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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 (36)

화본선생

【정견망】

청허는 어제야 겨우 궁으로 돌아와 지금 침상에서 쉬고 있었고, 도도와 묵묵은 옆에서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도가 말했다.

“보아하니 주인님은 요 몇 년간 분명 예전만큼 수행에 정진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돌아오자마자 잠만 주무시고, 몇 년 전만 해도 책을 보거나 가부좌를 하는 게 전부였는데 말이야.”

묵묵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쩌면 지금은 이미 삼계를 뛰어넘어 수련하셨는지도 모르지!”

도도는 웃음이 터져 찻물을 내뿜을 뻔하며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난 이제 주인님 말을 안 믿어! 그해 사법천신 계승 대전 때, ‘동주는 본래 소박하여 그녀에게 선물할 것이 없다’라며 장담하셨잖아(도도가 비꼬는 시늉을 하며). 그런데 결과가 어땠어? 자기 집 문 열쇠를 그분에게 주고, 길 안내서인 노인(路引)을 선물로 보냈잖아. 하하, 이건 대놓고 자기를 찾아오라는 뜻이잖아!”

묵묵도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런데 정작 요진(瑤眞)은 요 몇 년간 동주 땅에 발 한 번 들인 적이 없으니! 하하하……”

두 사람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는데, 세상일이란 참으로 입에 올리기가 무섭게 일어나는 법이었다.

이때 요진은 힘들게 깊은 바다로 잠입하고 있었다. 체력이 부족해 요진의 피수결(避水訣)도 잘 듣지 않았기에, 요진은 바다 한 층을 내려갈 때마다 거대한 수압을 견뎌야 했다. 마침내 십여만 리를 잠영하여 동궁에 도착했다. 요진은 정신을 가다듬고 간신히 기운을 조절하며 동궁 입구의 시위에게 말했다.

“사법… 사법천신 요진이 긴요한 일로 동주왕을 뵙기를 청합니다.”

시위는 요진의 허리에 찬 사법신장(司法神杖)을 보고, 또 창백한 얼굴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요진의 모습을 보며 상황이 급박함을 알고 서둘러 보고하러 갔다.

이때 청허는 막 잠에서 깨어 졸린 눈을 비비며 상소문을 살피려던 참이었고, 도도와 묵묵은 곁에서 먹을 갈고 차를 달이고 있었다.

“임금님께 아룁니다. 사법천신께서 긴요한 일로 뵙기를 청하옵니다!”

사법천신이라는 말을 듣자 졸음이 가득했던 청허는 깜짝 놀라 순식간에 잠이 달아났다. 도도와 묵묵도 놀라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누… 누구… 누구라고?”

“임금님께 아룁니다. 사법천신 요진께서 긴요한 일로 뵙기를 청하옵니다! 천신의 안색을 보아하니…. 아주 심한 상처를 입은 듯하옵니다.”

“뭐라고!” 청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어서 들게 하라! 도도와 묵묵, 너희는 잠시 물러가 있거라!”

요진이 너무 갑작스럽게 온 터라, 당시의 아택(阿澤)이 바로 청허라는 사실을 아직은 알릴 수 없었기에 도도와 묵묵은 급히 물러갔다. 청허도 시녀에게 명해 비단 커튼을 내리게 하여 잠시 자신의 진면목을 가렸다.

요진은 정신을 다잡으며 천천히 동궁 대전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스라한 분위기 속에서 마치 옛사람을 다시 만난 듯도 하고, 옛터에 다시 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청허는 요진이 한 걸음씩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응시했다. 눈앞의 여인이 과거의 연인인지, 아니면 과거의 원수인지 청허 스스로도 분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요진, 결국 그대가 왔구려. 우리는 역시 인연이 있나 보오.’

요진은 전각 가운데까지 걸어와 기운 없는 몸으로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사법천신 요진이 동승신주의 왕을 뵙습니다.”

청허는 요진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그녀가 짐독에 중독되었음을 알아챘다. 이에 급히 분부했다.

“어서! 어서 사법천신을 비전(秘殿)으로 모셔라! 지금 중독이 깊어 이 수압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비전은 동궁의 평행 공간에 있는 비밀 전각으로, 이곳에는 물이 없어 지금의 요진에게 더 적합한 곳이었다. 요진은 비전에 도착하자마자 십여만 리의 수압에서 벗어나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가슴을 누르던 피를 한 움큼 토해내니 한결 편안해졌다.

이때 청허도 이미 도착해 있었는데,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요진은 그의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던 요진은 청허를 보자마자 그의 팔을 붙잡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제발… 동주왕께서 그 여심천(如心泉)으로 우리 곤륜산을 구해주십시오. 저희, 저희들은 모두 짐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청허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본왕이 잘 알았소.”

그러고는 서둘러 요진을 부축해 침상으로 옮겼다.

청허는 한 손으로 요진을 부축하고 다른 손을 뻗어 내력(內力)으로 밀어내니, 손바닥에서 졸졸 흐르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솟아나왔다. 이 물줄기가 바로 여심천이었다.

