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善喜)
【정견망】
하편(下篇)
월왕 구천이 오나라 도성 고소(姑蘇)를 함락시키자, 범려(范蠡)가 군사를 파견해 서시와 시녀 앵앵 및 도도를 몰래 성 밖으로 내보냈고 진택(震澤 지금의 태호)의 배 위에서 범려를 만났다.
범려는 뱃머리에 서 있었는데 의관이 단정했고 표정이 쓸쓸했다.
서시가 물었다.
“대부(大夫)께선, 소녀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실 건가요?”
범려가 슬프게 말했다.
“월왕이 오나라를 정복하면 반드시 중원을 장악하고 패권을 다투기 위해 창생이 큰 겁난에 빠질 것이다. 구천은 흉금이 좁고 각박하며 은혜가 적다. 또 전쟁을 좋아하며 어질지 못하고 살생을 좋아하니 나라 안에 있으면 죽고 밖에 있어야 살 수 있다. 내 장차 너를 초 지역의 태화산(지금의 무당산)으로 보내 너와의 도연(道緣)을 이어갈 것이다. 그 후 나는 산림에 돌아가 은거할 것이다.”
서시는 배 안에서 무릎을 꿇었는데 안색이 슬퍼 보였고 눈썹이 약간 찌그러지고 두 눈이 촉촉이 젖었다.
범려가 또 말했다.
“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성수(星宿)가 세상에 강림한 것이고 오왕 역시 마찬가지다. 천하의 대세(大勢)는 크고 넓어서 따르는 자는 창성(昌盛)하고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속세의 어지러움은 모두 하늘의 뜻이다. 복과 재앙은 도법(道法)에서 나오며 사랑과 미움을 벗어나지 않는다. 속세의 만상(萬象)은 고통과 즐거움이 섞여 있고 복과 재앙이 서로 의지하니, 사직의 몰락과 부귀와 생사는 고금(古今)에 한가지 이치다. 너는 선근(善根)과 도연(道緣)이 있으니 반본귀진해서 천정(天庭 하늘 조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임무다.”
서시가 그의 말을 듣고는 공경하게 절을 올리며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달만에 일행은 초(楚)나라 땅인 상용(上庸 지금의 호북 십언 지역)에 도착했다. 범려는 서시를 위해 개인 농장을 구매했다. 농장은 약 400무(畝)였고 약 50명의 농노로 구성된 8가구, 소 4마리, 말 4마리, 총 48마리의 다양한 가금류를 사육했다. 이른 아침, 범려는 안채에 앉아 서시의 인사를 받은 후, 앵앵과 도도가 서시의 양쪽에 섰다.
범려가 말했다.
“도(道)가 음양(陰陽)을 낳고 만물을 화생(化生)한다. 천지음양의 오묘함을 품고 그 상(相)이 둘도 없고 그 형상이 우뚝하다. 하늘에는 신(神)이 있고 땅에는 귀(鬼)가 있으며 조류는 태어남이 있고 짐승은 죽음이 있으니 반복해서 숫컷과 암컷이 되며 생화(生化)해서 여자가 되고 남자가 되니 이는 자연의 수(數)라 바꿀 수 없노라.
대도(大道)는 감춰져 있어 흔적이 없으며 소박해서 형태가 없다. 도를 닦는 사람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속세를 초월해 성스러운 곳에 들어가 생사를 벗어나야 한다. 도(道)와 같은 체가 되어 태어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증가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아 천지와 함께 영원히 굳건하며 일월(日月)과 함께 빛을 발한다.”
범려는 《장생술》 도법(道法)의 의미에 대해 진일보로 설명하고 서시에게 선연(仙緣)이 많아 선단(仙丹)을 먹어 수도 층차가 지선(地仙)의 경계를 초월할 거라고 했다. 또 장차 수도선법의 하권인 《신선술(神仙術)》을 서시에게 전하고 백일 간 도를 말한 후 마침내 떠났다.
수년 후, 도도는 장원의 한 농부와 결혼해 6남 1녀를 낳고 농사를 지으며 장원을 관리했다. 앵앵은 결혼 후 불행하게도 남편이 죽고 아이가 없어서 서시와 함께 지냈다. 서시는 하루 종일 가부좌 수련하는 외에 늘 앵앵 도도와 함께 태화산에 들어가 진기한 약초를 채취해 단약을 만들었다. 수십 년간 신농가(神農架) 산 구역 및 진령 산맥 파촉(巴蜀) 지역을 두루 다녔다.
