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채화는 매우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 선인의 구원을 받고, 오히려 구렁이는 그를 토지 사당으로 보내주었다. 그때 날이 이미 밝아서 채화는 졸리고 배고픔에 지쳐 급히 그 토지 사당의 산문을 두드렸다. 뜻밖에 문을 열고 맞이하는 사람은 절세의 미모와 하늘의 운치가 있는 묘령의 미녀였다. 채화는 뜻밖에 잠시 멍해 있다가 급히 손을 들어 예의를 표하며 소저는 여기에 상주하는 사람이냐고 묻고 이렇게 말했다. 빈도는 길을 재촉하다가 뜻밖의 사고를 당했는데 다행히 신선의 보호를 받아 여기에 왔습니다. 혹시 이곳에 잠시 쉬고 싶게 해주시면 향값은 내겠습니다, 소저께서 허락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처녀는 그런 그의 낭패한 모습을 보고 안쓰러운 듯 얼른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출가한 사람은 어디든 가는 곳을 집으로 삼는데 하물며 사당에서 기거할 수 없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비록 암자 주인은 안 계시지만, 나는 그의 친척이므로 제 뜻대로 할 수 있습니다.
도장님, 사양하실 필요 없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차를 드세요.” 채화는 비로소 안심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 여자와 함께 들어섰다. 안에 작은 객실이 하나 있는데, 그 처녀가 그를 앉으라 하고 도고道姑를 불러 좋은 차를 올리라고 했다. 또 “도장은 멀리서 오셨으니 배가 많이 고플 것입니다. 여기는 외져서 드릴 것이 없고, 우리 속가에서 직접 만든 국수만 있는데, 도장은 좀 드실 수 있겠습니까?” 채화는 마침 뱃속에서 천둥이 울리고 있었지만 말을 꺼내는 것이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는데 그 말에 뜻밖에 마음이 활짝 피어서 황급히 일어나 고맙다고 인사하였다. 처녀는 웃음을 머금고 얼른 국수 두 그릇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도고는 명을 받들어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하고 향기로운 소면 두 그릇을 가져왔다.
채화의 뱃속에 있던 회충은 좋은 냄새를 맡고 더욱 큰 소란을 피우더니 더 이상 사양할 겨를이 없어 얼른 한 그릇을 받아 들고는 “들겠습니다” 하고는 젓가락을 들고 먹었다. 처녀는 그가 이렇게 배가 고픈 것을 보고 정말 탄식하고 웃으며 황급히 말하였다. “여기에는 남이 없으니 도장은 편하게 하십시오.” 하면서 자기도 아랫목에 앉아 함께 먹으며 채화에게 어디로 가는 길인지 행방을 물었다. 채화는 일일이 대답해주었다.
처녀는 들으면서 의아해하는 모습이었다. 면을 다 먹은 뒤에야 웃으며 “도장님, 제 헛소리를 탓하지 마세요. 도장님은 좋은 가문의 자제인 듯하고 또 한창 젊을 때인데, 어째서 과거공부를 하여 벼슬 길에 올라 세상의 번화한 복을 누리려고 하지 않아요? 어떻게 오히려 이렇게 세상 밖으로 은둔하여 생사를 넘나들며 고생을 하려는거예요? 세상에 정말 무슨 선인이 있단 말인가요? 선인은 정말 마음대로 수련하여 성공할 수 있습니까?”
