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이소군은 왕일지의 가르침대로 귀신을 부리는 법에 따라 궁중에 하나의 밀실을 설치했다. 실내에 다시 검은 막을 치고, 가운데에 명각등을 하나 걸어놓았다. 준비가 다 되자 이에 영영의 혼을 곁에 두고 무제를 청해 만나게 했다. 무제가 이미 이 부인의 생혼을 모셨다는 소식을 듣고 감상에 젖고 흐뭇해하며 이 소군을 따라 이 밀실로 갔다.
소군은 무제에게 장막 밖에 앉아 계시라고 했다. 자기는 검을 차고 주결을 외우며 법술을 시행했다. 무제는 눈을 떼지 않고 막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처음에는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가, 뒤이어 음산한 바람이 불어 명각등이 몇 번 공중에서 흔들렸다, 그 안의 촛불이 어두웠다가 다시 밝아지기를 몇 번 반복했다. 무제는 담이 크지만 겁이 나서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소군이 급히 검날을 등불에 대고 손가락으로 세 번 가리키자, 그제야 바람이 잦아들고 등불이 켜졌다. 하지만 밝으면서도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무제는 이미 저쪽 벽 모퉁이에 검은 장막 끝에 여인의 그림자가 막에 비친 것을 보았다. 그 표정은 확실히 이 부인을 닮았지만, 매우 진짜같이 가깝지는 않았다. 무제는 이것이 그녀가 죽은 후 모습이 변한 것이니 그리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자세히 보니, 그 그림자가 장막을 떠나 천천히 내려와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주목하자 막 위에 있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무제는 마음이 급하고 아팠다.
소리를 지르려고 하다가 자신의 양기가 그녀의 혼령을 흐트릴까 봐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그 귀신도 무제를 본 듯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무제는 깜짝 놀랐다. 부인이 살아있을 때 정이 지극히 돈독했다. 오늘 죽어서 다시 만나면 희비가 교차해야 하는데 어떻게 오히려 화를 낼까? 헛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귀신이 갑자기 몸을 돌려 무제에게 등을 돌리고 얼굴을 막에 기대어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무제는 자신도 모르게 슬픔에 잠기어 참지 못하고 시를 몇 구절 읊었다
“사악한듯 아닌듯. 홀연히 갔다 홀연히 왔다. 어째서 느릿느릿 하느냐?”
목이 터져라 노래를 마치고 비오듯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우레와 같은 굉음이 들렸다. 소군이 당황해서 무제를 끌고 갔다. 무제는 영문을 몰라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끌려다녔다. 두 눈은 여전히 아쉬워서 막 안을 다시 보니 뜻밖에도 귀신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혀를 세 자나 늘어뜨린 채 피를 흘리며 목매달아 죽은 모습이었다, 무제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땅에 엎어졌다. 소군은 급히 그를 부축하여 나갔다. 궁으로 돌아오는데 안색이 흙빛이 되었다. 시종들을 물리치고 소군에게 물었다. “어째서 부인이 목매달아 죽은 귀신이 되었느냐?”
소군은 “황제께서 시를 읊어 이 부인의 유혼을 물리친 것입니다. 신의 주변에 원래 목을 매어 죽은 귀신이 있었는데, 귀사 왕일지의 부탁으로 신이 국문한 사건입니다. 대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원한이 풀리지 않습니다. 비록 이승의 위엄을 만나도 여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인이 가셨으니 이 참에 나타나 폐하에게 대신 처리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무제는 “이게 무슨 목매 죽은 귀신인가? 무엇이 억울해서 죽었느냐? 자세히 말해보라. 짐은 반드시 그녀를 위해 복수할 것이다.” 소군은 “이 일은 조만간 폐하께서 처리하실 것이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며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게다가 그 속에 천기를 품었으니 누설하면 죄가 됩니다. 신도 감히 함부로 말하지 못합니다.” 무제는 그 말에 이 부인을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더 이상 추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몇 마디 물어보고는 그만두었다. 소군은 영영의 생혼을 데려와 왕일지에게 돌려주었다.
