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그러나 요지를 지키는 총신은 모든 선녀들의 보고를 받았다며 말했다: “정원사 신은 각종 불법 행위가 있었는데, 특히 복숭아를 훔친 일이 가장 심각하다.” 총관이 신병을 이끌고 정원에 도착했을 때, 그에게 가장 먼저 들킨 것은 정원을 지키는 신들이 도박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가 법을 어겼다는 것을 알고도 당시 일을 일으키지 않으려 했고, 병사들을 데리고 정원에 쳐들어가서 복숭아의 수를 지정하고, 여러 해 동안의 장부에 따라 나무 하나하나를 점검해 보니, 과연 복숭아 10여 개가 모자랐다. 이에 왕모가 돌아와서 처리할 것을 기다리며 정원사를 지키라고 명령을 하였다. 그리고 총신이 선출한 세심한 신하가 정원을 지키는 직책을 맡았다. 왕모 정원에 있는 복숭아는 정말 많지만, 천고에 전해지는 것은 동방삭이 복숭아를 훔쳤다는 이야기밖에 없다. 동방삭 외에 제2, 제3의 복숭아 도둑은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요지의 성지에는 얼마나 많은 신들이 지키고 있는지. 왕모의 존엄성은 신선들의 으뜸인데, 그녀의 정원 안의 물건을 누가 감히 훔치겠는가? 동방삭이 복숭아를 훔치는 것도 인간계 황제의 명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어 일단 시도해 본 것이었. 다행히 왕모가 서쪽으로 놀러가고 정원사가 정신이 혼미해져서, 비로소 그의 손에 넘어갔다. 만약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아마 그렇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원사 신이 자기가 지키는 재물을 훔쳤다는 설은 동방삭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이 공은 원래 우스꽝스러운 인물인데다, 방금 정원사 신에게 욕을 먹었으니, 꼼수를 써서 의도적으로 억울한 소송을 당하게 한 것이다.
여러분들이 여기까지 읽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정원에서 잃어버린 복숭아들은 모두 동방삭 한 사람이 가져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한번 하면 철저히 하기 때문에, 또 늘 한번 한 도둑질은 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훔치면 10여 개가 넘게 훔쳤다. 하지만 정원사 신을 입이 있어도 변명을 못하고 공연히 직책만 잃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처분까지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는 어찌 보면 그가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입단속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업보라고 할 수 있겠다. 왕모가 요지로 돌아오자 등불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게 비치니 그 진상이 한 눈에 드러났다. 그래서 산을 지키는 대신을 불러 동방삭이 복숭아를 훔치고 정원사 신을 모함한 일을 알렸다.
동방삭에 대해서는 그는 원래 장난꾸러기여서 그렇지 일부러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한나라를 다스린 공로로 백성들에게 큰 공을 세웠으니 관용을 베풀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이 본받을까 두려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마땅히 인간 세상에서 잠시 놀라게 하여 그의 죄를 대신하게 하라
정원사 신은 복숭아를 훔치지 않았지만, 직무유기를 저질렀으니, 마땅히 벌을 받아 정원에서 3년 동안 청소해야 한다. 3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리고 공적이 있으면 다른 부서로 옮긴다. 모든 사람이 성덕을 공손히 칭송했다. 정원신이 비록 좌천되었지만, 누명은 벗었으니 마음속으로 감격했다. 동방삭만이 복숭아를 훔쳐 무제에게 바쳤다. 무제는 크게 기뻐하며 각별히 예의를 갖추었다.
