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우리는 여기에 너무 오래 머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육신이 죽는다.” 숙광경 밖의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 거대한 천궁(天宮 하늘 궁궐)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요.”
……
양회와 장우인의 원신이 장가만으로 돌아왔다.
이때는 양회의 원신이 막 장가만을 떠나 37만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갔던 때로부터 정확히 37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공교롭게도 나도 37회째를 쓰고 있다……)
“둥……”
장가만에 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밤도 이미 깊었다. 침상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있던 장우인이 두 눈을 떴다. 그의 옆에 누워 있던 양회도 천천히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이때 방 안에는 그들 두 사람과 맑고 깨끗한 달빛뿐이었다.
장우인이 미소를 지으며 양회를 바라보자, 양회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서서히 눈을 내리떴다.
장우인이 온화하게 말했다.
“당신은 이 침상에서 푹 쉬어요. 시간이 늦었으니 내가 아래층에 내려가서 자겠소.”
양회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장우인이 그녀를 위해 이부자리를 깔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내가 노래를 불러주리다.”
그는 양회를 위해 이부자리를 펴서 쉬게 하고는 자신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양회는 눕지 않았다. 그녀는 다리를 편하게 풀고 앉아 조용히 있다가, 이따금 한쪽 다리를 세우고 한 팔을 무릎에 얹은 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밤의 광채가 병풍에 비쳤는데, 이번에 병풍 뒤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른 이였다. 아래층에서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달은 밝고
바람은 가벼운데
잠깐뿐인 일생이로다~
멀리서 온 손님~ 천정(天庭)에서 내려와
홍진 고해를 헤매는구나~
귀뚜라미는~
쉬지 않고 우는데
그대는 어느 별에서 왔는가~
“月兒明
風兒輕
須臾一生生~呀
遠方的客~下天庭
紅塵苦海行~
蛐蛐兒~
不住鳴
你來自哪顆星~呀
미혹 속의 사람아~ 비 맞는 부평초 같아
꿈은 갈수록 놀라워라~
은원과 원한 원수~
명예와 이익과 정~
억만년 동안 멈추지 않고 연출되네~ 아
전생의 일들~ 과거의 그림자
전전반측하며 잠 못 이루네~
迷中的人~雨打萍
一夢更比一夢驚~
恩怨仇~
名利情~
億萬年演不停~啊
前生事~過去影
輾轉反側睡味清~
부인이여~ 야밤 삼경이니
잠시 쉬며 날 밝기를 기다리시오~
깨어난 뒤에 돌아갈 길 찾기로 하고~
깨어난 뒤에 말하세~ 돌아갈 길 찾아보자고~
가을 벌레여~ 울음소리 드높은데~
병풍 뒤에서~ 누가 노래를 듣는가~
보압(寶鴨) 향로엔 연기만 푸르구나……”
夫人呀~夜三更
不妨小憩待天明~
醒來再說尋歸程~
醒來再說~尋歸程~啊
秋蟲啊~叫聲聲~
畫屏後~歌謠誰在聽~
寶鴨不歇篆煙青……”
……
“여러분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소! 이 부부는 두 사람 다 평범한 인물이 아닙니다. 나는 동의합니다! 여러분 모두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우리 모두 동의합니다! 그분들의 덕행은 마땅히 이런 자리에 계셔야 합니다!”
“좋습니다! 우리 지금 당장 장부 별원으로 갑시다……”
양회는 아직 잠에서 덜 깼는데 아래층이 무척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내려가 보니 문 앞에 수많은 백성이 몰려와 있었고, 장우인은 곤란한 표정으로 문앞에 서 있었다.
백성들이 양회가 내려오는 것을 보자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부인께서 나오셨으니 부인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인, 광요 주점의 주인이 말하기를 장부 별원의 장우인 어리신께서는 대덕지사(大德之士)로, 우리 장가만 모든 사람의 업력을 다 소멸해주셨고 우리 장가만에 하늘 같은 복을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명자기사에 가서 이 일을 확인하고 노인에게 물어보니 확실히 그러했습니다.”
양회는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장우인을 바라보았다.
사실 장우인은 어찌 된 일인지 알고 있었지만, 워낙 말재주가 없는 탓에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작은 일입니다, 작은 일이니. 여러분이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오.”
양회는 마음속으로 의구심이 생겨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주 깊은 내원이 있다. 생생세세 윤회 속에서 세상의 빚뿐만 아니라 하늘 밖의 빚, 삼계 밖의 빚도 졌다. 이러한 빚은 장우인이 풀 수도 없고 없앨 수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장우인이 그들의 업력을 소멸해 주었다고 말하니…… 그렇다면 단 한 가지 가능성뿐이다. 장가만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때 뭇백성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장가만에 마침 만주(灣主)가 없으니, 부디 당신께서 저희의 만주가 되고 저희의 왕(王)이 되어 주십시오!”
