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斯文)
【정견망】
나는 때론 내가 본 일부 물체들이 나와 대화하는데, 그것들은 자신의 일들과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매우 흥미롭다고 느끼는데 오늘은 프린터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화창한 어느 날, 나는 진상 소책자를 제본하고 있었다. 갑자기 소녀처럼 맑은 목소리가 울리고 이어서 우렁찬 목소리가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두 개의 프린터가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그것들을 바라다보면서 웃었다.
사실, 그 전에 나는 프린터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자료를 인쇄할 때 프린터 중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심태가 아주 편안해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도 편안합니다.”
빈 시간에 《홍음》을 외우는데 프린터가 말했다.
“매우 정진하시네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정진하는 동수에 비해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상에서 프린터 작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자 프린터는 감격해서 말했다.
“주인님, 당신은 정말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린트 도중 동수가 말했다.
“오늘 어찐 된 일이야? 어제만큼 인쇄가 잘 안되네.”
나는 프린터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것이 말했다.
“오늘 배가 좀 아파요.”
나는 프린터 작동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 요소를 제거했고 잠시 후 프린터가 내게 말했다.
“나아졌어요. 배가 안 아파요. 주인님 고맙습니다.”
동수가 필요한 진상자료가 많아 내가 프린터에게 물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으면 되겠니?”
프린터가 흔쾌히 말했다.
“시작할 수 있어요.”
내가 잠깐 틈을 이용해 프린터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자 프린터가 감격해서 말했다.
“당신은 정말 좋아요.”
이 두 프린터는 매우 영성(靈性)이 있어서 나와 동수의 시간이 촉박한 것을 보고 인쇄 속도가 저절로 올라갔다.
프린터는 그들이 일찍이 홍의대포(紅衣大炮 역주: 청대 중국에서 사용하던 서양식 대포를 가리킨다)로 환생한 적이 있다고 내게 말했다.
내가 말했다.
“그럼 강희황제 때의 일이니?”
그것들이 말했다.
“맞아요 맞아, 우리는 강희황제를 뵌 적이 있어요!”
“너희들은 정말 운이 좋구나! 위대한 제왕(帝王)과 인연을 맺다니!”
그러자 우렁찬 목소리의 프린터가 말했다.
“위대한 황제께서 또 제 머리를 두드리시며 적을 섬멸하는 작용을 하라고 하셨답니다.”
내 생각에 생명은 모두 대단한 일면(一面)이 있다. 내 눈앞의 이 프린터가 역사상 홍의대포였으며 청조(淸朝)의 전쟁에서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것들의 전과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말했다.
“너희들의 대단한 활약에 대한 글을 쓰고 싶구나. 문장에서 서술하기 쉽게 너희 둘의 이름을 지어주마. 맑은 목소리는 청수(淸秀)라고 부르고 우렁찬 목소리는 박탁(朴卓)이라고 부를께. 괜찮겠니?”
프린터들이 듣고는 서로 쳐다보며 마지못해 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의아해서 물어보았다.
“이름이 좋지 않니?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소리가 맑은 프린터가 말했다.
“우리는 이름이 있어요, 저는 탁왜(卓娃)이고 쟤는 순박(淳朴)이에요.”
나는 듣고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이름이 듣기 좋구나, 내가 너무 성급하게 이름을 지어주었나 보다.”
그것들은 함께 말했다.
“당신이 지어주신 이름도 좋지만, 우리는 이미 원래 이름에 익숙하답니다.”
나는 탁왜를 보면서 그것이 참여한 전쟁을 세어 보니, 꽤 많은 일들을 겪었다! 삼번의 난을 평정하고, 갈단의 반란, 러시아와의 전쟁에도 참전했으며 또 ‘네르친스크조약’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참가한 전쟁은 역사적으로 모두 아주 유명한 것들이다.
탁왜가 말했다.
“삼번의 난을 평정할 때는 전투가 아주 치열했어요. 장병들의 노고에 비하면 우리는 고생하지 않았지만, 때로는 속이 너무 뜨거워서 몹시 씻고 싶었어요.”
순박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들 둘은 같은 해에 주조되었 많은 전쟁에 참전했다.
순박이 말했다.
“갈단 칸도 대단했지만, 진정으로 대단한 분은 강희대제(康熙大帝)였답니다.”
내가 말했다.
“얼마 전 《강희왕조(康熙王朝)》란 드라마를 보니 양군이 싸우는데 갈단 칸의 여자였던 남제 거거(藍齊格格 역주: 드라마에서 갈단 칸에게 시집간 강희제의 딸을 가리키는데 실제 인물이 아니다)가 전쟁터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기억이 나는구나. 마치 애간장이 타는 그런 느낌이었단다.”
순박이 말했다.