왕일지는 소군이 떠난 후, 공교롭게도 그의 제자 비장방(费長房)이 와서 이 일을 물었다. 장방은 그렇지 않다고하며 “사부님이 소군에게 이용당하신 겁니다. 무릇 하늘이든 저승이든, 옥제에서 염라왕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남자는 기개이고 여자는 정절입이다. 영영과 같은 정조는 천신이 함께 공경하고 삼교가 함께 흠모합니다. 사부님은 귀사로서 마땅히 천심에 응하시고 인정에 부합하셔서. 이런 귀신에게는 각별히 정중한 경의를 표해야 합니다. 어떻게 도력을 남용해서 아무 상관도 없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빌려주어 남의 부녀의 생혼을 대신할 수 있습니까? 이 일은 정녀를 모독할 뿐만 아니라 스승님의 품성을 해치며 천신에게 용납되지 않습니다. 제자가 불민하여 스승님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왕일지가 듣고 이때는 마침 술에 크게 취하여 정신이 혼미할 때여서 장방이 스승을 헐뜯으려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그를 한바탕 꾸짖었다. 장방도 그가 취한 것을 알고 그와 논쟁하지 않고 은근히 한숨을 쉬며 작별을 고하였다. 다음날, 왕일지는 이미 밤에 온 일을 완전히 잊었다.
장방도 더 이상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서야 소군이 직접 와서 귀신을 돌려주니, 그제서야 기억났는데, 전날 밤 장방의 간언도 여전히 마음속에 새겨져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장방의 말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영영은 얼마나 정렬한 부인인가, 생전에 약간의 변절도 하지 않고, 죽은 후 자신과 소군에게 도법으로 모독당했는데, 그녀가 어찌 가만둘 수 있겠는가? 이런 정혼열백은 원래 삼계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멀리 사해밖으로 거닐 수 있었다.
비록 지금 잠시 자기 아래에 의탁했지만 곧 천제의 부름을 받고 총애를 받을 것이다. 그때 그녀가 모욕당한 원한을 품고 있으면, 어찌 잠자코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럼 자신의 앞날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여기까지 깊이 생각하자 몸서리치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소군을 보고 다시 장방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갑자기 큰 한숨과 함께 눈물을 비오듯 흘려 소군과 장방 모두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했다.
왕일지는 한스러워하며 장방에게: “동생, 어제 네가 한 말이 기억난다, 내가 너무 자숙하지 못하고 성질이 조급한 것이 한스럽다. 예전에 유명한 스승을 따라 도를 많이 배웠을 때, 득실과 무관한 기(氣)자 때문에 인내의 공부가 부족했고, 거의 큰 일을 저지를 뻔했다. 다행히 우리 스승님의 구원으로 지옥에 떨어지는 일은 면했고, 지금의 직책을 맡게 되었다. 내가 너무 못난 줄 누가 알았겠느냐, 일이 백여 년이 지나도록 나아지기는커녕 술에 취해 일을 그르치고, 친구에게 속임을 당하여 정혼을 모독하여 구제받을 길이 없다. 이 일은 하늘의 조사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심문하여 사실이 밝혀지면 지옥에 떨어질까 두렵다.
또한 그때 나의 스승님이 간곡하게 타이르던 것을 기억하는데, 어투에는 나는 수도할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악귀의 우두머리(厲鬼頭)가 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하시는 것 같았다. 그 말씀의 뜻은, 마치 내 결과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나를 걱정해주시는 것 같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 백여 년 동안 그리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다. 뜻밖에 오늘에 이르러 나이가 들수록 더욱 암담해지더니, 결국 또 소인에게 속아 이런 미친 짓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보아하니 이 일의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스승님의 예언이 바로 오늘에 실현되는 것 아니냐?
