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林雨)
【정견망】
정판교(鄭板橋)는 청대(淸代)의 저명한 화가이자 서예가 겸 시인으로 특히 대나무 그림으로 천하에 명성을 떨쳤다. 그는 그림뿐 아니라 시나 문장을 지을 때도 흔히 대나무를 소재로 삼았다. 대나무의 고결(高潔)하고 굳센 정절이 평생 강직하고 청정하게 산 자신의 품격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나무의 절개는 바로 정판교가 숭상한 것이자 스스로 그려낸 정신적인 상징이다.
1. 초심을 바꾸지 않기 위해 자신을 독려한 《죽석(竹石)》
청산을 물고 놓지 않으니
바위 속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라
천 번 깎이고 만 번을 부딪혀도 여전히 굳세고
동서남북 어디서 바람이 불든 꺾이지 않누나
咬定青山不放鬆
立根原在破岩中
千磨萬擊還堅勁
任爾東西南北風
《죽석》이란 이 작품은 정판교는 자신을 독려한 유명한 작품이다.
“청산을 물고 놓지 않으니”는 청산에 굳건히 뿌리 내린 대나무의 모습을 통해 사람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굳은 절개를 비유한다. ‘청산’은 진리(真理)나 정념(正念)을 상징하고, “부서진 바위(破岩)”는 어지러운 세상의 험란한 환경을 상징한다. 즉 설사 역경에 직면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세파(世波)에 따라 흘러가지 말아야 한다.
“천 번 깎이고 만 번을 부딪혀도 여전히 굳세고 동서남북 어디서 바람이 불든 꺾이지 않누나”는 대나무의 불굴의 정신, 비바람을 견뎌내는 모습을 통해 지조를 지키는 인격에 찬사를 표현한다. 세상의 변화와 외부 충격에 직면해 내심(內心)의 견정함과 독립을 지켜낼 수 있다면 이야말로 진정한 견인(堅靭 견고하고 질겨서 끊기지 않음)이다.
이 시는 정반교의 자화상이자 후인들에게 인격을 도야하는 좌우명이 되었다.
2. 백성을 위한 마음을 드러낸 《유현서중화죽정연백포대중승괄(濰縣署中畫竹呈年伯包大中丞括)》
정판교는 유현(濰縣) 현령으로 있으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늘 마음에 두었다. 이 시는 유현 관아에서 대나무를 그려 백부인 포괄(包括) 대중승에게 바친 것이다.
현청에 누워 바스락 대나무 소리 들으니
백성들이 내는 고통의 소리인듯
내 비록 하찮은 지방 현의 관리이나
가지 하나 잎 하나에도 모두 사랑이다.
衙齋臥聽蕭蕭竹
疑是民間疾苦聲
些小吾曹州縣吏
一枝一葉總關情
“현청에 누워 바스락 대나무 소리 들으니”는 본래 밤에 대나무 소리를 들으면서 백성들의 슬픔과 고난을 연상한 것이다. 대나무 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그의 귀에는 마치 민생의 질고(疾苦)를 하소연하는 것처럼 들린다. 정판교는 비록 작은 현의 현령이지만 “가지 하나 잎 하나에도 모두 사랑”으로 백성의 안위를 늘 염두에 둔다.
청대에는 “삼 년 청렴한 지부(知府)를 하면 십만 은화가 쌓인다(三年清知府,十萬雪花銀)”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지방 관료 사회의 부패가 심했다. 그러나 정반교는 한마음으로 백성을 위했고 청백리의 모범이 되었다. 그의 벼슬길은 자사자리(自私自利)가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연민이었다.
《죽석(竹石)》이 난세에 정판교가 초심을 굳게 지키며 절개를 지키려는 결심을 보여준다면, 《유현서중화죽정연백포대중승괄(濰縣署中畫竹呈年伯包大中丞括)》은 바로 이러한 초심을 실천해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한 것이다. 두 시는 앞뒤로 서로 호응하며, 정판교의 절개를 보여주는 동시에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목민관(牧民官)의 어진 사랑을 보여준다.
더 높은 층차에서 보자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흔히 한 차례 수행(修行)과 같다. 역경 속에서도 초심을 잊지 않고 자비심을 품고 타인을 보살피는 것만이 진정한 수행의 도(道)이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어 굽히지 않고 속을 텅 비워 우뚝 선다. 정반교는 대나무를 통해 자신의 뜻을 드러내며,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했다. 마치 대나무가 비바람 속에서도 의연히 바르게 선 것처럼, 우리도 진리를 굳게 지키고 초심을 소중히 여겨 속세에서 한 갈래 광명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86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