어느덧 몇 년이 흐른 후, 무제는 왕모가 전한 도법이 너무 느려서 신선 수련(修仙)이라는 두 글자를 믿지 않았다. 신하들의 말에 의하면, 방사 이소군이 있어서 생사의 길을 통하고 늙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중신들을 보내어 도읍으로 초빙하였다. 소군은 오히려 마교 문하의 제자인데, 무제를 보자마자 수도가 얼마나 쉬운지, 승천하기가 손바닥 뒤집듯 쉽다고 큰소리를 쳤다. 무제는 마침 왕모의 도가 어려워 괴로워 하고 있는데 그 말을 듣자 마음이 딱 맞았다. 그래서 소군을 총애하여 동방삭 위에 앉혔다. 이때 무제는 총애하는 비 이부인이 죽자 안타까워하며 오랫동안 마음에서 놓지 않았다. 그래서 소군은 황제의 뜻을 알고 혼령이 황제를 만날 수 있도록 할수 있다고 말을 했다.
무제는 궁에 조용한 방을 준비하게 하고 시험을 해보라고 명령했다. 소군은 궁을 나간 후, 그의 친구인 왕일지를 찾아가 의논했다. 그의 부하의 여자 귀신의 혼을 빌려 비의 혼을 대신하여 황제를 만나야 한다. 이때 왕일지는 나이가 들수록 정신이 혼미해져 하루 종일 술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매번 술에 취해 공적인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제자 비장방이 스승과 제자의 정이 가장 깊어 그가 이렇게 방탕한 것을 보고 늘 위압적인 말로 간언했다. 어쩌나 일지는 스스로 신선 수련에 성공할 수 없다고 여겨, 올해 이미 늙어 죽을 날이 많지 않아, 얼마되지 않는 쾌활한 세월을 아낄 필요가 없다. 장방이 몇 번을 타일렀지만, 그가 항상 듣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두었다.
이때 이소군이 그에게 귀신의 혼을 빌리는 일을 말하자 취한 눈을 흘기며 웃었다. “이것은 쉽지. 당신은 좋은 술 열 단지를 가지고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 나는 가장 아름다운 귀신을 선택할 수 있어, 혹은 날씬하거나 뚱뚱하거나 키가 크거나 작거나, 네가 한 사람을 지정하면 그에 맞게 응용하면 돼.” 소군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늙어갈수록 술을 더 탐하는군요. 뱃속에 이 노란 탕만 계속 마셔 채우면 어떡합니까? 만약 술에 취해서 일을 그르치면 내일 모든 귀신에게 공격당할 텐데,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왕일지는 웃으며 꾸짖었다: “헛소리, 내가 천하의 수많은 귀신들의 우두머리인데, 무슨 악귀가 이렇게 대담하게 감히 나를 난처하게 하겠느냐?” 소군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좋은 술 열 단지를 원한다면, 그것은 정말 쉽다. 내가 즉시 너를 대신해서 보내고, 별도로 최고의 요리를 한 상을 더 보내 안주를 준비해도 되겠소?”
그 한마디에 왕일지는 크게 웃으며 공손히 감사를 표했다. 황급히 최근 들어온 여자 귀신 책자를 꺼내더니 말했다:
“오늘 저녁 술과 안주를 가져오너라. 우리 둘이 술을 실컷 마셔 취하자. 내가 다시 귀신을 불러모을테니, 네가 한 명을 골라라. 내가 너에게 비결을 하나 더 가르쳐 줄게, 이 귀신을 궁으로 데려가서 그녀가 몇시간이든 좋아하는대로 그녀를 남겨둬라. 그녀가 남기 싫으면 바로 돌려보내도 돼. 노제, 내가 이렇게 너를 대신해서 일할게, 이 술 열 단지, 안주 한 상, 네 거 괜히 먹는 거 아니지?” 소군이 크게 기뻐하며 왕일지를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가 즉시 사람을 보내 좋은 술 열 단지를 먼저 보내고, 다시 명주관으로 가서 아주 풍성한 안주를 만들어 보냈다. 저녁이 되자 자신은 다시 왕일지의 집에 가서 옛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호기롭게 취했다. 마시다 자정이 되자 두 사람 모두 만취했다. 소군은 일이 마음에 걸려 술잔을 미루고 급히 일어나서 일지에게 먼저 여자 귀신들을 불러와서 보자고 했다. 왕일지는 술기운을 타서 그를 음산한 밀실로 데리고 갔다. 일지가 입을 오므리고 휫파람을 불자 검은 기운 덩어리가 발 밑에서 일어났다.
