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쿼(寥廓)
【정견뉴스】

‘망매지갈(望梅止渴·매화를 바라보며 갈증을 해소하다)’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들어봤을 것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의 기록에 따르면, 조조가 군대를 이끌고 행군하던 중 마땅한 수원(水源)을 찾지 못해 병사들이 극심한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자 그는 병사들에게 저 앞쪽에 매화나무 숲이 있는데 매실이 많이 열려 있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병사들은 신맛 나는 매실을 떠올리며 입안에 침이 고였고, 이를 의지삼아 계속 나아가 마침내 물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야기 속에서 매실은 입에 넣지도 않았고, 단지 그 맛을 상상했을 뿐인데도 입안에서 타액이 분비되었다.
이는 1천 년 넘게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다. 그러나 현대 과학 실험들은 상상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그 이상일 수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상상만으로도 근력이 증가할까?
1992년, 《신경생리학 잡지(Journal of Neurophysiology)》에는 신경과학자 G. 웨(G. Yue)와 K. J. 콜(K. J. Cole)의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근육을 단련하지 않고 오직 힘을 쓰는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근력에 변화가 생기는지 연구했다.(1)
연구진은 피험자들에게 왼쪽 새끼손가락을 바깥쪽으로 벌리는 힘을 훈련하도록 했다. 피험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1그룹은 최대 힘으로 새끼손가락을 수축하는 운동을 반복했고,
2그룹은 실제로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은 채 머릿속으로만 똑같이 힘을 주어 동작을 완수하는 것을 상상했으며,
3그룹은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았다.
훈련은 주 5회씩 4주 동안 지속되었다.
실험이 끝난 후, 실제 훈련을 한 그룹의 새끼손가락 힘은 평균 약 30% 증가했고, 상상만 한 그룹은 약 22% 증가했으며, 훈련을 하지 않은 대조군은 약 3.7% 증가했다.
변화는 훈련을 받지 않은 반대쪽 손에서도 나타났다. 상상 그룹의 오른쪽 새끼손가락 힘은 약 10% 증가했고, 실제 훈련 그룹은 약 14%, 대조군은 약 2.3% 증가했다.
전체 훈련 과정에서 상상 그룹은 새끼손가락 근육을 실제로 반복해서 수축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주 뒤 이들의 새끼손가락 근력이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피아노를 연습해도 연주 실력이 늘까?
1995년, 《신경생리학 잡지(Journal of Neurophysiology)》에는 또 다른 실험이 게재되었다. 연구진은 악기 연주 경험이 없는 15명의 피험자를 모집하여 한 손으로 다섯 손가락을 차례로 움직이는 피아노 연습을 시켰다.(2)
피험자들은 실제 연습 그룹, 정신적 연습(상상) 그룹, 연습을 하지 않는 대조군으로 나뉘었으며 각 그룹은 5명이었다. 훈련은 매일 두 시간씩 5일 동안 이어졌다.
정신적 연습 그룹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의 손가락이 차례로 건반을 누르는 것을 상상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소리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다만 연습 과정에서 건반을 만질 수도 없고 손가락을 움직여서도 안 되었다. 연구진은 근전도(EMG) 모니터링을 통해 이들이 실제로 손가락 운동을 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세 그룹의 피험자 모두 매일 짧은 실제 연주 테스트를 받았다.
5일 뒤, 정신적 연습 그룹의 다섯 손가락 동작 수행 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향상 폭은 실제 연습 그룹에 미치진 못했지만, 전혀 연습하지 않은 대조군보다는 우수했다.
경두개 자기자극(TMS) 측정 결과에서도 정신적 연습 그룹은 실제 연습 그룹과 마찬가지로 손가락을 제어하는 운동계에 유사한 방향의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이 피험자들은 실제로 반복해서 건반을 두드리지는 않았지만, 오직 머릿속으로 손가락 동작과 소리를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동작을 수행할 때의 능력이 개선된 것이다.
손목이 고정된 상태에서 상상만으로 근력 저하를 완화할 수 있을까?
2014년, 《신경생리학 잡지(Journal of Neurophysiology)》에는 사지 고정과 상상 훈련에 관한 실험이 발표되었다.(3)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29명의 손과 손목을 4주 동안 고정했다. 그중 15명은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았고, 나머지 14명은 주 5회씩 머릿속으로 강하게 손목을 수축시키는 상상을 했다. 연구에는 손목이 고정되지 않은 건강한 성인 15명도 대조군으로 포함되었다.
4주 후, 단순히 고정만 한 그룹은 손목 굽힘 근력이 약 45% 감소했다. 반면 상상 훈련을 병행한 그룹은 근력 저하가 약 24%에 그쳤으며, 고정하지 않은 대조군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상상 훈련이 근력 저하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근력이 떨어진 폭을 약 절반 정도로 줄여준 것이다.
맺음말
상상이 실제 행동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지만, 신체가 나중에 실제로 행동할 때의 힘과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처럼 말이다.
* 매실이 입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타액이 분비되고,
* 손가락을 반복해서 힘주어 움직이지 않았어도 근력이 증가할 수 있으며,
* 건반을 단 한 번도 누르지 않았어도 연주 동작이 개선될 수 있고,
* 손목을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할 때 반복해서 힘주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근력 저하를 완화할 수 있다.
‘망매지갈’부터 현대 과학 실험에 이르러 우리는 한 가지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겉보기에는 상상 속의 동작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신체 내부를 들여다보면 동작과 관련된 신경계는 이미 작동을 시작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체에는 아직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수많은 오묘함이 담겨 있다. 생각과 대뇌, 그리고 신체 사이에는 과연 어떤 연관성이 존재하는지, 앞으로도 탐구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자료 출처:
(1) https://journals.physiology.org/doi/abs/10.1152/jn.1992.67.5.1114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1557432_Strength_increases_from_the_motor_program_Comparison_of_training_with_maximal_voluntary_and_imagined_muscle_contractions
(2) https://journals.physiology.org/doi/abs/10.1152/jn.1995.74.3.1037?utm_source=chatgpt.com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15699233_Modulation_of_Muscle_Responses_Evoked_by_Transcranial_Magnetic_Stimulation_during_the_Acquisition_of_New_Fine_Motor_Skills
(3) https://journals.physiology.org/doi/full/10.1152/jn.00386.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