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德惠)
【정견망】
명나라 후기 하남 남양(南陽)에 승려가 하나 있었다. 식사량이 남들보다 월등히 많았기 때문에 큰 바가지란 뜻의 ‘대표(大瓢)’란 별명을 얻었다. 이 대표화상(大瓢和尙)은 늘 마음이 착해서 세상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만들겠다고 맹세했고, 자신은 다리 옆에 살 곳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다리를 건설하는 데 많은 돈이 들지만, 스님은 무일푼이므로 반드시 집안이 부유한 큰 시주가 있어야 돈을 주고 도와야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절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신도들에게 “누가 이 다리를 만들어준다면 화상이 그 분의 자손이 되겠습니다.”라고 외치곤 했다.
명나라 때 당왕(唐王)의 봉지가 바로 하남 남양에 있었다. 당왕의 왕부(王府)는 대표화상이 있는 절에서 15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당왕의 귓가에 늘 “누가 이 다리를 만들어주면 화상이 그 자손이 되겠습니다.”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이에 당왕이 시중드는 내감에게 묻자 대표화상이 자주 이렇게 외친다는 말을 듣고 자세한 전말을 말했다. 당왕이 이 말을 듣고 궁금해 하다가 내감에게 명령해 스님을 왕부로 불러오게 했다. 과연 소박하고 선량한 승려로 보이자 당왕은 그에게 “누가 이 다리를 만들어주면 화상이 그 자손이 되겠습니다.”고 외쳐보게 했다. 들어보니 과연 며칠 전 늘 들렸던 그 음성이었다. 당왕은 신기하게 느껴 곳간에서 은 3천 냥을 꺼내 이 돈으로 다리를 만들게 했다.
돌다리가 완성되던 날, 왕부의 많은 하녀와 태감들이 모두 대표화상이 왕부에 들어와 안채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바로 그때 왕비는 세자(世子 적장자)를 낳았다. 당왕이 즉시 사람을 시켜 절에 가서 스님을 찾게 했다. 수하가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급히 쫓아갔을 때는 이미 대표화상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에 당왕은 스님이 이미 맹세를 지켜 자기 아들로 환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왕의 이 세자는 천성적으로 자비롭고 총명하며 예의를 갖췄고 불법을 행하고 자라면서 해마다 천명의 승려에게 보시했다(이를 천승회(千僧會)라고 한다). 아마도 전생에 승려였기 때문이라고들 했다. 지금 이 세자가 이미 왕위를 계승해 새로운 당왕이 되었다. 이 일은 당시 유명했던 대원선사(大元禪師)가 《이담》을 쓴 왕동궤(王同軌)에게 알려준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록에는 당왕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언급되어 있지 않다.
한편, 대원선사는 명나라 말기의 유명한 의승(醫僧)으로 《소문》, 《난경》, 팔법신침(八法神針)에 정통해서 각종 병증에 침을 놓기만 하면 즉시 완치되었다. 때문에 많은 후궁, 비빈, 대신, 환관과 귀족들이 모두 그에게 예의를 갖춰 대했다. 숭정(崇禎) 말년에 입적했다. 대원선사는 당시 상류사회의 여러 사적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그가 제공한 자료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
이 자료에서 대표화상은 평소 “누가 이 다리를 만들어준다면 화상이 그 분의 자손이 되겠습니다.”고 맹세했고, 결국 이 서원(誓願)이 실현되었다. 그는 정말로 다음 생에 당왕의 아들이 되었다. 맹세를 했으면 반드시 실현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출처: 《이담》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5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