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낙(一諾)
【정견망】
여름이 너무 길어 오후의 매미 울음소리가 영원히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뒤돌아보는 순간, 그 울음소리는 어제와의 마지막 작별이 된다. 가을비가 연이어 내리고, 아침저녁 축축하던 땀이 사라지면서 상쾌한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다.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고 광활하고 깊으며, 구름은 유난히 여유롭게 보인다.
가을의 발걸음은 서두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봄처럼 성급하지도 않고, 여름처럼 조급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겨울처럼 답답하거나 불안하지도 않다. 가을은, 모든 것을 겪어, 더위와 추위에 익숙해진 듯, 발걸음이 차분하고 여유롭다. 가을은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에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며, 갑자기 사람들 앞에 빛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무성한 초목은 어제와 다름없다. 농작물과 과일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가을 햇살 아래 마지막 당분과 영양분을 모아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풍요롭게 한다. 시원한 바람이 머물고, 곤충들의 지저귐은 농부들이 곡식과 과일을 창고에 모을 때까지 잦아든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생명의 윤회를 마주하며 저항하지 않고 슬프지도 않지만 평온하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을은 언제나 성찰과 사색을 가져다준다. 소슬함을 처음 보고 어떤 이들은 슬픔을 느끼고, 풍성한 수확을 보면 어떤 이들은 기뻐한다. 어떤 이들은 현재에 집중하고, 어떤 이들은 멀리 내다본다. 생명은 마치 사계절의 순환과 같은데 일시적인 득실에 기뻐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있는가? 수확은 결속이 아니라 생명의 새로운 시작이다. 사계절이 흘러가며 봄은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다. 파종된 매 하나의 씨앗은 가을에 기쁨을 가져다주며, 모든 견지(堅持)는 마찬가지로 수확기에 열매를 맺을 것이다.
자연의 가을은 아름답지만, 인생의 가을 역시 그 못지않게 다채롭지 않은가? 우리는 다만 자연을 따르고, 대법을 따르며, 진선인(真善忍) 법광이 널리 비치는 가운데 생명이 더욱 풍요롭고 상화롭게 만들 뿐이다. 생명의 매 하루는 저마다의 풍경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벗들이여,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황금빛 가을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깁시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84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