 도로를 두 부분으로 갈라놓았고, 뒤따르던 요나라 병사들은 물살이 사나워 건널 수 없어 강을 바라보며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한창은 이 광경을 보고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양연소가 전마를 타고 그에게 달려오자, 한창은 싸울 의지를 완전히 잃고 감히 다시 싸우지 못하고 성 안으로 퇴각했다. 이때 송나라 군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양연소는 군대를 이끌고 성을 공격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내원성을 함락시켰다. 한창은 하는 수 없이 소태후를 호위하며 북쪽으로 도망쳤다.
후세에 현지 사람들은 양연소의 영웅적인 사적을 기념하기 위해, 사곡 황산 속 샘물을 “마제천(馬蹄泉, 말발굽 샘)”이라 불렀고, 요나라 군대를 가로막은 큰 강을 “거마하(拒馬河)”라 불렀다.
청조(淸朝) 시인 반조음(潘祖蔭)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거마하 강변 옛 전장터
흙 속에 푸른 창날 묻혀 있고
지금도 마을에선 고맹사(鼓盲詞) 속에,
삼관을 위엄으로 누른 육랑을 말한다네.“
拒馬河邊古戰場
土花埋沒綠沉槍
至今村鼓盲詞裏
威鎮三關說六郎。
[역주 ①: 고맹사란 중국 전통 설창(說唱) 예술의 일종으로 판소리처럼 북을 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② 여기서 말하는 삼관은 만리장성 내삼관으로 거용관, 자형관, 도마관을 말한다.]
이 시는 바로 양연소의 이야기를 노래하는데 거용관, 도마관, 그가 긴 창을 들고 말을 휘몰아 삼관을 위엄으로 진압하고 중원을 수호했다. 후세 문인들은 이처럼 양연소의 용감한 항요(抗遼 요나라에 항거) 일화를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전하고 있다.
참고자료:
《楊家府世代忠勇通俗演義》明朝 佚名 著 秦淮墨客校閱
《楊六郎威鎮三關口》河北人民出版社1984年出版 趙福和 李巨發 等人 搜集
《楊家將外傳》河北少年兒童出版社 1986年出版 趙雲雁 搜集整理
(에포크타임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53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