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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유의 시 《배적에게 답하다》: 진정한 ‘종남산’은 하늘에 있다

모운(暮雲)

【정견망】

자고로 수많은 문인 아사(雅士 고아한 선비)들이 종남산(終南山)에 은거하기를 동경해 왔다. 그곳은 산수가 그윽하고 경치가 웅장하여 수신양성(修身養性) 하고 도(道)를 찾고 진리를 묻기에 이상적인 곳으로 여겨져 왔다. 당대(唐代) 시인 왕유(王維)의 망천(輞川) 별장이 바로 종남산 기슭에 위치해 있으며, 그는 산수에 살면서 시와 그림으로 수행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의 친구 배적(裵迪)이 수련에 관한 일을 그에게 자문한 적이 있다. 이에 왕유는 《배적에게 답하다(答裴迪)》라는 짧은 시로 이렇게 대답했다.

아득히 한기 어린 강물은 넓디 넓고
굵은 가을비에 사방이 어둑할 제
그대는 종남산이 어디냐 묻건만
흰 구름 저 너머에 있음을 마음으로 알뿐이라

淼淼寒流廣,蒼蒼秋雨晦。
君問終南山,心知白雲外。

“아득히 한기 어린 강물은 넓디 넓고 굵은 가을비에 사방이 어둑할 제”는 가을비가 내려앉은 종남산 풍경을 묘사한다. 물결은 넓지만 차갑게 흐르고, 산빛은 짙고 어두워, 전체 화면에 고요함과 엄숙함이 배어 있다. 시인이 망천 별장에 머물며 산기슭에서 종남산을 올려다보니, 바로 이런 풍경이다. 겉보기에는 풍경을 묘사한 듯하나, 사실은 다음 구절을 이끌어내기 위한 서론이다. 즉 눈앞에 보이는 종남산은 그저 세속에서 보는 ‘산’일 뿐, 마음속에서 추구하는 ‘도(道)’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어지는 두 구절 “그대는 종남산이 어디냐 묻건만 흰 구름 저 너머에 있음을 마음으로 알뿐이라”에서야 비로소 이 시의 핵심이 드러낸다. 배적이 “종남산”이 어디냐고 물은 것은 사실 “수도(修道)의 길”을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한 왕유의 대답 “흰 구름 저 너머에 있음을 마음으로 알뿐이라”에는 아주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진정한 “종남산”은 지상에 있지 않고 “흰 구름 밖”, 즉 세속을 초월한 천상의 경지에 있다. 여기서 “흰 구름 밖”이란 인간 세상의 명리와 형상을 벗어난 후의 정신적인 귀착처를 상징하며, 또한 수련자가 하늘로 돌아가는 길의 방향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이로 미루어 이 시는 단순히 산수를 그린 것이 아니라, ‘종남산’이라는 이름을 빌려 왕유가 수행하는 의미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아낸 것이다. 표면적인 은거는 그저 번잡함을 멀리 피할 뿐 생사를 초월할 수는 없고, 진정으로 ‘산으로 돌아감’은 마음을 닦고 도를 깨달아 반본귀진(反本歸真)하는 것이다.

왕유는 일찍이 《가을밤에 홀로 앉아(秋夜獨坐)》에서 이렇게 썼다.

백발은 끝내 다시 변하기 어렵고
황금(내단)은 이룰 수 없노라
늙고 병듦 없애는 법 알고자 한다면
오직 무생(無生)의 도를 배워야하네

白發終難變,黃金不可成。
欲知除老病,唯有學無生。

이 시는 그가 수련하고 단을 연마한 깨달음을 드러내는데, 밖으로 구하는 방법은 결국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오직 마음을 닦고 본성을 밝히는 길만이 생로병사의 고통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배적에게 답하다》의 사상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왕유는 은거에서 수행으로, 신선을 구하는 것에서 ‘무생(無生)’을 깨닫는 것으로 나아갔으니, 그가 진정으로 ‘종남산’의 깊은 의미를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즉 산(山)은 형상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

그러므로 《배적에게 답하다》는 단순한 ‘산수시’가 아니라 시로 표현한 수행의 잠언(箴言)이다. 왕유는 산(山)으로 도(道)를 비유해 은거는 끝이 아니라 마음을 닦아 도를 얻어 천상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종남산’이라고 알려준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8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