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날이 가고 해가 바뀌며, 요진은 제자들 중 가장 부지런하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깨달음(悟性)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도법의 수행을 말하자면 마음의 도인 ‘심도(心道)’와 형상의 도인 ‘형도(形道)’ 두 가지가 있었는데, 사부인 원시천존은 심도를 그리 자주 강의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 번 강의를 해도 그 깊은 뜻을 이해하는 제자는 드물었으나, 형도에 속하는 신통술류(神通術類) 등의 공부는 제자들에게 늘 정진하여 연습하도록 독려했다.
도법 수행에 있어 많은 제자는 ‘심도’를 가장 지루하게 여겼다. 어떤 이는 졸기도 하고 심지어 코를 고는 이도 있었다. 천존(天尊) 역시 이를 개의치 않고 눈을 감은 채 도를 설파하며 제자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든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요진은 달랐다. 평소에는 무척 활달하고 움직이기 좋아했지만, 사부의 ‘심도’ 수업만큼은 가장 좋아했다. 매번 정성을 다해 몰입하여 들었으며, 그 자리에 앉으면 마치 바위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형들이 이해가 안 가 물었다.
“요진아! 너는 왜 심도 수업 때마다 그렇게 열심히 듣니? 이 과목은 사부님께서 시험도 안 보시잖아!”
요진은 사형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는 그냥 좋을 뿐이에요.”
사형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게 좋을 게 뭐가 있니? 얼마나 지루한데! 창칼 휘두르며 노는 게 훨씬 통쾌하지!”
요진은 ‘지루하다’는 말에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지루하다고요? 어찌 지루할 수 있죠? 창칼을 휘두르는 게 통쾌하긴 하지만, 심도의 지도가 없다면 무언들 제대로 휘두를 수 있겠어요?”
사형은 사매의 말에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그럼 네가 한번 말해봐라. 이 심도가 대체 어떻게 법을 지도한다는 거냐?”
요진은 사형이 진지해지자 자신이 깨달은 바를 펼쳐 보이고 싶어 미소를 지으며 사형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형, 예를 들어 사부님께서 적렬마(赤烈魔)와 싸우실 때 ‘물환성이(物換星移)’라는 이런 신통을 쓰지 말고 ‘유룡인봉(遊龍引鳳)’을 쓰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아세요?”
사형은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물환성이라는 이 초식은 몸을 여러 개로 나누어 이 사마(邪魔)들을 포위한 뒤 한꺼번에 섬멸하는 것이지. 반면 유룡인봉은 몸을 공중으로 솟구쳐 사마의 머리 위에서 거꾸로 매달려 빈틈을 타 정수리를 꿰뚫어 죽이는 초식이고. 사실 내 생각엔 유룡인봉이 물환성이보다 위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나는 단지 사부님께서 유룡인봉을 쓰라고 하셨으니 쓰고 물황성이를 쓰지 말라고 하셨으니 쓰지 않을 뿐 왜 이렇게 가르치셨는지 이유는 모르겠구나. 네가 한번 말해봐라!”
요진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 “헤헤, 사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사부님께서 심도를 말씀하실 때 ‘강함을 만나면 부드러움으로 대하라. 성정이 강한 것은 더 강하게 맞설수록 맹렬해진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 깨달았죠.
적렬마는 강렬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포위하면 할수록 녀석의 강한 면을 자극하게 돼요. 물환성이는 한꺼번에 멸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포위당한 적렬마는 죽기 살기로 덤비려 할 것이기에 오히려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워지죠. 하지만 가볍고 예측 불가능한 유룡인봉은, 성정이 급하고 세밀하지 못한 적렬마가 자신의 우세를 발휘하기도 전에 무형에서 그것을 멸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사형은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요진을 감탄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야, 우리 사매가 대단하구나! 그럼 ‘평사낙안(平沙落雁)’이랑 ‘풍허어풍(馮虛禦風)’에 대해서도 좀 알려다오……”
“이 평사낙안은요, 사부님께서 사마와 맞설 때 처음 세 초식 안에 쓰라고 하셨죠. 이 초식은 세 번 밀고 세 번 당기며, 세 번 일어나고 세 번 가라앉으며 마음대로 바람을 따르는 동작이에요. 우리는 그저 기러기가 먹이를 낚아채거나 비행하는 동작을 결합한 것으로만 알지만, 제가 깨닫기로는 그 속에 우리 도가의 ‘소요무위(逍遙無爲)’라는 진의(真意)가 심법(心法)으로 깔려 있어야지만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어요. 평사낙안은 아마 다른 초식을 돕는 보조 초식일 가능성이 커요.”
사형은 구름 위를 걷는 듯 몽롱해하며 다시 물었다.
“사매야, 네가 이 초식이 보조라는 걸 어찌 아느냐?”
요진이 이어 말했다. “그날 사부님께서 호숫가에서 거문고를 타시다가, 제가 ‘심도 다편(心道茶篇)’ 수업을 얼마나 잘 들었는지 시험해 보시겠다며 차를 우려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차를 우리기 전에 ‘찻주전자를 데우는 온호(溫壺)’ 과정을 소홀히 했더니, 차 맛은 향긋했지만 끝맛이 달지 않고 마실수록 쓰고 떫어지더라고요.”
