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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수련이야기〗왕선인(王善人)의 “부처수련[修佛]”

〖고대 수련이야기〗왕선인(王善人)의 “부처수련[修佛]”

【명혜망 2005년 8월 1일】옛날에 왕(王)씨 성을 가진 한 사람이 있었는데 천성이 선량하고 남을 돕기를 좋아하며 한마음으로 부처를 공경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왕선인(王善人)”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그는 사찰에 가서 자신이 언제 정과(正果)로 수련성취될 수 있을지 점을 쳐보았다. 화상은 그에게 “당신이 매일 매일 부처님을 공경하고 부처님께 향을 바친다면 언젠가 향(香) 재가 3석(石) 6말이 될 때 그 재를 가지고 서방에 가서 불조(佛祖)를 뵈면 정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오.”라고 알려주었다.

왕선인은 돌아온 후 이 말에 따라 경건하게 실천했으며 세월이 지나자 드디어 몇 년 후 3석 6말의 향 재를 모을 수 있었다. 이에 그는 당나귀 한 마리를 사서 대부분의 재를 당나귀 등에 싣고 자신도 등에 한 짐을 짊어지고 곧 길을 떠났다. 왕선인이 당나귀를 몰아 하루 종일 가다보니 어느 덧 서산에 해가 저물고 입도 마르고 혀도 갈라졌다.

날이 어두워져 여관을 찾아 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서쪽으로 가는 길 위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고는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디에서 오는 사람인가, 이름은 어떻게 되나? 이렇게 무거운 짐을 싣고 대체 무엇을 하러 가는가?” 왕선인은 일일이 대답을 해주었다. 노인은 “그럼 좋아, 우리가 길동무가 된 것도 반드시 인연이 있을 것이네. 지금 내게 청이 하나 있는데 자네가 들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왕선인이 무슨 일인지 묻자 노인은 “내가 오늘 하루를 걸어보니 더 이상은 못 걷겠네. 자네 나귀 등에 좀 태워줄 수 없겠나?” 왕선인은 매우 난처했지만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았다. “기왕에 덕을 쌓고 선을 행해왔으며 노인이 피곤하고 지쳐있으니 어찌 돕지 않겠는가?” 이에 당나귀 등에 실은 재의 반을 덜어 자신이 짊어지고 노인을 태운 당나귀 등에 태운 채 가게 되었다.

노인은 당나귀에 오르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또 왕선인에게 물었다. “아이고! 자네 방금 어디로 간다고 했지? 내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건망증이 심하거든!” 왕선인은 인내심을 가지고 노인에게 자신은 서방에 가서 생불을 알현하고 진심(眞心)을 표현하려 한다고 알려주었다. 노인은 “아, 이제 분명히 알았어.”라고 말했다. 날이 어두워져 여관에서 쉬면서 왕선인은 생각했다. “이 노인을 나귀에 태우고 가자면 너무 느리고 또 피곤하다. 도대체 언제 서천(西天)에 가서 생불(活佛)을 만나 뵐 수 있겠는가? 안 되겠다. 내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서 이 거치적거리는 노인을 떼어놓아야겠다.”

새벽 동이 터 올 무렵 왕선인은 나귀에게 달려가 향 재를 조용히 싣고는 길을 떠나 서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마을 입구 길모퉁이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을 보게 되었다. 노인은 왕선인의 길을 막고는 “어이, 왕선인! 이 사람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자네가 아주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네. 우리가 기왕에 인연이 있어 길동무가 되었는데 자네가 어찌 이렇게 나를 버리고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날 수 있단 말인가? 다행히 내가 아침에 일찍 깨어 따라잡았기에 망정이지. 자, 자, 빨리 오게나, 어제처럼 나를 나귀 등에 태우고 함께 가세나 그려!” 왕선인은 뭐라고 변명할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어제처럼 재를 반으로 나눠 등에 짊어지고 노인을 나귀에 태울 도리밖에 없었다.

노인은 길은 가면서 또 물었다. “아이고, 자네 말대로 나는 너무 늙어버렸나 봐. 기억을 믿을 수 없으니 원. 자네가 어제 한 말도 오늘 또 잊었네 그려. 도대체 서쪽에는 무엇 때문에 간다고 그랬지?” 왕선인은 아주 귀찮다는 듯이 한마디로 대꾸했다. “서천에 가서 부처님을 뵈려고요.” 잠시 후 노인은 또 물었다. “아, 나는 자네가 왕선인이란 것은 기억이 나는데 자네가 무엇을 하러 가는 지는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아. 성가시더라도 다시 한번만 말해줄 수 없겠나?”
왕선인은 속으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그러나 이렇게 나이가 많고 “열정적인”인 사람에게 차마 화를 낼 방법이 없어서 억지로 성질을 죽이고 다시 한번 대답해주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어두워질 때까지 노인은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했다. 왕선인은 속으로 화가 끓어올라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가까스로 날이 저물었고 여관을 찾아가 식사를 하고 쉬게 되었다. 왕선인은 “이번에는 아주 일찍 출발하여 이 성가신 노인네를 떼어놓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나귀에게 먹이와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하고는 여명이 트기도 전에 나귀 등에 향 재를 싣고는 어둠을 헤치며 길을 떠났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막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희미하게 한 그림자가 입구에 서 있었다. “왕선인, 왕선인! 자네는 이름이 선인(善人)인데 어찌 그리도 선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가? 우리 길동무가 되어 함께 가기로 하지 않았는가? 나는 늙어서 걸음이 느린데 자네가 어찌 양심도 없이 나를 버리고 간단 말인가. 날마다 출발 시간이 빨라지니 아마도 나를 버리려는 속셈인 것 같은데 자네가 그러고도 마음이 편하단 말인가?” 왕선인은 뭐라 변명할 도리가 없이 단지 솟구치는 화만 억누를 뿐이었다. 또 나귀 등에서 향 재를 덜어 자신이 짊어지고는 노인을 나귀에 앉혔다. 그러나 얼마 가지도 않아 노인이 또 물었다. “왕선인, 자네는 밤낮을 걸어가는데 도대체 어디에 가서 무슨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하는지 내게 들려줄 수 없겠나?”

왕 씨는 단번에 화가 폭발하여 말했다. “야, 이 노인네야, 남의 고초는 생각지도 않는구나. 당신을 나귀에 태우고 나는 걸어가고 또 등에는 무거운 향 재를 지고 있자니 힘들고 피곤해 죽겠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다니. 게다가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해서 사람 화를 돋우는데 당신은 피곤하지도 않아. 나는 대답하기도 귀찮아 죽겠어!” 그러면서 또 한 마디 욕을 더했다. “설마 개가 당신 양심을 먹어치운 것은 아니겠지?!”

노인은 가볍게 나귀 등에서 뛰어 내리더니 왕 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라, 서천에는 갈 필요가 없다. 생불은 너 같이 이렇게 “선을 수행(修善)”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마치고는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서쪽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왕선인은 갑자기 크게 깨달았다. “아! 원래 이 노인장이 바로 활불이셨구나.” 땅에 주저앉아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후회했지만 그러나 어쩌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을.

(명혜망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