어느 해 겨울 집 밖의 산에는 눈이 내리고, 모든 것이 황량하고, 밤이 깊고, 바람이 매서웠다. 실내의 등불은 따뜻한 노란색 빛이 깜박이며 창호지에 주인과 하녀 두 사람의 실루엣이 비췄다. 앵앵은 백발에 주름이 있었으며, 삶의 변화를 담은 친절한 눈빛을 담고 있었고 그녀의 맞은편에는 서시가 앉아 있었다. 놀랍게도! 수십 년간 수도에 정진하고 선단영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서시는 마치 시간의 흔적이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깨끗하고 흠잡을 곳이 없으며, 표정은 충만했고 얼굴에선 빛이 났으며 아름다웠다.
장기간 입정 중에서 서시는 사려(思慮)가 청정해졌고 유(有)에서 나와 무(無)로 들어갔으며 형체를 연마해 도를 얻어 천선(天仙)의 경계로 뛰어올랐다. 물상(物相)의 다양한 형태가 모두 조화를 이뤘다. 마음에 따라 움직이고 바람을 타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신기한 변화가 백출하고 만 가지 단서로 변화했다.
이어서 수년간 앵앵과 도도가 잇따라 세상을 떠났고 서시 역시 늘 심산에 들어가 신선의 동부(洞府)를 찾아 가부좌 입정하며 세속의 교란을 끊고 여러 해 돌아가지 않았다.
서시는 파촉까지 행각했다.
(중략)
산 그늘에는 소나무 가지와 덩굴이 싱싱하고 풍성했는데 약초의 기가 있는 듯 없는 듯했으며 서늘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절벽의 아주 그늘진 곳에서 희귀하고 특이한 것들이 자랐다. 이 절벽의 틈새에 식물의 가지와 덩굴이 있는데, 두께는 나무통만 했고, 표피는 손상되어 마치 여자의 모습으로 드러났는데 머리카락이나 눈썹은 없었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그녀는 오감을 모두 갖고 있으며 얇은 이마와 큰 가슴을 갖고 있다. 선서(仙書)의 기록에 따르면 이는 선가(仙家)의 영물로 흔히 육계(肉蓕)로 알려져 있다.
이 물건은 대음(大陰)의 땅에서 천년을 자라며 천지의 정화를 모아 사람 모습으로 변하는데 그 약성은 음한(陰寒)해서 음(陰)을 기르고 몸을 기르며 마음을 깨끗이 하고 정신을 기른다. 수도인이 먹으면 근본을 튼튼하게 하는 큰 효과가 있으며 지극히 희귀해서 얻기 힘들다. 갑자기 나뭇가지와 덩굴뿌리에서 가늘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자세히 보니 거대한 들쥐 다섯 마리가 나뭇가지와 덩굴뿌리를 거의 끊어버릴 정도로 갉아먹고 있었다.
서시는 서둘러 산 쥐를 쫓아내기 위해 주문을 걸었지만 산의 정령인 육계는 이미 뿌리가 잘렸고 나뭇가지에 있는 청색 여인의 몸은 마치 고통스러운 듯 슬픈 표정을 짓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서시는 사람 형상의 육계를 선동(仙洞)에 가져가서 쪄먹었다. 맛은 우아하고 향긋하며 부드럽고 섬세했다. 이를 먹은 후 며칠이 지나자 몸 전체가 상쾌해지고, 백맥(百脈)이 조화로워졌으며, 머리카락과 피부에서 식물 특유의 향기가 났다. 피부가 매우 하얗고 부드러우며 매끄러워졌다. 배고픔이나 목마름이 느껴지지 않아 3년 동안 가부좌 수련을 했다.
출정한 후 서시는 태화산 농장으로 돌아와 몇 달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신농가의 심산 깊은 곳으로 갔다. 가파른 봉우리, 깊은 협곡, 기이한 산, 바위, 꽃, 동물, 새 등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가끔 산에는 온몸에 갈색 털이 난 야인(野人 야만인)이 보였다. 야인은 키가 크고 힘이 세며 빠르게 움직이고 짙은 갈색 눈을 갖고 있으며 사람 말을 하지 않고 울부짖고 포효만 할 뿐이다. 서시는 산속 동굴에서 수련하면서 야인을 관찰했다.
