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德惠)
【정견망】
남송의 유명한 문인 육유(陸遊)는 만년에 고향에 은거해 《노학암필기(老學庵筆記)》라는 책을 썼다. 그 안에는 그가 일생 동안 유력하며 겪은 각종 기이하고 흥미로운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중 한 편인 노섭도인(老葉道人)은 그가 성이 섭(葉) 씨인 노도인(老道人)과 교류했던 일을 묘사하고 있다.
노섭도인은 용서군(龍舒郡) 사람으로, 용서군은 지금의 안휘성(安徽省) 서성현(舒城縣) 일대다. 노엽도인은 당시 87~8세였는데 음식이 매우 담백하여 시고 달고 쓰고 맵고 짠 다섯 가지 맛을 모두 먹지 않았으며 평생 병을 앓은 적이 없다. 그는 회계(會稽) 순산(舜山)에 거주했는데, 매년 날씨가 추워지면 지붕 기와를 얹고 벽을 보수하며 거처를 견고하게 다졌다. 방한 대책을 세우고 숯을 저장한 뒤 겨울에는 문을 닫고 나가지 않다가 봄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노엽도인은 방문객을 대할 때 매우 공경했으나 말을 많이 하려 하지 않았다.
이상의 내용만으로는 얼마나 신기한지 알 수 없었으나, 얼마 후 발생한 한 사건이 육유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노섭도인에게는 제자가 한 명 있었는데 사람들이 소도인(小道人)이라 불렀다. 소도인은 성품이 소박하고 사부인 노섭도인을 매우 공경했다. 한번은 소도인이 친척을 보러 회남(淮南)에 갔는데, 7월 보름이 되자 노섭도인의 이웃인 한 승려가 노섭도인을 청해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를 마친 후 노섭도인이 서둘러 돌아가려 하자 승려가 그 이유를 물었다. 노섭도인은 제자인 소도인이 오늘 돌아오기로 약속했다고 대답했다. 승려가 웃으며 말하기를, 친척 집을 오가는 거리가 2, 3천 리나 되는데 어찌 하루의 차이도 없이 기한에 맞춰 돌아온다고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노섭도인은 이 아이는 평생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니 반드시 말한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승려는 노섭도인을 배웅할 겸 소도인이 정말로 하루의 오차도 없이 기한에 맞춰 돌아오는지 보러 갔다.
그들이 노섭도인의 거처에 막 도착했을 때 소도인이 방금 도착하여 짐을 내려놓는 것을 보았다. 소도인은 정말로 기한에 맞춰 돌아왔고, 노섭도인이 그의 귀가 날짜를 예견한 것은 완전히 정확했다.
이 일은 비록 작지만 육유로 하여금 노섭도인에게 앞날을 미리 아는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러나 육유와 노섭도인은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으나 매번 방문할 때마다 노섭도인은 별 말이 없었다. 하루는 육유가 다시 방문하여 마음속에 의문을 품고 노섭도인이 수련으로 얻은 바를 탐구하고자 했다. 이번에 그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노섭도인은 그를 실내로 인도하더니, 먼저 향을 피워 신(神)께 경의를 표한 후 육유에게 자신이 사부님을 만난 후 수련한 갖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마치 육유의 마음속 의문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육유는 여기서 단지 노섭도인과의 교류를 담담하게 기록했을 뿐이며, 최종적으로 노섭도인에게 신통(神通)이 있는지 없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사실 진정한 수련인은 절대로 자신의 신통이나 공능(功能)을 과시하지 않으며, 흔히 무의식중에 초상적인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자료 출처: 남송 육유 《노학암필기 제3장 노섭도인》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6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