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선용(善勇)
【정견망】
하편
별자리가 바뀌고 시공이 변화해 또 부지불각 중에 세간의 세월 200년이 흘렀다. 나는 사부와 하직하고 산을 내려와 운유했다. 운유하며 동해에 이르렀는데 바다와 하늘은 일색이고 거대한 파도가 해안을 때리며 갈매기가 선회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활짝 열렸다. 해안을 따라 며칠간 걸어가다가 젊은 남자를 만났다. 그는 짙은 잿빛 얼굴에 입술은 퍼렇고 발걸음이 휘청거리는 것을 보니 중독이 매우 심한 것이 분명했다.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몸이 어디가 불편한가?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나? 내게 선가의 구급 단약이 있는데 병을 치료할 수 있단다.”
그 소년은 내 말을 듣고 예를 올리며 말했다. “저는 태을진인(太乙真人)의 제자 청목(青木)입니다. 스승의 명을 받들어 동해 용궁에 가서 정로(鼎爐)법기를 빌려 돌아오는 도중 물의 요정에게 상해를 입어 중독되었습니다. 오늘 선산(仙山)으로 돌아왔는데 우연히 선인을 만났으니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내가 진맥을 해보니 청목의 수행은 법이 있어서 독기가 근육 표면으로 들어갔으나 심장 등 장기까지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천년 이무기 쓸개로 제조한 해독단약을 꺼내어 물로 복용하고 또 은침으로 피를 뽑아 독을 제거했다. 이틀간 치료하자 체내의 독기가 점점 사라졌다. 청목은 나에게 작별을 고하고 산으로 스승에게 보고하러 돌아갔다.
또 운유하여 태산에 이르렀다. 태산은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산기슭에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강이 길고 하늘이 맑고 공기가 깨끗했다. 봄바람이 온화하고 탁월하며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이 땅과 산이 푸르고 물이 맑음을 보고 구름이 정처 없이 떠다니는 것을 보니 운치가 흡족하고 수도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태산의 봉우리 중 한곳의 동굴을 찾아서 가부좌하며 조용히 수련했다.
한달 후 입정 중에 문득 동쪽 산봉우리에 원기가 충천하고 곡성이 들리는 것을 느껴 즉시 정인(定印)을 풀고 몸을 날려 봉우리 부근으로 날아갔다. 어느 젊은 여자가 산길을 기어오르며 울고 있는데 음성이 매우 슬펐다. 산봉우리에 이르자 방성대곡을 하더니 산꼭대기로 향해가면서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으려고 하였다. 나는 그 사람 뒤 수 장까지 날아가 가볍게 말했다. “소저 잠깐만 기다리시오, 내가 할 말이 있소.” 젊은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둥근 두 눈에 눈물자국이 있는 채 아주 놀란 모습이었다. “당신은 뉘신데 왜 이곳에 계세요?” 나는 대답했다. “나는 수도인이요. 이 산중에서 조용히 수련하고 있는데 아가씨의 울음소리에 마치 억울함이 있는 것 같아 물어보려 온 것이오.”
처녀는 예를 올리고 말했다. “소녀는 예를 아는 사람이며 산 아래 마을의 여자입니다. 저의 부모가 마을에 조씨 향신(관리)에게 열냥의 은자를 받고 시집보내려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원하지 않아 거절하고 죽으려 하던 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슬피 울었다.
내가 말했다. “도는 음양을 생기게 하고 만물을 화생시킨다. 일체는 천리 법도를 따르느니라. 사람이 태어나 명이 있는데 다 인연이 있다네. 신체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며 당연히 하늘의 명과 부모의 명을 받들어야 한다.”
처녀는 울음을 그치더니 말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선도를 앙모했으며 정결한 몸을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만일 당신이 신선이라면 저를 제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큰 절을 올렸다. “제발 제도해주기 바랍니다!”
그 순간 나는 400년 전의 약속이 생각났다. 이 여자를 보니 검은 머리칼, 푸른 눈썹, 빛나는 눈동자, 매끄러운 피부, 눈길의 흐름이 깊은 가을 호수 같았다. 다시 신통으로 관찰해보니 이 여자는 원래 상아의 후신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처녀는 도와 인연이 있으나 근기가 아직 얕으니 큰 고생을 겪어야만 비로소 도를 이룰 수 있다.”