장우인은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서둘러 사람들을 부축해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백성들이 다시 말했다.
“장 어르신께서 수락하지 않으시면 저희는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장우인은 몹시 난처해하면서도 끝내 수락하지 않고 그저 일일이 사람들을 부축해 일으켰다.
사람들이 또 말했다.
“저희는 어젯밤 두 줄기 빛이 서서히 장부 별원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대인과 부인의 원신이 돌아오셨음을 알았습니다. 다음 날 보니 정말로 돌아오셨더군요! 이는 당신들께서 우리를 저버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장가만은 세상과 격리되어 있어 많은 것이 부족하고 심지어 학당조차 없습니다. 대덕지사께서 관리하지 않으신다면 장가만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장 어르신, 부디 저희를 위해 수락해 주십시오!”
장우인은 아주 신중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많은 일의 내막을 명확히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수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수락한 일이라면 반드시 최선을 다해 잘해내는 사람이었다.
방관자가 더 명확히 본다는 말처럼, 양회가 대강의 상황을 알아차린 듯 대중에게 말했다.
“부군께서 말주변이 없으시니, 제가 잠시 상의해보고 부군이 마음속 응어리가 무엇인지 알아본 뒤 곧 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양회는 장우인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양회가 물었다.
“장가만 백성들은 당신 세계 중생이 아닌가요?”
장우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소. 내가 수락하든 아니든 어쨌든 그들의 왕이오.”
양회가 다시 물었다.
“그럼 왜 망설이나요?”
장우인이 난처한 기색으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내게는… 아직 넘기지 못한 마지막 서른세 개의 관이 남아 있기 때문이오.”
양회는 그의 마음속 고민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에 수련에는 여러 형식이 있고 반드시 가부좌를 틀고 입정(入定)에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마음을 닦기만 하면 관을 넘길 수 있고 제고될 수 있으니 신분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돌아온 후 가장 중요한 천명(天命)은 개인의 수련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장우인은 양회의 말을 듣고 막혔던 마음이 확 트이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문화를 다지는 겁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장우인이 막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하려 했으나 입을 떼자니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양회는 이를 보고 웃으며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일어나세요. 그가 동의했습니다.”
장우인도 미소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백성들은 기뻐하며 환호했고, 이때부터 장가만에는 장우인이라는 만주가 생겼다.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양회는 갑자기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드디어 ‘신부’가 되는 법을 알았구나.”
양회는 이것이 신(神)의 목소리임을 알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서서히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정(情)에 빠져 애태우지 않으니, 새색시가 예전 어머니보다 낫구나.”
……
“제가 이곳저곳 다녀보니 장가만에는 정말 학당(學堂)이 없어서 아이들이 거칠고 예의가 없어요. 사법(司法) 체계도 없어 분쟁이 생겨도 다스려지지 않는데…… 당신은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양회가 물었다.
장우인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장가만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하나 있소.”
양회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장우인은 아무 말도 없이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 양회는 향 타는 냄새를 맡았다. 그녀가 혼잣말로 말했다.
“강진향(降眞香)이네? 사부님을 찾아간 것인가?”
과연 장우인은 원신이 몸을 떠나 무극대라천(無極大羅天)으로 올라갔다.
그는 사부님 앞에 공경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사부님, 제가 양회에게 장중한 혼례를 치러주고 싶습니다.”
홍균노조가 물었다.
“어째서냐?”
장우인이 말했다.
“사부님, 남녀의 혼인은 음양의 상합(相合)이며 하늘과 관련되고 땅과 관련되며 몸과 가문의 생명, 나아가 각자의 천체(天體)와도 관련된 중차대한 일입니다.
양회가 일 년 전 제게 시집왔을 때 저는 이런 예법을 몰라 그녀를 홀대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보살피지도 못해 고생을 많이 시켰습니다. 이는 대장부의 도리가 아니며 불인불의(不仁不義)하고 자사(自私)사리한 처사입니다. 만약 후세 남자들이 모두 저를 본받는다면 천지의 음양이 조화롭지 못해 크게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당당한 대장부로서 몸을 닦고 가정을 다스리는 것은 본연의 책무입니다. 이제 제자는 다시 양회를 아내로 맞이하여, 먼저 서신을 보내고 예법을 갖춰 정식으로 혼인하려 합니다.
첫째로 창천(蒼天)에 절하고,
둘째로 황토(黃土)에 머리를 조아리며,
셋째로 고당(高堂) 어른을 공경히 뵙고,
넷째로 뭇 신선께 경의를 표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후인들에게 규범을 세우고 후세의 음양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홍균노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
“좋구나……”
장우인이 막 떠나려 하자 홍균이 다시 그의 위아래를 훑어보고는 말했다.