채화는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웃으며 말했다. “원래 소저는 사당에 계시지만 오히려 그다지 도를 믿지 않고 모두 문외한의 말을 하는군요. 원래 신선은 인간이 된 것인데, 분발하여 도를 찾으려 하면 어찌 신선이 될 수 없겠소? 세상에 신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말은 다른 사람은 반신반의 하지만 빈도는 이미 120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이치에 따라 말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빈도는 신선의 성스러운 족적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빈도의 스승님만 해도 상계의 진선이고, 또 어젯밤 하늘에서 구렁이를 야단치고 빈도를 구한 사람도 당연히 신선이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런 법력이 있겠어요? 이렇게 사납고 둔한 짐승이 굴복하고 명령을 따르게 할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또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이전에 겪었던 많은 이상한 일들을 대략 그 처녀에게 알려주었다. 끝으로 간절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빈도 역시 유년시절에 세상에 정이 지극히 깊고 도심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마음속으로 어찌 벼슬을 하여 부자가 되고, 수십 년 동안 세상의 영광과 행운을 누리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몇 번의 변고를 겪으면서, 인생의 부귀와 영광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눈앞의 연기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선사의 조언과 도우의 권유로 처음으로 세상에 선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인은 확실히 모든 평범한 사람이 수련하여 성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대철대오하여 순간의 영광이 무궁한 복에 미치지 절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단기간의 영예와 이익으로 인해 영원한 행복을 잃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의 명을 따르기로 결심했고, 평생 고초를 겪으며 신선의 대도를 이루기로 했습니다. 대도를 이루면 신선이 될 수 있고 그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만약 도중에 위험에 처하여 타향에서 죽거나 짐승의 배에 장사 지낸다면, 어쨌든 죽음에 불과합니다. 같은 죽음인데, 부귀는 왕후장상에 이르고, 빈천은 수레 끄는 졸개이지만 무슨 차이가 있겠소? 다시 말해, 수명이 다하여 누우면 짐승의 배에 장사지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도록 눈을 감고 안보고 속세의 눈으로 수명이 길다, 짧다고 보는 것은 마치 매우 중대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천지와 같이 오래살고 만겁 불멸의 신선이 보기에는 백 년을 산다 해도 어린 포대기에서 죽은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결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빈도는 이 관계를 꿰뚫어 본 후부터 부귀에 대한 희망은 뜬구름처럼 여겨질 뿐만 아니라, 수명의 길고 짧음, 죽음의 길흉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전심전력으로 대도의 길로 향합니다. 통하든 안 통하든, 어쨌든 다 운명에 정해져 있는데, 사람의 힘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 품에 끼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까? 그래서 낭자가 나에게 신선이 있느냐, 인간들과 과연 신선이 될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이 두 마디는, 단언컨대 세상에 신선이 있다고 단언하며, 또한 보통 사람의 수련 성취한 것입니다. 좀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신선이 없는지 있는지 기다릴 필요가 없고, 인간이 신선으로 수련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속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아랑곳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 혼자만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빈도의 어리석은 견해는 무릇 신선 수련을 하는 사람은 이런 단호한 의지와 웅대한 의지가 있어야 신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오늘 출가하여 내일 도를 얻으려 생각한다고 합시다: 도를 얻기도 전에 신선이 된 후에 어떻게 쾌활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즉시 구름과 안개를 타고 날아다니고 영원히 장생불로하고 만겁에 영원히 살 수 있다. 그런 태도는 관직에 승진하여 부자가 되려는 속인들의 바람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이 사람들은 고생을 사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이룬 것이 없으니, 괜히 고생할 필요가 있겠느냐 라고 합니다.”
처녀는 듣자 갑자기 고개를 들어 채화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유쾌하고 위안이 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으나 여전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보기에 인생은 짧습니다, 바로 너무 짧기 때문에 하루빨리 눈앞의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무상함을 기다리지 말고 즐거움을 찾아도 늦습니다. 신선 수련한다는 말은 정말 황당해서 그 멍청한 사람들을 달랠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금 똑똑한 사람들은 어쨌든 간에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도장이 믿지 않으면,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많은 성현 호걸과 절세의 총명한 자들을 보세요, 그들은 설마 불로장생하고 영원히 세상 밖에서 소요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겠어요? 왜 그들이 신선을 닦고 도를 배웠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하나같이 군주에게 몸을 바쳐, 그 군주의 좋은 신하가 되고 국태민안의 일을 했습니까? 설마 그들은 모두 바보이고 인간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나요?”
채화는 정색을 하며 “아가씨 말씀이 틀렸습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교가 있습니다. 첫째는 유교, 둘째는 불교, 셋째는 도교입니다. 유교는 이미 중국 땅에서 크게 흥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서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직 우리 도교만이 개벽 이전에 기원했으며 비록 유교와 불교 두 교만큼 성행하지는 않지만 역사는 그들을 능가합니다. 성현호걸들이 왜 신선을 수련하지 않느냐는 아가씨의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각 교의 원류의 종파와 내용의 취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삼교의 길은 다르지만 백성을 이롭게 하고 나라를 복되게 하는 것은 하나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나이에 즉시 출가해도, 도(道)를 이룰 수 있는 기간이 너무 멉니다.
하지만 대도를 이루려면 한편으로는 자신의 공을 굳건히 닦아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음공陰功을 널리 세워 선한 인연을 맺어야 합니다. 마음의 기초를 매우 튼튼하게 다져야만 점차 공력을 쌓을 수 있고 점차 묘한 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음공이 많을수록 선한 인연이 넓어지고 그 성취도 커집니다. 이런 방법과 절차는 유교, 불교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양가로 말하자면, 그들은 각자 수도의 공부가 있고, 비록 정황이 다르지만, 그 이치는 하나입니다. 그들의 결과는 자재함에 있습니다.