청허가 요진에게 여심천을 마시게 하자, 요진은 오장육부를 태우던 뜨거운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의 답답함도 가라앉고 점차 기운이 났다.

요진은 일어나 앉아 청허에게 말했다.

“동주왕께서 독을 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청컨대 제게 샘물을 좀 더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어서 돌아가 곤륜산 식구들을 구해야 합니다.”

청허가 말했다.

“천신께서는 서두르지 마시오. 지금 몹시 허약한 상태이니, 본왕(本王)이 즉시 사람을 시켜 여심천을 곤륜산으로 보내면 될 일이오. 그대는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오.”

이어 청허는 신관 한 명을 불러들였다.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에서 벽옥 비녀를 뽑아 신관에게 건네며 말했다.

“신관님, 번거로우시겠지만 이 비녀를 가져가시면 곤륜산에서 중독된 이들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비녀로 우리 곤륜의 영규계(靈竅溪) 상공을 한 번 그으시면 제가 걸어둔 결계가 풀릴 것입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그 시냇물에도 여심천을 좀 뿌려주십시오. 요진이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신관은 명을 받고 서둘러 곤륜산으로 떠났다.

청허가 지금의 요진을 바라보니, 눈빛은 여전히 예전처럼 맑고 깨끗했다. 얼굴에는 다시 붉은 기운이 돌아 더욱 달콤하고 사랑스러워 보였으며, 비녀를 뽑아 어깨로 흘러내린 검은 머릿결은 폭포 같았고 가냘픈 모습이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콜록… 콜록…” 요진이 허약하게 몇 번 기침을 하자 청허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요진에게 말했다. “몸 안에 아직 잔독이 남아 있으니 안정이 필요하오. 어서 누우시오.”

요진은 차마 눕기가 미안하여 벽에 기대어 반쯤 앉아 있었다.

청허가 다시 물었다.

“짐새는 비록 삼계에서 가장 지독한 독물이기는 하나 보통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데, 어찌하다 중독된 것이오?”

요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이야기가 깁니다. 이번에 동왕의 해독 은혜에 깊이 감사드리며, 요진이 훗날 반드시……”

청허는 요진이 눕지도 않고 정신을 가다듬어 격식을 차리는 말을 하려 하자, 낮게 웃으며 말했다.

“여전히 이렇게 강한 척을 하는구려.”

요진이 무엇인가 들은 듯하여 물었다.

“무… 무엇이라 하셨습니까?”

청허가 말했다.

“아… 이 여심천은 삼계 안의 모든 독을 풀 수 있소. 그대가 회복되면 본왕이 이 샘물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면 어떻겠소?”

요진이 말했다.

“이 샘을 당신께서 직접 만드실 수 있단 말씀입니까?”

청허가 말했다.

“물론이오. 여심천은 바로 본왕이 만든 것이니까.”

요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 샘은 호천대제(昊天大帝)께서 만드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청허는 그 말을 듣고 얼른 말을 바꿨다.

“아…그게 본왕도 할 줄 안다는 뜻이었소. 나도 만들 줄 안단 말이오.”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동왕께 감사드립니다.”

청허는 요진이 계속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떠나지 않으면 그녀가 눕지 않을 것임을 알고 말했다.

“푹 쉬시오. 본왕은 이만 돌아갔다가 이따가 다시 오겠소.”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청허를 배웅하려 했으나, 청허는 이미 몸을 숨겨 사라진 뒤였다. 요진은 그제야 누워 휴식을 취했다. 한참을 누워 있으면서도 곤륜의 생령들이 해독제를 마셨을지 걱정이 되어, 법력이 조금 회복되자마자 천목(天目)으로 곤륜을 살펴보았다. 신관이 이미 곤륜산의 짐독을 푼 것을 확인하고서야 요진은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정오, 요진이 서서히 깨어났다.

“천신께서 깨어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한 어린 시녀가 기뻐하며 말했다.

요진이 천천히 일어나 앉자 시녀들이 감로와 향기로운 수건을 들고 와서 말했다.

“저희가 천신의 세수와 의복 갈아입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요진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히 몸단장을 마치자 어린 시녀가 청남색 망토 하나를 가져와 말했다.

“이것은 저희 임금님께서 평소 입으시는 망토입니다. 마마께서 천신의 몸이 허약하니 이것을 걸쳐주라고 하셨습니다.”

말을 마친 시녀가 요진의 몸에 망토를 둘러주었다.

시녀가 이어 말했다.

“천신께서는 청상각(淸祥閣)으로 걸음을 옮겨 주십시오. 임금님께서 정성껏 음식을 차려놓고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요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궁녀의 인도를 받아 청상각에 도착했다.

