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德惠)
【정견망】
오대(五代) 시대에 편찬된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라는 고서에는 당나라 개원(서기 713~741년) 및 천보 연간(서기 742~756년)의 수많은 일화와 고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중 고대 과학기술과 관련된 몇 가지 기록을 필자가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1. 스스로 데워지는 술잔 (自暖杯)
당나라 개원 연간, 황실의 보물을 보관하는 창고(內庫)에 술잔 하나가 있었다. 이 술잔은 청색이며 자세히 살펴보면 잔 전체에 어지러운 실 모양의 무늬가 퍼져 있었고, 두께는 종이처럼 얇았다. 잔의 굽에는 금실로 새겨진 ‘자난배(自暖杯)’라는 세 글자가 있었다.
당 현종 황제가 사람을 시켜 그 안에 술을 따르게 하자, 잠시 후 술이 미지근해지더니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위로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이에 이 술잔은 창고에 소중히 보관되었다.
2. 인체를 투시하는 쇠거울 (조병경, 照病鏡)
당나라의 유명한 도사 엽법선(葉法善)에게는 인체를 투시할 수 있는 괴거울이 있었는데, 그 비추지는 모습이 매우 선명했다.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이 거울로 비춰보면 오장육부 안에 정체되어 있는 물질을 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약을 써서 인체를 소통시키고 증상에 맞게 치료하면 병이 나았다.
3. 경보기능이 있는 보도 (경악도, 警恶刀)
양귀비(楊貴妃) 양옥환(楊玉環)의 생부 양현염(楊玄琰)은 젊은 시절 보도(寶刀) 한 자루를 가지고 있었는데, 멀리 외출할 때마다 항상 이 칼을 지니고 다녔다. 길을 가다가 만약 앞쪽에 맹수나 도둑이 있으면 이 칼에서 쇳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 마치 길 위의 위험을 미리 예보하는 것 같았다. 이 때문에 양현염은 이 칼을 매우 귀중히 여기며 자신의 보물로 삼았다.
4. 빛을 내는 지팡이 (야명장, 夜明杖)
당나라 때 태백산(太白山)에 곽휴(郭休)라는 호가 ‘퇴부(退夫)’인 은사가 있었다. 그에게는 붉은색을 띤 지팡이가 하나 있었는데, 두드리면 소리가 났다(안이 비어 있고 기계 장치가 들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신기하게도 곽휴가 밤에 외출할 때마다 이 지팡이가 빛을 내어 열 걸음 이내를 아주 선명하게 비추었다. 그래서 은사 곽휴는 위험한 산을 오르고 험한 곳을 건널 때도 단 한 번도 발을 헛디딘 적이 없었는데, 모두 이 빛나는 지팡이의 힘 덕분이었다.
5. 날씨를 예보하는 돌 (점우석, 占雨石)
당나라의 학사 소정(蘇頋)에게는 붓걸이로 조각된 ‘금문화석(錦紋花石)’이 하나 있었다. 그는 일찍이 이 돌을 벼루와 자리 사이에 놓아두곤 했다. 나중에 비가 오기 전이 되면 언제나 이 돌에 마치 땀이 나는 것처럼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으로 비 소식을 예보하곤 했는데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6. 자동으로 따뜻해지는 안장 (난옥안, 暖玉鞍)
당 현종 이융기(李隆基)의 동생 이범(李范)은 기왕(岐王)에 봉해졌다. 그에게는 옥으로 조각한 안장이 하나 있었는데, 매년 겨울마다 이 안장을 사용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이 안장에 앉으면 마치 아래에 화로가 지펴진 것처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 여섯 가지 고대 과학기술 산물 중 다섯 번째(날씨를 예보하는 돌)는 비가 오기 전에 공기 습도가 높아지고 수증기가 응결되는 현상으로 애매하게나마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다섯 가지는 자연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모두 고대의 고기술 제품일 뿐이다. 심지어 어떤 것은 현대 과학기술로도 구현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예를 들어 세 번째의 보도는 앞쪽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는데, 현대 과학기술로도 드론을 이용해 미리 정찰하고 인공지능(AI)으로 식별 및 판단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두 번째의 인체를 투시하는 쇠거울 역시 현대 과학을 명백히 초월한다. 현대의 엑스레이(X-ray) 촬영도 인체를 투시할 수 있지만 휴대할 수 없고 전원이 필요한 반면, 기록 속의 쇠거울은 전원이 필요 없다.
이러한 기록들로 볼 때 고대 중국에는 일찍이 또 다른 갈래의 과학기술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 과학만이 유일한 과학은 아니므로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며, 현대 과학을 맹신하는 것 자체가 진리를 인식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자료 출처: 오대 《개원천보유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