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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5 (20)

화본선생

【정견】

“선전부 고(高) 선생님 아니세요?” 소요는 고 선생님을 보고 바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고 선생님!” 소요가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고 선생님은 여소요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오! 너구나! 밥은 먹었니?”

“네, 먹었어요!” 소요가 싹싹하게 대답했다.

“잘됐다, 내 사무실에 가서 일 좀 도와다오!”

“네! 알겠습니다!”

알고 보니 서류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선전부나 정교처(政教處) 선생님들은 정리하기 귀찮은 것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도움을 받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학급을 맡지 않아 부릴 학생이 없었기에, 평소 안면이 있는 학생들을 골라 잔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그 공개 수업 이후 많은 선생님이 여소요를 알게 되었고, 소요도 이를 기회 삼아 여러 부서의 책임자 선생님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 큰일 말이야, 어떻게 됐나?”

고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에게 물었다.

“우리 교장 선생님이 어디서 들으셨는지, 기어이 전통문화 동아리를 만드신다네. 그런 걸 만들어서 어디다 쓴담?!” 다른 선생님이 대꾸했다.

서류를 정리하던 소요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쓸모가 있고 없고가 중요해? 윗분이 쓸모 있다고 하면 있는 거고, 없다고 하면 없는 거지.” 고 선생님이 말했다.

그때 수업 종이 울렸고 소요도 정리를 마쳤다. 고 선생님이 말했다.

“도와줘서 고맙다, 소요야!”

“별말씀을요, 다음에 또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소요가 웃으며 대답했다.

소요는 교실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전통문화 동아리? 교장 선생님이 왜 갑자기 전통문화 동아리를 만드시려는 걸까? 어쩌면 내 발언이 그분들께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부님께서 제자에게 주신 기회일지도 몰라……’

나중에 소요가 알아보니, 곧 만들어질 이 전통문화 동아리는 고등부 전체를 아우르는 대형 동아리였다. 고교 3학년생은 입시 때문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주로 1, 2학년생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 동아리는 선전부 관할이었는데, 대륙 학교의 선전부란 본래 사당의 논리를 선전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전통문화 동아리를 끼워 넣는다는 것이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다.

소요는 선전부 산하 동아리가 학교 방송이나 매체, 교내 선전 게시판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대법제자가 이 선전부에서 일할 수 있다면 중생을 구도하고 신전문화(神傳文化)를 널리 알리는 데 매우 유리할 터였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소요가 미소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동아리가 있으면 반드시 동아리장이 있기 마련이지. 이 전통문화 동아리의 장이야말로 내가 찾던 가장 적합한 위치야.”

막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했다.

“다음 달에 대규모 강연 대회가 열린다. 학교에서 매우 중시하는 행사라 학급마다 학부모님들도 참관인으로 오셔야 해. 기자들도 올 예정이라 인터넷에 중계될 거라 최소 천 명은 모여야 한다더구나. 참가 선수는 반마다 두 명씩 내보내야 하는데, 투표 없이 내가 정하마. 여소요와 육염(陸恬)으로 하겠다. 다들 이견 없지?”

“없습니다! 없습니다! 파이팅! 파이팅!……”

독백:

당시 내가 다녔던 이 학급은 학생들의 도덕 수준이 점점 높아져서 서로를 깎아내리거나 시기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선생님이 활동 기회를 나에게 몰아주어도 다들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지, 마음의 평형을 잃는 법이 없었다.

이런 아름다운 기풍은 중국 대륙에서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우리 반은 왜 그랬을까?

내가 평소에 동수들에게 사부님의 《홍음(洪吟)》을 자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홍음》의 시편들을 칠판에 적어놓기도 했는데, 동수들은 그것을 큰 소리로 낭독하곤 했다. 낭독이 끝나면 내가 묻곤 했다.

“이 시 정말 좋지 않니?!”

그러면 동수들은 크게 대답했다.

“네! 정말 잘 썼어요! 진짜 좋아요!”

내가 다시 물었다.

“이거 누가 지었는지 맞혀볼 사람?”

그러면 정말로 어떤 동수는 “설마 리훙쯔 사부님께서 쓰신 거 아니야?”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것은 문학적 가공이 전혀 없는 실제 사건이다. “설마 리훙쯔 사부님께서 쓰신 거 아니야?”라는 문장은 내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적은 것이다.

사람에게는 모두 명백한 일면이 있으며, 사람은 모두 법(法)을 위해 온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떤 동수는 《전법륜》의 논어(論語)를 보고 연달아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우리 반 반장은 진상을 듣자마자 바로 이해하고 파룬따파를 지지해 주었다. 이 반장은 늘 나를 지지해 주었고, 내가 들려주는 대법의 아름다움과 정견망의 신전문화 이야기를 듣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이렇게 우리 반은 대법의 세례를 받은 학급이 되었고, 점차 모두의 심성(心性)은 다른 반과 확연히 달라졌다.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다른 반처럼 긴장되지 않았고, 다들 명예와 이익을 무겁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화목하고 선량하며 서로 돕고 격려하는, 시기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 그런 정신적 면모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

소요는 이번 강연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번 대회가 자신이 목표한 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결정짓는 관건이 되리라 짐작했다. 성패가 이 한 번의 기회에 달려 있을지도 몰랐다.