산속 야인들의 조상은 신농(神農)이 통치할 때 살던 산인(山人) 집단이었다. 그들은 신농을 황제로서 존경했지만 실제로는 사신(邪神)을 믿고 귀매(鬼魅 귀신과 도깨비)를 공양했다. 그들은 왕법(王法)의 교화를 거부하고 덕(德)이 없고 악행을 저질러 천벌을 받았으며, 외형도 점차 짐승처럼 변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신농 가문의 혈통이 남아 있어 오늘날까지 지속되었다. 야인들은 산에서 야생 과일을 먹고 생고기를 먹으며, 산기슭의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산귀(山鬼) 또는 산도(山都)라 부른다.
서시는 산속에서 도를 닦으며 멀리 세상의 번잡함을 피하고 입정 속에서 지혜로 보았다. 세월은 물처럼 흐르고 속세는 꿈과 같아서 만물은 태어나면 곧 소멸하며 결국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서시는 정(定)중에서 동굴 밖에서 한 영물(靈物)이 엿보는 것을 느꼈고, 법안(法眼)으로 보니 산속에 있는 스라소니로 몸이 눈처럼 하얗고 눈은 빛나고 있었다. 이것은 이미 천지의 영기(靈氣)를 얻어 2백 년 넘게 살아왔다. 서시는 계속해서 가부좌하고 입정 수련을 했는데 입정한 3년 동안 흰 스라소니는 여러 번 동굴 밖을 어슬렁거리며 떠나기를 거부했다. 제한된 시간이 끝나자 서시는 출정해서 동굴 밖으로 나갔다. 이른 봄이라 숲속에는 나무들이 자라고, 풀들은 푸른 가지와 새싹을 드러내며,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봄바람에 가볍게 춤추는 듯했다.
서시가 동굴 밖에 선 것을 본 흰 스라소니는 동굴 입구에서 멀지 않은 땅에 웅크리고 있었고, 주둥이를 앞발 사이에 엎드린 자세로 두고 입에서 계속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서시는 자신의 타심통(他心通) 공능을 사용해 스라소니의 생각을 알았다. 스라소니는 속으로 노파 같은 목소리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200년 전 산에서 먹이를 구하다가 야생곰을 만나 먹이를 뺏기고 크게 다쳐 죽을 뻔했습니다. 우연히 산속에서 수도하던 한 선인(仙人)이 지나가다가 제가 중상을 입고 죽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뱃속의 태아도 난을 당했습니다. 이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선단(仙丹)을 먹고 상처약을 바른 후 백일동안 수양하자 평소처럼 회복되었습니다. 그 이후 선인을 따랐는데 그는 저를 ‘소백(小白)’이라 불렀습니다. 선인이 우화등선할 때 그에게 선단 하나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장래에 흰옷을 입은 사람이 산속에서 도를 닦는데 너와 큰 연분이 있으니 기다려라.”
최근에 선자(仙子 여자 도가 수련인에 대한 존칭)가 동부에서 수도하는 것을 보니 선기에 둘러 쌓여 일곱 색깔 빛이 나기에 특별히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니 선인께서 부디 소백을 거둬주십시오. 소백은 선인의 호법이 되어 큰 공덕(功德)을 성취하고 싶습니다.”
서시는 공능으로 소백이 확실히 자신과 인연이 있음을 확인한 후 “그럼 머물며 내 곁을 지켜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을 흔들자 스라소니가 서시의 발 아래로 기어갔다. 서시가 가슴에서 복령(茯苓) 선단(仙丹) 하나를 꺼내 소백에게 먹였다. 소백은 일어나 서시의 옷에 머리를 부드럽게 비비며 행복한 소리를 냈다. 소백은 서시를 따라 농장으로 돌아왔다. 농장의 남자, 여자, 아이들은 매우 놀라서 늘 소백을 지켜봤지만 소백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스라소니는 늘 서시 옆을 따라다녔다. 서시가 깊은 산속에 들어가 약을 구하거나 가부좌하고 입정에 들어가면 늘 소백의 자손들이 산속의 새와 짐승을 잡아서 소백을 공양했다. 여분의 육식이 너무 많자 서시는 채취한 약초를 섞어 소금에 절여 바람에 말렸다. 소백의 등에 육포를 짊어지고 산기슭 농장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그러자 장원 사람들은 천으로 두 개의 가방을 만들어 소백의 등에 얹고 옷과 생필품을 가져가게 했다.