소군은 어느새 모골이 송연해져서 눈여겨보니 털이 복슬복슬하고 팔과 가슴을 드러낸 맨발의 남자 귀신이 일지를 향해 물었다. “법사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왕일지는 “새로 온 여자 귀신들을 한꺼번에 불러오너라.” 그 귀신이 울부짖으며 답하자 검은 바람이 다시 일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왕일지는 “이건 심부름꾼이다.” 소군이 물었다. “이렇게 캄캄한 땅에는 아무리 미인이 있어도 보이지 않으니 어찌 좋겠습니까?” 일지는 웃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바빠? 인간 세상의 등불은 귀신들을 만나면 음기가 크게 번성하여 불빛이 꺼지기도 한다. 무릇 그런 강한 귀신이 오고 가면 반드시 회오리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백 보 떨어진 곳에서도 큰 불을 끌 수 있다. 그러므로 귀신을 만나려면 반드시 등잔불이 귀신의 바람이나 음기에 의해 꺼지지 않도록 덮개 있는 등촉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 불러들인 귀신이 적지 않아 음기가 극히 성할 것이고 명각등은 소용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미 너를 위해 전기불을 준비했다. 이 불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불이다. 사실 세상이라는 두 글자는 한 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천하를 두루 다니면서 이런 천화(天火하늘의 불)를 어디서 찾겠는가? 간단명료하게 말하자면, 천둥과 번개의 전기인데 우레에는 뇌공이 있고 전기에는 전모가 있다.
천둥과 번개는 하늘이 만든 것이지만 뇌공과 전모는 실제로 통치권과 관리의 책임이 있다.
내 전기불은 바로 전모한테 빌린 것이다. 이는 악귀들이 무리를 지어 지휘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몸을 숨긴 채 오로지 암암리에 난처하게 한다. 비록 귀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가 있어도 매번 기량이 궁핍하다. 그래서 스승 철괴 선생에게 부탁하여 전모에게 약간의 전기를 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면서 자루에서 구리 같기도 하고 쇠 같기도 한 판자 두 개를 꺼내더니, “이것은 우리 스승의 호로병에서 단련한 보물인데 이름을 전판电板이라고 한다. 이 판자를 문지르기만 하면, 공중의 전기를 실내로 끌어들일 수 있다. 또 내 스승이 이르기를 ‘이천 년 후에는 세상 풍속이 더욱 각박해지고 인심이 귀신 같을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 사용하는 등불은 사용할 수 없다. 그 때 이 전모 할머니는 책임이 더 무거워질 것이다. 세상에 사용되는 불은 모두 그녀의 전력에 의존해야 큰 빛을 방출하고 세상을 비추기 때문이다.‘ 소군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농담이겠지요. 설마 2000년 이후의 사람들이 자네처럼 전모에게 전기를 빌려 쓸 수 있을까?” 일지는 냉소하며 “자네야말로 모르는구나. 방금 말했듯이 전기는 천지간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건이다. 전모의 사유재산도 아니고,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단지 관리 책임과 지배권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천하의 물건은 원래 천하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것인데. 미래의 세계는 전기가 아니면 밝지 않으며, 세상은 당연히 전깃불을 받아 쓸 것이다. 그때에 전기를 절약하는 방법은 오늘날 뽕나무로 양잠하는 것과 같을테니 사람들이 보고 신기할 것이 없으리라. 그러나 송전의 권한은 여전히 전모의 수중에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알고있는 전기는 전모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녀가 관리하고 지배하는 것일 뿐이다.” 왕일지는 말하는 한편 이미 법술을 시행하여 전광을 빨아들였다. 삽시간에 온 집안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러나 이 번갯불은 매우 깨끗하여 매우 달빛과 유사한데 햇빛 못지않게 뜨겁고 붉었다. 소군이 옆에 서 있으니 조금 후끈후끈하고 괴로워서 물었다: “귀신이 언제 오느냐?”
