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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도협전 (忠義道俠傳) 제1회 도인이 화산에서 제군帝君을 만나고, 성왕이 윤회하여 다시 인간 세상으로 오다 (1)

북국촌로(北國野叟)

【정견망 2021년 1월 2일】

시(詩)에 이르기를:

호숫가 산 아래 한바탕 꿈에 모든 일이 어긋나니,
다시 보니 구름 속 용은 북쪽으로 날아가네.
삼백 년 세월 끝에 마침내 그날이 오니,
긴 하늘과 푸른 물에 탄식 소리 가득하구나.
은하수 무수한 별들 모두 아래로 내려오고,
듬성듬성 핀 매화에 만목(萬木)이 봄을 맞네.
세상을 다스릴 황극대도(皇極大道) 생겨나니,
성왕(聖王)께서 윤회하여 다시 인간 세상에 오시네.

강왕(康王) 조구(趙構- 1107~ 1187, 남송의 초대 황제: 역자 주)가 남쪽으로 피난 온 지 이미 백 년이 넘었다.

대송(大宋)은 악비(岳飛), 종택(宗澤) 등 충신과 의사들의 보호 덕분에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으나, 4대를 거치며 권력에 눈먼 간신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앞서 진회(秦檜), 만사설(萬俟卨), 한탁주(韓侂冑)가 있었고, 뒤를 이어 사미원(史彌遠), 정대전(丁大全), 가사도(賈似道)가 나타났다.

이종(理宗) 황제 조윤(趙昀)은 잃어버린 땅을 되찾으려는 마음이 있었으나, 어찌할 도리 없이 정치는 문란해졌고, 내관들은 권력을 다투며 변방 장수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당당한 일국의 조정이 안으로는 호족(豪强)들의 토지 겸병을 방관하며 백성과 이익을 다투고, 밖으로는 신의를 저버리며 변덕을 부렸다. 금나라와 ‘조카와 숙부의 관계’를 맺었다가도, 갑자기 몽골과 손잡고 금나라를 협공하는 등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단평입락(端平入洛) 때는 공을 탐내고 이름을 얻으려 했으나,
장수와 재상 간의 불화로 전투기회를 놓쳤으며,
잃은 땅은 되찾지 못한 채 패배하고 칼끝을 돌렸네.

* (단평입락端平入洛 -금나라 멸망 후 북송 시대의 옛 수도들을 수복하려한 북벌 전쟁. 참혹한 실패로 돌아감: 역자 주)

이종 황제는 비록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조서를 내리긴 했으나, 정사는 돌보지 않고 종일토록 후궁에서 음란한 쾌락에 빠져 지냈다. 그로 인해 나라의 기세는 기울어 위태로워졌으니, 설령 악왕(악비)이 살아온다 한들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위에서 아래까지, 관리에서 백성에 이르기까지
사치와 부패에 빠져 물질에 집착하고 마음은 상해가고
인심은 갈수록 악해져 마치 귀신과 짐승의 소굴 같이
천재지변과 병란은 해마다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바로 이때……
도제선사(道濟禪師)가 상식을 뒤집는 기이한 이치로
세상을 일깨우며, 선량함과 신의를 지키는 행실을 가르치고
장춘진인(長春眞人)은 도인들을 이끌고 북쪽으로 향하며,
한마디 말로 살생을 멈추게 하고 제왕의 양생지도(養生之道)를 전하니
남북의 백성들이 잠시나마 병란의 화를 면하고
근근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중생의 복이구나.
그러나 천 년 만에 있을까 말까한 거대한 변화가 소리 없이 익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황하가 뒤집히며
진흙과 모래를 쏟아내니 탁한 물이 맑게 변하였네
천지의 건곤과 아득한 창공 아래,
병란과 화란에도 모두 정해진 운수가 있어
현자가 세상에 나오고 영웅들이 구름처럼 나타나니
대도(大道)는 무극(無極)하여 다시 한번 충의(忠義)를 연기하리라.

이날은 바람도 비도 없이 하늘이 맑고 기운이 청명하니, 마침 구구 중양절(음력 9월 9일)이었다.

화산 서쪽 기슭 어느 산골짜기, 졸졸 흐르는 샘물에 둘러싸인 거대한 한백옥漢白玉 바위 위에 회색 도포를 입은 도인이 소매를 접고 옆으로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곁에 둔 대나무 상자에는 책이 가득했다.

상투를 튼 두 도동(道童)은 즐겁게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돌멩이들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금세 ‘용문(龍門)’ 모양을 쌓아 올렸다.

돌계단 길가에는 천 년 묵은 홰나무 몇 그루가 꼬투리 열매를 맺고 있었다. 푸른 색 옷을 입은 남의藍衣동자는 나무에 기대어 웃으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나무 높이가 수 장(丈)은 되어 보였다. 다른 아이는 붉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남의동자의 어깨를 딛고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갔다.

나뭇가지 위에서 참새들이 호기심 어린 듯 잣알만한 작은 머리를 흔들며 홍의紅衣동자를 향해 쉴 새 없이 짹짹거렸다. 마치 친구들에게 구경하라고 부르는 듯했다.