강연 주제는 ‘나는 중화를 사랑한다’였다. 사실 대륙 사람들은 ‘중화’와 ‘중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주제는 매번 사당을 찬양하는 식으로 흐르기 마련이었다.

소요는 생각했다.

‘이 주제는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5천 년 신전문화에서 착안해 무엇이 진정한 중화인지 알려주는 기회로 삼자.’

하지만 이번 강연은 그녀가 경험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원고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자신의 글 솜씨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이럴 때는 동수의 도움이 필요했다.

소요는 향군(香君)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아주머니의 딸이 갓 대학을 졸업한 수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향군 아주머니가 다른 대학생 동수(대법제자 집안의 자제) 한 명을 더 데려와서, 소요를 포함한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원고를 완성했다.

예선을 거쳐 소요는 마침내 결승에 진출했다.

대륙 학교의 수많은 강연 대회는 강연이라기보다 사실상 ‘낭독’에 가깝다. 강연은 사상과 견해가 있어야 하는데, 학생들에게는 어렵기도 하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낭독은 훨씬 간단하다. 사당을 찬양하며 ‘위광정(偉光正, 위대하고 광명하며 올바르다)’을 반복하면 그만이다. 머리를 쓸 필요도 없고 외울 필요도 없이 서류철 하나 들고 올라가면 된다.

결승전이 시작되었고 애 선생님도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참석했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심사위원과 학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어서 주관하는 ‘중화의 소리’ 낭독 강연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참가자가 준비한 낭독 작품, 《나는 중화를 사랑하고 당을 사랑하네》를 청해 듣겠습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학생과 양복을 입은 남학생, 두 명의 고등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아! 보라! 저 북경의 금산 위에! 누가 사방을 비추고 있는가!”

“아! 보라! 저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것을! 그것은 공산주의의 광명이라네!”

“아! 보라! ……”

“아! 보라! ……”

대륙의 이런 ‘찬가형’ 낭독에는 반드시 “아!”, “오!”, “보라!” 같은 감탄사가 들어가야 한다. 이른바 ‘호들갑’을 떨어줘야 분위기가 고조되고,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흥분하여 이성을 잃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23번 참가자 여소요 학생의 강연, 《나는 신주(神州) 중화를 사랑한다》입니다.”

소요는 체크무늬 셔츠에 검은색 스커트, 검은 가죽 부츠를 신고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채 마이크 하나만 들고 무대 중앙으로 나갔다. 그녀는 가볍게 절을 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중화(中華)는 중심의 나라이자 화려한 문명의 나라입니다. 화서(華胥)가 용맥을 일깨워 화하(華夏)가 비롯되었고, 복희가 천지를 열었으며 여와가 인간의 몸을 빚었습니다. 유구한 신주는 삼재(三才)를 주조했고 만년의 문명은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신주 대지를 사랑하고 중토(中土) 화하를 사랑하며, 이 고토(故土)를 깊이 사랑합니다.

나는 황하를 보며 요순임금을 뵙는 듯하고, 장강을 보며 대우(大禹)를 뵙는 듯합니다. 만리장성에서 진시황의 기상을 느끼고, 천년 은행나무 아래서 당태종의 풍모를 봅니다. 화하의 땅 한 뼘 한 뼘에는 옛 성현의 발자취가 새겨져 있고 깊은 문명이 깃들어 있습니다.

제자백가의 성현들이 없었다면 나라를 평안케 할 지혜가 없었을 것이며,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도덕 준칙이 없었다면 만국이 우러러보는 찬란한 영광도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와 송사, 곡부와 문장이 없었다면 고전의 전승도 문화의 선양도 없었을 것입니다.

바로 5천 년의 문명이 신주를 기르고 중화를 빚어낸 것입니다! 중국인은 용의 전인이자 신(神)의 자손입니다!”

청중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는 신주에 대한 동경을 품고 생명의 나루터에서 자하주(紫河舟)를 타고 화하에 와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생의 나는 교실에 들어갔으나 사서(四書)를 보지 못했고, 문장을 읽으나 오경(五經)을 보지 못했습니다. 수신(修身)하고자 하나 참고할 도(道)가 없고, 양성(養性)하고자 하나 갈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공자 묘에 가보아도 증삼(曾參)의 진솔함이나 안회(顔回)의 자성은 보이지 않고, 오직 공명을 비는 소란스러운 인파뿐입니다.