상아는 말했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도를 구하고 싶습니다!”
나는 전생한 ‘상아’를 데리고 동굴로 데려가서 말했다. “수행인은 반드시 속세의 사랑과 미련을 하나도 남김없이 버려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다 버리고 힘들게 수련 정진하고 무심(無心)무물(無物)하고 허공에 정(定)의 경지 중에서 원래로 돌아가야 진짜 도를 깨달을 수 있다.”
상아가 대답했다. “신선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이때부터 나는 매일 도를 설하고 밤에는 상아는 가부좌를 틀고 나는 부근 산봉우리에서 동굴을 찾아 입정 수련에 들었다. 꽃이 피고 지고 봄 여름이 가을로 바뀌었다. 상아는 과일을 따오다가 한 마리 다친 여우를 구해가지고 와서 정성껏 치료했다. 여우는 뜻밖에 떠나가지 않고 상아와 함께 거주했다. 상아는 여우를 돌보느라 정진이 점점 나태해졌다.
어느 날 청목이 동굴에 와서 절을 올리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연단하는 솥을 만들어 걸었는데 연단에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보내 선단(仙丹) 한매를 진인께 드립니다. 이 단은 곤륜의 서왕모께서 요지(瑤池)에서 신선 모임을 할 때 하사하신 것으로 이에 지난날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에 감사로 드립니다.”
내가 이 단을 보니 바로 천도선단(天道仙丹)이었다. 나처럼 대도를 수련하는 사람에게는 무슨 쓰임새가 없었다. 그래서 단을 간직해 놓았다.
겨울에 들어서자 상아는 동굴을 봉해놓고 폐관했으며 동부에서 입정 수련했다. 여우도 동굴에 있었는데 굶어 죽는 것을 방비하기 위해 상아는 몰래 만년 된 인삼단 한 알을 여우에게 먹였다. 이 단을 먹자 여우는 영성이 크게 증대되어 상아와 마찬가지로 벽곡(辟穀)을 하고 복기(服氣)를 할 수 있었다. 다음해 봄 내가 여우를 보고 말했다. “이 여우는 단을 먹고 복기했으니 비범한 물건이니라. 시일이 더해져서 만약 요사하게 되어 세간을 화란시키면 네 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상아는 매우 놀라 여우를 없애지 말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나는 상아의 사람 마음이 매우 무거운 것을 보고 말했다. “속세의 범부는 온갖 정을 다 가지고 있어서 본성의 진아를 잃어버렸고 업의 바다에 빠져 있다. 수도인은 깨끗이 닦아 진을 깨닫고 속세의 집착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처럼 정이 무거우니 수련인의 행위가 아니며 도에서 위배되니 정과를 얻지 못할까 염려된다. 그러니 그만 하산하거라.”
상아는 제발 더 있게 해 달라고 삼일동안이나 애걸했으나 소용이 없자 상심하며 떠났다. 한나절이 지나 내가 있는 동굴 앞에 여우가 와서 머뭇거리며 앞발을 땅에 대고 엎드려 꼬리를 맹렬하게 흔들며 우우 짖었는데 그것을 봐주길 희망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우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유를 알고 곧 공중으로 솟아올라 바람을 타고 절벽 앞에 도달해보니 상아가 절벽 끝에 서 있었다.
그 이름을 부르자 상아가 냉랭하게 고개를 돌렸는데 안색이 슬프고 창백한 얼굴에 두 줄기 맑은 눈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가냘픈 꽃송이가 찬바람에 단정히 핀 것처럼 아름다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홀연 몸을 돌리더니 의연히 몸을 훌쩍 날려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과의 거리가 몇 장 되었을 때 나는 술법으로 몸을 멈추게 했고 몸을 천천히 절벽 아래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 상아 곁으로 다가가 이름을 불렀다. 상아는 눈을 뜨고 말했다. “제가 죽지 않았나요?” 나는 대답했다. “업의 빚이 다하지 않았으니 벗어날 도리가 없다.”
상아가 말했다. “법을 저에게 전하지 않으실 거면서 왜 저를 구했습니까? 이 사람의 몸은 수도할 수 없고 인간의 정과 욕심으로 더럽혀져 있으니 진작 고통을 끝내느니만 못합니다!”
