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함(真涵)
【정견망】
차 주전자에 차가버섯을 담그자 남편이 말했다.
“차가버섯을 끊여 먹으면 면역력을 키울 수 있어.”
때로 남편은 또 영지버섯을 넣기도 했다.
어느 날 내가 물을 급히 마시는데 물이 좀 뜨거워서 남편의 차 주전자를 들고 와서 찬물을 부어 식혔다.
내가 막 물을 마시려는데 뜻밖에 주전자가 말을 걸었다.
“주인님, 이 물을 마셔도 당신에게는 아무 작용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나는 의념으로 말했다.
“나도 안단다, 내가 목이 말라서 물을 급히 마시려고 찬물을 좀 탔을 뿐이야.”
그러자 그것이 “오”하더니 알았다고 표시했다.
또 한 번 물을 마실 때 내가 또 유사한 일을 했더니 그것이 또 말했다.
“주인님, 이 물을 마셔도 당신에겐 정말 아무 소용이 없어요, 남편이 마시면 효과가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나도 안다, 물을 급하게 마시니 온도를 좀 낮추려고 했을 뿐이야.”
차 주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물었다.
“이 물을 남편이 마시면 어떤 효과가 있니?”
차 주전자가 말했다.
“당연히 효과가 있는데, 일반인에게는 아주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필요 없는데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요. 당신은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요.”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매우 신통한 주전자로군. 연공인과 일반인의 차이를 알고 있네.’
그래서 또 한번은 물을 마실 때, 컵에 생수를 좀 탔다. 차 주전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한 번은 물을 마실 때 차 주전자가 내게 말했다.
“제 뱃속에 있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 효과가 있어요. 오행 속에서 각 사물마다 각 사물의 이치가 있으니까요. 주인님은 그래도 무시하지 마세요.”
차 주전자의 말을 듣고, 나는 어리둥절해져서, 재빨리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의 마음을 찾아보니, 나 자신이 확실히 사상 속에 무시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물을 끓일 때 늘 차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는데, 때로는 마음속으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옛사람들은 “사람의 마음에 한 생각이 생기면 천지가 다 안다”고 했다. 내가 무의식중에 내보낸 일념은, 얼마나 많은 생명에 의해 감지되었을까? 적어도, 내가 보낸 생각이 차 주전자에 의해 감지되었으니, 차 주전자가 괜히 무시한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변의 일부 생명들도 감지했을 것이다.
나는 자신을 반성해보았다.
내가 남편을 위해 차 주전자에 온수를 채우는 것은 마땅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남편이 돌아오면 항상 하는 일 중에 하나가 물을 마시는 것이다. 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지만, 마땅히 하지 말았어야 할 일념을 내보냈다. 이 일념(一念)은 바로 의심하고, 존중하지 않으며, 경멸하는 생각이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의념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것이다.
차 주전자가 나에게 한 말은 나를 일깨워 주었다. 세상 만사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물과 사물 사이에는 상생상극(相生相剋)의 이치가 제약하고 있다. 나의 의심과 나의 무시는 바로 사물의 이치에 대한 부정이다. 그런데 나는 왜 부정하는가? 자신이 연공인이기 때문에, 공(功) 속에는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건강하고 초상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믿는 구석이 있어서 두렵지 않다는 그런 일념을 내보낸 것이다.
내가 보낸 일념은 집에 있는 물건에 의해 감지되었고, 차 주전자가 일부러 나에게 주의를 준 것이다. 나는 이어서 어떤 사물에 대한 내 자신의 사람의 마음을 찾아보았는데, 이런 경멸하는 마음이 정말 존재했다. 사람에게 분별하는 마음이 있으면 곧 경멸의 뜻을 가지는데, 가령 항아리에 만약 버섯이 아니라 인삼, 녹용을 넣고 끓였다면 나는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물에 대한 나의 태도 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경멸과 오만이 자라났기에 존중하지 않는 사상이나 행위가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수련 중에 바로 잡아야 하는 게 아닌가! 대응하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용량을 확대해야 한다.’
때때로 수련자가 보내는 일념이 옳지 않음에도 자신은 오히려 모르고 여전히 멋대로 행동한다. 나는 차 주전자의 깨우침에 정말 감사해야 한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결말을 내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이 차 주전자가 연공자와 보통 사람의 차이를 알고 있고, 일종의 미혹이 없는 상태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이런 차이를 아는지 묻고 싶었다. 그랬더니 8~9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감지하고 그 안에 생명이 들썩들썩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이 마치 귀엽고 통통한 아이처럼 보였다.
그것이 내 곁으로 달려오더니 말했다.
“주인님이 나에 대해 쓰셨나요? 잘됐네요!”
나는 그것의 기쁨과 열정, 그리고 또 그것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말했다.
“주인님의 장(場 마당)은 아주 맑고 아주 편안해요. 주인님이 연공할 때면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눈을 뜨고 보아요. 주인님이 책을 읽을 때 나는 가끔 찬란한 빛을 보는데 아주 예뻐요. 근데 아이고, 아저씨의 장(場)은 명리(名利)의 장이라 좋지 않아요, 특히 술 냄새와 담배 냄새를 가지고 돌아올 때는 냄새가 너무 고약해요. 그가 물을 부을 때면 저는 코를 막고 있어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차 주전자는 나를 보며 속삭였다.