아가씨, 당신은 성현의 수명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보통 사람과 같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의 몸도 그릇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성인과 평민은 같은 그릇이며 성현의 그릇이 보통 사람보다 견고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수명은 서로 비슷하며 특별히 길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현의 영혼은 신선과 같아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또래 수도인들처럼, 비록 육체가 비승하는 자가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몸을 버리고 영혼만 상승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가씨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삼교가 정립하고 길이 다르다는 말을 아십니까? 유가는 그들만의 길이 있으니, 자연히 우리의 공부는 할 필요가 없지요. 우리들도 배울 것이 있으니 두 가를 본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자 처녀는 아연하며 웃었다. “그런데 또 있지요, 신선 수련 외에 장생의 도가 따로 있지요, 굳이 출가해야하나요. ” 채화는 그 말을 듣고 홀연 깨닫고 미소지었다: “수도하면 신선(仙)이 될 수 있는데 하필 유교(儒)나 석교(释)의 길로 왜 바꾸겠습니까. 하물며 삼교의 수련은 언제나 전일하고 한결같고 항구해야 합니다. 아가씨의 논리라면, 이미 출가한 사람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세상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도가에서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어찌 다른 교에서도 용납을 하겠습니까?”
채화는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마음이 좀 불편해져서 다시 이 여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한사코 그 여자는 그냥두지 않고 자꾸 그에게 매달렸다. 채화는 우습기도 하고 화도 나서 창밖을 보니 붉은 해가 높이 떠 있고 새벽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자신은 비록 음식을 먹고 기운이 왕성해져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이 여자를 떠나기 위해 급히 말했다: “아가씨가 빈도에게 잠시 거처를 허락하여 얻었고, 빈도는 밤새 고생했기에, 이때 도무지 버티지 못하니, 즉시 편의를 베풀어 주시지요, 편히 쉬시고, 빈도가 가는 길을 막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처녀는 그가 그렇게 피곤하다는 것을 믿지 않는 듯 미소를 지으며 비꼬며 말했다. “이 밀가루 음식은 일반 시중 물건과 달리 누구든지 먹으면 기와 혈을 보양할 뿐만 아니라 매일 한 그릇씩 먹으면 병을 물리치고 장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도장은 이 큰 그릇을 먹고도 피곤하고 힘들다는 말을 하십니까. 당신이 무슨 받을 복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신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런 보양식마저 배 속에 넣어도 헛되이 되었으니, 신선이라는 말은 절대 가망이 없는 거예요. 오히려 당신이 스스로 짐승의 배에 장사지낸다는 말은 아마도 8~9할은 믿을 수 있을 것같군요.”
말을 마치자 다시 빙그레 웃으며 아무렇게나 채화를 흘겨보더니, “나는 노파심에서 좋은 충고를 하는데 한마디도 듣지 못하면서, 또 총명하다고 믿고, 허튼소리만 늘어놓는군요. 이런 허망한 사람은 처음 보겠네요.” 말할 때 끊임없이 그 채화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양미간에 원망과 눈살을 찌푸리는 듯한 기색이 수시로 드러났는데 그럴수록 더욱 어여쁘고 고운 자태로 보였다. 목석이 아니라면 누구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필이면 이 도사를 만났는데, 바로 만명 중에서 한명 고른 철면피 같은 사람이라, 그녀의 이런 성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우연히 만난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가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매우 이상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여겼다. 급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러자 시중들던 도고(道姑)도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이 도장이 어디 가난한 도사 같으냐, 분명 큰집 도련님이다. 우리 아가씨는 올해 겨우 열여덟 살이고, 예쁜 용모에 재주와 덕은 세상에서 희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늘의 신선이라도 그녀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우리 나리는 살아계실 때 초나라 고관을 지냈고 문벌도 매우 높은 편이었습니다. 어젯밤, 그의 어르신이 아가씨 꿈에 나타나 ‘내일 소년 도사 한 분이 와서 거처를 빌려 쉬려고 한다. 이 사람은 너와 혼인의 연이 있으니 그를 붙잡아 혼인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아가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기다렸습니다. 뜻밖에도 막 일어나자마자 도장이 이미 문 앞에 도착했으니, 천생연분이라 조금도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가씨가 출가하지 말라고 거듭 설득한 거예요.