불당에 가보아도 각자(覺者)에 대한 공경이나 수련에 대한 동경은 보이지 않고, 오직 재물을 구하는 향불 소리뿐입니다.

도관에 가보아도 청정무위의 공령(空靈)함이나 반본귀진(返本歸眞)의 순수함은 보이지 않고, 오직 시끄러운 폭죽 소리와 사람 소리뿐입니다.

즐비하게 들어서는 고층 빌딩 속에서도 사람들은 늘 돌아갈 집이 없다고 느끼고, 수많은 고급 차가 거리를 누벼도 사람들은 진정한 방향을 찾지 못합니다. 쓰러진 노인을 부축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논쟁하고, 쓰러진 행인을 구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다투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의문에 빠집니다.

이곳이 과연 내가 목숨을 걸고 찾아온 예의지국입니까? 이곳이 과연 도덕을 근본으로 삼아 마음을 닦던 신주 대지입니까? 내가 사랑하던 조국, 우리 중국인의 화하는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이때 객석에서 천지를 울리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대로 왕손은 바뀌어도 고금의 밝은 달은 그대로구나.

나는 그 맑은 달을 보며 잠이 들어 마치 옛 중원으로 돌아간 듯한 꿈을 꿉니다.

작은 다리와 흐르는 물, 밥 짓는 연기,

대금 소리와 악기 소리 울려 퍼지는 산간,

저잣거리의 꽃등과 웃음 띤 얼굴,

정자와 누각, 그리고 시편들……

나는 천천히 걷습니다. 서당의 글 읽는 소리는 아스라이 들려오고, 수줍은 아가씨는 ‘황화수(黃花瘦)’를 읊조리며, 말 위의 사나이는 독주를 마시고 집안의 부인은 그를 위해 담비 옷을 짓습니다……

나는 조용히 바라봅니다. 조정에서는 청렴하고 정의로운 간언이 오가고, 변방의 영웅은 만백성을 마음 깊이 근심하며, 거상(巨商)과 호신(豪紳)들은 도덕의 구속을 알고, 장사치와 하인들조차 인과응보를 압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고국신방(故國神邦)입니다.

우리는 오늘날의 교과서를 읽으며 옛 성현들을 비웃습니다. 그들이 봉건적이고 우매하다 비웃고 보수적이고 완고하다 조롱합니다. 여인이 몸을 옥처럼 지키는 구속을 비웃고 사나이가 명리를 담박하게 여기는 풍도를 조롱합니다. 공자, 맹자, 노자, 장자는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불법(佛法)과 대도(大道)는 허황된 글귀로 전락했습니다. 우리는 5천 년 문화의 길을 끊어버렸고 진정한 지혜와 행복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5천 년의 문명은 우리 선조와 창조주께서 함께 일구신 신화입니다. 홍진(紅塵)의 나그네는 이 문화의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굽이치는 황하와 만 리의 모래 속에 천년 문명이 신화를 전합니다. 나는 화하를 사랑합니다. 화하 5천 년의 신전문명을 사랑합니다. 나는 중국을 사랑합니다. 5천 살의 중국을 사랑합니다! 신의 보살핌을 받는 나라, 신이 돕는 나라를 사랑합니다!”

강연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소요가 청중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이자, 객석에서 누군가 일어나 외쳤다.

“좋다! 좋아! 정말 좋다!……”

독백:

강연이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 담임인 애 선생님이 나에게 가장 높은 점수인 99점을 주셨는데,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는 방식이라 그 점수가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1등은 내가 아니었다. 1등은 《나는 공산당을 사랑하네》라는 제목으로 낭독한 학생이었고, 나는 2등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상을 받으러 올라가 보니 2등이 무려 다섯 명이나 되었다는 사실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 내 마음은 완전히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속으로 생각했다.

‘2등만 다섯 명이라니, 이 상은 전혀 가치가 없잖아!’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일이 안 된다고 낙담하고, 잘된다고 기뻐한다면 그게 바로 속인(常人)이 아닌가? 이건 명백한 일을 성사시키려는 마음(幹事心)이자 목적을 바라는 마음(目地心)이 아닌가.’

나는 교실로 돌아와 안으로 찾기(向內找)를 시작했다. 박수 소리와 환호성을 들었을 때, 중생의 신성(神性)이 일깨워진 것을 보고 기뻐했는지, 아니면 나에 대한 인정을 받고 기뻐했는지를 자문했다. 만약 후자라면 그것은 자아를 실증하려는 마음이었다.

또한,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보보위영(步步爲營, 매 단계 진지를 구축하며 신중히 나아감)’하려는 ‘병가(兵家)적 심리’가 과연 진선인(眞善忍)에 부합하는지도 돌아보았다.

그렇게 나의 집착과 부족함을 많이 찾아내던 중이었는데, 다음 날 생각지도 못한 큰 기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7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