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반도연(蟠桃宴)이 시작되려 하자, 도하산인은 여암진인(呂岩真人), 광릉산선(廣陵散仙), 연장도인(淵長道인), 현월성모(玄月聖母), 묘염진선(渺冉真仙), 복성신군(福盛神君) 등 인간 세상에서 사람을 제도하는 여러 대도(大道) 신선들을 이끌고 요진의 반도연에 참석했다. 그들은 실제로 몇몇 수련인도 함께 데려왔다.
요진은 일일이 읍을 하며 예를 갖추었고, 신선들도 화답했다. 이미 최상급 가효와 만 년 묵은 술이 준비되어 신선들이 자리 잡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신선들은 서둘러 자리에 앉지 않고, 모두 정원을 거닐며 풍경을 감상하고 싶어 했다.
신선들이 웃고 떠들며 정원을 유람하던 중, 복성신군이 읊조렸다.
“옥 같은 줄기에 금빛 꽃술이라,
향기로운 풀에 맺힌 이슬 맑고,
향긋한 비에 갓 씻긴 듯
만상이 징명(澄明)하구나.”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모았다.
“묘사가 참으로 절묘하오. 특히 이 ‘징명’이라는 두 글자가 일품이구려……”
묘염진선이 연못 하나를 발견하고 물었다.
“이 연못은 어디에 쓰는 것이오?”
요진이 대답했다.
“복숭아나무에 물을 주기 위한 축수지(蓄水池)입니다.”
현월성모가 요진이 평소 잠을 자는 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대(台)는 또 무엇에 쓰는 것입니까?“
요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밤에 쉴 때 임시로 침상 삼아 만든 곳입니다.”
신선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현월성모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도 참으로 소탈하구려!” 말을 마친 그녀가 소매를 휘두르자, 그 대에 옥석과 금테가 박히고 곁에는 비취색 대나무와 그윽한 난초가 자라났다. 대 위에는 산하(山河)와 협곡, 작은 다리와 흐르는 물 등 온갖 문양이 조각되었고 상서로운 구름처럼 부드러운 방석이 깔렸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붓을 휘두르듯 글자를 새기니, 바로 ‘요대(瑤台)’였다.
묘염진선은 현월성모의 솜씨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하며 축수지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연못은 더 크고 정교해졌으며, 못가에는 금덩이와 보석들이 쌓이고 못 안에는 금련(金蓮) 몇 송이가 피어났다. 선계 잉어들이 연못 속을 노니니 일곱 색깔 비늘이 비쳐 반짝였다. 이어 그는 연못가에 용과 뱀이 춤추는 듯한 필체로 두 글자를 썼으니, 바로 ‘요지(瑤池)’였다.
신선들은 두 신선이 정원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을 보고 저마다 신적(神跡)을 남겼다. 어떤 이는 요지에 선무(仙霧)를 채우고, 어떤 이는 요대에 금성(金星)을 뿌렸으며, 어떤 이는 복숭아 정원에 무지개를 띄우고, 어떤 이는 흙에 선령(仙齡)을 불어넣었다. 이 과정을 거치자 반도원은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고, 요진은 연신 읍을 하며 감사를 표했다.
드디어 신선들이 자리에 앉고 가효와 미주가 차려지자, 신선들은 각자 선도(仙桃) 하나씩을 골라 맛을 보기 시작했다.
광릉산선이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고 감탄하며 읊었다.
“멀리서 보니 분홍빛 순수하고,
맛을 보니 신선하고 달콤하며 연하구나.
맑은 즙은 입안 가득 넘쳐흐르고,
먹는 순간 범신(凡身)이 정화되누나.”
遙看粉面純,
一品鮮甜嫩。
澄汁唇齒溢,
食下淨凡身。
뭇 신선들이 시식 후 일제히 이 복숭아의 ‘징정(澄淨)’한 맛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함께 온 몇몇 수련인들도 선도를 맛보았다. 그러자 즉시 그들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점차 몸이 깨끗해지며 우유빛깔처럼 투명하게 변해갔다. 요진과 신선들은 반도가 정말로 효험이 있음을 확인하고 모두 크게 기뻐했다.
