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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영화 평론–진심을 지키며 차분히 원만을 기다리다

순원(淳源)

【정견망】

영화 ‘기다림(守候, Waiting)’은 해외 영화계에서 수년간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온 ‘신세기필름(新世紀影視)’의 신작이다. 주인공 우야오후이(吳耀輝)와 펑진위안(馮謹媛)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연인이다. 그런데 진위안에게는 신앙이 있다. 그녀는 내면의 도덕을 닦는 사람은 신(神)의 가호와 정화를 통해 생명의 승화와 원만(圓滿)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진위안은 이 신앙을 지키려다 결국 감옥에 갇히는 처지가 된다. 야오후이를 깊이 사랑하면서도 도덕적 신념을 굽히지 않은 진위안은,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 때문에 연루되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스스로 사랑을 포기하는 선택을 내린다.

한편, 야오후이는 진위안을 구출하기 위해 사방으로 분주히 뛰어다니다가 마침내 자신을 오랫동안 남몰래 짝사랑해 온 왕옌(王燕)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왕옌의 아버지는 중국 공산당 체제의 실권를 쥔 고위 관리였다. 거래에 능한 왕옌의 아버지는 진위안의 자유를 대가로 야오후이에게 자신의 딸과 결혼할 것을 요구한다. 집에서는 야오후이의 어머니가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매일같이 목숨을 담보로 진위안과 헤어지라며 전전긍긍하면서 핍박하던 상황이었다. 결국 야오후이는 사랑하는 진위안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기 위해 왕옌 아버지와의 거래를 받아들이고, 왕옌과 결혼하여 진위안을 석방시킨다. 서로를 그토록 깊이 사랑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가슴에 품은 채 각자의 길로 흩어지게 된다.

여기서 영화 ‘기다림’은 영혼을 뒤흔드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 연인들이 이러한 선택을 내렸을 때, 과연 그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오가고 있었을까? 신앙인으로서 진위안이 지키고자 한 것은 인간 도덕의 초석이었다. 그녀는 ‘진·선·인(眞·善·忍)’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나아가 가장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을 지탱하는 기반이라고 믿었다. 만약 이러한 초석이 짓밟히고 무너진다면 그 어떤 것도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진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가 진·선·인을 수호하는 것은 곧 마음속으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연인을 수호하는 길이기도 했다.

야오후이가 지키고자 한 것은 마음속의 영원한 ‘순수한 첫사랑’이었다. 진위안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존재였으며, 그녀 자신이자 세상에 투영된 진·선·인의 화신과도 같았다. 그녀는 아름답고 선량하며 강인했고, 목숨을 잃을지언정 사악한 세력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지켜냈다. 현실 세계의 차갑고 무자비한 압박 속에서, 야오후이는 자신의 생명이 가진 모든 힘을 쥐어짜 내어 이 고결한 성품을 지닌 여인을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10년 뒤로 이어진다. 야오후이는 이제 사업가로 성공해 부동산 회사의 사장이 되었지만, 어느 날 내린 상업적 결정 하나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된다. 바로 그 순간, 운명의 기적적인 안배로 그는 진위안과 재회한다. 진위안의 등장은 언뜻 우연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야오후이가 곤경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10년 전 그가 진위안을 위해 바쳤던 헌신이, 10년이 지난 지금 가장 불가사의한 보답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혼 깊은 곳에 여전히 서로를 간직하고 있는 두 사람은 또다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야오후이의 아내 왕옌의 존재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흔히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죄가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야오후이를 사랑했다는 것은 그녀 역시 인간의 훌륭한 품격을 알아보는 나름의 안목과 기준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왕옌은 야오후이를 도와 진위안을 구출할 때 진심을 다해 무조건적으로 도왔다. 훗날 야오후이의 회사에 파룬궁을 수련하는 직원들이 많아졌을 때도, 왕옌은 경찰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이 신앙인들을 자주 보호해 주었다. 진위안의 출현은 그녀에게도 커다란 감정적 위기를 가져다주었다. 남편의 마음속에 늘 진위안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옌 역시 마음속의 선량함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야오후이에게 두 사람이 다시 함께하고자 한다면 기꺼이 그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제안한다.

결국 영화 전체가 보여주는 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여정이다. 그리고 그 수호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은 고난의 길이다. 신앙을 가진 수련자로서 진위안의 수호는 영혼의 차원에 맞닿아 있다. 영혼은 불멸하며, 진·선·인이 우주 만물을 탄생시킨 근본이자 생명이 영원히 따라야 할 불변의 법칙임을 굳게 믿는다. 그녀의 기다림과 수호는 영혼 불멸의 원만을 목도하기 위함이며, 이는 인류 역사 이래 모든 지혜로운 이들이 추구해 온 고귀한 이상이자 억만년 동안 변치 않는 인류 최고의 지향점이다.

반면 야오후이와 왕옌은 인간성 본연의 선(善)함, 그리고 아름다운 인격에 대한 동경과 실현을 지키고자 했다. 야오후이는 진위안과 영혼의 공명(共鳴)을 이룰 수 있는 생명적 기질을 가졌기에, 아내 왕옌과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우직하게 지켜낸다. 왕옌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겠다는 선량함을 수호했다. 이 도덕적인 부부가 중심을 잡고 버텨냈기에, 야오후이는 사업에서 더 높은 도약을 이루고 가정을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지혜로운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 속에서 지킨 모든 것이 긍정적이고 선한 방향으로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 극 중 룽창(榮昌) 회사의 사장 샹전펑(向振風)이 고수하는 신념은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으면 하늘과 땅이 벌한다(人不爲己天誅地滅)”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상이지만, 그의 비뚤어진 집착이 가져온 결말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비록 현실에 이런 이들이 많아 도덕적이고 고상한 이들에게 상처와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시련은 결국 ‘한바탕 불어오는 바람(象陣風-‘전펑’과 발음이 같음)’처럼 지나갈 뿐이다. 선한 이들에게 영원한 재앙을 입히지 못하며, 도리어 선한 이들의 품격을 완성해 준 뒤 그들 자신은 우주의 긴 역사 속에서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뿐이다.

영화 ‘기다림’은 담담하게 흘러가는 영상미와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 수많은 갈등과 감정의 기복 속에서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고귀한 영혼들의 선념(善念)과 공명을 깊이 있게 부르고 있다. 이토록 어지럽고 소란스러운 인공지능(AI) 시대에, 신세기 필름이 어떤 이념을 지키며 끊임없이 이 같은 명작들을 세상에 내놓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다가올 미래에 우주로부터 어떤 보답을 받게 될지 조용히 사색하고 느껴볼 가치가 충분하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어쩌면 외계 생명체들조차 인류를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눈에 비친 인류는 고도의 외계 과학기술로도 뚫을 수 없는 우주 에너지장을 돌파해 생명의 영원함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영혼의 잠재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미망 속에서 헤맬 것인가? 매일 명예와 이익, 정을 쫓아 분주히 내달리며 감각적인 향락만을 추구하는 인류는 언제쯤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영혼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게 될까. 어쩌면 AI가 인간의 모든 생존 압박을 대신 해결해 주는 날이 온다면, 인류는 비로소 아무런 핑계 없이 ‘기다림’과 같은 영화 예술 작품이 건네는 영혼의 대화에 온전히 직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런 날이 와서 AI와 외계인이 인류의 노동을 대신하고 모두의 손에 물질적 풍요를 쥐어 준다면, 인류는 비로소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고 영혼의 눈으로 영화 ‘기다림’이 가진 진정한 아름다움과 깊이를 깊이 음미하게 되지 않을까.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3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