내 평생 강직하여 선행을 베풀고, 의협심이 강하며, 절대 비열하고 비열한 소인은 아니다. 평생 한 일을 돌이켜 보면 감히 군자를 흉내낼 수는 없지만, 소인은 면할 수 있다. 수도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작은 귀선의 지위도 지키지 못하고, 심지어 늙어서 이런 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 내 일생은 원래 부족하지만, 단지 어떤 면목으로 세상 밖에 계신 우리 스승님을 볼 것이며, 나의 장방 현제에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어제 일은 네가 간언을 한 후에 바로 깨달았더라면 아직 만회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이 빌어먹을 술버릇이 일단 발작하면 인사불성이 되어 짐승, 목석보다 못하다. 이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야 비로소 큰 실수를 완전히 저지르고, 조금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고, 아이고,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가만히 앉아서 죄를 기다리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내 운명이 좋지 않다고 원망하지 않겠다. 내가 너무 인성이 부족하고 못난 게 원망스럽다. 나이가 이렇게 많은데 한 개인의 정과 사도 분간할 수 없고, 한 가지 일의 옳고 그름도 분간할 수 없다. 노망든게 사실임을 알 수 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말하고는 또 한숨을 쉬며 책상에 엎드려 서글픈 눈물을 흘렸다. 장방은 결국 그의 제자인데, 평소에 사이가 좋아서, 사부님이 그렇게 심하게 말씀하신 것을 보니,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놀라서 멍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오직 혼을 빌려 군주를 속인 이소군은 원래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왕일지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가 사악한 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여자 귀신을 업신여기는 것은 정말 겨자씨보다 더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필 왕일지의 입에서 온갖 불길한 夹风夹雨 ? 말들이 쏟아져 나오니, 그가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지금 왕일지가 어떻게 상심하며 괴로워하든지 관계없이 갑자기 하늘을 우러러 냉소를 지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이런 쓸모없는 개자식을 본 적이 없는데, 스스로 군자라고 자랑하다니, 정말 부끄럽다. 나는 나쁜 친구이며 소인이며 특별히 당신을 해치기 위해 왔다고 치자. 너는 군자이고 바른 사람인데, 어떻게 주저하지 않고 단번에 나에게 승낙할 수 있었느냐? 너는 이런 일을 전담하고 있으니, 마땅히 그 중의 이해와 규칙을 알아야 했다. 원래 나는 평범한 여자 귀신만 있으면 되는데, 너는 이 정결한 혼을 같이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너같이 귀신 부리는 사람이 이 귀신을 데려왔으니, 내가 어찌 네가 이 귀신을 이용할 수 없다고 믿을 수 있겠느냐? 원래 전부 너 스스로 한 일인데, 사고가 터지기도 전에 먼저 친구에게 죄를 지었다. 도대체 한번 생각해 보면 무슨 일이냐? 혼자 잘 생각해 봐야지, 난 너 같은 멍청한 놈이랑 말하는 게 귀찮아.”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문을 나섰다.
왕일지(王一之)는 그가 멀리 가기를 기다렸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장방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제, 보았는가? 이 사람은 정말 양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항상 내가 너무 사람보는 눈이 없어서 소인을 바른 사람으로 여긴다. 역시 자기의 죄인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네게 할 말이 있다, 나도 이 일이 너무 크게 된 것을 안다. 지난번에 벌인 일은 이것보다 더 크지만, 죽인 것들은 전부 나쁜 자였으니, 그래도 용서받을 만도 하지. 게다가 그때 우리 스승님이 가까이 계셔서 해결해 주셨고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완전히 자신이 저지른 죄로, 더 이상 만회할 방법이 없고, 또한 스승님이 다시 와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이 발각될텐데 너무 늦으면 안 된다, 기껏해야 며칠 안에 내 목숨은 반드시 끝날 것이다.
나는 죽어도 아깝지 않은데, 하물며 너 같은 제자가 있어서 내 의발을 물려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나는 오늘부터 네가 배운 미비한 법력을 완전히 너에게 가르칠 것이다. 너는 나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죽은 후에 스승님이 꼭 오시리라 생각한다. 부디 나를 대신해서 어르신께 구원을 청하여 내가 많은 죄를 탕감받을 수 있도록 해주게. 이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니 너는 잊지 마라.”
장방이 듣자 자기도 모르게 매우 슬펐다. 일이 진행되는 동안 할 말이 없어 하는 김에 몇 마디 위로해 주는 수밖에. 하늘과 저승의 상벌이 가장 엄격하다. 이 일은 인간 세상에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천궁 안에는 삼계를 규찰하는 신들이 이미 옥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옥제는 왕일지와 이소군이 정혼을 모욕하고 군주를 기만했다는 상주를 받고 세성 동방삭으로 하여금 조사를 하여 밝히도록 하였다.
