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법제자
【정견망】
마음은 흐르는 물과 함께 깨끗하고,
몸은 흰 구름과 함께 가볍도다.
적적한 깊은 산에 날이 저무는데,
종경 소리 미세하게 들려오네.
心同流水淨
身與白雲輕
寂寂深山暮
微聞鍾磬聲
고반룡(高攀龍, 1562~1626)은 자가 존지(存之), 또는 운종(雲從)이며, 강소 무석 사람으로 세인들은 “경일선생(景逸先生)”이라 칭했다. 그는 명대(明代) 정치가, 사상가, 동림당(東林黨)의 영수 중 하나이자 “동림팔군자(東林八君子)” 중 한 명이다. 만력 17년(1589) 진사에 급제했으며, 저서로 《고자유서(高子遺書)》 등이 있다.
이 시 《침석(枕石)》은 시인이 산속에서 돌을 베고 쉬며 느낀 바를 쓴 것으로 보인다. 짧은 네 구절만으로 심경(心境)의 순수함, 신체의 가벼움, 깊은 산의 그윽하고 적막함을 하나로 융합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속세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일종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마음은 흐르는 물과 함께 깨끗하고,
몸은 흰 구름과 함께 가볍도다.”
마음은 흐르는 물처럼 투명하여 맑고, 몸은 흰 구름처럼 가볍다. 흐르는 물은 청정하여 막히지 않고, 흰 구름은 자재하여 얽매임이 없으니, 시인은 눈앞의 경물로 자신의 신체와 마음의 느낌을 썼다. 잡념이 점차 멈추고, 욕구가 점차 옅어지며, 마음속에 얽매임이 적어지니 신체 역시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하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러한 한 폭의 그림을 상상해 봐도 좋을 것이다. 시인이 돌에 앉아 쉬고 있는데, 귓가에는 시냇물이 잔잔히 흐르고 머리 위에는 흰 구름이 한가로이 떠간다. 그는 무엇을 급히 추구하지도 않고, 무엇을 집요하게 붙들어 두려 하지도 않으며, 단지 편안하게 산림 속에 몸을 두고 흐르는 물은 절로 흐르게 하고 흰 구름은 절로 가게 내버려둔다. 욕심도 없고 구함도 없고 인연에 따라 스스로 적응하는 마음이 바로 이 맑고 그윽한 천지간에 드러나는 것이다.
“적적한 깊은 산에 날이 저무는데,
종경 소리 미세하게 들려오네.”
황혼의 빛이 점차 깊은 산을 감싸고 사방이 적막한데, 먼 곳에서 종경(鐘磬) 소리가 은은히 전해져 온다. “미(微)”라는 글자는 소리의 가볍고 먼 느낌을 썼으며, 또한 산림의 그윽하고 깊음을 드러낸다. 종경 소리는 이 한 줄기 정적을 깨뜨리지 않고 도리어 정적을 더욱 깊게 만들어, 마치 사람의 마음을 더욱 청정한 곳으로 이끄는 듯하다.
앞의 두 구절은 신체와 마음을 썼고, 뒤의 두 구절은 환경을 썼으며, 환경의 그윽하고 조용함은 또 신체와 마음의 청정함과 서로 비추어 준다. 마음이 깨끗해야 비로소 흐르는 물의 깨끗함을 체험할 수 있고, 마음이 조용해야 비로소 먼 곳의 저 한 줄기 미세한 종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 속의 오묘함은 단지 산수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먼지 같은 집착(塵念)을 내려놓은 후의 심경 속에도 있는 것이다.
사람이 세속에 있을 때, 자주 일에 얽매이고 분쟁에 시달리며, 자신의 욕망에 떠밀려 가기도 한다. 명리의 득실, 시비와 은원, 가지가지가 모두 마음속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마음이 피곤해지면 신체도 따라 무거워지며, 염두가 난잡해지면 잠시의 안녕도 얻기 어렵다. 비록 맑고 그윽한 곳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만약 여전히 이것들을 움켜쥔 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진정으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산림에 은거함은 물론 시끄러움에서 멀어질 수 있지만, 더욱 깊은 층차의 청정함은 도리어 내면의 내려놓음에 있다. 명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승부를 다투려는 생각을 내려놓으며, 원망과 계산을 내려놓아야 신체와 마음이 비로소 점차 가벼워지고, 행복과 편안함도 비로소 자라날 여지가 있게 된다.
다만, 사람이 세상에 있으면서 내려놓음을 말하기는 쉬우나 진정으로 해내기는 쉽지 않다. 명(名)은 바로 눈앞에 있고 리(利)는 바로 곁에 있으며, 정(情)은 또 시시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많은 경우 이치는 이미 명확히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에 부딪히기만 하면 저 마음은 도리어 여전히 끌려가게 된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내려놓는 것은 단지 말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으며, 더욱 내면을 건드리는 시련 속에서 자신의 집착을 똑똑히 인식하고 착실하게 그것을 수련해 버려야 한다.
정법시기의 수련자에게 있어, 이 시가 제시하는 청정함과 가벼움 역시 하나의 일깨움이 될 수 있다. 오직 끊임없이 사람 마음을 내려놓아 자신을 더욱 순정하게 만들어야 비로소 사부님을 도와 정법하고 중생을 구도하는 사명을 더욱 잘 이행할 수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잘하는 동시에 수시로 안으로 찾아 자신을 수정함으로써 사상과 행위가 수련이 요구하는 기준에 점차 도달하게 하고,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가야 한다.
“마음은 흐르는 물과 함께 깨끗하고,
몸은 흰 구름과 함께 가볍도다.”
이 오묘함은 단지 산속의 한때의 한가롭고 편안함뿐만 아니라, 더욱이 사람들로 하여금 느끼게 한다. 마음속의 집착이 점차 내려놓아질 때, 생명은 비로소 또 다른 투명함과 편안함을 나타낼 수 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