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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장에서 귀신이 대필한 이유

유효(劉曉)

【정견망】

청조 광동 번우(番禹) 사람 의극중(儀克中)은 일찍이 도광(道光) 임진년 향시에 응시했다가 기이한 일을 겪었다. 고사장에 들어간 날, 그는 몸에 오한과 발열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워 도저히 글을 쓸 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 시험에서 분명 백지를 내게 될 것이라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한밤중, 갑자기 누군가 휘장을 제치고 들어와 자신을 옆 칸 수험생이라 소개했다. 그가 병든 것을 보고는 차 한 잔을 건네주었다. 의극중은 차를 마신 후 몸이 조금 나아진 것을 느꼈다. 그 사람은 다시 그에게 시험 문제에 맞는 시문(詩文)을 건네주고는 떠났다. 의극중은 몽롱한 상태에서 그 시문을 시험지에 옮겨 적었다. 향시는 통상 세 번에 걸쳐 치러지는데, 매 차례 시험은 사흘간 계속된다.

다음 날, 의극중은 직접 그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려 했으나, 감독하는 병졸들에게 물어봐도 그가 묘사한 사람을 본 이가 아무도 없었다. 고사장을 나온 후 그는 친구와 우연히 이 일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친구가 말하기를 “혹시 그 여인의 망부(亡夫) 영혼이 은혜를 갚으러 온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에 의극중은 그 여인의 집으로 가서 시어머니에게 아들의 생전 모습에 대해 물었다. 할머니는 아들의 별명이 자지(孖指 역주: 한 곳에서 쌍둥이처럼 손가락이 두 개가 나왔다는 의미)였으며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의극중은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그는 그 남자가 시문을 건네줄 때 새끼손가락 옆에 손가락 하나가 더 달려 있었음을 어렴풋이 기억해 낸 것이다.

후에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었는데, 의극중은 높은 성적으로 거인(擧人)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렇다면 여인의 망부 영혼은 왜 이런 방식으로 의극중에게 보답했일까? 사실 시험 전, 의극중은 친구의 권유로 유흥을 즐기기 위해 기루(妓樓)를 찾은 적이 있었다. 당시 자리에는 모두 네 사람이 있었는데 기녀는 세 명뿐이었다. 잠시 후 한 젊은 부인이 들어와 오늘 새로 왔다고 말하며 의극중의 곁에 앉았다. 그녀는 매우 수줍어 보였으며 다른 기녀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술을 마신 후 네 사람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런데 여인이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었다. 의극중이 무슨 괴로운 사정이 있는지 묻자, 여인이 말했다.

“첩의 팔자가 기구하여, 만약 저의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공자님처럼 향시에 응시했을 것입니다.”

의극중이 깜짝 놀라 즉시 남편의 성명을 묻자 여인이 “아무개 수재(秀才)인데, 글을 쓰다 피를 토하고 죽어 저희 모자와 시어머니만 남았습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 끼니를 잇기 어렵고 갚지 못한 빚까지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의극중은 말을 듣자마자 방에서 나와 친구들을 불러 날이 샐 때까지 술을 마셨다.

날이 밝자 의극중은 가마를 불러 여인을 집으로 보내고, 자신은 몰래 뒤를 밟아 문명문(文明門) 밖의 어느 골목까지 따라갔다. 여인이 막 대문을 들어서자 시어머니가 그녀에게 “네가 마침 잘 돌아왔구나, 아이가 울면서 너를 한참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여인이 아이를 안아 올리자 의극중도 문을 밀고 들어가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저는 아드님의 친한 친구인데, 어쩌다 처자식이 이 풍진 세상에 떨어지게 되었습니까?”

시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빚 독촉에 시달린 사정을 이야기했다. 의극중이 빚이 얼마인지 묻자 백십 량이라고 대답했다. 의극중이 근처에 다른 친척이 있는지 묻자, 시어머니는 조카가 다리 밑에서 빈랑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의극중은 그 조카를 불러 증인으로 삼고, 자신의 팔에 있던 금팔찌를 풀어 은을 마련하고 친구들에게도 빌려 백십 량을 채웠다. 그 후 채권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그들이 보는 앞에서 빚을 갚아주었다. 채권자들도 선생의 높은 의리에 감동하여 모두 빚을 탕감해 주고 채무를 종결짓기로 했다.

부채를 모두 처리한 후 의극중은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조카분도 여기 있으니, 며느님을 제게 판다는 계약서를 써주십시오.”

시어머니는 매우 당황했으나 의극중이 설명했다.

“제가 며느님을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다시 절개를 잃을까 걱정되어 하는 말입니다. 나에게 판 것으로 해두면 다른 변고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시어머니는 그의 사려 깊음에 감격하며 증서를 써주었다.

그녀 망부의 영혼은 의극중의 대의(大義)에 감동하여 고사장에서 그를 돕기로 선택한 것이 분명하다.

사람이 유흥가에서 스스로 절제하여 발길을 돌린 것은 용(勇)이요,

다른 사람의 절개를 보전해 주고 다방면으로 돈을 마련해 대신 빚을 갚아준 것은 인(仁)이며, 여인이 다시 생활고에 시달려 몸을 버릴까 염려해 증서를 요구한 것은 지(智)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의극중에게 하늘은 반드시 보상할 것이다. 설령 그가 직접 글을 썼더라도 반드시 합격했겠지만, 귀신이 글을 가져다준 것은 그저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을 다한 것뿐이다. 은혜를 알고 갚을 줄 아는 것은 귀신조차 아는 법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