동방삭은 조정의 강령에 가까워, 이소군이 궁에 들어온 후부터 무제는 그를 동방삭 위에 두고 매우 예의를 갖추어 은총을 베풀었다. 이것은 동방삭이 정직하고 충신으로 조정에 몸담고, 오직 군주를 바르게 인도하고, 군주의 잘못을 알고, 때로는 간언하고, 때로는 직언하고, 황제의 잘못을 보충하는 데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무제는 불쾌했다. 동시에 이소군은 동방을 질투했다, 가장 큰 것은 지난번에 왕모와 신선들을 데려온 것이 일반 요괴들이 변화해 온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사실 진짜 왕모는 여전히 요지에 높이 앉아있으며 알지도 못했다 무제는 이 일에 대해 매우 의심하고 있었다. 지금 소군이 이렇게 말하자 소군은 제일 총애를 받는 사람인데, 방금 무슨 말이든 듣고 따를 때, 동시에 한 말이 바로 자신의 마음에 들었으니, 어찌 믿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라 증거를 찾지 못하여 동방삭이 불복할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무제는 동방삭을 갈수록 미워하고 더 싫어하고 피했다. 동방삭은 당연히 이런 내막을 알았다. 다행히 자신은 원래 이익과 관록에 관심이 없었고, 황제의 총애 여부는 모두 자신과 무관했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이간질시키고, 어쨌든 모두 내버려두면 끝이다. 하지만 화를 면하기 위해 예전처럼 충성을 다하여 남김없이 다 말하는 것은 곤란했다, 무제는 그와 말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도 스스로 자신의 대도를 닦고, 조정의 일은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군주와 신하 사이에 평안하고 무사할 수 있었다. 이에 이르러 그는 이미 하늘의 법지를 받들었고, 일찍이 소군이 왕일지와 결탁하여 정혼을 유괴하여 이 부인을 대신하여 천자를 속였다는 것을 들었다.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니, 여러 입으로 죄를 묻기도 곤란했다. 이때는 직책관계로 미루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이날 집에서 어떻게 왕일지, 이소군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왕일지는 큰 법력은 없지만 소군은 제법 사술이 있어서 공행이 본인보다 낮지 않다. 만약 그와 맞서기 시작하면, 첫째는 하늘의 체통을 잃게 되고, 둘째는 시간을 지체하면 옥제의 책망을 받을까 두렵고, 게다가 소군이 날마다 황제를 가까이 하는데, 만약 내가 그를 불러도, 그는 천자를 방패로 삼아 거부하고, 심지어 황제의 힘에 의지하여 오히려 내게 죄를 묻는다면, 이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소리 소문없이 몰래 칼을 휘둘러 그를 다치게 한다면, 그것은 또한 체제에 방해가 될 것이다. 반드시 국문하여 죄상을 밝히고 정정당당하게 집행해야 법관의 신분에 부끄럽지 않다. 게다가 하늘의 관리가 일을 하는데 이렇게 공명정대해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몹시 난처해졌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서 책상에 엎드려 잠깐 졸았다.
막 잠이 들었는데, 문득 허공에 난새와 학이 일제히 우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나는 새가 자신의 마당에 내려앉았다. 동방삭은 황급히 일어나 문을 나서서, 잠결에 눈을 희미하게 뜨고 보니, 두 선인이 뜰 옆에 서 있는데 한사람은 흰 옷을 입고, 한사람은 도포를 입었다. 또 아름다운 난새와 백학이 행진을 하다 쉬고 있었다. 동방삭은 그들을 잘 알지 못해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앞으로 나가 뵙고 두 사부는 어디서 왔는지, 법호는 무엇인지? 여쭈었다. 두 신선은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오래 오지 않았더니 우리를 몰라보느냐? ” 흰색 옷을 입은 사람은 절름발이 신선이었다. “내 이름은 이현이고, 별명은 철괴라고 한다.” 하고 또 그 선인을 가리키며 “이 사람은 현주자라고 한다. 모두 전생의 친한 친구인데 어떻게 모른다고 말하느냐.”
동방삭은 도행이 높고 심오하여 비록 인간계에 있지만 이미 신령이 통했다. 이 말을 듣자, 홀연 천상의 일이 생각나서 급히 웃음을 머금고 죄를 인정하고, 두 신선을 서실에 초대했다. 두 신선은 “일이 없으면 삼보전에 오르지 않는다. 여기에 온 것은 세성에게 곤란한 일이 생겨서 너를 좀 도와 주러 왔다. 그리고 당신에게 작은 부탁도 드린다.” 동방삭이 그들에게 앉으라고 하며 물었다. “그런데 그 왕일지의 일 때문인가요? 그는 이 도형의 제자이예요! 애석하게도 이번 일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동이어서, 그를 돌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철괴 선생은 “빈도가 어찌 그의 목숨을 구하러 왔겠는가? 그는 귀사의 지위로 법을 알고 법을 어겼으니, 이를 사면할 수 있다면, 천하의 십악의 중죄인을 모두 용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죄가 극에 달해 사형선고를 받으면 더 이상 형벌을 가할 수 없다. 빈도의 뜻은, 오랜 스승과 제자의 정을 생각해서, 그가 저승에 가면 지옥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언제 세상으로 나올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세성과 상의하여 그가 죽은 후에 내가 그의 시신을 가지고 가서 그가 몇 백 년 동안 더 열심히 공을 연마하게 하여, 앞으로 약간의 행운이 있으면, 우리 스승과 제자가 한자리에 있는 것으로 치고싶은데, 이 일을 할 수 있겠소?”
