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여(劉如)
【정견망】
이어지는 장석순의 이 케이스는, 산약으로 직접 온병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온병 치료가 부당한 후에 환자가 갑자기 위급한 상태에 처했을 때의 구급이었다고 하는 편이 낫다. 이번에 장석순은 생사를 판별하는 매우 중요한 맥진(脈診) 근거를 제시했다. 바로 ‘양 척맥을 약간만 눌러도 곧 사라진다(微按卽無)’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먼저 그가 제시한 케이스를 보자.
원문
“어떤 사람이 나이가 40여 세인데, 온병을 앓은 지 10여 일이 지나 외감의 화(火)가 이미 10분의 8~9가 사라졌다. 대변이 느닷없이 촉박하게 내려오듯 쏟아지고, 숨쉬기가 촉박하며, 번갈(煩渴) 증세가 있었다. 그의 맥이 매우 허해, 양 척맥을 약간 누르자마자 곧 사라졌다. 역시 급히 생산약 6량을 써서 큰사발로 두 그릇을 달여, 천천히 따뜻하게 차 대신 마시게 하였으며, 다 마시면 찌꺼기를 중탕해서 다시 마시게 했다. 이틀 동안 총 산약 18량을 쓰니, 숨가쁨과 번갈이 모두 낫고 대변도 쏟아지지 않았다.”
해석
이 케이스는 환자의 나이가 40여 세로 성인이며, 온병, 즉 온사가 인체를 침범하여 일으킨 외감병에 걸렸음을 보여준다. 이미 의사가 약을 지어주어 10여 일 동안 치료하였는데, 외감의 화(火 구체적인 증상은 대개 열이 나면서 추위를 타지 않으며, 폐열로 가슴이 답답하고, 가래 기침, 목 통증, 현기증이 있는 등이다)는 이미 기본적으로 사라졌으므로 본래는 병이 다 나았다고 여겼으나, 뜻밖에도 갑자기 설사하고, 호흡이 급박해지며,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는 응급 증상이 나타났다.
이는 분명 약을 잘못 써서 생긴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이 온병을 치료할 때 오직 폐열(肺熱)을 제거하는 데만 급급해, 온사는 양사(陽邪)고 양사는 성질이 뜨거우므로 동기상응(同氣相應)의 법칙에 따라 온사는 반드시 먼저 폐와 머리·얼굴을 침범한다고 여겼다. 폐와 머리·얼굴은 인체라는 소우주(小宇宙)에서 하늘 부분에 해당하고 양사는 성질이 뜨거우므로 반드시 위로 올라가 인체의 상응하는 부분과 감응하기 때문에 폐열(肺熱)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기침이 나고 목이 붓고 아프며 현기증 등의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현대 서양의학의 관점으로 보면 폐렴이나 인후염 같은 병증을 가리킨다. 병이 발작할 때는 대개 매우 급하여 때로는 순식간에 고열을 유발하고 환자는 숨쉬기조차 힘들어진다. 이와 같은 긴급한 상황을 만나면 의사들은 대개 어떻게 하면 폐열을 빠르게 제거할지 주목하여, 차고 서늘한 약물로 온사의 열독(熱毒)을 쫓아내고 환자가 열상의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런 생각이 맞는 걸까? 물론 틀리지 않지만 주도면밀하지는 않다. 비위와 신장이라는 인체의 두 가지 근본을 동시에 호위하여 온전하게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양의학의 치료 효과는 모두 아주 빨랐는데, 당시의 아스피린 등 서양 약물은 대부분 차고 서늘하여 표(表)를 풀어주는 성질에 속했으므로 온병을 만나면 마침 딱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서양의학은 환자가 고열과 대항한 후 대량으로 땀을 흘리며 체온을 낮춘 후에 인체에 가해지는 손상이 얼마나 큰 지 배려하지 않았다. 마치 전쟁과 같아서 비록 승전고를 울렸더라도 적을 일만 명 섬멸하고 아군은 팔천 명이 상처를 입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적은 쫓아냈지만 자신도 거의 숨이 넘어가게 된다. 만약 신속하게 구하지 못하면 역시 금방 목숨을 잃게 된다. 당시 많은 환자가 이렇게 세상을 떠났다.
비록 한의사들은 대다수 비위를 보양하는 것을 동시에 고려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보통 의사들은 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장에 미치는 손상이 얼마나 큰 지는 거의 생각하지 못해 온병을 만나면 여전히 이러한 위급한 상황이 쉽게 발생했다. 그래서 온병은 치료할 때마다 매우 까다롭다고 느꼈다. 폐열의 화를 제거한 후 사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 환자는 다행히 장석순의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급히 생산약 6량을 사용해 인체의 두 가지 근본을 모두 신속하게 구제하고 바로잡았으며, 열화(熱火)에 상한 폐부(肺部)를 자양하고 회복할 수 있었다. 이틀 만에 인체의 정기를 회복해 모든 증상이 다 사라지고 설사도 멈추었다.
