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話本先笙)
【정견망】
연파 장군은 검게 그을린 하얀 나무토막을 꽉 쥔 채 시공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단숨에 선계 주층천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서둘러 멀리 오색 상서로운 빛이 번쩍이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오채신룡은 호숫가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갑자기 멀리서 급박한 기운이 전해오는 것을 느꼈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바로 연파가 아닌가! 불이 붙은 듯 급하게 달려오는데 무슨 일일까? 그렇다, 둘은 아주 잘 아는 사이였다.
오채신룡은 본래 장난기가 많고 농담을 좋아했다. 그는 연파가 다급해하는 모습을 볼수록 그 기세를 좀 꺾어주고 싶었다.
이 작은 신룡은 호숫물 한 모금을 입에 머금더니 연파를 향해 물을 확 뿜어버렸다. 예상치 못한 물벼락을 맞은 연파가 크게 소리쳤다.
“장난치지 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작은 용은 연파의 고함에 깜짝 놀라 일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는 급히 고개를 숙여 자의호에 있는 벽요를 찾아갔다.
자의호 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일품이었다. 빛이 짙은 보라색 수면에 닿아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은하수처럼 찬란했다.
벽요가 호수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오채신룡이 자의호 상공으로 날아와 주인에게 다른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무언가 말을 건넸다.
벽요가 옥 같은 손을 공중에 휘두르자 맑은 바람이 불어와 선녀의 치마로 변하며 그녀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미인이 목욕을 마치고 나온 것이다.
그렇다, 선계 신선들의 옷은 맑은 바람으로 만든다. 벽요가 방금 손을 휘저어 불러온 바람이 선녀의 치마가 된 것이다. 비단옷이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워 입었을 때 편안한 이유는 명주실이 가늘기 때문인데, ‘맑은 바람’은 얼마나 더 가늘겠는가? 그것으로 만든 옷의 섬세함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피부에 닿는 느낌은 있는 듯 없는 듯하고, 무거울 수도 가벼울 수도 있으며, 디자인과 색상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대로 일념(一念)으로 화하여 나타나니 매우 자유롭고 멋지다. 신선의 물건을 우리 범인의 언어로 형용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각설하고, 벽요는 평온한 걸음으로 자의호를 걸어 나와 땀을 뻘뻘 흘리는 연파 장군을 마주했다.
연파 장군은 주위를 쓱 훑어보았다. 자의호에서 막 나온 여자 신선 몇 명과 작은 새, 원숭이, 다람쥐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모두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연파는 벽요를 바라보며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표정은 매우 무거웠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손바닥에 놓인 검게 그을린 하얀 나무토막을 벽요에게 내밀었다.
벽요는 이 하얀 나무를 보자마자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급히 연파에게 물었다.
“어디서 발견했나요?”
“제13층천의 욱경삼림(煜景森林)입니다.”
“얼마나 있던가요?” 벽요가 물었다.
“……열세 그루 나무입니다.”
조금 전까지의 평온함은 온데간데없었다. 벽요의 얼굴에는 경악한 기색 위에 공포가 한 겹 더해졌다.
옆에 있던 신선들과 동물들이 연신 벽요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니? 왜 그래? ……그을린 나무라면 검은색이어야 하는데 왜 이건 하얀색이야? ……”
벽요는 대답하지 않고 넓은 소매를 한 번 펼쳤다. 그러자 방금 자의호 가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던 모든 생령(生靈)이 커다란 소매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벽요는 그들을 태우고 구름을 타고 날아갔다.
소매 안의 모든 신선은 몹시 놀랐다. 어린 벽요가 어떻게 우리를 모두 태울 만큼 이렇게 커다란 법력(法力)이 있는 걸까?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장군처럼 생긴 저 사람은 누구며, 왜 벽요를 찾아온 걸까?
벽요의 옷소매에 담긴 무리는 저마다 수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아마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여러 의문이 있겠지만, 다음 회를 기대하기 바란다.
(계속)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