그러자 동방삭은 “그건 쉽습니다. 하늘이 형을 내리고 형이 끝날 때까지 어찌 과하게 처벌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 사람은 술에 취해 제멋대로 행동했을 뿐, 양심상 크게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도형이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처리하면 그의 평생 의협심에 보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반드시 명에 따를 수 있습니다.” 또 현주도형에게 물었다: “멀리서 왕림하셨는데 저에게 무슨 가르침이 없으십니까?” 현주자는 웃으며 “철괴 선생이 그의 제자를 위한 일인데 빈도는 도형에게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도형이 성지를 받들어 법을 집행하려고 하는 이 소군은 예전에 통천교주를 따라 회해촌과 나원부인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요괴입니다. 이 물건은 원래 5천 년 동안 수련한 큰 거북이로, 몸에 지닌 법보가 있어 이름은 차안구遮眼球라고 하는데 자신의 거북이 알을 이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을 저주하여 만드는 것입니다. 이 차안구가 나오면 모든 사람의 눈이 짙은 안개에 가려 마주하고도 서로 볼 수 없습니다.”
현주자가 이 말을 하자 동방삭은 깨달은 듯 얼핏 고개를 끄덕이며 “어쩐지 지난번에 듣기에 그가 남의 혼을 대신 빌어 이비 대신 황제와 만나보게 했다고 합니다. 황제는 그 사람을 볼 수 있지만 그녀의 용모는 볼 수 없고 오리무중인듯 흐리멍덩했습니다. 그때에 그가 어떤 법력을 써서 이런 광경을 만들었는지 알지 못했는데 오늘 도형의 말을 들어보니, 이 차안구가 장난을 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주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것은 작은 일에 불과합니다. 황제가 이 부인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도형은 그가 전당강 어귀에서 소란을 피운 것을 모를텐데 그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원래 전당강은 조수는 곳곳이 매우 큽니다. 내가 부임한 후, 모든 곳의 높은 조수를 한 구역으로 병합하여 다른 곳의 조수는 적고 물이 얕아, 뜻을 이루지 못한 교룡, 거북이 요괴들은 그 안에 숨을 수 없게 되었다. 조수가 큰 곳에서는 빈도가 스스로 다스리니, 그들은 교활하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뜻밖에도 노교는 나쁜 계략을 짜내어 작년에 이 거북이 요정 등을 불러 그들과 함께 대거 일을 만들었다.
거북정의 현구가 법술을 일으키자 우리 쪽 신장들은 하나같이 서로 보이지 않아 거의 속아 넘어갔다. 다행히 문미진인이 그의 제자 통혜를 보내 복건 문필봉 아래에서 수정병을 하나 연마하여 빛을 내보내어 사람을 비추었을뿐만 아니라 그 요괴의 안개를 흡수하게 했다. 그가 제 시간에 와서 그것들을 바다로 몰아넣자 그것들은 감히 머리를 내밀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또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여 황제를 현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물건을 없애지 못하면 결국 큰 해가 됩니다. 일부러 도형을 도우러 왔는데, 함께 이 괴물을 제거하려합니다. 이 대단한 놈의 법보는 안개를 풀어 사람을 미혹할 뿐만 아니라, 병사나 무기에도 저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자기도 악행을 저지른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천벌을 받을까 봐 종종 차안구를 방에 걸어두는데, 하나는 자객을 방지하고, 다른 하나는 사람의 눈이 멀게하여 그의 소재를 알아볼 수 없게 하려는 것입니다. 도형이 비록 명을 받들어 조사하지만, 아마 당분간은 그것을 제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동방삭은 저도 모르게 황공하여 절을 하며 “도형께서 먼 곳에서 가르침을 주러 오셨군요. 부디 요괴를 제거하는 법을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동생의 행운뿐만 아니라 천하 백성의 행운이기도 합니다.”
현주가 어떻게 대답할지는 다음 번에 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