왕일지가 부적을 가리키더니 갑자기 화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향해 질타했다: “왜 이렇게 규칙을 지키지 않느냐,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안 오느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실내에서 회오리바람이 일며 땅바닥으로 휘몰아쳐 오더니 전기불 가까이 오자 멈췄다. 곧 많은 여자 귀신들이 웅성거리며 앞에 섰고 모두가 왕일지에게 절을 하였다. 왕일지는 시큰둥하게 웃으며 답례하지 않았다. 소군이 자세히 보니 머리가 산발한 것,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는 것, 의관이 단정하고 이목이 수려하며 입술이 붉고 이가 희어 산 사람이나 다름없는 것, 돼지처럼 살이 찌고 소처럼 둔한 것, 키가 한 장이 넘거나 키가 3척에 불과한 것등이 있었다. 소군은 이미 궁중에서 무제의 죽은 비의 모습이 작고 가냘픈 자태라는 것을 알고, 말한 목표에 따라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한참을 찾다가 겨우 한 사람을 얻었는데, 나이는 불과 20여 세에 불과했고, 생김새도 7~8 할이 들은 것과 같았다. 귀신을 자세히 살펴보니 복숭아꽃 같은 뺨과 살구색 눈, 앵두같은 입술, 버들가지 같은 허리를 가진 절세의 미인이었다. 난해한 것은 다른 귀신들이 노한 표정을 짓거나 병적인 모습을 했는데 이 귀신은 냉정하고 엄숙하며 분노도 슬픔도 없고 경망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소군은 “왕형, 이 낭자를 불러 수고해 주십시오.”네 왕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네, 그녀를 데려가세요.” 말이 끝나자 그 귀신이 자세를 바로하고 물었다.
“법사님, 저 관장님과 함께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내가 살아생전에 구차하지 않으려고 이 죽음의 골목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이미 지하에 있는 물건인데, 설마 아직 자유롭게 뜻을 지킬 수 없이 오히려 낯선 남자와 함께 어디론가 가라고 합니까? 비록 이승과 격리되어 아무도 모르지만, 나의 이 성질은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낫지, 낯선 사람과 동반하고 싶지 않습니다. 법사님은 귀 친구에게 다른 사람을 선택하라고 전해주세요.”
왕일지는 원래 성격이 조급한데다 술을 마신 후 여자 귀신이 감히 이렇게 고집이 센 것을 보고 위엄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소군의 비웃음을 살까 봐 야단쳤다: “이 귀신이 어찌 감히 지휘에 불복할 수 있겠느냐? 솔직히 말해서, 이 장관은 황제 앞에서 가장 체면이 선 사람이다. 그가 오늘 너를 궁으로 데리고 가서 황제를 뵈면 다소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남들이 원해도 얻을 수 없는 일인데, 오히려 네가 또 거절하니, 정말 호의를 모르는 것이 아니냐? ” 말을 끝내고, 더 이상 귀신이 말하지 못하게 했다. 즉 소군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했다. 문득 한 줄기 향풍이 천천히 소매 속으로 들어왔다. 왕일지는 “이 귀신은 이미 네 곁에 와 있다. 네가 원하는 대로 그녀는 그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너는 그녀와 간통해서는 안 된다. 그 죄명은 정말 지독하다. 너뿐만 아니라 나도 뼈를 깎고 재를 날려야 한다!” 말을 마치고 번개를 거두고 손을 흔들자 온 방의 회오리바람이 불며 귀신이 흩어졌다. 두 사람이 그 밀실에서 나와서 여전히 술을 마셨다.