장석순은 병을 치료할 때 산약을 사용하여 인체의 비위와 신 계통을 고섭(固攝 새어나가지 않게 단단히 붙잡아두는 것)을 매우 중시하여, 사기에 대항하는 정기가 보장되도록 하였으므로 환자가 쉽사리 병과 싸우느라 기운이 소모되지 않게 했다.
그가 이 케이스에서 맥진을 할 때 “양 척맥이 약간 누르면 곧 사라진다”고 쓴 것은 의사들에게 보여주는 매우 핵심적인 말이다. 한의사가 환자의 손목 부위에서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약손가락의 세 손가락을 살짝 얹는 것이 흔히 말하는 맥진인데, 이중 약지로 눌러서 감지하는 것이 척(尺)의 맥상이다. 즉 신장의 맥상이다. 양손 모두 맥을 짚어야 하므로 장석순은 맥을 짚을 때 양손을 동시에 짚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양손의 신장 맥상이 모두 매우 약하여, 척부의 손가락에 힘을 조금만 더 주어서 누르면 환자의 신맥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맥진을 통해 환자의 신장 계통이 극도로 허약하다고 곧바로 판정했으며, 만약 급히 치료하지 않으면 금방 숨이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았다.
왜 이렇게 심각할까? 신기(腎氣), 즉 신장의 양기이자 원기(元氣)이며 진기(真氣)라고도 부르는 것이 맥진에 의하면 거의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신기는 지금 말로 하자면 신장의 에너지인데, 마치 기계에 전기가 없으면 그 기능을 가동할 수 없고 작동이 멈추는 것과 같다. 신장은 대소변을 주관하는데, 신기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대변을 굳게 붙들지 못하므로 갑자기 설사가 나타날 것이다. 사실 이것은 인체가 온사(溫邪)에 대항하느라 신기(腎氣)의 선천지기까지 전부 동원한 것이며, 열은 내렸지만 신기도 거의 다 소모된 것이다. 사실 이때 신음(腎陰)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여 둘 다 허탈(虛脫) 상태에 가까웠으며, 이것이 바로 장석순이 환자가 위급하다고 느낀 이유이다. 그래서 그는 급히 산약을 사용하여 목숨을 구했고 그것도 아주 많은 양을 사용해 환자를 살려낸 것이다.
인체가 열이 나고 땀이 나는 것은 병마(病魔)와 싸워 사기(邪氣)를 배출하는 표현이다. 인체에 대한 한의학의 인식에 따르면, 인체는 먼저 자동으로 위(胃)의 기혈을 동원해 인체에 충분한 에너지와 수분을 공급함으로써 사기에 대항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감병으로 열이 날 때 많은 환자가 입맛이 없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胃氣)가 약해져서 사기에 대항하기에 부족해지면, 선천의 근본인 신장을 가동하게 된다. 일단 그 힘을 가동하면 봉폐되어 잘 보존되어 쉽사리 움직이지 않던 신정(腎精)을 소모하게 되며, 이를 변화시켜 사기에 대항하는 정기(正氣)로 삼는다. 그러므로 사기가 물러갈 때 원기 역시 큰 상처를 입게 되며, 병세가 급격히 내리막길로 치달아 갑자기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므로 두 가지 근본(비위와 신)을 모두 호위해야만 비로소 사기에 대항할 충분한 힘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장석순이 산약을 크게 중용(重用)한 근본 원인이다. 우리는 그가 후세에 남긴 귀중한 경험을 발양하고 계승해야 하며, 그의 지혜를 활용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조심스럽게 호위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평소에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활하고 음식을 먹고, 밤을 새워 신장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겨울철에 산약을 좀 먹는다면 자신의 건강을 미리 보살필 수 있다. 온병에 걸릴 확률이 자연히 낮아질 것이다.
이상으로 장석순이 산약으로 위급함을 구하고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한 소개는 일단 끝을 맺는다. 우리가 이 시리즈를 쓴 것은 여러분에게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 병을 진단하고 이 산약을 써서 목숨을 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병을 진단하고 약을 쓰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라 오직 의학 전문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인데, 맥진법 하나만 하더라도 오랜 기간의 실천과 학습을 거쳐야만 비로소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산약으로 양생하고 장수하는 진정한 원리를 설명하고, 덤으로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완전히 다른 시각과 사유 방식을 이해하도록 하여, 자신과 가족의 신체를 좀 더 자신 있게 간단히 스스로 양생하며 잘 보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난치병을 만나면 또 우리의 전통의학에 도움을 청할 것을 생각하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