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高石)
【정견망】
먼저 백거이의 시 《흉가》 전문을 감상해 보자.
장안에는 저택(邸宅)이 많아
대로가 동서로 놓여있다.
가끔은 붉은 대문 안에
방과 복도가 텅 비어있다.
솔가지 계피 나무에 올빼미 울고
난과 국화 더미에 여우 산다.
땅에는 푸른 이끼와 누런 낙엽들
날 저물자 돌개 바람 불어댄다.
長安多大宅
列在街西東
往往朱門內
房廊相對空
梟鳴松桂枝
狐藏蘭菊叢
蒼苔黃葉地
日暮多旋風
옛 주인 모두 장군이나 재상이었으나
죄지어 남쪽으로 유배 떠났다
다음 주인도 공경(公卿)이었으나
병들어 누웠다가 거기서 죽었다.
계속 네다섯 주인이 있었으나
재앙이 계속 이어졌다.
십 년째 계속해서
주인에게 이롭지 못했다.
前主爲將相
得罪竄巴庸
後主爲公卿
寢疾歿其中
連延四五主
殃禍繼相鍾
自從十年來
不利主人翁
풍우에 무너지고 처마는 금 가고
뱀, 쥐가 담벼락에 구멍을 냈다.
사람들 의심하며 사지 않으니
날이 감에 건축물이 무너졌다.
風雨壞簷隙
蛇鼠穿牆墉
人疑不敢買
日毁土木功
사람들은 이런 집을 ‘흉가’라 불렀고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집이 아주 빨리 망가졌다.
그렇다면 당조(唐朝)의 대시인 백거이는 흉가가 생기는 원인을 어떻게 보았을까?
다시 그의 시로 돌아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답답하다, 세상 사람들 마음이여!
어리석고 몽매함이 심하다.
재앙이 닥치는 것은 두려워할 뿐
재앙의 원인을 생각지 않는구나.
嗟嗟俗人心
甚矣其愚蒙
但恐災將至
不思禍所從
나는 지금 이 시를 지어서
미혹한 마음을 깨우치려 한다.
무릇 높은 관리가 된 사람이란
나이와 녹봉이 많고 높도다.
我今題此詩
欲悟迷者胸
凡爲大官人
年祿多高崇
권력이 크면 오래가기 어렵고
높은 지위 역시 지키기 어렵다.
교만함은 사물이 가득 찬 것이고
노인은 수명의 끝이라네.
權重持難久
位高勢易窮
驕者物之盈
老者數之終
4가지는 마치 도둑 같아서
밤낮으로 서로 공격해 온다.
설사 좋은 집터에 산다고 하여도
누가 자신을 보전할 수 있는가.
[주: 4가지는 권력 높은 지위, 교만, 연로(年老)를 의미한다]
四者如寇盜
日夜來相攻
假使居吉土
孰能保其躬
작은 일로 큰 도리를 밝히나니
집 얘기로 나랏일을 깨우치련다.
주(周)•진(秦)은 효산과 함곡관을 문호로 삼았으니
그 택지가 서로 다르지 않았으나
因小以明大
借家可諭邦
周秦宅崤函
其宅非不同
하나(주)는 팔백 년간 흥성했지만
하나(진)는 죽어 이궁(夷宮)만 바라본다.
가정이나 나라에 말씀드리니
흉(凶)은 사람이 문제지, 집터가 아니다.
一興八百年
一死望夷宮
寄語家與國
人凶非宅凶
이 작품은 백거이가 당 헌종(憲宗) 원화(元和) 초년에 쓴 것이다. 이 시에서 백거이는 아주 쉽고 평이한 언어로 심오한 진리를 설명한다. 흉가에 살았던 고위 관리들의 나쁜 운명은 사실 집 자체와는 관련이 없으며 모두 인위적인 원인 때문이었다.
즉, 큰 권력과 높은 지위, 교만함, 연로함은 오래 가지 못하니 흉흔 사람이 문제지 집이 문제 가 아니다.
만약 사람이 스스로 바른 덕을 지킬 수 있다면 소위 흉가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교만함은 사물이 가득 찬 것이고(驕者物之盈)”
“권력이 크면 오래가기 어렵고 높은 지위 역시 지키기 어렵다.(權重持難久,位高勢易窮)”
“작은 일로 큰 도리를 밝히나니 집 얘기로 나랏일을 깨우치련다.(因小以明大,借家可喻邦)” 등의 유명한 구절이 모두 이 시에서 나왔다.
《흉가》 이 작품은 또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 지금 오만한 중공 고위 관리들 중에 거대한 저택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곡준산(谷俊山 구쥔산)의 ‘장군부(將軍府)’, 부정화(傅政華 푸정화)의 북경 ‘천단공관(天壇公館)’ 1호관 602호, 북경 부성로(阜成路) 있는 서재후(徐才厚 쉬차이허우)의 호화주택, 프랑스에 있는 박희래(薄熙來 보시라이)의 호화 주택 등은 지금 사람들에게 ‘흉가’로 불린다. 왜냐하면 그 집의 주인들이 모두 대법을 미친 듯이 박해하고 부패와 탐오로 사망하거나 낙마했기 때문이다. 만약 백거이가 지금 다시 태어나 이 장면을 보았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원문위치: https://zhengjian.org/node/288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