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쿼(寥廓)
【정견뉴스】

사람들은 대개 생각은 정신적 차원에 속하고, 신체는 물질적 차원에 속한다고 여긴다. 부상을 입으면 통증을 느끼고, 병에 걸리면 증상이 나타난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그야말로 또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도 생각은 늘 신체에 작용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긴장할 때는 몸이 굳어지고 땀이 나며, 흥분할 때는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그렇다면 생각은 과연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단지 하나의 생각이나 인식, 또는 기대만으로도 신체가 정말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의학 연구 속에서는 주목할 만한 몇 가지 발견이 있었다.
2002년, 연구진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무릎 골관절염에 관한 무작위 플라시보 대조 임상시험을 발표했다. 180명의 환자를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관절경 변연절제술, 관절경 세척술, 또는 가짜 수술을 받게 했다.(1)
소위 가짜 수술이란 환자가 실제 수술과 가능한 한 유사한 과정을 겪도록 하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의 무릎 피부에 약 1센티미터 크기의 절개창 세 개를 내고, 실제 관절경 수술을 하듯 무릎 관절을 조작하며 기구를 요구하고 세척할 때 나는 소리를 흉내 내지만, 실제로 관절경이나 기타 수술 기구를 무릎 관절 안에 삽입하지도 않고 실제 관절경 치료도 진행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후 2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환자의 통증과 신체 기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관절경 변연절제술이나 세척술을 받은 환자들은 어느 평가 시점에서든 가짜 수술 그룹보다 통증이 더 적거나 기능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시 말해, 관절경 세척술이나 변연절제술을 시행한 후의 결과가 플라시보 수술을 한 후의 결과보다 더 낫지 않았던 것이다.
이 연구는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남겼다.
실제 수술 치료가 플라시보 수술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을 때, 실제 관절경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환자들은 어째서 결국 더 나쁜 결과를 나타내지 않았을까?
또 다른 임상 사례는 방향은 반대이지만 훨씬 더 직관적인 현상을 보여준다.
2007년, 연구진은 의학 학술지 《제너럴 호스피탈 사이키아트리(General Hospital Psychiatry)》에 임상 약물 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한 사례를 기록했다. 26세의 한 남성이 위약(플라시보) 캡슐 29알을 복용하고도, 자신이 과도한 양의 항우울제를 복용했다고 오인했다.(2)
그 후 그는 뚜렷한 저혈압 증세를 보였으며,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정맥 수액 주사가 필요했다. 나중에 그가 복용했던 캡슐이 사실은 전부 위약이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자, 그의 이상 증세는 곧바로 빠르게 사라졌다.
이 사례에서 캡슐 자체에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변화한 것은 바로 자신이 무엇을 복용했는지에 대한 그 사람의 인식,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강한 기대였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 기대에 수반되어 나타난 것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았고, 실제로 측정 가능한 저혈압까지 포함되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어떤 사람이 특정한 일에 대해 가진 인식과 기대가 신체 반응과 연결될 수 있다면, 이러한 변화는 단지 전신적인 느낌에 불과할까, 아니면 신체의 특정한 한 부위를 가리킬 수도 있는 것일까?
1999년,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는 통증 기대와 인체 내인성 오피오이드(Opioid) 시스템에 관한 실험 연구가 발표되었다.(3)
실험에서 연구진은 피하 주사로 캡사이신을 투여하는 동시에 피험자의 왼손, 오른손, 왼쪽 발, 오른쪽 발을 자극하여 네 부위 모두에 타는 듯한 통증을 유발했다.
그 후 그들은 오직 한 부위에만 실제 마취 작용이 없는 크림을 바르고, 피험자들에게는 이것이 강력한 국소 마취제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여 피험자가 마취 효과에 대해 갖는 기대는 위약 크림을 바른 부위에만 국한되도록 했다.
그 결과, 위약 진통 반응은 ‘마취’를 전달받은 그 부위에서만 나타났으며, 크림을 바르지 않은 다른 부위들에서는 통증 민감도에 변화가 없었다.
즉, 신체의 특정 부위를 겨냥해 발생한 진통 기대는 그 기대가 향한 부위에서만 상응하는 진통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짜 수술 후의 결과부터, 자신이 약물을 과다 복용했다고 오인했을 때 나타난 뚜렷한 저혈압, 그리고 특정 신체 부위를 겨냥한 진통 기대가 만들어낸 국소 진통 반응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연구들은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된 현상을 보여준다.
바로 인간의 인식과 기대가 실제 신체 반응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개 생각을 정신적 차원의 활동으로 여기고, 신체를 물질적 차원의 존재로 보며, 이 둘은 왠지 서로 별개의 일처럼 취급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식과 기대가 변화할 때 통증이 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혈압 역시 뚜렷한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볼 수도 만질수독 없는 생각의 활동이 신체 내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과 서로 연결될 수 있을 때—
우리가 보통 상식처럼 여겨왔던 ‘정신’과 ‘물질’ 사이의 관계는,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것일까?
자료출처:
(1)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013259
(2)https://pubmed.ncbi.nlm.nih.gov/17484949/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163834307000114
(3)https://pubmed.ncbi.nlm.nih.gov/10212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