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劉曉)
【정견망】
청조 함풍(咸豐) 연간, 광동(廣東) 향산현(香山縣)에 황괴삼(黃槐森)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풍채가 당당하고 외모가 뛰어났으며 천성이 총명했다. 가문이 가난하여 서당을 열어 글을 가르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함풍 11년(1861년) 6월, 현 내의 한 서당에 다니던 서생이 사람을 시켜 이번 가을 과거 시험에서 누가 급제할지 점을 쳐 보았다. 점쟁이가 내놓은 결과는 “향산에서 무정귀(無情鬼)가 급제한다”였다. 이 결과는 인근에 널리 알려졌으나 사람들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무정귀가 도대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었다. 우연히 황괴삼의 서동이 이 말을 듣고 황 선생이 이번 과거 시험에서 반드시 급제할 것임을 알았다.
원래 처음에 황괴삼이 어느 곳에서 서당을 열고 가르칠 때, 이웃집에 한 젊은 부인이 있었는데 그의 외모에 깊이 끌려 사사로이 서동(書童)에게 물었다.
“댁의 선생님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느냐?”
서동이 감귤을 좋아하신다고 답하자, 다음 날 부인은 감귤을 사 와서 서동에게 황 선생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황 선생은 아무런 연고도 없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갑작스럽고 망령되다고 여겨 단호히 거절하고 받지 않았다.
하지만 부인은 마음을 접지 않고 다시 한번 서동을 시켜 감귤을 황 선생 앞으로 보냈다. 황 선생은 재차 거절했다. 그러자 부인은 귤껍질을 까서 정성껏 포장한 뒤 서동에게 간곡히 올리도록 청했다. 부인의 속셈을 알아차린 황괴삼은 서동을 그 집에 보내 부인에게 전하게 했다.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절(貞節)이고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정(端正)함입니다. 당신과 우리 선생님은 친척이 아니고 아무 연고도 없는데 어찌하여 번번이 선물을 보내십니까? 우리 선생님은 무뢰한 사람이 아니니, 당신이 만약 다시 물건을 보낸다면 서로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미간을 찌푸리고 이를 갈며 “무정귀(無情鬼 역주: 직역하면 무정한 귀신으로 무정한 사람이라며 원망하는 말)! 무정귀!”라고 내뱉었다. 그 후로는 다시 감귤을 보내지 않았고, 동시에 선생의 교화에 감동해 경박한 행실을 고치기로 다짐했다. 점쟁이가 말한 “무정귀”는 바로 이 부인의 원망 섞인 말에서 나온 것이며, 천지와 귀신이 모두 이 말을 들었던 것이다.
그해 과거에서 황괴삼은 탁월한 실력을 발휘해 과연 급제했다. 이듬해에는 다시 진사에 합격하여 한림원(翰林院)에 들어가 편수(編修)가 되었다. 이 어찌 하늘이 그가 올바름을 지킨(守正) 것을 가상히 여겨 내린 보상이 아니겠는가?
이 이야기를 기록한 《권계록(勸戒錄)》의 저자 양공진(梁恭辰)은 다음과 같이 찬탄했다.
“세상 사람들은 정(情)이라는 글자에 대해 자주 오해하여, 남녀가 사사로이 만나 서로 애틋해하는 것을 정이 있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들뜬 정, 바람같은 정(風情), 부드러운 정(柔情), 사사로운 정(私情)일 뿐 성인이 말씀하신 진정(眞情)이나 깊은 정(深情)이 아님을 모른다. 사람에게 순정(純正)한 천성이 있어야지만 순정한 감정이 생긴다. 음란은 더러운 행위로, 먼저 순정한 천성을 잃게 되는데 어찌 순정한 감정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야기 속의 “무정귀”는 부인이 원망하며 한 말인데, 그 뜻은 아마도 내가 정성껏 감귤을 사서 선물했는데 당신이 재삼 거절하니 참으로 무정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 부인 역시 한 침상을 쓰는 남편이 있을 터인데, 지금 남의 외모를 보고 음란한 마음을 일으켜 자기 남편을 배반했다. 다른 남자에게는 정이 지극하다면서 정작 남편에게는 어떤 감정을 써야 하겠는가? 이 부인이야말로 진정으로 천하에서 가장 박정하고 가장 무정한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7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