“작은 주인(딸)이 돌아왔는데, 작은 주인이 왜 게을러졌을까요, 여름엔 그렇지 않았는데.”
내가 말했다.
“그녀가 감기에 걸려서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 네 뜻을 전해줄게.”
그런데 이 차 주전자의 표정이 좀 어색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작은 주인에게 그것의 평가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차 주전자를 보면서 나는 이 차 주전자를 선택하던 당시 광경이 떠올랐다. 눈앞의 차 주전자가 대뜸 말했다.
“나는 잊을 수가 없는데, 그때 내가 자색 주전자와 함께 주인님 앞에 놓여 있을 때 주인님이 ‘어떤 것으로 할까?’ 생각했죠. 나는 속으로 ‘날 가져가세요 날 가져가세요!’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주인님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긴장했어요. 목구멍까지 올라올 것 같았죠. 주인님이 그 자색 주전자를 선택하지 않고 나를 선택하자 내 마음은 기뻐서, 어지러울 것 같았어요, 그 순간 내가 승자였어요. 주인님은 모르시죠, 예전에 저는 뜻대로 못 살았어요! 그 자색 주전자는 도도해서, 자주 나를 깎아내렸거든요. 내 색깔이 예쁘지 않아서 아무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거라고. 차라리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한다고 했어요. 나는 그가 왜 그렇게 나를 악랄하게 대했는지 모르겠어요. 주인은 나를 집으로 데려갔고, 나는 그 거만한 자색 주전자를 떠나게 되어 의기양양한 기분이었어요.”
나는 웃으면서 차 주전자의 경력이 매우 재미 있었다!
내가 말했다.
“너를 데려온 것도 일종의 인연이 아니겠니.”
차 주전자가 말했다.
“그야 물론이죠, 저는 우리 족속을 대표해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상계(上界)에도 생명군(生命群)이 있고, 주전자 왕도 있는데 몸집이 매우 매우 커요. 그들은 나를 선택하여 세상으로 내려가서 수련자와 인연을 맺도록 했어요. 이제 사명을 다한 셈이니 뿌듯해요.”
나도 놀랐는데 알고 보니 그랬었구나!
나는 사존의 설법을 상기했다.
“생명은 왕이 있는 것으로, 다시 말해서 매 하나의 생명은 모두 왕이 있다.”
“그러나 생물은 생물 자신의 왕과 연계되어 있으며 기타 생명과는 연계되지 않는다. 그럼 다시 말해서 비록 그것들이 전체 우주공간 중에 교차되어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자신의 독립적인 체계와 관할하는 왕이 있다. 그러므로 사자도 왕이 있고, 사과도 왕이 있으며, 그 바나나도 왕이 있으며 나무도 왕이 있고 식물, 풀, 꽃 무엇이든 다 왕이 있는바” (《2003년 정월대보름 설법》)
내가 말했다.
“너의 윤회를 좀 말해보렴!”
차 주전자가 말했다.
“나는 그릇, 특히 물을 마시는 주전자를 반복했어요. 알루미늄 주전자, 구리 주전자, 철 주전자, 법랑 주전자, 도자기 등인데 주전자 중 가장 비싼 주전자는 법랑질의 코담배 주전자였어요.”
내가 “그건 분명히 청나라 때였을거야”라고 하자 차 주전자가 말했다.
“맞아요, 패륵(貝勒 역주: 청나라 황실 종친. 베일러)야의 코담배 주전자가 되었는데 도굴될 때 전기 드릴에 망가져서 내가 벗어났지요. 나중에는 플라스틱 주전자로도 되었는데 주인이 소독수를 속에 넣어 나를 들고 사방에 뿌렸는데 뱃속, 목구멍에서 나는 냄새를 오랫동안 잊을 수 없어요.”
내가 말했다.
“생명은 사실 모두 쉽지 않고, 때로는 뜻밖의 일도 겪어야 하는구나!”
차 주전자가 말했다.
“주인님이 나에 대해 쓰셨으니 이 글이 발표되겠죠?!”
내가 말했다.
“아마도 발표되겠지! 내가 쓴 글은 어떤 것은 발표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단다.”
차 주전자가 말했다.
“…당신이 쓴 글이 발표된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물었다.
“설마 내가 컴퓨터를 볼 때 너도 보러 온 건 아니겠지?”
차 주전자가 말했다.
“컴퓨터를 보진 않았지만 주인님이 글을 쓸 때 나오는 생각을 알았거든요….”
그것의 대답은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우리 사유의 움직임을 아주 많은 생명들이 다 알고 있구나….
차 주전자와의 대화는 끝났고, 그것은 지금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전히 듬직하고 단정한 느낌이지만, 나는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이 내게도, 그것에게도, 매우 의미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현묘함이 있다. 만물에는 영(靈)이 있다는 것은 진실하며 거짓이 아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이 글을 좋아해 차 주전자의 이번 행동이 헛되이 되지 않길 바란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