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베개 속 구름 기운에 천 봉우리가 가깝고,
침대 밑 솔 소리에 만 갈래 골짜기가 슬프네.
은산처럼 하늘 치는 파도를 보려거든,
창문 열어 큰 강물을 안으로 들여놓게나.
枕中雲氣千峰近,
床底松聲萬壑哀。
要看銀山拍天浪,
開窗放入大江來。
증공량(曾公亮)은 북송(北宋)의 저명한 정치가, 군사가, 군기 전문가이자 사상가로 천주 진강 사람이다. 인종(仁宗) 천성(天聖) 2년에 진사에 급제하여 인종, 영종, 신종 3조를 거치며 벼슬이 참지정사, 추밀사, 동중서문하평장사에 이르렀고 연국공(兗國公), 노국공(魯國公)에 봉해졌다. 사후 태사, 중서령에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선정(宣靖)이고 영종(英宗)의 묘정에 배향되었다.
그가 정도(丁度)와 함께 명을 받들어 편찬한 《무경총요(武經總要)》는 중국 고대 최초로 관에서 조직하여 편찬한 군사 백과사전이다. 이 시 〈숙감로사승사(宿甘露寺僧舍)〉는 시인이 감로사에 머물 때 지은 것이다.
“베개 속 구름 기운에 천 봉우리가 가깝고,
침대 밑 솔 소리에 만 갈래 골짜기가 슬프네.”
사찰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졌으리라 짐작되는데, 시인의 베갯머리에서는 구름 기운이 자욱하게 느껴져 마치 천 개의 봉우리가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침대 밑에서는 은은하게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는 산골짜기의 메아리와 솔바람이 격동하며 어우러진 소리로 깊고도 창량하다.
“은산처럼 하늘 치는 파도를 보려거든,
창문 열어 큰 강물을 안으로 들여놓게나.”
이 두 구절은 특히 기발하다. 창문을 열었다고 어찌 큰 강이 방으로 들어오겠는가? 원래 시 속의 ‘하늘 치는 파도’는 넘실거리는 구름 안개를 뜻하며, ‘큰 강물’은 구름 파도가 모여드는 기세를 말한다. 구름 기운이 은산처럼 하늘을 치며 솟구쳐 오르는 것이 마치 강물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듯하니, 그 기세가 웅장하여 보는 이의 흉금이 탁 트이게 한다.
시인의 상상력은 기이하고 위대하며, 그가 느낀 것은 인간 세상에서 보기 드문 장쾌함과 표일함이다. 구름바다 사이에 몸을 두고 속세를 초탈한 안락함과 달관함은 참으로 사람을 동경하게 한다.
하지만 속인들에게 산사의 밤은 흔히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한다. 산골짜기에 울려 퍼지는 슬픈 소리는 들짐승의 소리일 수도 있고, 깊은 계곡을 지나는 바람이 일으키는 그윽한 울림일 수도 있으며, 여기에 절벽의 험난함까지 더해지면 흔히 마음속에 서늘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법 사부님께서는 《전법륜》 〈제2강〉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어떤 수련생이 나에게 쓴 심득체험에서 말했다. “스승님, 저는 몇몇 층 하늘에 올라가서 저는 어떤 광경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에게 더 높이 올라가 보라고 했다. 그는 말했다. “저는 올라갈 수 없고 감히 올라가지 못하겠으며, 더는 올라가지 못하겠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그의 공기둥이 곧 그만큼 높고, 그는 그의 공기둥에 앉아 올라갔기 때문이다.”
생명은 스스로 경계(境界)의 구분이 있다. 시인은 흉금이 넓기에 보는 것 또한 자연히 높고 멀다. 흔히 말하길 “뒤가 구린 짓을 하지 않으면 귀신이 문을 두드려도 무섭지 않다”라고 했듯이,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다면 외부 환경에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군자처럼 당당했기에 그에게는 만물이 모두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조설근도 《호료가(好了歌)》에서 “세상 사람들 모두 신선이 좋다지만 공명만은 잊지 못하네!”라고 했다. 세인들이 초탈을 향해 가려 하지만 명예와 이익의 끈을 놓기는 어렵다. 비록 높은 곳에 몸을 두었을지라도 마음의 생각이 깨끗하지 못하여 인간 세상에 매여 있다면, 결국 진정한 안녕을 얻기는 어렵다.
초탈을 구하려면 먼저 그 경계에 부합해야 한다. 예로부터 사찰이 험준한 곳에 많이 세워진 것은 아마도 마음의 뜻을 연마하려는 뜻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시인은 아마도 이 경계와 깊은 인연이 있었기에 그 속의 만상을 보고 이토록 친근한 감정을 일으켰을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모두 본래 있던 곳에서 왔을지 모른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최종적인 귀로다. 시인의 감흥은 혹시 어떤 더 높은 기억을 막연히 비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속의 의미는 또한 다 말하기 어렵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21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