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여(劉如)
【정견망】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두 가지 위급한 의안(醫案)에서 장석순은 모두 대량의 산약으로 사람을 살려내었다. 그렇다면 산약은 어째서 대량으로 사용해도 독성이 없으며, 치료 효과는 이토록 신기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신농본초경》에서 어떻게 논술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본초경(本草經)》의 원문을 제시한 뒤 상세히 해설하겠다.
《신농본초경》 상품약(上品藥)의 기록: “서여(薯蕷·산약의 옛 이름): 기미는 달고(甘) 평하며(平), 독이 없다. 상중(傷中)을 다스리고, 허약하고 여윈 것을 보하며(補虛羸), 한열(寒熱)의 사기를 없애고, 속을 보하며, 기력을 더하고, 근육을 길러주며, 음(陰)을 강하게 한다. 오래 먹으면 눈과 귀가 총명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수명을 연장한다.”
이 구절은 글자 자체는 매우 간단하지만 함축된 의미는 매우 깊다. 글자 하나하나가 경전의 총결이며, 산약이 상품(上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밀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그것을 쓸 수 있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본초경》이 가장 먼저 산약의 “기미가 달고 평하며, 독이 없다”고 말한 것을 본다.
바로 이 몇 글자는 전통의학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현대인에게는 글자마다 다 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이 무엇인지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이는 전통의학의 의리(醫理 의학 이치)가 다루는 공간의 층차가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이 도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의사가 약을 쓰는 원리를 알 수 없다. 또 하나는 고어(古語)는 글자마다 함의가 매우 깊고 정보량이 극도로 커서 현대 중국어인 백화로 이해하면 아주 협소하고 얕게 변해버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 ‘기미(氣味)’라는 두 글자가 그렇다. 절대로 한 단어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두 글자가 각각 독립되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약의 이치를 논하고 있다.
한약의 약리는 서양의학과 애초에 차원이 전혀 다르다. 중의학(中醫學)에서 사용하는 약은 약물 뒤에 숨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으며 또 다른 공간 차원에 존재하는 형체가 없는 무형의 ‘기(氣)’와 관련이 있다. 이 기는 우리가 사는 물질 공간의 공기가 아니며, 약물을 코로 맡아 나는 냄새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입자가 더 미세한 에너지 물질이다. 우주 중에서 음양이란 두 가지 기본 속성을 지닌 원소가 약물에 체현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중의학에서는 ‘기’라는 개념으로 이를 기록한다. 여기에는 음양과 한열(寒熱)의 속성을 나누어 담아야 하고, 이 속성을 이용해 경맥에 들어가 병을 치료해야 하므로 최우선으로 꼽히는 핵심 약성이다.
따라서 약의 기는 《본초경 시작부터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며, 대개 ‘한(寒)·열(熱)·온(溫)·량(涼)·평(平)’의 다섯 가지 속성으로 나눈다(보통은 대개 한열온량 네 가지 기만 언급하고 평성은 언급하지 않는다). 한·량은 음성에 속하고, 온·열은 양성에 속하며, 평(平)은 음양이 평형을 이루어 차지도 뜨겁지도 않고 속성이 중간에 머무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도리이며, 그렇지 않으면 현대 서양의학의 개념과 현대어의 문법으로 읽게 되어 글자마다 다 아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함의를 왜곡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평(平)’이라는 글자는 명백히 산약의 약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기의 음양 한열 속성이 평화롭고 중성적이라 인체의 음양 평형을 깨뜨리지 않음을 뜻한다. 전통의학에서 인체는 소우주이며, 그 구성과 운행 원리가 자연계와 마찬가지로 음양이라는 대우주의 이 기기(氣機)가 화생(化生)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이 병에 걸리면 어떤 원인으로 초래된 것이든 그 결과는 인체라는 이 소우주의 음양이 균형을 잃은 것이다.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인체의 음양을 조화시켜, 균형을 잃은 음양의 기기를 다시 평형으로 되돌리는 것이며 이를 음양을 다스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평성(平性)의 약물은 인체의 음양 기기를 깨뜨려 인체에 해를 끼치기 쉽지 않다. 물론 그 뒤 바로 따라붙는 ‘무독(無毒)’이라는 두 글자는 당연히 어떠한 독성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량을 크게 써도 매우 안전하며 인체를 상하게 하지 않는다.
다시 ‘미(味)’라는 글자를 살펴보면, 이는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음식의 맛을 가리킨다. 이는 혀로 느낄 수 있는 ‘신맛, 쓴맛, 단맛(담백한 맛), 매운맛, 짠맛’의 다섯 가지 맛이므로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중의학에서는 이것 역시 ‘목·화·토·금·수’ 오행이 생화(生化)한 땅의 기가 드러난 것으로 본다. 다섯 가지 맛은 땅이 화생한 오기(五氣)에서 비롯된 것이며, 마찬가지로 음양 속성을 지니고 경맥과 장부로 들어가 병을 치료하기에, 약을 쓰는 데 있어 핵심적인 속성이다. 기가 평하면 대개 맛은 단데, 단맛은 오행 중 토(土)에 속하고 토의 성질이 중평(中平)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단 산약만 보면 이와 같다. 기는 평하고 맛은 단 것이다.
이처럼 “기가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는 바로 이 몇 자가 산약을 약물로 쓸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약성(藥性)을 요약한 것이다. 한마디로 안심하고 그것으로 병을 치료해도 된다는 뜻이다.
일단, 이번에는 우선 이 문장을 해설하는 것으로 그친다. 고문은 원래 이해하기 매우 어렵고 중의학 이론의 음양, 한열, 오행, 기미 등의 사유 개념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오늘날의 말로 하자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 차원의 것들과 연관되어 정보 함량이 비교적 크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씩 이해해 나갈 것이다. 산약의 약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이후에 다른 중약의 약리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며 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약을 쓰는 도리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