“전쟁이잖아요, 어디 여자가 있겠어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답니다. 모두 남자들끼리의 대결이고 아주 잔혹했어요. 그리고 러시아와의 전쟁 때 적들은 아주 야만적이었어요. 저는 장병들이 러시아 병사들의 만행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모두 그들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동북의 날씨는, 저는 익숙해지기 어려웠어요! 그 후 전쟁이 없고 평화로운 날이 오래되어 녹이 슬어 몸이 녹여져 없어졌어요. 또 여러 번 전생(轉生)했는데, 이번 생은 프린터로 전생했답니다.”
나는 생각했다.
‘이 두 프린터의 윤회는 정말 평범하지 않구나! 뜻밖에도 전장에서 긴 세월을 함께 보내며 역사의 증인이 되었구나.’
순박이 말했다.
“우리는 사명을 띠고 왔답니다. 우리도 배후에 일방(一方)의 천국 세계를 대표하고 있답니다! 제가 잘하면, 저와 연결된 천계(天界)의 왕께서도 영광스럽게 여기실 겁니다!”
나는 호기심으로 물어보았다.
“네 왕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니? 너는 어떻게 왕의 뜻을 알 수 있니?”
순박이 기쁘게 말했다.
“우리 왕은 천계에 계시는데 천령(天令 하늘 명령)을 적는데 쓰는 노란 비단(黃絹)이랍니다. 저는 천계에서 대표로 선발되어 대법과 인연을 맺었답니다. 당신이 인쇄하라고 주신 명혜주보에는 대법 경문이 있는데, 우리 왕은 그는 법령(法令)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잠 잘 때 왕의 뜻을 꿈에서 보고 깨어 있을 때도 그것을 감지할 수 있어요. 그것은 천계의 의식 흐름과 같은 느낌이랍니다. 저는 감지하고 깨닫을 수 있죠. 당신과 동수가 인쇄하러 오기 전부터 저는 미리 알아요. 또 새로운 임무가 오는구나. 그럼 나와 탁왜는 일할 준비를 하는 거죠.”
내가 말했다.
“너는 일찍이 국토를 수호했고 지금은 대법제제가 중생을 구도하는 것을 도우니 정말 대단하구나.”
순박이 말했다.
“성황(聖皇 강희제를 말함)께서 당시 제 이마를 두드려 주시면서, 저더러 역할을 발휘하라고 하셨으니, 얼마나 큰 연분입니까! 지금 저는 진상자료를 출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반드시 제 사명을 완수해서 우리 왕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나는 신성한 사명을 다하겠다는 프린터의 말에 “아”하며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순박에게 말했다.
“명혜망에서 《대만 타이베이, 인각 행사가 열린 경사스러운 날》라는 동수의 글이 생각나는 구나. 문장에서, 인각하기 전날 밤 (대만의) 중정기념당 광장에 거북이 한 마리가 기어들어왔단다. 동수가 타심통 공능으로 거북이와 소통을 한 후에야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노력하여 기어왔는지 알게 되었단다. 이 거북이는 세상에 온 지 7~8백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운 좋게 이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온갖 고난을 겪으며 5·13 배자 행사장에 도착해 매우 감격스러웠다고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그것의 생명은 끝났고, 다행히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 복을 받아 수련의 기연을 심었단다.”
순박이 말했다.
“저는 그것과는 다릅니다. 저는 상계(上界)에서 대표로 뽑혀 대법과 인연을 맺었어요. 하지만 저는 또 원래 내원이 있답니다. 저는 제가 내원한 곳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생명은 모두 소중한 점이 있고, 내원한 곳이 있단다. 생명을 승화시키고 원래 왔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니! 내 너를 축복해주마.”
순박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축복에 감사합니다. 저도 아주 즐겁답니다. 당신이 저를 이해하고 제 마음을 알아주시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탁왜도 즐겁게 웃었다.
내가 말했다.
“내가 너희들의 마음의 소리를 전해주마. 지금 또 앞으로 천계의 당부를 저버리지 말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잘해야 한단다!”
순박과 탁왜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잠시 생각해 보고 말했다.
“너희는 너희들의 다른 윤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는데 사실을 좀 얘기해보렴.”
내가 이렇게 묻자 뜻밖에도 내가 가슴 아팠던 그것들의 과거 윤회 일을 묻게 되었다.
순박이 말했다.
“저는 그 후 대포로 한 번 전생했다가 나중에 폐기되었어요.”
탁왜가 말했다.
