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정아! 이 시냇물이 정말 시원하구나! 너도 이리 내려오너라!”
“아가씨, 그 얇은 옷 한 벌뿐인데, 젖으면 갈아입을 옷이 없잖아요!”
“상관없어! 상관없어!”
혜혜는 맑은 시냇물을 가장 좋아했다. 아도와 아묵이 땔감을 주우러 나가고 장우인이 산에 오른 틈을 타서, 그녀는 신발과 버선을 벗고 시냇물 속으로 달려가 물장구를 쳤다.
백옥처럼 희고 고운 발이 둥글둥글한 청석을 밟으며 물놀이를 하니, 마치 두 송이 옥련화가 가벼운 물결을 따라 춤을 추는 듯했고, 또 귀엽고 영롱한 두 알의 신령한 구슬이 시냇물에 흩어진 듯했다.
그녀는 뛰고 달리며 때로는 물고기를 쫓고 때로는 개구리를 잡느라 여간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이 시원한 물속에 넘어지고 말았는데, 물고기들이 깜짝 놀라 수면 위로 튀어 오를 정도로 웃음이 났다.
혜혜는 옷이 다 젖었을 뿐만 아니라, 단정하게 꽂았던 송학운계(松鶴雲髻) 머리도 흐트러져 비녀가 삐져나왔으며, 젖은 머리카락은 마치 검은색 비단 한 가닥처럼 어깨 위로 흩어졌다.
그녀가 낭패한 몰골로 물가로 올라오자, 큰 구슬 작은 구슬 같은 물방울들이 복숭아 같은 뺨에서 연신 굴러떨어졌다. 벨벳 같은 눈썹과 속눈썹에는 아직 몇 방울의 이슬이 맺혀 있었고, 물안개 속에서 막 나온 맑은 살구 눈은 여전히 영롱한 물빛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눈을 들어 보니, 뜻밖에도 장우인이 물가에 서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순식간에 뺨이 달아오르고 귓불이 불타는 듯하여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서요!”
깜짝 놀란 장우인이 황급히 몸을 돌렸다. 곁눈질로 연못물에 비친 그녀의 그림자가 보였는데, 이때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얼굴에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장우인은 가슴이 뛰어 얼른 두 눈을 꽉 감았다.
혜혜도 서둘러 신발과 버선을 신고 머리를 손질했다. 이때 정아가 산나물 광주리를 안고 돌아오다가, 공자가 아가씨를 등지고 두 눈을 꽉 감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공자님, 이러실 필요는 없으세요. 이분은 공자님의 부인이시잖아요!”
그제야 장우인은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지만, 몸을 돌리지는 않았다.
혜혜가 몸을 흔들어 물을 털며 말했다.
“정아야, 어째서 내 옷이 젖자마자 날이 어두워지고 서풍까지 불어오는 걸까. 정말 좀 춥구나.”
“아가씨, 제가 그랬잖아요. 시냇물에 들어가면 감기에 걸릴 뿐만 아니라 옷도 젖는다고요. 그런데도 안 믿으시더니! 자, 우리 동굴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요. 제가 그 젖은 옷을 입을게요.”
혜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된다, 너도 연약한 처녀인데 어떻게 젖은 옷을 입게 하겠니?”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장우인에게 시선을 던졌다.
마침 아도와 아묵이 돌아오다가 부인의 옷이 젖은 것을 보고 앞다투어 말했다.
“부인, 제 옷을 입으세요! 제 옷을 입으세요!”
그러고는 모두 상의를 벗어 어깨를 드러냈고, 아묵이 말했다.
“저희는 남자라 양기(陽氣)가 강해서 추위를 타지 않습니다. 부인께서 저희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하지만 혜혜는 여전히 장우인을 바라보았다. 장우인이 말도 없고 몸을 돌리지도 않자 그녀가 물었다.
“장우인, 당신은 왜 나한테 옷을 벗어준다는 말을 안 해요?”
그제야 장우인이 천천히 몸을 돌리며 말했다.
“당신은 줄곧 내 옷이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소? 내가 입으라고 한다고 당신이 입겠소?”
혜혜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입으라고 말하기만 하면 입을게요!”
장우인이 어색하게 웃었지만, 혜혜가 한참을 기다려도 그는 옷을 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흥! 구두쇠같으니라구!” 혜혜는 화가 나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버렸다.
혜혜는 창목도 시냇가에서 물을 마시는 것을 보다가 문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꾀를 내어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여러분 저것 좀 보세요! 저게 뭐죠?”
장우인이 막 고개를 드는 틈을 타서 혜혜는 장우인의 팔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당신도 내려와요!”
그러면서 장우인을 시냇물 속으로 끌어당겼다. 장우인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혜혜가 말의 배를 치자, 창목이 깜짝 놀라 앞발을 들었고 장우인에게 다시 물세례를 퍼부었다. 정신을 차린 장우인이 물가로 올라오려 하자 혜혜가 얼른 말의 머리를 쳤다. 창목은 당연히 주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머리로 물가로 도망가려는 장우인을 들이받아 비틀거리게 했다. 장우인은 발을 헛디뎌 시냇물 속에 주저앉았고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다.
물가에 있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배를 잡고 웃음을 멈추지 않았으며, 심지어 창목도 고개를 들고 울부짖었다.
시냇물 속에 앉아 있던 장우인도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 당신은 정말 장난꾸러기구려!”
혜혜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장 공자님, 이제 당신 옷을 빌려준다고 해도 안 입어요. 제 옷은 벌써 거의 다 말랐거든요!”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짐짓 몸을 떨더니 얼른 아도와 아묵의 옷을 모두 몸에 걸치며 말했다.
“날도 저물고 바람도 차가우니 사양하지 않을게. 고마워!”