서쪽의 태화산(무당산)을 따라 진령(秦嶺)산맥과 대파(大巴)산맥, 진파(秦巴)산맥이 수천 리에 걸쳐 있다.
이 깊은 산속에 호랑이, 표범, 곰 등 여러 종류의 사나운 짐승뿐만 아니라 영양과 소, 당나귀 늑대, 독각수(獨角獸 유니콘) 등 다양한 종류의 짐승들이 있다. 독각수는 뿔이 하나인데 큰 영양을 닮았다. 독각수는 갈색을 띤 검은색 털과 이마 중앙에 황소 뿔만한 크기의 검은색 곡선 뿔이 있는 큰 영양을 닮았다. 암컷은 이마 앞에 작은 뿔이 있다.
아홉 가지 선초(仙草 신선의 약초)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영지(靈芝)는 진령산맥 절벽에서 자란다. 몇 달 동안 천 년 된 영지를 찾아 헤맨 서시는 산에서 다른 약초를 찾아 영지를 물약으로 만든 다음 선동을 찾아가 입정했고, 입구에서 멀지 않은 동굴 입구에 소백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별이 운행하고 계절이 변함에 따라 입정에 들어간 서시는 깨달았다. 인생이란 아침 이슬과 같아서 도(道)가 없는 사람은 마치 뿌리 없는 나무나 근원이 없는 물과 같다. 인생이란 여행과 같으니 백대(百代)의 나그네다. 껍데기 육신에 집착함은 근본을 버리고 말단을 쫓는 것이니 사람 몸을 버리고 가짜를 빌려 진짜를 수련해, 사상이 텅 비면, 먼지와 때가 없어지니, 태허(太虛)로 다시 돌아가, 한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한 생각도 생기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적멸(寂滅)해졌고, 깊은 입정 속에서 세월 가는 줄도 몰랐다.
몇 년 후, 서시가 출정하자 여전히 동굴 앞에 누워있던 소백은 서시가 출관(出關)한 것을 보고 서시 옆에서 기쁘게 뛰어올랐다. 서시가 손가락을 꼽아보니 이미 9년간 입정했다. 서시는 영지 선단을 하나 먹고 소백에게도 하나를 먹였다. 태화산 농장으로 돌아가는데 계곡에서 점박이 호랑이 한 마리가 산허리를 올려다보며 포효했다. 소백은 머리카락이 쭈뼛 세우며 으르렁 거렸다. 호랑이가 산비탈을 향해 달려왔다. 서시는 가만히 서서 마음을 조용히 하고 ‘지금주(地禁咒)’를 외우기 시작했다. 호랑이가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자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큰 소리로 통곡하며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땅에 쓰러졌다. 주문을 다 외운 후 호랑이는 간신히 일어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꼬리를 땅에 끌고 재빨리 산 아래로 도망쳤다. 서시가 ‘지금주’를 두 번 더 외우고는 소백을 따라 산을 내려왔다.
농장으로 돌아오자 농장의 남녀노소들은 모두 서시를 “조상님”이니 “신선 할머니”라고 부르며 끊임없이 절을 올렸다. 서시는 “대도(大道)를 행함에 천하에 공정해 마땅히 중생을 교화하고 만물에 은택을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서시는 장원의 여러 사람들에게 도법(道法) 진리를 말해 여러 사람들에게 덕(德)을 근본으로 하고 악행을 제거하며 청심과욕(淸心寡欲)하고 선을 행하고 덕을 쌓고 수진양성(修真養性)하며 반박귀진(反樸歸真)해야 한다고 교화했다. 장원 사람들은 서시가 백 살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비단 같은 검은 머리카락, 아름다운 외모, 우아하고 온화하며 차분하고 밝은 젊은 여성처럼 보이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속으로 서시의 도법이 고심함에 감탄하며 속으로 기뻐하며 그녀의 가르침을 따랐다. 그 이후 장원에 재앙이 사라지고 상서로운 징조가 마을을 감싸며 복이 지속되었다.
서시가 속세를 다닐 때는, 모자(넓은 테에 흰 천으로 얼굴을 가림)를 쓰고, 흰옷을 입고, 그 옆에는 스라소니가 따랐다. 스라소니는 온몸이 흰색이었고 성정이 온화했다. 사람들이 보고 모두들 흰옷을 입은 기이한 여자라며 산속의 신선이 우연히 속세에 들어온 것이라 여겨 앞을 다퉈 경배했다.