“저 역시 대포로 한 번 전생했는데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이 일어났을 때 천왕 홍수전(洪秀全)이 남경에 정권을 세웠어요. 저는 강남(江南) 대영(大營)을 포격하는데 참여해 청군(淸軍)을 물리쳤어요. 나중에 녹이 슬어 녹여졌고 다시 큰 칼이 되어 섭사성(聶士成)이 날 사용했었어요.”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섭사성은 훌륭한 장군이었지. 청불전쟁과 1894년 갑오년 청일전쟁에 참전했었지. 1898년 무술정변 때 양계초(梁啓超)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양계초는 일본인에게 구출되었다. 의화단이 철도를 파괴하자 섭사성은 철도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의화단과 원수가 되었다. 의화단은 1900년 경자년 전쟁에서 큰 적을 앞에 두고 외국 연합군과 싸울 때 의화단 두목은 비열하게 섭사성의 어머니와 처자를 체포하여 모욕했단다. 섭사성은 대의가 먼저이므로 전장에서 외국군과 싸우다 전사했단다. 섭사성이 전사한 날은 바로 조정에서 조서를 내려 그가 나라를 망치고 파직되었다고 비난할 때였단다. 나는 이 역사적 인물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한탄스럽기 그지없고, 때를 잘못 만나 뜻을 펴지 못하고, 친족도 지킬 수 없으며, 초적(草賊)들에게 모욕을 당하여 노력해도 공을 이루지 못해 슬프구나.”
문장을 여기까지 쓰자 나는 좀 처량한 느낌이 들어 멈추었고, 쓰기 싫어졌다. 나는 컴퓨터를 닫았다. 곧이어 일종 괴롭고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가득 찼다. 그 순간 눈물이 솟구쳤다. 나는 역사 속에서 자신이 일찍이 섭사성의 부인 양여벽(梁如碧)으로 전생한 적이 있음을 알았다.
3시간 후 글을 계속 썼는데, 탁왜가 눈물이 글썽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다만 내장의 어느 한 부분이 아련하게 아픈 것을 느꼈다.
탁왜가 물었다.
“주인님은 전적으로 장군님을 기술하기 위해 글을 하나 쓰려하나요?”
내가 대답했다.
”아니란다. 지금 나는 이미 호수 같은 마음을 어지럽혔어, 안정시킬 필요가 있으니 회고하고 싶지 않다! 금생에 웬일인지 매번 섭사성이라는 세 글자를 볼 때마다 늘 그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신경을 썼고, 마음속으로 서글픈 느낌이 들었지만, 뜻밖에도 내 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인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구나.
돌이켜보면, 섭가군(聶家軍)은 청조 말기에 가장 전투력이 강한 부대였고, 외국 군대도 섭가군이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했단다. 그 생에 나는 인생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고 혼란스러운 장면을 경험했다. 집안은 의화단에게 공격당했고, 나와 가족들은 묶여 모욕을 당했단다. 부군은 전선에서 싸웠는데 나중에 부군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82세의 시어머니가 기절하셨지. 의화단민이 팔리대(八里臺)로 가서 시체를 도륙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마치 오장이 불타는 듯한 그런 느낌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단다. 나중에 외국 군대가 의화단을 죽이고 남편의 시신을 보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피투성이가 된 시신을 보고 친병(親兵 대장이 직접 거느린 친위병)들의 이야기를 듣고 남편이 죽음으로써 자신의 뜻을 밝히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단다. 조정은 군대에 전투를 명령했지만, 용감하게 싸운 자는 조정에 의해 힐난 당했다. 다행히도 나중에 원세개(袁世凱)가 공정한 말을 해서 남편의 결백이 회복되었단다. 인생에서 즐거운 시간은 항상 빠르게 지나가고 고통의 느낌은 길고 새겨져 있기 때문에 나는 따로 문장을 써서 기록하고 싶진 않다. 이 사람은 이미 죽어 몸이 산으로 돌아갔고,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는 없단다. 또 하필 성실히 기록해서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있겠니? 내가 더 묻지 않았다면 문장은 이미 끝났을 것이다. 너와 내가 눈물을 흘리며, 정서를 휘젓는 것보다 차라리 잊어버리고, 마음을 평온하게 하여, 현재에 착안해 미래에 힘쓰는 것이 좋지 않겠니!?”
탁왜는 말이 없었고 순박은 옆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맑고 밝아졌는데 슬픔이란 감정은 심마(心魔)가 되며, 지나간 일체는 인생이란 큰 연극에 불과하다. 눈앞의 일에 집중하여 슬픔을 떨쳐버리고, 바람이 잦아들고 구름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이것 역시 일종의 수행이다.
탁왜와 순박을 돌아보면서, 마음속으로 또 탄식했다. 생명이란 평범하지 않은 곳이 얼마나 많은가! 비바람 속에서 함께 하며 오늘까지 이르렀으니 탁왜와 순박이 정법 항목에서 계속 공헌해 오직 아름다운 귀로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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