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
【정견망】
배를 타고 가다 보면 갑작스러운 풍랑을 만나는 일이 잦다. 똑같은 풍랑 속에서도 누군가는 배가 뒤집혀 목숨을 잃고, 누군가는 무사히 고비를 넘겨 화를 복으로 바꾼다. 이런 서로 다른 조우 뒤에는 분명 각기 다른 연유가 있다.
도탁(屠倬, 1781~1828)은 자를 맹소, 호를 금무라 했으며 전당 사람이라 전해진다. 그는 청나라의 유명한 화가이자 가경 무진년(1808년)에 진사에 급제해 한림원 서길사에 뽑혔던 뛰어난 신하였다. 문장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정사 처리에도 능했다. 처음 강소성 의징현의 지현(현감)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업적이 뚜렷해 명성이 높았다.
의징과 용담(남경의 옛 도시) 사이에는 강이 하나 흐르는데, 당시 백성들은 큰 배가 없어 평소 작은 배로 강을 건넜다. 이 때문에 풍랑이 일면 배가 뒤집혀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새로 부임한 도탁은 이 사정을 듣고 자신의 녹봉을 털어 백성들을 위해 크고 튼튼하며 많은 사공이 저어 풍랑에 견딜 수 있는 관용선 두 척을 건조했다. 그 후로 현지 사람들은 이 배들 덕분에 아주 평안하게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가경 정축년(1817년) 6월, 도탁이 공무로 금릉에 갈 일이 생겨 강가에서 배를 탔다. 배가 막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광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졌다. 그는 즉시 사공에게 닻을 내리고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를 세우게 했다. 그러나 바람과 비는 갈수록 거세졌고, 집채만한 파도가 덮치더니 그만 밧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배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순식간에 강 한복판으로 밀려 나갔다. 거친 파도 위에 위태롭게 출렁이는 배 안에서 사공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통곡했다. 하지만 도탁은 오히려 침착하게 선실에 단정히 앉아 하늘에 기도했다.
“제가 배를 만든 것은 오로지 백성을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만약 오늘 제가 만든 배를 타고 제가 죽는다면, 앞으로 누가 감히 선행을 베풀겠습니까? 하늘의 신명께서 굽어살피신다면 이 배를 무사히 강가로 돌려보내 주소서!”
기도를 마치자마자 배에 타고 있던 대여섯 명이 거친 파도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어디서 났는지 모를 힘으로 끊어진 밧줄을 낚아챘고, 천천히 배를 끌어 강가로 되돌려 놓았다. 배가 닿자 사공은 무사히 닻을 내릴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파도는 산처럼 높았고 바람은 수 장 높이로 몰아치고 있었다. 한 사공이 “조금만 늦었어도 배가 산산조각 났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물에 뛰어들었던 이들에게 물으니, 그들은 “미리 상의한 것도 아니고 겁에 질려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 떠미는 기분이 들어 뛰어들었다”고 답했다. 그들 스스로도 배를 무사히 끌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광서 계림의 진사 진계방의 이야기가 있다. 그의 숙부는 평소 의협심이 강했다. 두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 위기를 만났을 때 따로 기도를 올리지는 않았으나, 이전에 베푼 선념(善念) 덕분에 신의 도움을 받았다. ‘신의 눈은 번개와 같다’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닌 듯하다.
한번은 진계방이 숙부와 함께 동정호를 지나다 역풍을 만나 강가에 배를 댔다. 주위에는 유민들을 태운 배가 가득했는데, 돈이 없어 약을 사지 못한 이들이 병들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진계방이 가지고 있던 환약을 나누어 주자 효과가 대단했고, 소문을 들은 유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약이 거의 떨어져 가자 진계방은 남은 여정이 멀고 모든 사람을 돌볼 수 없어 걱정했으나, 숙부는 “약은 본래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있는 것인데 아까워하는 것은 의롭지 못하다”며 남은 약을 모두 나누어 주어 수십 명의 목숨을 구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해안의 배들이 다시 출발했지만 곧 광풍이 휘몰아쳐 호수에 있던 배들은 제멋대로 이리저리 떠다녔다. 진계방이 탄 배는 가장 컸는데 역시 심하게 흔들렸고 역풍이 갑자기 일어나 좀처럼 강언덕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선주가 작은 배를 띄워 밧줄로 큰 배를 끌어당기려 했지만 거센 바람에 배는 다시 위기에 처했고 일손이 부족하여 진계방이 키를 잡았다. 그는 키를 단단히 잡고 있는 힘을 다해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했다. 작은 배의 사람들이 거의 다 언덕에 올랐을 때 광풍이 재차 불어와 큰배는 족히 한장이나 되는 파도에 휘말렸고 밧줄을 잡고 배를 끌던 사람이 거의다 힘이 다했고 큰 배는 호수 쪽으로 떠내려 갔다.
위급한 그때 강가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가서 사람을 구합시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70~80명의 사람이 밧줄을 잡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힘을 합친 덕분에 배는 무사히 뭍에 닿았다. 진계방과 숙부가 내려서 보니, 자신들을 구한 이들은 바로 어제 약을 받아 살아난 유민들이었다. 유민들의 작은 배가 큰 배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도탁이나 진계방의 숙부는 오로지 남을 돕고자 했을 뿐 보답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한 줄기 선한 생각은 신불(神佛)이 모두 아는 법이라, 그들은 즉시 선보(善報)를 받았다. 남을 구하는 것이 곧 나를 구하는 길이며, 선한 일에는 반드시 보답이 따른다는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료출처: 《북동원필록초편》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0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