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简体 | 正體 | English | Vietnamese

션윈 공연 ‘지혜롭게 저팔계를 거두다’를 본 소감

한가(漢家)

【정견망】

천봉원수(天蓬元帥)가 색계(色戒)를 범해 인간 세상으로 쫓겨났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돼지의 태에 들어갔으니 그 성정과는 서로 잘 맞는다 하겠다. 하지만 그는 전생이 하늘의 신이었기에 천상의 근기(根基)를 다 잊지 않아 그저 그런대로 거친 장정의 모습으로 수련해냈고, 서른여섯 가지 변화술도 갖추게 되었다. 다만 옥에 티라면 돼지 귀 두 쪽은 변화시키기가 어려워 자주 부채질하듯 파닥거린다는 점이다.

어느 날, 팔계가 하늘을 향해 누워 다리를 까닥거리며 생각했다.

‘나는 한때 당당한 천봉원수로서 천하의 8만 수병을 거느렸거늘, 가련하게도 색심(色心)을 버리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르렀구나.’

이때 그는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았다. 바로 산 아래 사는 고(高) 태공 일가였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 앉았다. 아, 미인이로다! 고 태공 뒤에 있는 예쁜 아가씨, 고(高) 소저를 본 것이다.

팔계는 휙 뛰어올라 납치하려다 문득 생각했다.

‘항아가 나를 싫어했던 게 내가 문아(文雅)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이에 몸을 훽훽 두어 번 돌리더니 퍽! 하고 커다란 흰 돼지가 되어 땅에 엎드렸다. 그러다 ‘엎드려 있으면 안 되지, 일어서야 해’라고 생각하며 돼지 머리를 쳐들고 일어났다. 돼지 엉덩이를 돌리며 “예~” 하고 포즈를 취하고는 가느다란 눈으로 소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두 손이 돼지발인 것을 보고는 “앗! 어째서 원형이 드러났지!” 하며 급히 다시 두 바퀴를 돌았다. 이번엔 괜찮겠지 싶어 살펴보니 다시 거친 장정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팔계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다시 네 바퀴를 돌았다. 그러자 이번엔 잘생긴 젊은이가 되었다. 젊은이는 왼손을 앞으로 뻗고 왼쪽 무릎을 세우며 오른발로 가볍게 뛰어 팔계 특유의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소저 앞에 다가갔다. 그리고 다정하게 말했다.

“낭자, 소생이 인사 올립니다.”

소저가 보니 웬 사람인가 싶고, 까닭 없는 친절은 필시 속셈이 있는 법이라 여겨 고 태공 뒤로 얼른 숨어버렸다. 팔계는 마음이 설레면서도 생각했다.

‘이 계집애가 왜 이리 영특할까? 문(文)으로 안 되니 역시 뺏어야겠군.’

그는 고 태공을 밀쳐버리고 소저를 낚아채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본래 모습으로 변해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때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왔다.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던 당승(唐僧)과 오공이었다. 오공이 폴짝폴짝 뛰어오다 갑자기 한 노인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노인장, 왜 울고 계시오?”

고 태공은 웬 원숭이 대가리가 옷까지 입고 묻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방금 돼지 머리가 가더니 이번엔 원숭이 머리가 왔구나!”

그는 덜덜 떨며 뒤로 물러나다 문득 뒤쪽의 기운이 평온함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가사를 입고 구환석장을 든 채 자비로운 얼굴을 한 당승을 보자 급히 소리쳤다.

“법사님, 살려주십시오!”

당승이 말했다.

“노인장, 당황할 것 없소. 이 원숭이는 내 제자인데, 생김새는 추해도 신통력이 광대하고 마음씨가 따뜻하다오. 억울한 일이 있으면 이 아이에게 말해 보시오.”

고 태공은 뛸 듯이 기뻐하며 오공에게 사정을 말했다. 성격 급한 원숭이는 근두운을 한 번 돌아 마을로 가더니, 소저가 나무에 묶여 있고 저팔계는 의자에 누워 잠든 것을 보았다.

오공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소저를 묶었던 줄이 바람처럼 풀렸다.

오공이 소저에게 말했다.

“쉿, 말하지 말고 얼른 도망가시오.”

소저가 즉시 달아나자 오공은 몸을 흔들어 소저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겨 돌멩이 하나를 저팔계의 머리에 퍽 하고 맞혔다. 팔계가 아파서 펄쩍 뛰다 보니 소저가 있는지라, 일편단심의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 정말 예쁘구려.”