홍의紅衣동자는 서두르지 않고 팔꿈치에 힘을 살짝 뺀 채, 발에 힘을 모아 ‘슥, 슥, 슥’ 단 세 걸음 만에 가볍고 빠르게 나무 위로 솟구쳤다. 붉은 그림자가 한 번 번쩍이며 나뭇가지를 스치더니, ‘파박’ 소리와 함께 가볍게 땅에 내려앉았다. 양팔을 벌리고 두 다리를 일자로 쫙 뻗었으나, 그 늙은 홰나무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잎사귀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남의藍衣동자가 손뼉을 치며 칭찬했다. 싱글벙글 다가가 홍의동자를 부축하니, 그 손에는 갓 딴 푸른 꼬투리 열매가 들려 있었다. “사형, 실력이 정말 대단해요!“

홍의동자도 웃으며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둘은 다시 쌓아둔 ‘돌 용문’ 앞으로 돌아와 꼬투리를 까서 콩을 꺼냈다. 홍의동자가 콩알 몇 개를 무심코 입에 넣고 씹었다. 아마 덜 익었는지, 그는 “퉤, 퉤” 하며 씹던 찌꺼기를 뱉어냈는데, 하필 남의동자의 얼굴에 튀고 말았다. 홍의동자는 얼른 소매로 닦아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난기 많은 두 아이는 콩알을 주워 각자 수십 개씩 구슬처럼 나누어 가지고 ‘용문’을 향해 튕기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말하길, 다섯보까지 튕길 수 있다 하고,

다른 아이가 말하길, 여덟보는 간다 하니,

또 한 아이가 열보라고 하자, 다른 아이는 또 열다섯보를 말하였다.

‘구슬’은 점점 멀리 날아가고 콩은 줄어드니, 나중에는 아예 시냇가 돌멩이를 주워 던졌다.

남의동자가 말했다. “헤헤헤, 사형, 내가 사형보다 더 멀리 튕겼어!”

홍의동자가 대꾸했다. “하하하, 사제야, 나는 용문을 뛰어넘을 거야!”

말을 마치자 두 아이는 동시에 힘껏 돌을 던졌다.

퍽! 탁! 탁! 두 개의 조약돌이 빗나가지도 않고, 멀지 않은 곳에서 곤히 잠든 노도인의 얼굴에 정확히 맞고 말았다.

“아이쿠! 못된 짓을 하는구나! 누가 사람을 치느냐?!”

노도인은 두 아이의 소란 때문에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는 세 척이나 되는 흰 눈썹과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옷매무새를 다듬고, 거대한 바위 위에 단정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비록 화난 기색은 조금도 없었으나 이미 위엄이 서려 있었다. 왼손으로 소매를 걷어 올리고 회백색 도포 속에서 천천히 불진(拂塵)을 꺼내 가볍게 휘두르자 사방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원래 산림 속에서 들리던 벌레 소리와 새 소리도 지금은 적막하여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고, 오직 시냇물이 바위를 타고 흐르는 ‘콸콸콸’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너희 두 녀석이 저지른 짓이냐?” 도인이 실눈을 뜨고 갑자기 큰 소리로 물었다. 그 소리는 종소리처럼 우렁차고 북소리처럼 웅장하여 산골짜기에 메아리쳤다.

이 한마디 물음에 도인의 위엄은 한층 더 깊어졌다.

두 아이는 방금 전 돌이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자신이 일을 저질렀음을 알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홍의동자가 팔꿈치로 남의동자의 허리를 쿡쿡 찌르며 눈짓을 보냈다. 그제야 남의동자가 대답할 차례임을 깨닫고,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어.., 네, 스승님. 제자가 잘못했어요~”

“오? 허허허……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아느냐?” 도인은 겉모습은 마흔 남짓해 보였으나, 눈썹과 수염이 모두 하얗게 세어 꽤나 높은 도행(道行)을 지닌 듯했다. 어찌 아이들의 장난을 모르겠는가.

“음, 제자가…… 제자가 지나치게 뛰어놀았고, 음…… 또 돌을 던져 스승님 얼굴에 맞혀 스승님의 수공(睡功)과 입정(入定)을 방해했어요.” 남의동자는 본래 정직하고 말주변이 없어 말을 할 때마다 곁에 선 사형의 눈치를 살폈다. 홍의동자는 그보다 몇 살 위였고, 스승이 없을 때 대소사는 주로 그 사형이 결정했다.

“너는 사형이면서, 어찌 뒤에 숨어서 사제더러 대답하게 하느냐!” 도인은 홍의동자를 향해 수염을 휘날리며 물었다.

그 아이는 스승이 꾸짖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속으로 무척 당황했으나, 곧 태연한 척하며 대답했다.

“스승님, 제자가 잘못했습니다. 용문을 만들고 콩을 튕긴 것은 모두 제 생각이었으니, 부디 사제는 꾸짖지 말아 주십시오.”

“흥,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구나……” 노도는 잠시 멈추더니 물었다. “내가 묻겠다! 스승이 입

정하기 전에 너희에게 당부한 말이 있었느냐?”

