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각설하고, 장우인이 마침 양회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을 때 이광요가 업해흑령을 데리고 들이닥쳤다.
이 업해흑령 무리는 칼을 들고 장우인의 상반신을 마구 난도질했지만, 장우인의 상반신이 매우 견고하여 칼들이 모두 부러졌을 뿐 장우인에게는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그런데 이 흑령들은 장우인을 베고 난 후 모두 흰색 바둑알로 변해 장우인의 곁을 맴돌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이광요는 하는 수 없이 다시 명자기사에서 흑령을 불러왔고, 흑령들이 또 한 무리 몰려왔다. 그들은 해가 질 때까지 장우인을 힘껏 베었으나 여전히 베이지 않았다.
이광요는 다시 돌아가 흑령을 불러와 계속 장우인을 베게 했다.
나중에 이광요는 장우인의 상반신이 가장 견고하여 피부조차 터지지 않고 피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그의 머리는 피가 흘렀으나 갈라진 틈이 금세 아물었다.
장우인의 다리는 비교적 약해 부러지기도 했지만, 그는 본래 발을 저는 절름발이였다. 다리가 부러진 후 금방 다시 자라났는데, 자라난 후에는 도리어 다리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이렇게 이광요는 업해흑령을 데리고 밤낮없이 며칠 동안 장우인을 공격하며 수많은 업해흑령을 소모했다. 이것들은 모두 흰색 바둑알로 변해 장우인의 곁을 맴돌다가 점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장우인은 이 며칠 동안 줄곧 침상에서 양회의 가슴을 누른 채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광요는 지쳐서 장우인의 침상 곁 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다.
이때 장우인은 이미 양회의 육신을 모두 수복했으나 양회는 아직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장우인은 매우 의아해하며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자세히 찾아보았다.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다시 잠시 기다렸으나 양회가 여전히 깨어나지 않자 또다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찾았다. 하지만 양회의 육신에는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그녀는 깨어나지 못했다.
장우인은 천목(天目)으로 다른 공간을 보며 양회의 원신(元神)을 살펴보았다.
“아!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것은 장우인이 며칠 만에 내뱉은 첫 마디였다.
장우인은 왜 이토록 경악했을까? 양회 원신의 위장 부분이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양회의 원신이 매우 중한 상처를 입었기에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원신이 어쩌다 상했단 말인가? 내가 어떻게 그녀의 원신을 상하게 했단 말인가? 원신이 일단 상하면 육신이 깨어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윤회전생조차 매우 어려워진다. 그런데 그녀의 원신이 왜 상했을까? 혹시 내가 그녀를 찔렀을 때 무의식중에 체내의 공(功)이 움직여 원신을 상하게 한 것일까…….”
장우인의 눈빛에 공포 어린 기색이 스쳤다.
이때 잠에서 깬 이광요가 냉소하며 말했다.
“흥, 자기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더니, 이제 와서 제 손으로 아내를 죽여놓고 가식적으로 치료를 하다니. 그녀가 당신에게 시집온 것은 불행 중의 불행이군.”
이광요의 말을 들은 장우인은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
이광요는 이 모습에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칼로 베고 도끼로 찍어도 눈 하나 깜짝 않더니, 남이 하는 소리는 무서워한단 말인가?’
양회의 원신이 상한 것을 보고 이광요가 또 “그녀가 당신에게 시집온 것은 불행 중의 불행이다”라고 말하자 장우인은 생각할수록 괴로웠다. 그러나 그에게는 양회의 원신을 수복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사실 진짜 상처, 회복할 수 없는 상처는 이 원신 배후의 진체(眞體)에 있었다. 이 진체의 상황이 다시 원신으로 반영된 것인데, 장우인은 그녀의 진체가 상한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매우 중한 상처였다.
하지만 이 진체는 장우인은커녕 층차가 극히 높은 대각자(大覺者)라 해도 회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 진체는 아주 깊고 깊은 미시적인 공간에 있어 회복은 고사하고 보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진체를 회복하려면 이 생명의 진정한 기원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우인은 비록 회복할 길은 없었으나 이러한 이치는 알고 있었다. 원신의 병 근원은 진체에 있으며, 양회의 진체를 손대려면 반드시 양회의 진정한 기원을 알아야만 했다.
장우인은 양회가 수련한 지 일 년 만에 육체를 우윳빛처럼 내백체 상태로 정화하고 맥(脈)도 매우 넓게 닦은 것을 보고, 그녀가 업력이 적을 뿐만 아니라 기원 또한 예사롭지 않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최초에 어디서 왔단 말인가? 그녀의 최초 내력과 그녀의 모든 것, 세상에, 이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수련인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 세상의 생사는 그저 옷을 입고 벗는 것과 같다. 하지만 지금은 분자라는 이 계층 공간의 일이 아니었다. 양회의 진체가 중상을 입었으니 수련인의 눈으로 볼 때 이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장우인은 지금 더없이 비통해했다. 자신이 이 생명에게 칼침을 놓았고 그 결과 진체가 이 모양이 되었으니, 장우인은 이것이 살생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찌 단 한 번의 칼질에 진체와 원신까지 상하게 했단 말인가? 이를 어찌해야 할까? 게다가 양회는 자신에게 정말 잘해주지 않았던가! 양회 본인도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하루 낮밤을 함께한 부부 사이엔 깊은 정이 있는 법이다! 이것은 선량한 사람, 자신의 은인을 살해한 꼴이었다. 그것도 보통의 살해가 아니라 진체까지 상하게 했으니, 이것은 이른바 진상(眞傷), 즉 구제 불능의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양회가 다소 덤터기를 씌운 면도 있었다. 양회 진체의 위장이 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우인과는 그리 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장우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장우인이라는 사람의 본질은 매우 선량했기에 양회의 참상을 보고 내심 정말 괴로웠으나 정말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이광요가 일어나 침상에 누운 양회를 보며 장우인에게 말했다.