선도를 먹은 수련인들은 필경 사람이 수련하는지라 환희심(歡喜心)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요진은 그들의 환희심이 수행에 방해가 될까 염려되어 시 한 구절로 점화(點化)해 주었다.
“반도에 비록 신력(神力)이 있다 말하나,
몸은 제도할지언정 마음은 건네주기 어렵다네.
근본적인 수행술이란 무엇인가,
도(道)는 몸 밖이 아니라 안으로 깨닫는 것이라네.“
雖言蟠桃有神力,
只得渡身難渡心。
何爲根本修行術,
道非身外向內悟。
이어 여암진인도 덧붙였다.
“검은 파도 몰아치는 험난한 속세에서,
속세의 먼지에 물들지 않음이 곧 깨끗한 연꽃이라.
이제 몸을 제도할 반도가 나타났으니,
마음 밭 부지런히 일구는 일 잊지 않으리.”
黑浪滾滾塵世險,
鉛華不涴是淨蓮。
如今渡身蟠桃現,
莫忘勤懇耕心田。
몇몇 수련인들은 이 시들을 듣고 점차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고, 뭇 선[衆仙]들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산들바람이 불어오자 요대 옆의 대나무와 난초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연장도인이 말했다.
“이 반도원을 위해 사법천신이 자신의 침전을 버리고 정원에서 기거하셨다니, 그 속에 담긴 진심(真心)과 참뜻[實意]은 천지가 다 알 것입니다!”
요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그저 방으로 돌아가기 귀찮았을 뿐입니다.”
묘염진선이 읊었다.
“서진선자(西眞仙子) 요대에 누우니,
밤하늘의 별들이 비단 이불이 되었네.
입가에 머문 가벼운 숨결에 향기 흐르니,
정원의 반도들이 더욱 싱그럽구나.”
西真仙子臥瑤台,
漫天星鬥作羅衾。
繡口輕酣芬芳逸,
滿園蟠桃更欣欣。
신선들이 묘염의 시를 칭송하자 요진만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찌 서진선자라 불릴 수 있겠습니까? 선자라면 모름지기 아름다워야죠. 제가 만약 옥탁(玉琢) 선자처럼 아름다웠다면 ‘향기로운 숨결’이라는 표현이 어울렸겠지만요!”
뭇 선들이 요진이 겸손하다고 웃자, 요진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웃으셔도 할 말 없지만, 몇 년 전 약수(弱水) 가에서 옥탁 선자가 춤추는 것을 보고 저도 흉내를 좀 내봤거든요. 그랬더니 옥탁 선자가 저더러 서시를 따라한 동시처럼 분수를 모른다고 화가 나서 소매를 저으며 날아가 버리더군요. 하하!”
모두가 박장대소했고, 복성신군이 웃으며 말했다.
“만약 어떤 선자가 요진 같은 도량을 가졌다면, 그녀는 더 이상 선자가 될 수 없습니다!”
요진이 웃으며 물었다. “그럼 무엇이 되나요?“
여암진인이 가로채 대답했다.
“왕모(王母)가 되셔야지요!”
뭇 선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으나, 요진 혼자만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농담도 참……”
반도연이 끝난 후, 신선들은 3년 뒤에 요진과 함께 잘 익은 반도를 따기로 약속했다. 즉, 3년 뒤면 반도가 정식으로 수련인의 육신을 제도하는 법보(法寶)가 되어, 인간 세상에서 육신을 지닌 채 성인이 되는 육신성성(肉身成聖)의 일이 더 이상 불가능한 꿈이 아니게 될 것이었다.
그날 밤, 요진은 청란, 희화, 해치를 불러 새로 단장한 요대에 앉아 요지와 반도원의 풍경을 즐겼다. 청란과 희화는 요대에 비스듬히 누워 별을 보았고, 해치는 요지 옆에서 꾸벅꾸벅 졸았으며, 요진은 정원을 거닐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란이 밤하늘을 보며 외쳤다.