내가 말했다. “너는 이미 한번 죽었기에 세간의 업연이 감소되었다. 그러니 정식으로 법을 받아 수련을 할 수 있다. 네가 과거생의 죄업이 다 깨끗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이 하지 않으면 계속 수도할 방법이 없었다. 오늘 대업이 소멸되었으니 천도(天道)의 법을 성취할 희망이 있다.”
상아는 여전히 의심했다. 나는 숙연히 말했다. “어서 일어나 산으로 올라가 도를 닦아라…”
이때부터 상아는 진정한 수도의 역정을 시작했다. 조사(祖師)의 가지를 청하고 단약을 복용하며 맥을 열고 가부좌 수행했다. 나는 매일 도법을 알려주고 왕생하지 않으면 오는 죄업의 교란 등을 강의했다. 상아는 변하여 정진하며 떨어지지 않았고 청정하게 점점 애초의 순수함과 순박한 경지로 돌아갔다. 동시에 나는 부적의 법을 상아에게 전해주었고 몇십 년 후 상아는 신통 법술을 자유로이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해 여름 상아는 수년간의 폐관 수련을 거쳐 출관했다. 계곡에서 어느 중년 부인을 만났는데 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고 눈썹 사이에 살기가 은은히 비쳤다. 짙은 남색 무명 상의를 입었고 파란 주름치마에 허리띠를 묶었으며 머리에는 남색 두건을 쓰고 등에는 광주리를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7,8 세 된 여자아이가 쪼그리고 있었다. 아이의 인당에서 어두운 기운이 밖으로 넘쳐 나왔고 얼굴은 시퍼렇고 눈에는 음랭한 기운이 침체되어 있었다. 옷을 보니 상나라(商朝) 사람 같지 않았고 서남부의 만족(蠻族) 같았다.
부인은 어눌한 중국어로 말했다. “말씀 묻겠습니다만, 당신은 산중 수련인입니까?”
상아가 말했다. “제가 이 산중에서 수도하는 사람입니다.”
부인은 희색을 띠며 말했다. “제 딸이 고질병이 있는데 세간에 온갖 약을 먹어봐도 고칠 수 없어서 선단을 찾아 목숨을 구하려 합니다. 저는 서남 신천문(神天門)의 신녀인데 만약 단을 주실 수 있다면 정말 깊이 감사드리고 도법을 돕겠습니다.”
상아가 말했다. “선단은 확실히 있습니다만 신선이 깊이 간직하고 있어 얻으려면 선인에게 부탁하여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부인이 말했다. “신선께 도와달라고 부탁해주실 수 있습니까?” 하면서 큰 절을 올리고 말했다. “저는 뒷산 계곡 옆에 잠시 거주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산으로 돌아온 상아는 나에게 이 경과를 말해주었다. 나는 입정하여 법안으로 찾아보고 말했다. “그 사람은 서남 만족 치우(蚩尤)의 후예인데 이름은 우려화(尤麗花)라고 한다. 한때 무신교(巫神教)의 ‘성녀(聖女)’였다. 그 교에서 성녀는 평생 시집을 가면 안 되는 규범이 있다. 하지만 우려화는 색계를 범하여 규범을 위반하여 사악한 저주를 받았고 그래서 교를 배반하고 나와서 여기까지 유랑한 것이다. 그 딸은 이미 죽었는데 우려화는 무법(巫法)을 실시하여 딸의 죽은 망령을 그 시신 안에 가두고 살생하여 목숨을 빌리는 사술을 써서 딸의 수명을 연장했다. 살생을 많이 했고 늘 사람 중 어린이를 훔쳐 딸에게 피를 빨아먹게 하는 무법을 실시한지 38년이 되었다. 그 딸의 시신은 이미 우려화의 의해 연마되어 시신 요괴(屍妖)가 되어 평지를 나는 듯이 달릴 수 있어 힘이 비할 데 없다. 살아있는 동물을 먹기를 즐기며 사법으로 목숨을 해치니 반드시 하늘의 벌을 받아야 한다.”
상아가 놀라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요?”
내가 말했다. “사는 정을 이기지 못한다. 정기가 안에 있으면 사는 어떻게 할 수 없다. 너는 도법이 있고 또 조사께서 옆에서 호법하고 있으니 두려워할 것 없다.”