마시고 나서 소군은 웃으며 물었다. “방금 그 황실의 후비를 생각하지 못했는데, 설마 모셔올 수 없단 말이냐? ” 왕일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어려워요. 한 여자가 황실의 후비가 될 수 있다면 당연히 평범한 여자가 아니고 별이 인간계로 내려오거나, 신이 좌천당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죽은 후, 제자리에 돌아가거나, 생전에 죄를 지으면 죄를 가해 다시 떨어지거나; 혹은 심하면 지옥에 떨어져 올라갈수 없다. 또 여기서 공을 세우면 더욱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된다. 이것들은 모두 내 관할이 아니다. 나도 그녀들을 청해 올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너 대신에 이 후비마마를 찾아 그녀의 생혼과 황제를 다시 만나게 하면 더 좋지 않겠느냐? 쓸데없이 애써서 이런 수작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 소군은 또 물었다. “이 여자 귀신은 어찌 이리 고집이 센가? 너는 그녀들의 총관인데 그녀가 조금도 너를 무서워하지 않는 모습을 봐라. 이게 무슨 까닭이냐?”
왕일지(王一之)는 “귀신을 얕보지 마라. 그녀는 선비 집안의 여자아이로, 성은 왕이고 이름은 영영이다. 어려서부터 그녀의 부모가 결혼을 주선하여 유씨 성을 가진 집에 시집가기로 했다. 당시 양가 모두 왕성했던 시절이라 문벌이 상당히 좋은 혼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유(刘)씨 성을 가진 아이가 재수 없는 배역일 줄이야. 그가 세상에 나온 후, 집안의 죽음, 수해, 화재등이 연이어 일어났다.
잘 살던 한 가족이 사방이 텅텅 비게 되었다. 이 아이가 자라서 비록 책을 많이 읽었지만, 집안이 망해서 버티지 못했는데, 다행히 한 고향 사람이 돈을 물어주고 그를 처가에 보내서 보살핌을 받기를 바랬다. 그러나 영영의 부모가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닐 줄이야, 듣자 하니 유씨 집안의 그런 형편을 알고 이미 딸을 다른 사람에게 개가시키려고 작정했다.
영영은 유명한 미인이자, 게다가 재능과 학식이 가득하니, 현지 관리의 자제들 중 누가 그녀를 아내로 삼고 싶지 않겠는가? 영영의 어른은 사위를 선택하는 데 오로지 세력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집안이 망해도 세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만약 세력이 없다면, 비록 눈앞의 생활이 편할지라도, 작은 의외의 일에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 재상의 도령에게 마음을 집중하게 되었다. 그의 위세를 의지하면 장차 걱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거기에 의지하여 반 쯤의 벼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찍이 이 뜻을 딸과 상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영영 아가씨는 정직하고 굽히지 않는 여자 도학자였다.
이 말을 듣자마자 죽느니 사느니 하며 소란을 피우더니, “한 여자는 두 남자를 섬기지 않는다. 닭이나 개에게 시집가도 평생 닭과 개를 따를 것이고, 누가 나를 짐승이라고 비웃어도 나는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다. 만약 권세를 탐내고 가난을 미워하여 다른 사람과 재혼한다면, 비록 왕후의 귀중함이 있더라도, 이 오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일시적인 쾌락을 위해서, 그 끝없는 욕을 먹는 것은 결코 하찮게 여길 수 없다.” 그의 아버지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고, 그의 아내와 두 사람은 방문을 닫고 그녀를 매질로 윽박질렀다. 영영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마지못해 허락했다.