도련님, 생각해 보세요, 아가씨와 같은 인품과 재능을 두고 온 세상을 누벼도 어디서 이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공자와 왕손들이 친척과 친구를 찾아 중매를 했지만, 아가씨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오늘 하필이면 이 도련님이. 이런 복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까? 도련님을 위해서 생각해보니, 순순히 도사 옷을 벗고 유생의 옷으로 갈아입고 이곳에서 혼인을 맺으세요. 설사 신선 수련을 하더라도 20~30년 부부의 복을 누리게 되면, 그때 두 사람은 동심이자 동지로서 함께 공부하며, 마음만 맑아지면 언제든지 승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부부가 함께 공부하니, 공부도 더 시끌벅적해지는데, 억지로 외로운 몸으로 불안에 떨며 산과 물을 건너며 위험을 겪는 것이 얼마나 좋지 않은가요. 도련님, 다시 생각해 주세요.”
채화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라 크게 웃었다. “그래요, 그래, 알고보니 당신들 주인과 종은 진심으로 손님을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꿈에 따라 나같은 출가인을 아가씨의 규방으로 데려가 금슬 좋은 부부가 되려는 것이군요. 비록 아가씨가 성의를 베풀고, 당신 주인의 큰 사랑이 있지만, 나는 발탁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방금 내가 말했듯이 나는 몸과 생명도 이미 도외시한 지 오래입니다, 진짜 신선이 하늘에서 떨어져 혼인을 맺는다 해도 나는 결코 명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아가씨께서 혜안을 놓아, 가문과 재모가 비슷한 공자 왕손(王孫)을 배우자로 삼으시지요. 빈도가 제멋대로 고집부려 성의를 저버리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그 처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책상에 엎드려 통곡하기 시작했다. 채화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마음을 굳게 먹고, 거듭 사과하고, 급히 이곳을 떠나 그 도고에게 객실로 데려가 쉬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도고는 그가 이렇게 고집하자 속으로 화가 난 듯, “도련님, 혹시 제가 거짓말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으십니까? 돌아가신 주인님은 꿈에 도련님의 이름을 자세히 쓰셨습니다. 도련님이 못 믿으시면 제가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자님 성은 남씨고 이름은 채화(采和)가 아닙니까? 어디 어디 동네 사람 아닙니까? 계모와 맞서다 당신 부부가 어떻게 모욕을 당했고 그래서 당신 둘이 어떻게 그들과 싸우고, 어떻게 집을 나와 함께 물에 뛰어들었지 않습니까? …”
이 도고는 과거의 일을 아주 상세하게 말하는데 마치 직접 본 것과 다름없었다. 채화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 어안이 벙벙하여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부부가 물에 몸을 던졌다는 말을 들은 채화는 문득 생각이 바뀌어 생각했다: “죽은 귀신아, 이런 재주가 어디 있어서 우리 집 일을 다 알겠느냐. 설마 눈앞의 아가씨가 무슨 요정이 미인으로 변해서 나를 유혹하는 거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내가 죽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가 얼굴이 바꾸지 않으면, 능력도 없는 내가 먼저 그녀의 일을 찾아갈 수는 없지.” 그래서 줄곧 도고 앞에서 애걸했다: “본인은 사부님 앞에서 독한 맹세로 내기를 했습니다. 이번 생에는 도를 이루지 못하며 여하여하히 하겠다고. 아가씨의 사랑은 정말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옛 주인이 지하에서 높은 뜻이 있음을 저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약간의 진전이 있으면 다시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습니다. 지금 이 소저가 하는 말은 감히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으니 다시는 입을 열지 마십시오.”
그러자 도고는 빙그레 웃으며 “정말 이상한 일이군. 오늘날 세상에는 멀쩡히 출가하려는 젊은이들이 많구만. 지난번에 그 낭군께서도 무슨 대도를 닦으려 하지 않았던가. 결국 대도를 얻지 못하고 먼저 큰 도둑을 만나 한 칼에 작은 목숨을 염라대왕전으로 바쳤습니다. 이것은 얼마 전의 일입니다. 뜻밖에도 오늘 또 이런 바보가 와서, 이런 눈앞의 좋은 일을 다 버리고 반드시 그 막다른 길로 가야 한다니 정말 이상합니다.”
그 아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앉아 있는 눈물만 반짝이는 것이 마치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도고가 말을 마치자 그녀를 가볍게 질책하였다. :”남들이 나를 원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또 하겠느냐. 그를 데리고 가서 좀 쉬게 하여라, 더 이상 그와 긴말할 필요가 없다. ” 말하고 조용히 앉았다. 두 줄기 눈길이 한 줄기씩 고이더니 하마터면 눈물을 흐를 것 같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채화를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아래로 숙이더니 목이 가슴까지 파고들며 다시는 세우지 않았다. 채화는 목구멍으로 흐느끼는 듯한 울먹임 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고, 원망스러운 듯 눈짓을 하는 모습은 더욱 애처롭고 사랑스러웠다.