상아가 개의치 않는 것을 보고 나는 또 말했다. “이 여자는 하는 짓이 악독하고 교활하다. 무법의 마력(巫法魔力)은 사악하니 너는 조심해야 한다! 우려화는 무법을 2백여 년간 닦아서 제반 사법에 정통하여 사람 생명을 순식간에 가져간다. 그 독해를 받으면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게 되며 고통으로 살고 싶지 않게 된다. 이른바 말하기를 십년 고(蠱)에 백년 혹(惑)한다는 말이 있다. 고(蠱)는 각종 독충을 골라 그릇 속에 넣고 서로 물게 하여 최후에 한 마리 남은 독충이 남는데 이 벌레를 고(蠱)라 한다.
각종 약재를 본인의 중지의 피로 때때로 그것에게 먹이고 다시 무술(巫術)을 실시한다. 오래되면 이 고(蠱)는 주인의 뜻과 서로 통하여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된다. 독아고(毒娥蠱 독나방), 오송고(蜈蚣蠱 지네), 합모고(蛤蟆蠱 두꺼비), 음사고(陰蛇蠱 뱀) 등이 있다. 혹(惑) 이란 통상 같은 둥지에서 막 출생한 네발 동물-예: 고양이, 개, 도마뱀 등을 그것이 서로 잡아먹게 하여 한 마리만 남기고 매일 주인의 선혈로 각종 약재를 먹인다.
다 크면 각종 잔인한 방법으로 9일간 시달리게 하며 천천히 굶어 죽게 만든 다음 그 혼백을 잡아 사법으로 연화하며 백년이 걸려 완성한다. 이런 종류의 어두운 영혼은 지극히 흉악하며 파괴력이 놀랍다. 우려화는 그 영묘혹(靈貓惑 고양이 혹)을 연마했는데 백년의 혹(惑)이 세간에 나타나면 인간에 반드시 망하는 난이 있게 된다. 이 사람은 독 제조에 정통하고 미약 제조에 정통하여 세인들이 행동에 조금만 잘못하면 위험에 빠진다. 며칠 있다 내가 산에서 스승님의 명을 받아올 테니 너는 더욱 조심하고 동굴 속에서 음식을 피하며 호흡만 하되 가부좌하여 입정에 들어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려라. 만일 위험이 있으면 내 이름을 묵념하거라. 그럼 내가 즉각 알게 되고 순식간에 올 수 있다.”
그곳을 떠날 때 나는 술법을 펼쳐 바위를 움직여 동굴을 막았다. 상아는 동굴 속에서 백여 일간 가부좌하며 공능으로 감지해보니 천상, 지상에 모두 우려화의 숨길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사실 그녀는 지하 동굴 깊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동굴을 나와서 계곡으로 가서 샘물을 한 모금 움켜쥐고 마셨다. 그 즉시 이상함을 느꼈으며 곧 어지러웠다. 상아는 ‘큰일이구나!’ 하며 얼른 동굴 안으로 달려가서 동굴에 남아 있는 인삼 단약을 삼켰다. 이때 이미 동굴 밖에서 급히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상아는 또 서왕모가 내려준 선단을 삼켰다. 문득 우려화의 딸의 시체(屍妖)가 급히 쳐들어왔다. 상아가 피하자 영묘혹이 따라서 동굴로 들어왔다. 영묘혹이 몸을 날려 상아의 목을 향해 물려고 했다. 상아는 법력을 펼쳐 두 사악한 마와 얽혀 싸웠다. 이때 우려화 역시 동굴에 들어왔고 손을 들어 상아를 향해 누런 흑색의 독분을 뿌렸다. 상아는 미처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신체에 독분이 묻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자 얼른 나의 이름을 묵념했다.
