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대나무 그리기를 논할 때 어렵고 쉬움을 따지지 마라,
꼭 번잡한 것이 어렵고 간단한 것이 더욱 어렵다고 말하네.
그대 보라, 쓸쓸히 흩날리는 단 몇 잎의 대나무를,
온 집안에 비바람 몰아쳐 추위 견디기 어렵네.
莫將畫竹論難易
剛道繁難簡更難
君看蕭蕭只數葉
滿堂風雨不勝寒
이 시를 지은 이동양(李東陽)은 자가 빈지(賓之), 호는 서아(西涯),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명 중엽의 중신이자 문장가, 서예가이며 다릉시파(茶陵詩派)의 핵심 인물이다. 호광(湖廣) 장사부(長沙府) 다릉주(茶陵州) 사람이며, 본적을 떠나 경사(京師 북경)에 거주했다. 천순(天順) 8년 진사에 급제해, 편수(編修)에 임명되었고, 거듭 승진하여 시강학사(侍講學士)가 되었으며, 동궁 강관(講官)을 겸했다. 홍치(弘治) 8년 예부시랑 겸 문연각(文淵閣)대학사로 내각에 직속되어 정무에 참여했다.
벼슬질에 나선 지 50년, 나랏일을 잡은 지 18년 동안 청렴한 절개는 변하지 않았다. 문장이 전아(典雅)하고 유려하며, 전서와 예서에 능숙했다. 《회록당집(懷麓堂集)》, 《회록당시화(懷麓堂詩話)》, 《연대록(燕對錄)》이 있다. 이 시 <가경중의 먹대나무(柯敬仲墨竹)>는 시인이 친구인 가경중의 그림 작품을 보고 쓴 화평(畫評 그림 평론)이다. 시인이 쓴 것은 비단 그림 그 자체뿐만 아니라, 바로 회화의 기교와 내함(內涵)이다. 그 안에는 또한 시인의 인생에 대한 인식이 숨겨져 있다.
“대나무 그리기를 논할 때 어렵고 쉬움을 따지지 마라,
꼭 번잡한 것이 어렵고 간단한 것이 더욱 어렵다고 말하네.”
시인은 매우 겸손하여, 첫 구절부터 대나무를 그리는 것의 난이도는 그렇게 쉽게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번잡한 대나무는 서로 어긋나고 잇닿아 질서가 있어야 하며, 드문 대나무는 남다를 바 없는 꼿꼿한 기개와 절개가 더욱 필요하다.
이것은 비단 대나무를 쓴 것만이 아니라, 사람을 쓴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많을 때는 질서가 필요하고, 사람이 적을 때는, 특히 조정이 탁할 때 자신의 절개를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드문 대나무는 어쩌면 청관(청렴한 관리)의 고립무원을 비유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오직 자신의 내면의 강함으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대 보라, 쓸쓸히 흩날리는 단 몇 잎의 대나무를,
온 집안에 비바람 몰아쳐 추위 견디기 어렵네.“
그러나 그림 작품으로 보건대, 단 몇 점의 드문 대나무 잎만으로도 사람에게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숨겨진 뜻은 비록 단 몇 명의 충신만 있어도 조정의 청렴함을 바로잡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시인은 벼슬살이를 한 지 오래되었고, 청렴함과 강직함을 벼슬의 근본으로 삼았다. 이 시 또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관장(官場)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일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35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