“양 소저가 죽어서도 시신이 썩지 않는 것은 분명 누군가 그녀의 원수를 갚아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오. 나도 이제 진을 다 뺐고 당신도 죽지 않으니, 양회 소저의 시신을 내게 주시오! 내가 정중히 장사지내 주겠소!”
장우인은 이광요의 말을 듣고 승낙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은 채 한참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광요는 장우인이 공부(功夫)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가 주겠다고 하지 않으면 가져갈 수 없음을 알았다. 이광요는 장우인이 침묵하는 것이 거절의 뜻이라 여긴 이광요는 다시 명자기사의 노인을 찾아갔다.
이광요가 명자기사에 이르러 노인에게 말했다.
“에휴, 때려도 안 죽고 죽여도 안 죽는 데다 사람이 아주 고집불통입니다.”
노인은 이광요가 포기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서둘러 말했다.
“비록 때려도 죽지 않고 죽여도 죽지 않는다지만 그의 수련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 반드시 그를 괴롭게 할 구석이 있을 테니 조금만 더 버텨보시게! 어떻게든 남은 흑령은 다 써야 하지 않겠나? 안 그러면 당신이 들인 천금이 아깝지 않겠소!”
이광요는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 사람은 아주 고집불통입니다! 아무리 때려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니 무엇으로 그를 고통스럽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보게! 분명히 있을 것이야!”
이광요가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
“아? 그가 매 맞는 것은 겁내지 않아도 남이 하는 소리는 겁내는 것 같았어요.”
노인이 얼른 맞장구쳤다.
“좋네! 남은 흑령들을 모두 수다쟁이 아낙네들로 변하게 해서 그를 욕하게 하겠네!”
그리하여 이광요는 이번에 아녀자 무리를 데려와 장우인을 욕하기 시작했다.
입에 담기 험한 욕설뿐만 아니라 양회를 위해 곡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장우인은 이전에 봉인되었던 칠규(七竅)가 모두 열려 사람 쪽의 면은 정상인과 같았다. 이 듣기 싫은 말, 모욕적인 말, 양회를 슬퍼하는 말들이 모조리 장우인의 귀로 쏟아져 들어왔다.
장우인은 정말 몸 둘 바를 몰랐다. 매우 선량하고 수치심을 아는 수련인에게 그런 기분은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처음 열흘 동안은 괜찮았다. 모두 아내를 죽였다느니 인성이 없다느니 하는 말들이었다. 장우인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결코 고의로 아내를 죽인 것이 아니며 양회의 생사난을 넘기기 위함이었음을 알았기에, 아무리 험한 말이라도 억울한 누명이라 여겼다. 억울한 기분은 아직 가장 견디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다음 열흘은 말의 흐름이 바뀌었다. 어떻게 변했는가? 그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변했다. 여자를 등쳐먹고 산다느니, 사내자식도 아니라느니, 양회가 세상에서 가장 역겹고 추악한 놈에게 시집갔다는 등등…… 당연히 이보다 훨씬 험한 말들이 엄청난 양으로 쏟아졌고, 열흘 동안 밤낮없이 계속되었다. 이 열흘은 앞선 열흘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왜인가? 장우인 스스로 그들이 욕하는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 장우인은 정말 여자 덕에 살았고, 정말 사내답지 못했으며, 정말 온몸이 지저분했으니까…….
부끄러움이 깊으면 도리어 화를 낸다는 말이 있듯, 사람을 가장 상하게 하는 것은 억울함이 아니라 아픈 곳을 찔리는 것이다. 장우인은 이 열흘을 정말 죽느니만 못하게 보냈다…….
다시 그다음 열흘이 되자 욕설은 한층 더 고단수가 되었다. 욕하는 것은 물론 양회를 위해 곡까지 해대니, 그야말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며 장우인이 버텨낼 수 있는지 시험하는 형국이었다.
장우인은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창틀에 있던 단검을 집어 들어 자신의 가슴을 세게 찔렀다.
안타깝게도 그의 가슴은 도창불입(刀槍不入)이라 탁 소리와 함께 칼이 두 동강 났다. 이때 장우인은 완전히 무너졌다.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고 살아서는 큰 죄를 겪으며, 자신은 여전히 쓸모없는 악인이라 모든 사람의 욕을 먹고 미움을 받는데 왜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죽지도 않는다!
육체의 고통을 겪는 것도 어렵지만, 심성(心性)의 고통을 겪는 것은 더욱 어려운 법이다.
이때 장우인의 내면 용량은 마치 정점에 도달한 듯했다. 다리 틀기를 풀고 제인(結印)도 흩어버린 그는 양회의 다리에 엎드려 통곡하며 말했다.
“흑흑…… 양회여! 어찌하여 내게 시집을 왔소…….”
이광요 일행은 장우인의 이런 비정상적인 거동에 모두 겁에 질려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이때, 더욱 긴장한 이들은 천상의 뭇신들이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6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