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용지대(龍之台)
【정견망】
중년에 자못 도를 좋아해
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사노라니
흥이 일어 매양 홀로 나서면
상쾌한 일은 다만 혼자만 알뿐
거닐다 물이 다하는 곳에 이르면
앉아서 구름이 이는 때를 바라보네
어쩌다 숲속 노인이라도 만나면
담소하느라 돌아갈 줄 모르네
中歲頗好道,晚家南山垂。
興來每獨往,勝事空自知。
行到水窮處,坐看雲起時。
偶然值林叟,談笑無還期。
이 시는 당나라 왕유가 지은 ‘종남별업’(終南別業)이다. 종남별업이란 망천(輞川)에 있던 그의 별장을 가리킨다. 이 시를 읽다보면 마치 행운유수(行雲流水)처럼 관료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종남산에 은거한 왕유의 기쁜 심정이 가득하다.
왕유는 중년에 들어와 불법(佛法)에 마음이 크게 기울었고 만년에 이르기까지 종남산 자락에 홀로 살면서 조용히 마음을 닦았다.
“흥이 일어 매양 홀로 나서면 상쾌한 일은 다만 혼자만 알뿐(興來每獨往,勝事空自知)”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를 때면 늘 혼자 산행에 나서서는 사물과 나를 잊는 적정(寂靜) 속에서 모든 일들이 마음속에 확연하고 분명해지는 경지(境界)가 찾아오지만 오직 자신만이 알 뿐이다.
“거닐다 물이 다하는 곳에 이르면 앉아서 구름이 이는 때를 바라보네(行到水窮處,坐看雲起時)”
물이 다하는 곳에 이를 때면 땅바닥에 앉아 흰 구름이 산굴에서 나와 파란 하늘에 둥둥 떠가는 것을 바라본다. 이렇게 편안하고 상화(祥和)함 속에 무한한 변화와 발발한 생기(生機)가 함축되어 있다. 모든 것은 다 이렇게 현묘(玄妙)하고 이렇게 자유로운데, 시원한 바람과 흰 구름 사이에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무엇이든 다 있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4993