사형은 머리를 긁적이며 요진의 말을 끊었다. “차 한 잔 마시는 데 주전자를 데우고 말고 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요진이 계속 말했다. “맞아요, 저도 처음엔 그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보조 단계인 온호를 경시하면 차를 우리는 의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죠. 나중에 사부님께서 ‘허물을 씻어내고 깨끗이 닦으며, 주전자를 데워 정적을 청하라. 만사가 급해도 먼저 마음부터 다스려라[滌瑕蕩穢,溫壺請靜,萬事不急先理心]’고 말씀하셨을 때 비로소 깨달았어요! 사부님의 거문고 소리와 호숫가 모래사장의 기러기 떼가 어우러진 그 풍경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꼈죠. 그래서 평사낙안이라는 신통선법(神通仙法)의 정수가 바로 ‘만사가 급해도 먼저 마음부터 다스려라’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요진이 신이 나서 사형에게 몇 가지 초식을 직접 보여주려는데, 갑자기 엄한 꾸짖음이 들렸다.
“함부로 뽐내지 마라!”
돌아보니 원시천존이었다. 요진은 얼른 얌전하게 고개를 숙였다.
원시천존은 다가와 요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딱’ 소리 나게 튕겼다.
“아이쿠, 사부님, 아파요!” 요진이 이마를 문지르며 엄살을 피웠다.
사형제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원시천존도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도대(道台) 위로 올라갔다. 제자들이 읍을 하며 사부님께 예를 올린 뒤 제각기 자신의 포단(蒲團, 부들 방석)에 가주봐를 틀고 앉아 사존의 도를 듣기 시작했다…….
“너희가 옥경산에서 이토록 오래 수련했거늘, 어떤 뜻(志向)을 세웠느냐?”
원시천존이 물었다.
제자들 사이에 분분한 의견이 오갔다.
후돈이 말했다. “사부님, 그렇게 물으시니 정말… 좀 멍해집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저 옥경산에서 계속 수련하는 것뿐입니다.”
풍잠이 말했다.
“도법을 수행하는 것은 자신이 소요하기 위함이고, 중생을 해탈시키기 위함입니다.”
봉완(芃菀)이 다시 물었다.
“그럼 사형은 스스로의 소요를 위함입니까, 중생의 해탈을 위함입니까?”
풍잠이 답했다. “중생을 위하는 마음은 있으나,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구나.”
요진이 말했다.
“사악한 것을 제거하고 선량한 생명을 보호하는 것, 그것이 바로 중생을 위하는 것 아니겠어요?”
풍잠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요진아, 이 사주(四洲)는 원래 선과 악이 공존하고 상생상극하는 법이라, 사악을 뿌리 뽑을 수 없는 것이란다.”
요진도 미간을 찌푸렸다.
“악을 멸하지 못한다면 삼계(三界)가 어찌 태평할 수 있겠어요? 중생 역시 영원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잖아요.”
자항(慈航)이 말했다.
“요진아, 너는 지금 옥경산 밖 서주와 남주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모르는구나! 지금의 중생이 영원한 즐거움을 얻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듣기로 상고(上古) 시절 서왕모께서 선악의 형벌을 관장하셨을 때는 서주에 정말 화평한 기운이 가득했다고 하더구나.”
요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선악(善惡)의 형벌을 관장하는 것, 그것은 사법천신(司法天神)의 직무인데……”
제자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요진은 혼자 중얼중얼 무언가를 되뇌었다. 원시천존은 눈을 감은 채 제자들의 토론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요진이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사부님! 저는 분명한 뜻을 세웠습니다!”
원시천존은 눈도 뜨지 않은 채 허허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래, 한번 말해 보거라.”
요진이 말했다.
“사부님, 저는 사법천신이 되어 선악의 형벌을 관장하겠습니다!”
제자들이 하하하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천유(川悠)가 농담조로 말했다.
“하하, 요진아, 마침 삼계의 사법천신 자리가 비어 있는데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구나!”
방금 요진과 신통술을 논했던 첩효(捷驍) 사형이 거들었다.
“비웃지들 마라. 내가 보기엔 요진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다시 까르르 웃었고, 원시천존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으나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이 꼬마 녀석 포부가 꽤 크구나, 사법천신이 되고 싶다니…’
그런데 갑자기 강한 빛이 원시천존의 눈가를 번쩍 스쳤다. 원시천존이 미간의 천목(天目)으로 자세히 보니, 그것은 찬란한 빛을 내뿜는 한 송이 매화꽃이었다!
원시천존은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번쩍 떴다. 그 매화꽃은 요진의 인중(人中) 부근에서 금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다른 제자들은 보지 못한 채 여전히 희희덕거리고 있었다.
원시천존은 요진을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요진은 의아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무관심한 표정이셨던 사부님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긍정의 눈빛을 보내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좋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마. 이제 물러가거라.”
원시천존이 불진을 휘두르자 모습이 감춰졌고, 수업이 끝나자 제자들도 흩어졌다.
요진도 막 떠나려는데, 원시천존을 모시는 동자 서학(舒鶴)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요진 누님, 천존께서 저녁 식사 후에 차를 우려달라고 하십니다.”
요진이 답했다. “응, 알았어. 서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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