“네, 스승님께서 보름(15일)을 꽉 채워 주무셔야 입정에서 깨어날 테니, 정신을 잘 다스려 함께 산을 오르자고 하셨습니다.”

“또 다른 말은?”

“또…… 또…… 아, 스승님께서 제자와 사제에게 스승님의 육신을 잘 지켜서 잡인이나 짐승에게 해를 입지 않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홍의동자는 검은 눈동자를 두어 번 굴리더니 어떻게 대답할지 이미 생각을 마친 듯했다.

“음, 아주 좋다! 착한 아이들, 정말 착하구나. 이제 보름이 막 지났는데, 스승의 이 뼈만 남은 몸이 들개에게 물려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노도는 꽤나 유머러스했다. 두 아이는 스승의 농담에 참지 못하고 “히히히” 웃음을 터뜨렸다.

노도는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홍의동자는 스승의 훈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아채고 다시 사제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남의동자는 팔꿈치에 맞은 곳이 따끔하여 매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홍의동자에게 입술을 삐죽거렸다.

스승이 들개에게 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도인은 말을 멈추고 몸을 일으키며 이어서 말했다. “너희 두 한가한 녀석들 때문에 깨어났구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퍽~ 퍽~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이어 한 아이는 “아이쿠, 아이쿠, 너무 아파요!”라고 외쳤고, 다른 아이는 “스승님, 스승님, 제자가 잘못했어요!”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마치 머리에 겨자 기름이라도 바른 듯 화끈거리는 고통 속에 세 번이나 생으로 머리를 맞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노도가 두 아이의 앞에 서 있었다.

“세 번의 딱밤은 작은 징계일 뿐이다. 욕심부리고 장난치다 큰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명심해라!” 노도는 등을 돌린 채 훈계했다.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들어 해를 바라보고는 이어 말했다. “시간이 늦었구나, 스승을 따라 산으로 가자!” 그는 손에 쥐었던 불진을 거두고 땅에 놓아두었던 상자를 힘껏 들어 올렸다. 대나무 상자가 너무 무거웠는지, 한 손으로 홱 들어 올리자 도인의 몸이 살짝 기울어졌다. 그 바람에 둥그스름한 술병 하나가 상자 밖으로 툭 튀어나와 ‘데굴데굴~’ 구르며 산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홍의동자는 머리를 문지르던 와중에도 시선은 도인에게서 떼지 않고 있었다. 술병이 골짜기로 떨어지려 하자 몸을 날려 튀어 나갔다. 술병도 요상하게 마치 다리가 달린 것처럼 좌우로 굴러가며 점점 속도를 냈다. 홍의동자의 신법(身法)도 만만치 않았다. 술병이 골짜기로 떨어지기 직전,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술병을 손에 넣었다. 그러고는 방향을 틀어 착지했다. 흙더미에 넘어지긴 했으나 다행히 돌계단은 피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올라올 때 탔던 산길에 떨어져 술병 대신 제 몸이 부서질 뻔했다.

그는 몸에 흙투성이가 되었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나 술병을 도인에게 건네며 히죽거렸다. “헤헤헤, 스승님. 보물은 잘 챙기셔야죠.”

노도는 잠시 놀란 듯하다가 술병을 받아 쥐고는 속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술병에 묶인 금실을 잡아당겨 등 뒤로 홱 던지자, 꽤 무게가 있던 술병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도인은 고개를 돌려 홍의동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이 녀석, 스승의 보물을 찾아줬다고 해서 벌을 면해줄 줄 아느냐?”

“스승님, 헤헤헤. 첫째, 제자는 이미 잘못을 뉘우쳤고, 둘째, 제자가 스승님의 내관(內觀)과 입정, 천상천하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이 귀한 보물을 찾아드렸으니 공을 세워 죄를 덮는 것으로 해주시지요, 히히히.” 홍의동자가 방금 넘어진 충격이 꽤 컸던지 팔꿈치 피부가 산길 옆 돌에 긁혀 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실눈을 뜨고 능청스럽게 스승과 흥정을 했다.

남의동자는 천성이 착한지라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다가가 스승 뒤의 대나무 상자를 바로잡았다. 사형을 돌아보는데 눈가에 물기가 어려있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이고 소매를 걷어 얼굴을 닦더니, 스승을 향해 무릎을 꿇고 웅얼거렸다.

“스승님…… 제자가 사형을 대신해 벌을 받을 테니, 사형을 용서해 주세요.”

노도가 어찌 두 아이의 성격을 모르겠는가. 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며 내색하지 않고 세 치 길이의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그래. 일어나거라,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니.”

말하는 도중 왼쪽 소매를 가볍게 휘두르자 홍의동자 팔의 핏자국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남의동자의 다리는 알 수 없는 힘에 받쳐진 듯 계속 땅에 닿지 않았다.

도인은 몸을 돌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음, 너희 둘에게 경문을 외우는 벌을 내리마.”

말을 마치자 불진을 휘두르고 상자를 들어 성큼성큼 산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두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고는 몸을 일으켜 스승의 뒤를 따랐다.

(다음에 계속)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64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