“너 이 차림새도 좀 바꿔야겠구나.”
장우인은 그 말을 듣고 막 깨끗하고 단정한 옷으로 변하려 했으나, 사부님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으며 말했다.
“네 ‘신부’에게 하게 해라. 남의 즐거움을 뺏지 말고.”
장우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원신이 무극대라천을 떠났다.
홍균노조는 곁에 있던 동자에게 말했다.
“가서 청현(靑玄)을 찾아오너라.”
“예, 사부님.”
……
장우인의 원신이 돌아오자 양회가 위로 올라와 그에게 물었다.
“사부님을 뵈러가셨나요?”
장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회가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장우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며 말했다.
“별일 아니오.”
“이광요가 방금 나를 찾아와 당신에게 큰 미안함이 있다며 광요 주점을 당신에게 주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무슨 미안함이냐고 물었더니 한숨만 쉬고 말해주지 않더이다.” 양회가 그에게 말했다.
장우인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양회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 번 맞춰볼께요. 당신이 나에게 칼을 한 번 휘두른 뒤로 이광요가 틀림없이 당신을 꽤 괴롭혔을 겁니다. 맞지요?”
장우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렇소. 그대는 참으로 풍모가 당당하구려.”
양회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조로 말했다.
“하하, 이제야 아셨어요!”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이오?” 장우인이 물었다.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저택을 다시 짓고 있답니다.” 양회가 대답했다.
장우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양회에게 말했다.
“내가 광요 주점에 다녀오겠소.”
그가 막 문을 나서려 하자 양회가 그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당신의 이 ‘보물’은 이제 숨겨야 합니다. 제가 새 옷을 한 벌 지어두었고 정아에게 물을 데워두라고 했으니, 목욕하고 머리를 묶은 뒤에 나가세요.”
장우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장우인이 목욕을 마친 뒤 보니 양회가 그를 위해 은색 난초 문양이 있는 비단 도포와 청작(靑雀 파란 참새) 묵란(墨蘭 검은 난초) 무늬의 넓은 비단 띠, 서리색 면직물 신발, 그리고 작은 백옥관(白玉冠)을 준비해두었다.
그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이 옷들이 순식간에 몸에 입혀졌고 머리까지 말끔히 묶였다.
이제 장우인은 등도 굽지 않았고 걸음걸이도 비뚤어지지 않았으며 머리칼도 정갈하게 정리되었다. 비단 도포를 입은 그의 모습은 과거 그림 속의 현궁(玄宮)과 똑같았다. 다만 현궁보다 훨씬 더 중후해 보였다.
그가 집 밖으로 나가보니 백성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쨍그랑 뚝딱’ 소리를 내며 그를 위해 저택을 짓느라 땀 흘리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아주 높은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는 급히 아래에서 소리쳤다.
“어서 내려오시오! 내려오시오!”
사람들은 만주가 부르는 소리에 모두 다가왔다.
장우인이 말했다.
“이렇게 날이 덥고 또 높으니 빨리 일을 멈추세요!”
말을 마친 뒤 다시 뒤를 돌아 소리쳤다.
“아도와 아묵은 어서 물을 가져오너라!”
장우인은 열두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서둘러 소매로 소년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며 말했다.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 어찌 일을 시킨단 말이오?”
모두가 말했다.
“만주님께선 아직 제대로 된 저택 하나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반드시 멋진 저택을 지어드려야 합니다!”
장우인이 말했다.
“나는 어디에 살든 마찬가지입니다!”
백성들이 다시 말했다.
“그래도 부인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부인을 고생시키면 안 됩니다!”
장우인은 그들을 바라보다가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누구도 더는 일을 하지 마시오.”
그러자 백성들이 다시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장우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자, 여러분 보시오!”
그가 소매를 한 번 휘두르자, 방금까지 기초 공사도 다 되지 않았던 벽돌과 기와들이 순식간에 높고 널찍한 저택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신기함에 함성을 질렀고, 저택을 보고 또 보느라 떠날 줄을 몰랐다.
장우인이 다시 말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시오! 밖이 덥소! 오늘 여러분 고생 많았고 미안합니다. 나는 볼일이 좀 있어 먼저 실례하겠소.”
장우인은 읍을 하며 앞으로 걸어가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고마우니 어서 돌아가라는 의미였다.
장우인은 걸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만주님은 저토록 큰 능력이 있으시면서 어찌 자신을 위한 가마는 만들지 않으시는 걸까?” 한 백성이 물었다.
“저택을 지으신 것도 우리가 하도 고집을 부려서 하신 것 같은데, 가마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른 백성이 대답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6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