나는 마침 공동산 중에 입정 수련하고 있었는데 상아의 위험을 감지하고 검을 들고 법력을 펼쳐 시공을 넘어 순간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형세가 위급한 것을 보고 크게 일갈했다. “요사한 것 죽어라!” 우려화와 작은 시체 요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 때 영묘혹은 급속히 공중으로 튀어 올라 발톱을 뻗어 나를 향해 쳐들어 왔다. 나는 검을 들고 요괴가 내 앞에 이르기를 기다려 아래서 위로 맹렬히 휘둘렀다. 귀를 찢는 듯한 고양이 울부짖음과 함께 영묘혹은 두 동강이로 갈라졌다. 나는 손을 들어 허공을 사이에 두고 신통을 내보내 (원형의 에너지 공) 시체 요괴(屍妖)의 백회혈을 명중시켰다. 그러자 한 가닥 검은 기운이 시신으로부터 뿜어져 나왔으며 시신은 즉시 땅에 쳐 박혔다. 우려화는 이것을 보자 이성을 상실한 듯 미친 듯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왼손으로 검을 독분을 뿌리고 오른손은 갈고리 모양으로 내 심장을 잡으려고 했다.
나는 둔천검을 등 뒤의 겁집에 꽂아두고 몸을 옆으로 움직여 독분을 피하고 왼손으로 막으며 오른손으로 장을 내보내어 가슴의 전중혈을 격중시켰다. 우려화는 급히 몇 걸음 후퇴했다. 나는 따라가며 우려화의 백회혈을 쳐서 그 사법의 마력을 다 쳐부수었다. 우려화는 즉시 땅에 쓰러져 선혈을 토했다. 이를 보고 나는 검을 꺼내지 않고 말했다. “너는 사술을 지니고 살인하여 목숨을 해쳤다. 네 딸은 죽은 지 여러 해 지나 생기가 진작 끊어졌는데 사법으로 강제로 목숨을 연명했으니 하늘의 뜻을 거슬러 천도를 위반했다. 오늘 탐욕이 일어나서 사술로 수도인을 해쳤고 여러 악행을 행했으니 하늘의 이치가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며 요를 없애고 마를 제거했다. 요괴인간은 스스로 잘 알아서 처리하라.”
우려화는 숨을 헐떡이며 내가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마침내 억지로 몸을 일으키더니 딸의 시신을 안고 고개를 떨구고 천천히 힘들게 기침을 하며 걸어갔다. 쓸쓸한 뒷모습은 외로운 그림자를 남기며 산을 내려갔다.
나는 몸을 돌려 상아를 일으켜 독을 제거하고 상처를 치료하려 했다. 하지만 그 천도 선단을 잘못 먹은 것을 알고 말했다. “너는 이미 서왕모가 내려주신 선단을 복용했으니 7일 후면 백일 비승할 것이며 이 세상과의 인연이 다 했다.” 상아는 이 말을 듣고는 두 눈이 둥그레지며 혀가 굳어 말을 하지 못하고 매우 후회하듯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말했다. “너의 명에 이런 겁난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네가 만년 인삼단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7백년 후 너는 나와 다시 도의 인연을 이어갈 것이다.”
상아는 훌쩍거리며 장탄식했고 밤이 되자 천천히 잠이 들었다. 나는 동굴 입구에 이르러 가부좌했다. 달빛을 물같이 아름답고 안개가 피어오르는데 찬바람에 기러기는 슬피 울었고 바람은 쌩쌩 불었다.
새벽이 되자 선정 중에서 우려화가 먼 산의 토굴 속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두건을 풀고 가슴 품에서 나무 빗을 꺼내어 천천히 꽃처럼 하얗게 된 머리를 빗고 있었다. 하룻밤이 지나자 우려화의 얼굴은 극도로 창백하게 노쇠해갔다. 눈빛은 혼탁하게 어두워지고 입으로는 뭐라고 중얼거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한 수의 민요인데 산촌의 노래였다. 마치 서남 민족 복장을 한 소녀가 청죽 수풀 사이 계곡 옆에 앉아서 꾀꼬리가 낭랑하게 지저귀는 것을 따라서 미래를 동경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노래 가사는 이러했다.
가을바람 불어오니 꽃잎이 떨어져 계곡 가에 흩어지네가을비 떨어져 내 마음을 적시고 내 마음을 채우네.낙화는 가을바람 심정이며 가을비는 내 마음의 하소연인데내가 그리워하는 사람 어디 있는가, 너는 지금 어디 있는가?내가 그리워하는 사람 어디 있는가, 너는 지금 어디 있는가?
