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德惠)
【정견망】
북송의 저명한 역학자 소옹(邵雍)은 자가 ‘요부(堯夫)’이고 ‘안락선생(安樂先生)’으로 불렸으며 시호는 ‘강절(康節)’로, 예언 시 《매화시(梅花詩)》를 남긴 바 있다. 소옹의 아들 소백온(邵伯溫)은 《소씨문견록(邵氏聞見錄)》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그들 가문이 겪은 많은 일과 기이한 일화들을 기록했다. 그중 거인에 관한 기록이 한 편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소옹이 한 도사를 만났는데, 그 도사가 그에게 기이한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도사가 과거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큰 폭풍우를 만나 낯선 곳에 배를 대야 했다. 그는 몇 사람과 함께 땔나무로 쓸 나뭇가지를 베려고 뭍으로 내려갔다. 이때 그들은 갑자기 거인 무리를 만났는데, 거인들은 키가 한 장(丈, 약 3미터) 남짓이었고 그 수가 수십 명에 달했다. 거인들끼리 주고받는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으며, 마치 새나 짐승이 내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거인들은 매우 흉악해 그들을 모두 붙잡았고, 대나무 장대로 그들의 몸을 꿰맸는데 마치 물고기를 꿴 것처럼 그들을 데려갔다. 그러고는 밥을 먹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인간을 붙잡은 것을 자축하는 자리였던 모양인지 그들은 모두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도사는 마침 대나무 장대의 맨 끝부분에 꿰여 있었기에, 통증을 참아가며 몸을 빼내어 도망쳤고 바다에 떠 있던 배로 돌아와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도사는 말을 마친 후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염려하여 옷을 풀어 헤쳤는데, 과연 옆구리 아래에 대나무 장대에 꿰였던 흉터가 남아 있었다. 소옹은 “사해(四海)의 밖에는 없는 것이 없으나, 다만 사람의 이목(耳目)이 미치지 못할 뿐이다”라며 감탄했다. 즉, 사해 밖에는 기이한 일이 무궁무진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눈과 귀에 닿지 않을 뿐이라는 뜻이다.
소옹은 북송의 저명한 역학자이자 예언가이며, 그의 아들 소백온 역시 관직을 지냈다. 고대에는 효도를 중시했으므로 소백온이 자신의 부친을 이용해 이야기를 지어냈을 리 없고, 도사 역시 출가인으로서 기만하지 않는다는 계율이 있으므로 이 기록의 진실성은 매우 높다. 이로 보아 거인이 한때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자료 출처: 북송 소백온 《소씨문견록》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33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