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德惠)
【정견망】
명나라 때 무강주(武岡州)에 유환(劉環)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현지의 부호였다. 무강주는 지금의 호남성 무강시 일대다.
어느 추운 겨울날 유환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노복에게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잡아오게 시켰다. 늙은 하인은 물고기를 잡은 후 온몸이 꽁꽁 얼어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유환이 그것을 알고 보상으로 물고기를 그에게 좀 나누어주라고 했다. 그러나 노복은 뜻밖에도 주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원인을 묻자 노복이 대답했다.
“손님 초대에 꼭 물고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인님께서 이런 위험을 무릅쓰게 하신 것은 이런 긴급한 일이 아니어도 완성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 지위가 비천하기 때문입니다! 또 지위가 비천하게 된 것은 전생에 덕(德)을 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저는 금생의 시간을 아껴 채식을 하고 선을 행해 덕을 쌓는데 쓰겠습니다. 그래서 내세에 더는 비천해지지 않겠습니다.”
이때부터 노복은 비린 것을 끊고 생선, 고기 등을 먹지 않았으며 불교의 요구에 따라 선을 행했다. 얼마 후 그가 유환에게 부탁했다.
“저는 이미 나이가 많아서 일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작은 밭이라도 일구게 해주신다면 조용히 불경을 읽으며 생을 마칠까 합니다.”
유환 역시 아주 대범한 사람이라 노복이 부처 수련을 하는 것을 지지했고 그에게 밭을 조금 주었다. 이때부터 노복은 자기의 조그마한 집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불경을 읽으며 평소에는 밭을 일궜는데 남는 양식이 있으면 오가는 곤란한 사람들을 도와주곤 했다. 또 더운 날이면 차를 끓여 주고 겨울에는 죽을 끓여 대접했는데 십년을 하루같이 했다.
유환도 그의 선행을 듣고 어느 날 시간을 내어 찾아왔다. 노복이 말했다.
“제가 언젠가 주인님의 은덕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먼저 와주셨군요.”
그러면서 밭에 가서 채소를 따고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씻어서 유환을 대접하려고 했다. 뜻밖에 우물 옆에서 갑자기 앉은 채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조금의 고통도 없이 떠난 것이다. 유환은 노복이 세상을 떠나자 감탄하며 그의 후사를 처리해주었다.
유환은 비록 부유했지만 아들이 없었는데 그가 돌아왔을 때 한 첩실(妾室)이 마침 아이를 임신했다. 얼마 후 아들을 낳았는데 출산할 때 흐릿한 가운데 노복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곧 아들을 낳았다.
사람들은 이 아들이 바로 노복이 유환에게 보답하기 위해 전생한 것임을 깨달았다. 나중에 이 아들은 어느 현의 주부(主簿)가 되었다. 주부란 문서를 관리하는 보좌관으로 오늘날로 치면 사무실 주임이나 비서실장 같은 직무다.
자료출처: 명대(明代) 서적 《이담(耳談)》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7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