그러다 갑자기 소저가 원숭이 머리로 변하자 팔계는 깜짝 놀랐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여전히 소저였다.

팔계는 가슴을 졸이며 말했다.

“낭자, 당신에게도 이런 신통력이 있었소?”

그러다 소저의 옷이 호피 치마로 변하더니, 위를 보니 소저의 고운 얼굴 대신 피골이 상접한 원숭이 머리가 나타났다. 팔계는 그가 손오공임을 알아보고 안색이 싹 변해 외쳤다.

“필마온(弼馬溫) 아니냐! 500년이 지나도록 여기저기 소란 피우는 버릇을 못 고쳤구나. 이제 천궁은 안 어지럽히고 남의 좋은 일을 망치러 다니느냐!”

오공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 돼지 요괴야, 민가의 여인을 강제로 빼앗았으니 그 죄를 어찌 다스릴까. 매 좀 맞아라!”

금고봉을 휘둘러 치니 팔계는 급히 쇠스랑을 들어 막다가 거꾸로 처박혔다. 그는 구름을 타고 달아났고 손오공이 뒤를 쫓았다. 팔계가 제 소굴인 운잔동(雲棧洞)으로 쏙 들어가는 것을 보고 오공은 생각했다.

‘너 좀 쉬고 있거라.’

이때 둥근 달이 하늘을 비추고 밤 기운이 푸른 물결처럼 넘실거렸다. 오공이 달을 잡아당겨 신통력을 발휘하니 광한궁(廣寒宮)이 나타났다. 즉시 천상의 향기가 묘묘하게 풍겨 나오고 항아(嫦娥)와 선녀들이 눈앞으로 내려왔다.

항아가 앞으로 나와 인사하며 물었다.

“대성(大聖)께서 소선(小仙 겸칭)을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오공이 말했다.

“돼지 요괴 하나가 말썽을 피우며 동굴에 숨어 나오지 않습니다. 그는 한때 천봉원수였으니, 선아(仙娥)께서 그를 좀 밖으로 유인해 주시오.”

항아가 고운 눈을 초승달처럼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대성께서는 제가 요괴를 항복시키는 것을 보십시오.”

항아가 몸을 가볍게 움직이자 선녀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팔계는 동굴 안에서 숨을 몰아쉬다 밖에서 선악(仙樂)이 울리는 것을 듣고 참지 못해 고개를 내밀었다.

“아, 항아다!”

그는 동굴을 뛰쳐나가 항아 주변을 빙빙 돌며 막 말을 걸려 했다. 그러자 항아와 선녀들이 소매를 흩날리며 달을 향해 날아갔고, 광한궁은 달이 멀어짐에 따라 서늘한 달빛 속으로 서서히 사라졌다.

팔계가 망연자실하여 정(情)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크게 호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돼지 요괴야, 어디로 도망가느냐!”

팔계가 고개를 드니 손오공의 금고봉이 머리 위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구만리 푸른 하늘에서 광명이 크게 뿜어져 나오더니 관음보살(觀音菩薩)이 법신을 나타냈다. 곁에는 선재동자가 따르고 있었다.

오공이 서둘러 무릎을 꿇어 절을 올리자 관음보살이 손을 한 번 휘두르니 모자 하나가 팔계의 머리에 씌워졌다. 이때 선재동자가 검은 승복을 팔계에게 입혀주었다. 보살은 광명 속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제야 관음보살의 안배를 떠올린 팔계는 손오공을 따라 당승에게 귀의했다. 막 떠나려던 찰나, 팔계는 다시 고 소저를 보고는 고 태공에게 말했다.

“장인어른, 소저를 잘 돌봐 주십시오. 내가 만약 불경 구하는 일을 이루지 못하면 돌아와 환속하겠습니다.”

오공이 듣고 깜짝 놀라 돼지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 멍청아! 도심(道心)이 굳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꿈이자 물거품이거늘, 수련하겠다는 놈이 아직도 속세 타령이냐? 어서 가자!”

이 글은 션윈 공연 ‘지혜롭게 저팔계를 거두다’를 본 감상이다. 공연은 모두 무용으로 이루어져 대사가 없다. 사람마다 션윈을 보고 느끼는 감상이 제각각일 텐데, 이것이야말로 션윈의 수많은 신기한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1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