음성은 점점 작아졌고 그녀의 손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나무 빗이 땅에 떨어지고 가벼운 미소는 영원히 창백한 늙은 얼굴에 응고되었다. 잠시 후 이 시신으로부터 16,7세 되는 소녀가 나와서 멍하니 전방을 쳐다보았다. 이때 그녀의 눈 앞에 하나의 암흑 공간이 번쩍하며 나타났고 무수한 음울한 어둠의 영이 공중에 떠다니며 그녀를 주시하는 중에 소녀는 천천히 “다른 길(異度)”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갔으며 점점 멀어지더니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장탄식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은 꿈과 같아서 정을 위해 미치고 망상이 뒤바뀌고 속세에 미혹되었구나. 하늘은 늙지 않는데 정은 끊기 어려워라. 사랑과 미움은 거미줄처럼 얽혀 그 속에 깊이 빠지니 이 정과 사랑은 어떻게 벗어날까? 슬프도다!
말(言)은 정(情)에서 나오고 정(情)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녀의 생명 최후 시각에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그 노래는 그녀 최후의 만가였다. 살생으로 목숨을 빌렸으나 하늘을 거역한 일은 마침내 천도를 위배했다. 마음에 도가 없으니 갈 곳 없는 영혼은 둘 곳이 없었다. 그녀 생명은 영원한 슬픔의 적막에 빠졌다. 정신이 죽고 도가 소멸한다. — 이것이 바로 그녀 생명의 선택이었다.
이때부터 상아는 물과 음식을 먹지 않았고 인간세상의 익힌 음식을 먹지 않았다. 피부 땀구멍에서 대량으로 투명하고 끈적한 액상 과립물질이 배출되었다. 오랜 피부는 점점 벗겨져 나갔다. 6일 저녁이 되자 상아가 거주하는 동부(洞府)가 대낮처럼 밝아왔고 이따금 비단 옷을 입은 화려한 용모의 선녀가 왕래하며 담소했다. 상아의 육신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단향목 같은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점점 향기가 진해졌다. 7일 아침이 되자 상아의 근육과 피부는 탈바꿈하여 기름처럼 하얗고 백옥처럼 변하여 초겨울의 백설처럼 깨끗해졌다. 두 눈동자는 눈빛이 그윽하게 반짝이며 밤하늘의 별빛같이 찬란하게 빛났다. 정오가 되자 세 마리 아름다운 색의 봉황이 산꼭대기에 날아오더니 사람의 말을 했다. “진인이 도를 이루심을 축하드립니다! 선인은 천계로 올라가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래토록 하늘의 복을 누리십시오!”
상아는 몸을 일으켜 공중에 올랐다.
나는 말했다. “돌아보지 말고, 생각을 일으키지도 말고 7백년 후 다시 도의 인연을 이어가자.” 그 후 상아는 한 무리 선녀와 함께 봉황을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나는 곧 계속해서 세상에서 운유했다. 어떤 환경을 만나도 잘 적응하고 속세에서 마음을 단련하며 위로 닦고 속세를 초탈하여 천지 조화간에 대도의 본원을 깨달았다. 속세의 각종 고험을 거쳐 마침내 도를 이루었다. 도를 닦은 지 총 1,200년 만에 도를 이룬 것이다. 우주공간에 자유로이 다니고 과거 미래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으며 없는 것이 없었다.
산중에는 세월을 가늠할 수 없고 신선의 날은 해와 달 같이 길었다. 속세 백년의 세월이 매우 빨리 지나갔다. 풍운이 다시 재회하여 도법술을 운용하여 상아가 이미 세간에 태어난 지 8년이 된 것을 예지했다. 그녀가 전생한 지역은 바로 상나라 옛 땅이었고 조만간 조가(朝歌-상나라의 옛 수도)에 올 것 같았다. 세간에 다니며 하늘의 상을 추측해보니 주나라가 상나라를 대체한지 여러 해 되어 인간 중생들은 다 얼굴이 바뀌었다.
길을 가다가 어느 점포에 이르렀는데 문 앞에 분홍 옷에 푸른 치마 입은 여자아이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큰 눈을 뜨고 눈도 깜짝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법안통으로 보니 그 여자아이는 곧 달콤한 미소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작은 입은 이미 초승달같이 웃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상아야! 너와 나는 도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자…’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49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