저녁이 되자, 남몰래 스스로 목을 매었다. 뜻밖에도 하인들이 알고 그녀를 구했다. 이때부터 부모 사이의 감정이 매우 나빠졌다. 때마침 운수가 사나워, 명을 받든 유씨 집안의 아이가 도착하여 장인을 만나기를 청하였다. 영영의 어른이 어디 호의를 가지고 그를 만나겠는가? 또 영영이 소문을 알게 될까 봐 황급히 사람을 보내 은자 50냥을 보내어 그날 돌아가서 공부하라고 했다, 2년 안에 벼슬하지 않으면 다시 와서 결혼할 생각 하지 말라고 했다. 류씨 집안의 아이도 매우 화가 났다, 이 말을 듣고 은자 50냥을 전부 그의 장인 집문 안에 버리고는 하늘을 가리키며 마음껏 욕설을 퍼부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고 나서야 영영 소저가 알게 되었고, 밤에 그녀와 함께 있는 어린 비녀를 보내어 자신이 의리를 지키는 고충을 설명하고, 그와 함께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뜻밖에 이 계집애가 입버릇이 나빠서 이 말이 새어나갔다. 그래서 그녀는 부모님에게 갇혀 음식 외에는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못하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딸이 죽었다고 계략을 썼다. 화근을 추적해보니 모두 유씨 집안의 아이 한 사람의 문제였다. 그래서 사람을 불러 말로 위협하여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필이면 이 아이는 의리가 있어 이 말을 듣자 도리어 껄껄 웃으며 “소저가 정말 절개를 지켜주신다면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내 장인이 어떻게 처벌하든 나는 좋소. 설령 그가 나를 곤란하게 하지 않더라도, 나는 의리없이 혼자 살지는 않을 것이오, 어쨌든 소저와 함께 죽을 것입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니 이 일을 온 동네가 다 알게 되었다. 다들 왕노인이 권세를 탐내어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고 사위를 쫓아내었다, 정말 흉악한 놈이다고 말하는데, 이 일이 재상부로 흘러들어갔고, 그 재상도 아들이 왕가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왕 노인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화가 풀수 없자 딸과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영은 갇힌 이후로 일찍 죽기를 각오하여 유씨에게 속죄하려 했다. 하지만 남편이 아직 이곳에 있어 소식을 몰라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온갖 종류의 슬픔과 원망을 참으며 간신히 인간 세상에서 목숨을 부지하며 머물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또 노인에게 한바탕 모진 매질을 당하게 되었다.
왕 영감은 일부러 유언비어를 퍼뜨려 유씨 집 아이가 이미 죽었다고 했다. 하인들을 불러 사위가 불쌍히 죽었다고 탄식케 하였다. 영영은 이 소식을 듣고 격분하여 잠시 심사숙고할 겨를도 없이 밤이 깊어지자 허리띠를 풀어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다. 죽은 후에도 원한이 사라지지 않아서 집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소란을 피웠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 때문에 궁지에 몰린 후에야 비로소 나를 불러들여 그녀를 거두었다. 이런 정혼(贞魂义魄-정절의 혼)은 보통 귀신과 다르니 오래도록 저승에 머물 수 없다. 그녀의 사건이 해결되면, 바로 상급의 집으로 환생할 것이다.
나 여기에는 기껏해야 한두 달 밖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다른 귀신들은 오래 머물 수 있지만 이 귀신은 오래 머물 수 없다. 일이 끝나면 즉시 그녀를 데리고 와서 나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 마디 더 설명하자면, 너는 그녀를 이비(李妃) 대신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녀는 아직 문을 나서지 않은 아가씨이자 매우 정조가 굳은 여자이다, 만난 적도 없는데 부인을 대신하여 남편을 사칭하려고 한다. 만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말다툼을 하려 한다면 모두들 불편할 것이다. 좋기는 그녀가 황제와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지만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말도 통하지 않고, 허점도 쉽게 메워질 수 있으니, 이것은 오히려 매우 중요한 것이다.
소군은 듣고 가르침에 거듭 감사하고 영영의 귀혼을 데리고 궁으로 와서 무제에게 상주했다:”이 부인의 생혼을 청했으니 저녁 자오 사이에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폐하는 지존이고 천하의 군주이며 기상이 위엄 있고 기세가 웅장하여 귀신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만날 때는 멀리 바라만 볼 수 있을 뿐 대화를 나눌 수 없으니 폐하께서 조심하십시오.” 무제는 이 비를 만나 달라고만 했는데 말을 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다음이었다.
그의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여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자정이 되자 소군은 이미 모든 일을 다 준비하고, 무제에게 가서 만나자고 상주했다.
무제가 영영을 만난 후 어떻게 될지는 다음 회에 보기로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