“저기를 봐! 붉은 실을 든 분은 월하노인(月老) 아냐? 방금 급히 날아가셨어!“
희화가 말했다.
“음, 정말이네.”
그러더니 청란을 보며 웃었다.
“네가 왜 그리 흥분해? 홍란성(紅鸞星)이라도 움직인 줄 알았잖아!”
청란이 희화를 흘겨보며 씩씩거렸다.
“네가 서방님을 찾고 싶은 모양이구나!”
희화는 웃으며 요진을 바라보았다.
“우리 대사법천신님도 아직 혼례를 치르지 않으셨는데, 곤륜의 소선(小仙)인 제가 감히 어찌 앞서가겠습니까?“
요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내가 네 앞길을 막고 있었구나!”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청란이 진지하게 물었다.
“하나 물어볼게! 너는 몇 년 동안 사방을 누볐으니 우리보다 안목이 훨씬 넓잖아. 마음에 둔 남자 신선은 없어?”
요진은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청란이 다시 묻자 희화가 웃으며 거들었다.
“시치미 떼는 걸 보니 분명히 있네!”
요진은 여전히 반도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청란과 희화는 끈질기게 요진의 마음속 주인공이 누구인지 캐물었다.
요진이 끝까지 대꾸하지 않자, 두 사람은 옆에서 하품하던 해치를 붙들었다. 해치가 점술에 능한 것을 알고 요진의 정인이 누구인지, 어느 주(洲)에 사는지 알아내라고 강요했다. 사실 해치가 어찌 다 알겠는가. 등 떠밀린 해치는 요진이 마침 동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무심코 내뱉었다. “동(東)동…”
요진은 ‘동(東)’이라는 글자를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 해치를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피하며 딴 곳을 보았다. 해치 역시 놀랐다. 요진의 표정을 보니 짐작이 맞았던 모양이다. 그는 수염을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좋아, 이제 실마리가 잡혔으니 돌아가서 점을 쳐본 뒤 알려주리다.”
요진도 웃으며 말했다. “됐어 됐어, 차라리 내가 그냥 말해줄게!“
모두가 귀를 기울이자 요진은 바닥에 드러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정인은 저 구름 안개 뒤에 숨어 있단다. 얼른 가서 찾아보렴!”
청란과 희화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또 놀리는 줄 알았어!“
요진은 하하 웃으며 대답했다. “에이, 정말이라니까!”
해치는 영리했다. 요진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그날 요진이 동주에서 돌아와 연회 때 동주왕이 늘 구름으로 얼굴을 가린다고 했었지…. 동주왕이 요진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고. 요진이 구한 사람은 셀 수 없지만 요진을 구한 이는 드문데… 설마 그녀의 정인이 정말 동주왕인 건가……’
잠시 후, 희화는 요진과 청란이 잠이 든 것을 보고 생각에 잠겨 있던 해치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당신은 다 눈치챈 것 같은데, 누군지 말해줘요. 대체 누구죠?“
해치가 소곤거렸다.
“동주왕(東洲王)님이야.“
희화와 해치는 서로 마주 보며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요진이 막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는데 하늘 저편에서 신관 두 명이 급히 다가와 명을 전했다.
“요진은 성지를 받으라! 짐이 그대에게 명하노니, 인간 세상의 전욱제(顓頊帝)를 도와 왕자야(王子夜) 둥의 귀군(鬼軍)을 소탕하라. 즉시 출병하라. 단, 인간 세상 중생들의 심성이 타락했으니 신적(神跡)을 직접 보여서는 안 되니, 신상(神相)을 드러내지 말고 암암리에 도우라. 이상!”
요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두 신관님, 전욱제와 왕자야의 싸움은 본래 정수(定數)가 있는 인간 세상의 전역(戰役)이 아닙니까? 제가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까?”
신관이 대답했다.
“본래는 그러했으나, 어제 공공(共工)이 왕자야를 죽이고 그 시신에 달라붙어 그 몸을 빌려 전욱제를 죽이고 인간 세상을 통일하려 하고 있습니다.”
요진이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즉시 군사를 소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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