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어(花語)
【정견망】
두보의 오언율시 《춘야희우(春夜喜雨)》는 천 년을 전해 내려오며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시는 정경이 서로 어우러져 봄비의 무한한 부드러움을 다 보여주니, 매번 읽을 때마다 여전히 깊은 감동을 느낀다. 시의 첫 구절은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만물이 싹트네(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라며 소리 높여 찬미한다. 작가는 기쁨을 이기지 못해 가슴속에 품은 뜻을 곧바로 서술했다. 이 좋은 비는 마치 시절을 아는 듯 때맞춰 찾아왔다. 작가가 쓴 것은 비이지만, 나타낸 것은 정(情)이며, 봄에 대한 갈망과 기쁨이다. 마음을 따라 찾아온 한 차례 비가 어찌 사람의 마음속에 감동을 일으키지 않겠는가?
비는 언제 오는가? 어떤 방식으로 오는가? 시를 보자!
“바람 따라 밤에 몰래 들어와 만물을 적시는데 가늘어 소리도 없네(隨風潛入夜,潤物細無聲)”
‘잠(潛)’자와 ‘윤(潤)’자 두 글자는 비의 가볍고 부드러움과 사랑스러움을 신묘하게 묘사했다. 알고 보니 이 비는 밤에 몰래 찾아왔으며,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바람을 따라 찾아왔다. 이 “바람 따라” 찾아옴은 참으로 기회를 보아 행하는 것이니, 아마도 비는 자신의 도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물며 “만물을 적시며 가늘어 소리도 없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얼마나 세심하고 얼마나 친절한 비인가! 비가 대지에 대해, 비가 만물에 대해 베푸는 윤택함은 적절하고도 정묘(精妙)하다!
비는 신비롭지 않으나 한 층 신비한 너울을 쓰고 있다.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강 위 배의 불빛만 홀로 밝은데(野徑雲俱黑,江船火獨明)”
밤사이 칠흑 같은 구름과 들판의 좁은 길, 검게 물든 하늘, 등불을 반짝이는 강 위의 배는 갑작스러운 정적을 자아낸다. 사람으로 하여금 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느다란 비를 기뻐하게 하며, 사색은 비를 따라 흘러간다. 한 차례 봄비가 내린 후 봄비를 듬뿍 마신 만물이 힘껏 기운을 내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비에 젖은 꽃과 풀 향기 그윽하고, 번성한 봄은 한 차례 봄비가 내린 후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이런 비가 어찌 사람을 실망시키겠는가? 당연히 곳곳이 번성한 절경은 날이 밝을 때 펼쳐진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들이 무겁게 피어(曉看紅濕處,花重錦官城)” 비를 가득 머금은 꽃송이들은 방금 잠에서 깨어 단장한 신부처럼 수줍게 정을 머금고 눈길을 주고받으며 자태를 뽐낸다. 이런 비와 이런 풍경을 누가 사랑하지 않겠으며, 어찌 사람의 눈가에 기쁨이 서리고 기쁨을 금치 못하게 하지 않겠는가. 참으로 따뜻하고 고요하며 생동감이 넘치는 화면이다.
대법제자가 진상을 알리고 사람을 구하는 장면이 바로 이 면면히 이어지는 봄비와 같지 않은가? 바람을 따라 몰래 스며들어 만물을 소리 없이 적신다. 진상을 알리는 가운데 교묘한 지혜로 중생의 마음속 안개를 헤쳐내어 험악한 곳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들은 바로 인류 문명의 봄을 써 내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