어느 날 희수(浠水 호북성 황강 지역)의 한 산골 마을을 지나던 서시는 집집마다 하얀 깃발을 내걸고 우는 것을 보았다. 서시가 마을로 올라가 마을의 한 할머니에게 왜 거기 있는지 묻자 한 노파가 말했다.
“귀인(貴人)께선 모르시겠지만, 마을에서 얼마 전 노인과 젊은이 20여 명이 배를 타고 현성(縣城)에 가다가 몇 리를 가자 조용하던 강물에 갑자기 큰 파도가 일더니 배가 강속에 침몰해 말을 사람들이 다 수장당했습니다. 이때 산을 지나던 사람이 물속에서 교룡이 물을 휘젓는 것을 보고 이 사악한 교룡의 짓임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말을 마치고 통곡하면서 몹시 상심했다.
서시는 마을에서 강가로 나가 가방에 나무 그릇을 넣고 강물을 가져다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교룡을 불러 물어보려 했다. 잠시 후 바람이 맹렬히 불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울리더니 비가 쏟아지고 거대한 파도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혼탁한 파도 속에서 헤엄 치는 외뿔 용이 나타났다. 눈은 검붉었고, 시선은 사나웠는데, 횃불처럼 깜박였다. 서시를 보고는 황소처럼 포효했다. 서시에게 사유전감(思惟傳感)으로 중년 남자의 사나운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너는 누구냐, 왜 내 잠을 방해하고 나를 불러서 무엇하려 하는가?”
서시가 말했다.
“너는 왜 강에서 20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느냐?”
교룡이 말했다.
“그 마을 사람들이 늘 신명(神明)에게 무례했고 종종 대변과 소변을 강에 버려 물을 오염시켰다. 그들을 죽이는 것은 사람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다.”
서시가 말했다.
“나라에는 국법(國法)이 있고 선가(仙家)에는 선규(仙規 신선의 법규)가 있다. 이 일은 마땅히 하늘 조정에 보고해 악인을 처벌해야지 무고하게 세인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죄다! 죄다!”
악용이 포효하며 말했다.
“너는 누구냐, 이 문제는 너와 아무 관련이 없으니 빨리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죽일 것이다.”
서시가 말했다.
“수도하는 사람은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고 천법(天法)과 인도(人道)를 수호함은 수도인의 책임이니 많이 말할 필요가 없다.”
악룡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죽고 싶은 게로군.”
그런 다음 강에 뛰어들어 잠시 강이 솟구치고 비가 내리고 물이 맹렬하고 파도가 제방 위로 굴러갔다.
서시는 폭우 속에 서서 가만히 서 있었고 표정은 담담했으며 “천금주(天禁咒)”를 외우기 시작했다. 서시의 몸에서 무수한 흰 기운이 일어났고, 입에서 한 갈래 흰 빛을 쏘니 물속의 교룡을 향했다. 물속의 교룡이 멋대로 굴다가 갑자기 칼과 도끼에 맞은 것처럼 처음에는 무감각하며 움직이지 않다가 나중에 격렬하게 몸부림을 쳤다. 잠시 후 용이 강물에 떠올라 하얗게 변했고 움직이지 않았다. 서시가 목소리를 멈추자 교룡이 허약한 목소리로 애걸했다.
“더는 주문을 외우지 마세요!“
서시가 말했다.
”세인들에게 악을 행하지 말고 속세의 법질서를 어지럽히지 말며 수부(水府)로 돌아가거라.“
교룡이 말했다. “삼가 법지(法旨)를 따르겠습니다.” 그러더니 몸부림치면서 물속으로 들어가 떠났다. 갑자기 비가 그치고 구름이 열리고 안개가 흩어지고 하늘은 씻은 듯 맑고 바람은 온화하고 산은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서시는 이 일을 끝냈다고 생각해 스라소니와 함께 떠났다.
서시는 천하를 행각하며 선을 장려하고 악을 억제하며 도법의 진정한 뜻을 실천했다. 천지를 본받아 마치 상선(上善)의 물이나 상덕(上德)의 골짜기처럼 겸손하고 공경했으며 하늘을 공경하고 생명에게 선량했다. 창생을 흉금에 품고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실었으며 근면하게 깨달아 청정하고 사려가 없었다. 완전히 나를 잊고 대도(大道)를 투철히 깨달았다. 비록 몸은 속세에 있어도 마음은 방외(方外)에 있었다.