청허는 탁자 앞에서 요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진이 자신의 망토를 걸치고 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은 채, 그저 앉아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평소 입던 망토를 걸친 요진은 얼굴이 다소 초췌했지만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뺨 옆으로 흘러내린 긴 머리를 찰랑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요진이 보니 동주왕은 구름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제는 눈이 침침해서 진면목을 못 보는 줄 알았더니, 원래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계셨구나.’

요진은 청허 앞으로 다가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동주왕을 오래 기다리게 해드렸습니다.”

청허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좀 괜찮아졌소?”

요진이 말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청허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 어서 앉으시오. 음식을 좀 들어야 회복이 빠를 것이오.”

요진이 자리에 앉자 청허가 직접 음식을 집어주었다. 요진은 깜짝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분은 시녀를 시키지 않고 직접 음식을 덜어주시는 건가?’

요진이 서둘러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청허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동주의 음식은 삼계에서 아마 가장 맛이 좋을 것이오. 한 번 맛보시오.”

요진이 맛을 보니 과연 그랬다. 맛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식감은 무르지도 딱딱하지도 않았으며, 색과 향과 맛이 모두 적절했다.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정말 맛있습니다!”

청허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많이 드시오.”

이어 청허는 서 있는 시녀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밥을 먹었느냐?”

시녀들이 대답했다.

“저희는 대부분 먹었사온데, 추추(啾啾)와 애애(艾艾)는 아직 먹지 못한 듯하옵니다.”

청허가 말했다.

“그럼 서 있지 말고 어서 가서 밥을 먹어라!”

추추와 애애는 고개를 끄덕이고 요진에게 예를 올린 뒤 물러갔다.

요진은 속으로

‘이 동주왕의 연회는 격식도 차리지 않을뿐더러, 마치 평범한 백성들이 집밥을 먹는 것 같구나’라고 생각했다.

청허가 입을 열어 물었다.

“어쩌다 중독된 것이오?”

요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듯 말했다.

“아, 제가 은무산(隱霧山)을 지나다 그만 짐조 무리에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들과 싸우다가 부주의하게 치맛자락에 짐새 깃털이 묻었는데, 그만 그 독을 곤륜산까지 가져가고 말았습니다. 시녀가 제 옷을 빨다가 실수로 그 깃털을 만지는 바람에 중독되었고,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말하던 요진은 갑자기 자신이 전업술(轉業術)을 썼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택에게 이 비전 공법을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요진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제가… 제가…”

청허가 갑자기 요진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그대가 전업술을 썼구려. 그래서 온몸에 독을 뒤집어쓰고 본왕을 보러 온 것이고.”

요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네, 그런데 그걸 어찌 아십니까……”

청허는 요진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

“추측한 것이오.”

이때 청허의 안색은 조금 좋지 않았다.

요진은 청허의 안색을 살피지 못한 채, 그의 짐작이 정확하다고 칭찬하려 웃었다.

그런데 청허가 다시 말했다.

“다행히 그대의 전업술이 8할 정도밖에 안 되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완전히 터득했더라면 그대는 본왕을 보지 못했을 것이오.”

요진은 멍해져서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고인(高人)이시구나. 이 비전(秘傳) 공법을 아실 뿐만 아니라 내가 몇 할이나 닦았는지까지 알아보시다니.’

이어 청허는 음식을 한 입 먹고는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또 전업술을 쓰기 전에, 먼저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헤아려 보시오.”

이 말에 요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몹시 무안해졌다. 곁에 있던 시녀도 분위기가 어색하다고 느꼈는지 청허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임금님, 어찌 사법천신께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청허는 그제야 자신이 방금 실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진의 뺨이 발그레해진 것을 보고 급히 수습하려 했으나 방법을 몰라 그저 말했다.

“아… 본왕이 말이 지나쳤소.”

요진은 얼른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동왕께서 지당하신 말씀을 하셨습니다! 동왕의 구명지은(救命之恩)에 깊이 감사드리며, 요진이 이 잔을 먼저 비우겠습니다!”

요진은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마시고 보니 술이 아닌 듯했다. 어린 시녀는 요진이 의아해하는 것을 보고 얼른 나서서 말했다.

“임금님께서 천신의 몸에 휴식이 필요함을 아시고 술을 내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복숭아즙으로 바꾸었는데, 천신의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요진은 맛을 음미하더니 말했다.

“좋아요, 좋아. 아주 맛있어요.”

청허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잔을 들어 그 안의 복숭아 즙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찍이 남주(南洲)에서 시 한 구절을 들은 적이 있소. 복숭아나무 싱싱하고 그 꽃 또한 화사하구나(桃之夭夭, 灼灼其華).”

요진이 말했다.

“그것은 미인을 묘사하는 시가 아닙니까?”

청허는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다시 어색해지자 어린 시녀가 얼른 말했다.

“이 시 구절이야말로 천신께 가장 잘 어울립니다!”

요진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농담도 잘하는구나. 나더러 미인이라니…..”

요진은 어색함을 깨고자 서둘러 덧붙였다.

“동왕님, 아까 그 여심천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청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좋소. 그럼 나를 따라오시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