채화의 마음속에도 차마 할 수 없는 마음이 있었다. 일이 그 정도 되어 위로 할수 없자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일어나 급히 도고를 따라갔다. 서쪽 첫 사랑채에 들어서니 아주 깨끗하고 정교한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도고는 조용히 웃으며 “이것 봐, 우리 아가씨의 비단 침대야. 그녀는 정결한 사람이 자기 이불을 내주어 자네가 쉬게 하는데. 너는 타고난 철석같은 심장이 아니면 왜 조금도 마음을 돌리지 않느냐?”
이 말을 듣자 채화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결단코 소저를 경시할 수 없으니 다른 방을 구해주십시오, 그저 지푸라기 자리만 하나 있으면 편안히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출가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것을 망치면 죄가 늘어납니다. 초학자인 내가 어떻게 이런 복을 견뎌낼 수 있겠습니까.” 말하면서 이미 문 입구까지 갔다. 뜻밖에도 도고는 씨익 웃으며 힘껏 그를 끌고 와서는 “어디로 가는거요? 여기는 황폐한 사당인데 방이 얼마나 있겠소. 새로 손질한 이 객실외에 어디 가서 초가집을 구할 수 있겠소? ” 채화가 얼른 말했다. “이왕 이러면 저는 대전 위에서 잠깐 눈을 붙이겠습니다. 남의 규수의 방에 어찌 함부로 결례를 범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도고는 부자연스런 얼굴로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당신, 이건 전부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짓이야. 남이 이미 너를 위해 잠자리를 마련했는데, 너는 또 많은 이유를 대는구나. 너는 손님인데 손님을 억울하게 할 리가 없다. 지푸라기 자리는 우리 하인들도 이렇게 누추할 수 없는데, 어찌 네가 몸을 편안히 누이도록 할 수 있겠느냐? 만약 대전에서 졸고 있다고 한다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우리의 이 늦은 손님은 내일 암자 주인에게 알려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에게 이 하루의 복을 누리라고 충고한다, 하늘은 당직을 서는 관리를 보내 너의 이름을 써서 너를 아비지옥에 처넣어 고생하게 할 것이다. 네 마음대로 해보게, 우리의 힘을 좀 덜 수 있게, 어ㅉ면 네가 음공의 덕을 쌓는 셈이지. ???? 백 년에 신선이 될 사람은 99년 반이면 되는데, 어찌 반년, 180일의 세월을 깎지 않는가.” ????
말을 마치고 냉소를 지으며 채화를 향긋하고 부드러운 자수 침대 위로 밀었다. 채화는 이 도고의 힘이 무한하다고 느꼈고, 이 손이 닿자 마치 천근의 힘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도고 자신은 등잔을 흔드는 것 같이 조금도 힘이 들지 않는 것 같으니, 이 여인이 얼마나 신력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놀라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그녀와 싸우려 해도 성공하지 못하니 다만 간곡히 부탁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몸을 바로 세우고 입을 열어 애원하였다. 도고가 어찌 그가 발언을 거들떠 보겠는가, 또 한번에 그를 들어 침대 위에 올려놓고 이불을 덮어주고 웃으며 말하였다. “미안합니다, 실례합니다.” 라며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그래, 그래 나는 자네와 짝이 될 자격이 없지. 자네와 어울리는 사람이 곧 올거야. 너는 다시는 그렇게 냉담한 태도로 사람을 대해서는 안 된다.” 말하고 웃으며 가버렸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은 이미 닫혔다. 그리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 몇 번이고 소리쳐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채화는 도고가 떠날 때의 그 몇 마디를 생각하니, 설마 이런 아가씨가 염치도 없이 스스로 와서 잠을 자겠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또 도고가 이렇게 힘이 센데, 만일 내가 그 집 아가씨와 맞서는데, 그녀가 와서 도와 이 색계를 깨려고 한다면, 나는 정말 죽는 방법밖에 없다.
이렇게 허황된 생각을 하다가 문득 깨닫고 돌아서서 말했다: “수도인은 되는대로 편안히 지내고 위험한 길을 걷는데도 평탄한 길을 걷듯이 한다. 사소한 일로 마음을 풀지 못하면 속인의 득실과 이해관계가 어떻게 다른가? 그런 생각을 하지 말자.” 그렇게 마음을 먹자 몸과 마음이 편안하며 꿈속으로 생생하게 들어갔다. 얼마나 잤을까 홀연히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여자가 귓속말로 “이 낭군께서는 일찍 잠들어 버렸군.” 채화는 꿈에서 깨어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온 사람이 누구일까? 다음 회를 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