세월은 순식간에 흘렀고 속세 500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속세 생명들의 사소한 일들은 순식간에 과거가 되어버렸다.
서시는 행각하다 서악(西嶽) 태화산에 가서 신선의 동부를 찾아 18년 동안 입정에 들어갔다. 어느 날 밤 자시에 서시는 비둘기알 크기의 큰 단이 복부에서 빛을 내더니 점차 커지면서 거대한 소리와 함께 온몸의 뼈마디가 진동하더니 순식간에 과거와 미래 모두 모르는 것이 사라졌다. 그녀의 진신(真身)은 원래 성수(星宿)였고 천상의 변화에 따라 속세에 떨어졌으며, 하늘의 뜻을 받들어, 속세의 꿈을 한번 겪으며 역사적인 사명을 완성하고 장차 도를 이뤄 귀위할 것이다. 과거의 각종 일 및 미래의 일들이 생각났다.
스라소니 소백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단이 터져 각성했고 급히 동굴 안으로 들어가보니, 서시가 가부좌하고 좌정한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서시 옆에 누워 발에 머리를 대고, 입과 코에서 한 가닥 흰 기운이 모이더니 작은 백색 빛의 구가 되어 서시 앞에서 오랫동안 멈추며 떠나지 않았다.
서시가 말했다.
“소백이 오랫동안 나를 도우며 온갖 마난을 겪고 500년 속세의 세월을 보냈으니 정말로 소중한 것이다. 세간의 일체는 다 인연이 있으니 인연이 있으면 모이고 인연이 다하면 흩어진다. 너는 지금 공덕이 원만하고 앞길이 아주 좋으니 우리 서로 각자의 길로 돌아가 천명(天命)을 편안히 하자. 도법은 허무(虛無)하고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니 인연에 따라 일어나고 인연에 따라 멸(滅)한다. 여기서 인연이 다했으니 돌아가라.”
빛의 공이 동굴 바깥으로 나가 스라소니 소백의 예전 형상으로 변해 떠났고 소백 혼백의 눈에는 형형한 눈물이 떨어졌고 동물의 얼굴이 점차 사람의 얼굴로 변했고, 네 발이 각각 사람의 손과 발로 변했으며, 마침내 멋진 묘령의 여인으로 변신해 호법 금갑신(金甲神)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갔다. 서시는 소백이 지살성(地煞星)으로 전세(轉世)했고 사명을 원만히 완성해 하늘로 날아갔음을 알았다.
새벽 하늘에서 천악(天樂)이 울리고 자의(紫衣) 선관(仙官)이 원시천존(原始天尊)의 법지를 전달해 혜성의 수주(宿主)가 귀위(歸位)한다고 선포했다. 하늘에서 수많은 천병천장(天兵天將)들이 나타나더니 두 마리 말이 끄는 하늘 수레를 호위하고 12팀의 천녀들이 안내했다. 서시의 진신(真神)은 육신을 버리고 손을 저어 동부(洞府)를 봉폐하고 인도하는 천녀들을 따라 하늘 수레에 올라 천정(天庭)으로 돌아갔다.
결론
시간은 쉽사리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으며, 내 마음속에는 그 신체가 이미 오랫동안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잃었기에 비로소 내가 결코 “소유”하지 않았음을 똑똑히 알았다. 생명이 마난을 겪는 고통과 무력감이 종종 내 마음을 흔들었고, 나는 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 세계에 왔는가? 나는 왜 사는가? 내 인생에는 왜 늘 그렇게 많은 고통이 있는가?”
금생에 나는 운 좋게도 불법(佛法)을 들을 수 있었고, 대법 수련 속에서 마침내 생명이 존재하는 이유와 생명이 존재하는 진정한 의미는 ‘반본귀진(返本歸真)’임을 깨달았다. 21년의 정법 수련에서 가장 어두웠던 세계 속에서 가장 잔혹한 인성의 연옥을 거치며 파룬따파의 법리는 마치 어둠 속의 등대처럼 방황화 죽음의 함정에서 나를 나오게 했고, 사망 위협의 마난 속에서 나는 진정으로 생사를 내려놓고 일찍이 창세주와 뭇신들에 했던 사전(史前) 약속을 실현해 견정하게 우주 진리를 실천하는 길에서 걸어가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선량한 세인들이 모두 파룬따파에서 생명의 진정한 귀숙(歸宿)을 찾고 가장 아름다운 미래와 행복을 가질 수 있기를 축원한다.
(끝)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67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