장우인은 낭패한 모습으로 물가로 올라와 결국 상의를 벗어 모닥불 옆에서 말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았다.
혜혜는 자기도 불을 쬐는 척하며 싱글벙글 장우인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갑자기 옷을 세 벌이나 입으니 확실히 아주 따뜻하네요.”
장우인은 상체를 드러낸 채 웃으며 아묵 말도 하지 않았다. 혜혜는 장우인의 낭패한 표정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그만 몹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장우인의 가슴을 응시했다.
장우인은 그녀가 겁에 질린 것을 보고 농담조로 말했다.
“당신들 여인들이 남자를 바보는 것은 등도자(登徒子, 색을 밝히는 사람)라 하지 않으니, 볼테면 마음껏 보시오!”
혜혜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 가슴에 왜 이렇게 흉터가 많죠? 도대체 칼을 몇 번이나 맞은 거죠?!”
장우인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서른세 번의 칼날이오.”
혜혜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 왜죠?”
장우인은 서두르지 않고 모닥불 옆에 앉아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서른세 개의 흉터는 바로 서른세 차례 인심(刃心, 마음을 칼로 베는 고통)이라오. 매번 인심은 수련의 한 고비이고, 서른세 고비마다 수련의 큰 경계[重境界]가 되오.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서른세 고비를 세 차례 겪어야만 백인대제(百忍大帝)로 수련 성취할 수 있으며, 성취한 후에는 나의 세계도 33층의 하늘이 있을 거라 하셨소.”
혜혜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오, 그랬군요. 그럼 당신은 앞으로도 예순여섯 번을 더 칼에 찔려야 하나요?”
“그건 아니오. 사부님 말씀으로는 매차례 큰 경계마다 넘어야 할 고비가 다르다고 하셨소.”
혜혜가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만약 당신이 어느 고비를 넘기지 못해 견딜 수 없게 되면 어쩌죠?”
장우인이 말했다.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나의 몇 군데 영규(靈竅)를 봉인하셨기 때문에 슬픔과 기쁨에 대한 감각이 보통 사람보다 무디다고 하셨소. 그리고 사부님께서 슬쩍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내 마음속의 어떤 나무 한 그루가 상처를 입어서 태어날 때부터 냉정하고 담담해서 고통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하셨소.”
혜혜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랬구나.” 말을 마친 그녀는 문득 장우인이 입을 옷이 없어 추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아도와 아묵의 옷을 벗어 장우인의 몸에 덮어주었다.
장우인은 혜혜가 옷을 덮어주자 조금 수줍어하며 말했다.
“난 춥지 않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1단계 경지를 이미 다 닦았기에 나의 상체는 이미 다이아몬드처럼 금강불파(金剛不破)가 되었는데 어찌 추위를 타겠는가? 방금 상의를 벗어 불 옆에 말린 것도 단지 흉터를 보여주어 당신에게 알려주려 한 것이라오. 내가 옷을 빌려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 몸의 흉터가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음을…….’
하지만 그는 워낙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다. 또한 사부님께서 수련하여 얻은 성과를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말하면 그것은 과시가 되어 ‘자심마(自心魔)’를 불러오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산나물 죽을 먹으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느덧 밤이 깊었다.
아도와 아묵은 서로 기대어 잠들었고, 장우인도 동굴 입구에 기대어 가볍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오직 혜혜만이 다리를 웅크리고 모닥불 옆에 앉아 생각에 잠긴 듯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장우인은 참 가엽기도 하지. 어릴 때 부모님 곁을 떠나 이곳에 와서 수련하다니. 이 수련이라는 게 정말 고생스럽구나. 보통 사람 같으면 마음을 칼로 베는 듯한 고통을 한 번만 겪어도 죽을 지경일 텐데, 그는 이런 큰 고난을 견뎌내니 참으로 근기(根基)가 깊은 사람이네…….
그런데 왜 신선께서는 나를 제도해서 수련하게 하지 않으실까? 아마 내 근기가 너무 부족해서겠지…… 에휴, 만약 신선께서 나를 제도해 주신다면 나도 어느 정도 고생은 견딜 수 있을 텐데. 장우인만큼은 못하더라도 전력을 다할 수 있을 텐데…….
어라?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어떤 노도(老道)께서 내 병을 고쳐주신 적이 있었지! 성함이 아마 원시도인(元始道人)이었던 것 같아. 그때 그분이 만약 당신을 따라 수련하자고 하셨다면 난 분명히 승낙했을 거야. 그랬다면 부모도 없고 집도 없이 타향에 갇힌 지금 같은 처지는 면했을 텐데. 적어도 사부님은 계셨을 거 아냐. 에휴, 아쉽네… 어릴 때부터 늘 수도(修道)에 관심이 많아서 무류(無留) 선생을 쫓아다니며 묻곤 했었는데…….
아니지, 가만있어 봐. 장우인이 말하길 세 차례 서른세 고비를 겪어야 백인대제가 된다고 했지. 세 차례 서른셋이면 아흔아홉인데, 수련 성취하면 ‘구십구인대제’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냐? 나머지 한 번의 참음(一忍)은 뭘까? 혹시 사부님이 말씀을 안 하신 걸까? 마지막에 그를 시험하려고 남겨두신 걸까…….”
…………
“허허, 뜻밖에도 그녀에게 들켰구나.”
밤하늘의 몇몇 도가(道家) 신선들이 이 신비로운 장가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훨씬 더 영혜(靈慧 신령한 지혜)가 있어요.” 다른 신이 말했다.
“그녀 인중(人中)의 매화를 보십시오. 그녀는 무상왕(無上王) 존자의 첫 번째 제자입니다.”
또 다른 신이 말했다.
“그러니 이 마지막 관문은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겠군요.”
방금 전의 신이 말했다.
“음…….”
여러 신선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