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요진의 군대가 진영으로 돌아오니 확실히 일부 천병들이 입은 상처가 아주 엄중해서 고통을 참기 힘들었다.
가벼운 상처라면 깨끗한 물로 몇 번 씻어내면 일부 독을 씻어낼 수 있었다. 필경 천병이라 저항력이 범병(凡兵)보다는 훨씬 강했다.
부상 정도가 비교적 심한 병장들은 깨끗한 물만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요진은 부상이 심한 장졸들이 큰 고통을 겪을 것임을 알고 옥경산의 영약(靈藥)을 가지고 장졸들을 보러 갔다. 부상이 심한 이를 보면 공력으로 영약을 녹여 복용하게 했는데, 그렇게 하면 그녀 스스로가 장졸이 겪는 고통의 일부분을 대신 감당해야 한다.
이에 곁에 있던 희화(曦和)가 그녀에게 충고했다.
“중상을 입은 장졸이 비록 많지는 않으나 이 독이 매우 사나운데, 감당할 수 있겠니?”
요진은 한창 중상을 입은 장졸의 상처를 치료하던 중 희화의 말을 듣고 잠시 주저했다. 하지만 장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간절한 기대를 담아 가련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 요진은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마음이 약해지는 성격이라, 누군가 이렇게 가련한 눈빛을 보내면 가장 견디지 못했다.
그녀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요만한 작은 독은 아무 문제 없다. 이만한 고통도 너희들을 위해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어찌 너희들의 원수라 할 수 있겠느냐?”
장졸들이 다시 기뻐하는 눈빛을 보이자, 요진은 미소를 띠며 중상을 입은 모든 장졸의 상처를 하나하나 다 치료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원수의 치료 은혜에 감사를 표했다.
요진은 서둘러 그들을 일어나게 하고 푹 쉬라고 당부했다. 이때 한 어린 동자가 달려와 보고하기를, 자신의 주인을 구해달라며 주인이 살고 싶지 않아 자결하려 한다고 했다.
이 동자의 주인은 바로 옥두(玉斗)였다. 옥두는 군막으로 돌아와 구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는데, 이미 독이 깊게 퍼져 형편없이 변해버린 것을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려 삶을 포기하려 한 것이다. 그리하여 아택과 다보를 비롯한 자운산의 장수들이 모두 붙잡고 그녀를 권하고 있었다.
옥두는 비록 매우 고통스러웠으나 요진을 찾아갈 면목이 없었다. 그간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앙금이 많았고, 자운산의 우두머리 장수들 대부분이 요진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진 일행이 소식을 듣고 서둘러 달려와 자운산 군막에 들어섰을 때, 아택은 요진의 몸이 온통 상처투성이인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어찌하여 싸움이 다 끝나고 군막으로 돌아온 뒤에 오히려 온몸에 상처를 입었단 말인가?
요진이 옥두의 이런 모습을 보더니 엄하게 호통을 쳤다.
“전쟁하는 자가 어찌 얼굴 따위에 연연하느냐!”
말을 마치자마자 요진은 곧장 옥두의 독을 제거하고 상처를 직접 치료해 주었다.
옥두의 얼굴은 깨끗해졌지만 대신 요진의 목에는 오히려 많은 상처가 생겼다.
다보가 서둘러 옥두를 데리고 요진에게 감사를 표하자, 요진은 손을 저으며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아택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서야 그녀의 몸에 난 상처들이 모두 부상당한 장졸들을 대신해 입은 것임을 알게 되었고, 마음속에 절로 경외심이 일었다. 또한 처녀의 몸으로 자신의 얼굴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 참으로 남달라 보였다.
아택은 자신의 군막으로 돌아와 기분이 언짢은 표정으로 있자, 도도와 묵묵이 물었다.
“주인님, 전쟁에서도 이겼고 주인님은 조금도 다치지 않으셨는데, 왜 자꾸 얼굴을 찌푸리고 계십니까?”
아택이 말했다.
“사부님께서 내게 지기만 하고 이겨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장졸들이 피 흘리며 격렬히 싸우고, 죽거나 다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 마음이 참으로 괴롭구나…….”
도도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으나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위풍당당하던 요진은 자신의 군막으로 돌아오자 온몸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서둘러 청란(青鸞)에게 목욕물을 한 통 떠오게 한 뒤, 가져온 인온천(氤氳泉)을 물에 부어 스스로 상처를 치료했다.
목욕을 마친 후 상처는 아물 기미가 보였으나 통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듯했다. 요진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청란을 돌려보내 쉬게 했다. 그녀는 혼자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으나, 고통 때문에 이리저리 뒤척였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